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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 저 차

캐스퍼에 17인치? 쏘카 시승 후기

커피스푼 2023. 4. 2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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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인치 휠은 캐스퍼의 디자인을 살려주기는 합니다.
17인치 휠은 캐스퍼의 디자인을 살려주기는 합니다.

며칠 전 쏘카로 대구무역회관에서 캐스퍼를 네 시간 빌렸습니다. 신차로 표시된 캐스퍼의 누적 주행 거리는 1만 928km. 풀오토 에어컨에 내비게이션, 운전석 통풍 기능까지 잘 갖춘 모델인데 한 가지 의외의 선택에 눈을 돌렸습니다. '응? 캐스퍼에 17인치를 꽂아?'라고 말이죠. 지금껏 카셰어링으로 만난 캐스퍼는 거의 15인치 검은색 스틸 휠이 꽂혔거든요. 이날 만난 가솔린 1.0 캐스퍼에는 17인치 휠과 타이어가 신겨져 있었습니다. 과연 어울리는 선택이었을까요?

 

 

기어 노브를 D 레인지에서 더 내리면 L 모드가 됩니다.
기어 노브를 D 레인지에서 더 내리면 L 모드가 됩니다.

캐스퍼를 픽업한 지하 4층에서 도로가 연결된 지상까지는 평지와 약간의 오르막이 반복됩니다. 보통 차라면 기어 노브를 D 레인지에 놓고 천천히 올라왔겠지만 캐스퍼는 좀 섬세히 다뤄야 합니다. 경사로 진입 직전 2단이었던 기어가 등반 중 1단으로 내려가서 꿀렁거리거든요. 경사로를 다 올라가면 2단으로 다시 밀어붙이는데 전 이런 움직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기어 노브를 D 레인지에서 한 칸 더 내리면 승차감이 편해집니다. L 모드로 두면 웬만해선 2단으로 붙지 않으니까 가속 페달만 조금 더 밀었다 떼면 됩니다. 경사율 15% 이상의 급경사로도 불안감 없이 쉽게 오릅니다.

 

 

캐스퍼에 17인치 휠과 타이어는 괜찮은 선택일까요?
캐스퍼에 17인치 휠과 타이어는 괜찮은 선택일까요?

승차감은 15인치 휠이 꽂힌 캐스퍼보다 불편했습니다. 서스펜션은 말랑한데 17인치 바퀴로 노면을 구르니 주행 소음이 좀 많이 들어옵니다. 15인치였으면 상하로 한 번 더 흔들거리고 말았을 충격을 17인치로는 밑에서 한 대 툭 때리는 느낌이 들 때가 있거든요. 통행량 많은 5030 시내 구간, 제한속도가 70~80km/h로 오르는 교외 구간을 지나며 캐스퍼를 몰다 보면 분명히 느껴질 겁니다. 1리터 3기통 가솔린 엔진을 품은 일반 캐스퍼는 15인치 휠 세팅이 더 어울린다는 점을요.

 

 

캐스퍼로 주행한 각종 구간을 모았습니다.
캐스퍼로 주행한 각종 구간을 모았습니다.

주행감은 대동소이합니다. 저출력 SUV형 경차에 더 큰 휠과 타이어를 달았다고 차로 변경 후 복원력, 선회 주행 능력까지 더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서스펜션은 얌전하고 가벼운 일상 주행에 어울릴 정도로 헐렁하고 말랑하거든요. 오래된 자동 4단 변속기의 기어비도 연비형으로 맞춰져 있습니다. 15인치 대비 17인치 휠이 겉보기엔 예쁠지라도 엔진 출력과 토크 수준에 비해 더 크고 무거운 휠은 현가하질량(현가장치 밑에 걸린 총 질량)의 증가로 이어져서 연비에 오히려 손해입니다. 캐스퍼 터보였으면 취향의 영역으로 선택할 만하나, 그렇지 않은 일반 캐스퍼에는 안 어울립니다.

 

 

캐스퍼의 실내는 다른 경차들보다 세련된 모습입니다.
캐스퍼의 실내는 다른 경차들보다 세련된 모습입니다.

 

야간에 점등된 캐스퍼의 앰비언트 라이트입니다.
야간에 점등된 캐스퍼의 앰비언트 라이트입니다.

안팎 디자인의 경쟁력은 여전히 높습니다. 제품 출시 1년 6개월(2021년 9월 말 출시)이 지났음에도 같은 경차에 속한 모닝, 레이, 스파크보다 더 현대적이고 세련된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어둠이 짙은 밤에는 가운데서 동반자석으로 앰비언트 라이트까지 켜 줍니다. 컵홀더와 팔받침(암레스트)이 서로 간섭되지 않게 배치되고 기어 노브까지 손을 뻗거나 주행 중 다른 기능을 만지는 동선이 겹치지 않아서 운전하기 편했습니다.

 

 

이젠 둘 다 USB-C로 바꿔주면 안 될까요?
이젠 둘 다 USB-C로 바꿔주면 안 될까요?

현시점에서 아쉬운 점은 USB 포트 형태입니다. 지금은 C-타입 USB가 대중화된 시점이거든요. 앞에 둘, 뒤에 하나인 A-타입 USB 포트를 C-타입으로 단일화하거나 앞에 A-타입 한 개만 남겨두는 식으로 처리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까지는 안 바랍니다. 15W 고속 충전 지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노트북 충전까지 대응 가능한 USB-PD 형태라면 상품 만족도가 높겠다는 생각입니다.

 

 

야간에 헤드램프 점등 시 캐스퍼에서는 이렇게 보입니다.
야간에 헤드램프 점등 시 캐스퍼에서는 이렇게 보입니다.

야간 주행 시야는 레이만큼 편했습니다. 맞은편 다른 차들의 헤드램프 레벨에 따른 눈부심이 적게 느껴졌습니다. 헤드램프 점등 시 조사 범위는 코나 SX2랑 비슷하거나 일부 구간은 조금 더 멀리 보이기도 합니다. 보통의 LED 램프보다 색온도가 높은 할로겐램프가 켜지며 주변을 노랗게 비춥니다. 추후 파생형 모델로 나올 캐스퍼 전기차에는 언젠가 LED 헤드램프가 들어갈지도 모르겠군요.

 

 

캐스퍼의 전체 구간 평균 연비와 주행 구간 별 평균 연비를 모았습니다.
캐스퍼의 전체 구간 평균 연비와 주행 구간 별 평균 연비를 모았습니다.

네 시간 중 두 시간을 운행한 캐스퍼의 연비는 14.2km/l로 나왔습니다. 하양유원지(대부잠수교)로 향하는 19km 구간(50분)까지는 13.3km/l, 근처 커피 전문점(커피명가 본점)에서 대구무역회관으로 되돌아간 15.5km 구간(36분)은 14.8km/l였습니다. 공조 장치를 안 켜고 부드럽게 잘 몰면 5km 이내(9분) 짧은 구간이라도 17.9km/l가 찍히긴 합니다. 가끔 미끄러지는 4단 변속기라도 캐스퍼의 주행 특성을 잘 이해한다면 별 문제가 되진 않을 겁니다. 타력 주행과 엔진 회전 수를 낮춘 주행이 몸에 밴 캐스퍼 운전자에게 17인치로 연비 뽑기는 무난할 겁니다.

 

 

17인치 휠은 캐스퍼의 디자인을 살려주기는 합니다.
17인치 휠은 캐스퍼의 디자인을 살려주기는 합니다.

대구무역회관에서 이용한 캐스퍼는 편의 사양이 풍부했습니다. 실내 문 손잡이가 메탈 도금된 소재였고 2열 슬라이딩과 리클라이닝, 2열 A-타입 USB 포트까지 갖췄습니다. 예전에 만난 캐스퍼는 대개 모던 트림이었는데 쏘카에서 캐스퍼 인스퍼레이션 트림을 만나니까 어떤 면에서 새롭습니다. 카셰어링 차로 보기 드물게 17인치 바퀴가 꽂혔던 점도 납득이 갑니다. 가성비 트림으로 잘 차린 디 에센셜은 15인치 휠이 기본이거든요. 제게 캐스퍼 구매를 제안한다면 디 에센셜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듯합니다. 예쁜 게 더 좋다면 인스퍼레이션에 17인치 휠은 어쩔 수 없겠지만요.

 

늘 예상하던 캐스퍼(모던)가 아니라서 신선했던 캐스퍼(인스퍼레이션) 시승 후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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