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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쏘카·그린카 이용 매너, 요즘 어떤가? 본문
지난 주말 캐스퍼 액티브(터보)를 몰기로 했는데 전날 밤 그린카 고객센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사고 후 수리 진행 관계로 캐스퍼 대신 다른 차를 빌려주겠다는 내용이었죠. 트레일블레이저, 더 뉴 K3, 더 뉴 레이, K5 중 뭘로 하겠냐는 물음에 K5 하이브리드를 택했습니다. 보험료 변동 없이 차를 바꿔준다 했으니 주행요금이 가장 저렴한 모델이 합리적이었습니다. 다른 차들은 1km에 160~190원인데 K5 하이브리드는 130원이니까요. 다음날 픽업한 K5 하이브리드의 안팎은 '엉망 그 자체'였습니다. 카셰어링 도입 10년이 훌쩍 흐르면서 이용 매너도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녔거든요.
2년 남짓된 K5 하이브리드의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동반자석 뒤쪽 사이드 스커트가 깨졌고 문짝도 찌그러져 있었거든요. 구조물에 충격한 흔적이 엿보였습니다. 정비 공장에 있어야 할 사고차를 카셰어링으로 돌리다니. 평소 애정을 갖고 카셰어링을 이용하던 고객 입장에서 씁쓸했습니다. 자주 이용하던 그린존에서는 파손 흔적이라 해 봐야 범퍼 긁힘 혹은 휠 찍힘 정도였거든요.
실내를 둘러본 소감은 '최악'이었습니다. 뒷좌석 바닥에 먹다 남은 생수와 음료수, 버려진 휴지가 보였거든요. 앞좌석 컵 홀더에는 껌 종이, 스마트폰 무선 충전 투입구에 이쑤시개, 동반자석 바닥에 에어컨 필터 커버까지 남겨놨더군요. 카셰어링을 이용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린카 고객센터에 연락을 취했습니다. 1:1 문의란에 사진을 첨부했더니 "훼손 정도가 심각해 보인다. 직전 이용자에게 페널티 부과 후 차량 정비를 조치하겠다."라고 답했습니다. 또 다른 K5 하이브리드로 대차를 받았으나 뒷좌석에 누군가 신다 만 슬리퍼, 트렁크에도 치우다 만 쓰레기가 보였습니다. 전화를 끊지 않은 상태로 현장 사진을 보냈더니 "직전 이용자에게 페널티를 부과하겠다"라며 "이용 중 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하다"라고 말합니다.
더 뉴 레이, 더 뉴 K3만 남았다길래 하는 수 없이 K3를 픽업하기로 합니다. "전산상 동일 예약에 관한 변경 처리 건은 2회로 제한돼 있어 고객이 앱으로 직접 예약해야 한다"라고 하더군요. 맨 처음 캐스퍼 2시간 무료 이용 쿠폰으로 예약했던 캐스퍼 액티브가 이렇게 돌고 돌아 K3로 가게 될 줄이야. 카셰어링 이용 기록상 결코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고객센터에 전화하며 서비스 시간 20분, 선 결제로 반영된 포인트를 일부 돌려받았으나 오랜만에 찾아간 대학가 그린존은 당분간 찾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되더군요.
기분 나쁜 경험은 최근 쏘카에서도 있었습니다. 근처 쏘카존에 더 뉴 아반떼 CN7이 신차로 투입돼 차를 예약했더니 실내가 예술(?)이었거든요. 칠이 일부 벗겨진 동반자석 문과 사이드 스커트 사진을 찍고 운전석 뒷문을 열었더니 뒷좌석 헤드레스트가 뽑혀서 나뒹굴고 바닥엔 또 누군가의 삼선 슬리퍼가 보였습니다. 앞좌석은 그나마 괜찮았기에 적당히 정리만 하고 탈까 하다가 트렁크를 열고서 마음이 차게 식어버렸습니다.
모래와 온갖 먼지로 더럽혀진 트렁크 바닥을 보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죠. 차 밖에 나와 수 분을 기다려 쏘카 고객센터에 연결했습니다. 보내준 링크로 사진을 보내며 상태를 설명하니 취소 수수료 없이 바로 환불받았습니다. 생활 먼지가 묻은 정도면 물티슈로 적당히 닦아서 탈 생각이었는데 말이죠. 갓 나온 새 차에서 담배 냄새까지 희미하게 풍기는 바람에 탈 마음을 고이 접었습니다.
사흘 뒤 다른 쏘카존에서 마주한 더 뉴 아반떼 CN7은 그나마 양호(?)했습니다. 운전석 매트의 흙먼지, 물티슈를 뜯고 난 비닐쯤은 누군가 흘린 생활 먼지라 받아들였는데요. 동반자석 바닥의 담배꽁초, 기어 노브 주변에 흩뿌려진 담뱃재에서 잠시 흔들렸습니다. 고작 이것 때문에 또 차를 반납해야 하나 생각하다 그냥 이 차로 여덟 시간을 보냈습니다. 내 돈으로 빌린 차에서 남이 흘린 담배꽁초를 대신 버려준 일을 떠올리니 카셰어링 이용 매너는 '별로 나아진 게 없구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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