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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더 뉴 기아 레이 그린카 심야 출퇴근 이용 후기 본문
5개월 만에 그린카로 더 뉴 기아 레이를 빌렸습니다. 버스가 뜸한 심야 시간, 출퇴근용 이동 수단이 필요했거든요. 택시를 부르기엔 거리가 어중간히 멀었습니다. 16시간 대여 쿠폰(7천 원)과 보험료, 예상 주행 요금을 합친 비용이 2만 2천 원 안팎인데 굳이 택시를 부른다? 카셰어링이 더 효율적이고 편하다고 판단하며 차를 예약했습니다.
차를 빌린 그린존은 옥산 2지구 지하 공영주차장(경산 서부초등학교 인근)이었습니다. 그린카, 쏘카 외에도 다른 렌터카 회사들의 G80, 스타리아, 디 올 뉴 그랜저가 주차된 곳이기도 합니다. 더 뉴 기아 레이는 주차장 출입구 사이 B3 구역에 서 있었습니다. 계기판에 적힌 누적 주행 거리는 약 8,900 km, 안팎은 대체로 깨끗했습니다. 기본형 트림 스탠다드에 버튼 시동 팩, 8인치 내비게이션만 깔린 모델입니다.
찾아간 목적지는 10 km 떨어진 동대구 화물 터미널입니다. 예전에는 한진택배, 롯데택배의 물류 거점이었는데 지금은 쿠팡의 배송 전문 자회사 CLS(쿠팡 로지스틱스 서비스)가 운영을 맡습니다. 주간, 저녁, 심야 조로 하루 종일 돌아가는 단층형 물류 캠프이며, 이곳에서 대구 근처의 모바일 캠프로 배송품들이 흩어집니다. 잠깐 짬을 낸 시간대는 새벽 1시 반에서 아침 9시까지인 심야 조였습니다.
동대구 1 캠프로 향하는 출근길은 한적했습니다. 아침저녁에는 러시아워를 거치며 이동 시간이 길어지는데 새벽에는 평소 운전하던 리듬 그대로 차를 몰면 되니까 편안합니다. 제한속도를 지키며 가속 페달을 느긋하게 밟고 발을 브레이크 페달로 옮기는 주기도 여유롭습니다. 아침에 버스로 다녔으면 가는 길만 한 시간이 넘는데 운전해서 가면 30분도 안 걸립니다.
캠프에 도착한 시각은 밤 12시 40분. 캠프 뒤편 너른 공터에 차를 세웠습니다. 9.6 km를 움직이며 기록된 연비는 12 km/l였습니다. 예정된 출근 시각보다 일찍 왔으니까 조용한 차 안에서 잠시 쉽니다. 출근 기록은 근무 10분 전인 밤 1시 20분부터 받으니까요.
캠프 옆 건물 2층에서 출근 기록을 하고 인원 점검 후 쿠팡 헬퍼 심야조 근무에 나섭니다. Wave 2로 불리는 이곳 심야조는 세 자리 지역 코드를 보고 배송품을 각 톨테이너(RT)에 실어주는 역할과 가득 담긴 롤테이너를 잘 싸서 윙바디 트럭 위치로 옮겨 싣는 상차 역할 위주로 돌아갑니다. 배송품 소분류 혹은 롤테이너 결박 후 옮겨주는 일 말고도 할 일이 많습니다.
7시간 반 근무 중 주어진 휴식 시간은 30분입니다. 새벽 3시에 15분, 5시 45분~6시 정각에 15분씩 두 타임으로 나뉩니다. 몇 년 전 생산직으로 일해본 경험이 있어서 근무 강도는 괜찮았습니다. 3조 2교대 12시간 입식 근무에 4일 단위로 순환(시프트) 근무를 했던 모 대기업과 비슷합니다. 지금과 같은 봄 가을철은 할만한데 여름과 겨울에는 계절적 특성을 타서 강도가 조금 더 높아집니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쿠팡 헬퍼 체험 후기로 따로 풀겠습니다.
날이 밝고 퇴근 시각인 아침 9시가 다가왔습니다. 앱으로 퇴근 기록을 찍고 레이로 돌아왔더니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심야 조 근무를 처음 겪으면 아무 생각이 안 들 만큼 피곤한데 몇 번 해보면 낮 근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만보기 앱에 기록된 걸음 수는 2만 3천 안팎을 왔다 갑니다. 컵홀더에 껴둔 스포츠음료를 꺼내 마시니 상쾌하기 그지없습니다.
차 시동을 걸고 그린존 대신 집에 먼저 들렀다 가기로 합니다. 아침 출근길 행렬에 섞여 퇴근하는 이 기분은 겪지 않으면 모릅니다. 잔잔한 음악을 깔고 아스팔트에 난반사된 햇빛을 마주하며 달리는 이 기분은 마음이 급해지는 보통의 출근길 풍경과 달리 보입니다.
집에 도착한 시각은 9시 반이 조금 넘을 무렵이었습니다. 일에 몰입하느라 더러워진 얼굴과 몸을 씻고 허기를 달랬더니 잠시 졸음이 쏟아집니다. 쪽잠을 자고 일어난 시각은 12시 반. 반납까지는 시간이 남아서 가까운 주유소를 찾아가 레이에 기름을 채웠습니다. 연료 탱크의 반이 비었길래 약 3만 원을 예상했는데 놀랍게도 2만 9천 원에서 주유 건이 탁 끊깁니다. 내 차도 아닌데 말이죠.
안팎은 깨끗해서 세차는 건너뛰기로 했습니다. 공영주차장에 돌아가 차를 반납했더니 주행 요금으로 4,830원이 결제됐습니다. 1 km에 210원씩 23 km를 움직여 나온 값입니다. 16시간 심야 대여료 7천 원은 그린 포인트로 끊었습니다. 총비용은 22,220원. 택시로 심야 출근, 버스로 아침 퇴근하는 상황보다 쾌적합니다.
경산역에서 가까운 그린존에 캐스퍼 혹은 모닝이 추가되면 좋은데 걸어서 20분쯤 걸리는 이곳도 집에서 접근하기 괜찮았습니다. 10 km 안팎으로 멀리 떨어져 있거나 대중교통 접근성이 안 좋은 곳에서는 카셰어링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카카오 T와 같은 택시 호출 앱은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일 때 쓰느냐에 따라 다른데 내 손과 내 발로 움직이는 카셰어링은 나만의 휴식처이면서 이동 시간을 줄여주는 고마운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다음에는 또 어디로 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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