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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이마트 양념 토시살 구이, 얼마나 맛있길래? 본문
지난 14일 수요일. 지하주차장에 잠들던 차를 깨웠습니다. 목적은 단 하나, 14일까지 이마트에서 할인 판매했던 '양념 토시살 구이(호주산)'였습니다. 800g 한 팩에 18,980원 하던 제품인데요. 신세계포인트를 적립하면 4천 원 할인된 14,980원에 구매가 가능합니다. 양념에 재운 수입 소고기는 사실 '거기서 거기'인데 며칠 전 맛본 양념 토시살 구이는 남달랐습니다. 기름진 부위가 적으면서 식감이 부들부들하고 감칠맛이 싹 돌아서 머릿속에 계속 생각나더군요.
갈 곳은 집에서 21km 떨어진 이마트 월배점이었습니다. 2천 원 내고 터널을 두 번(범물터널, 앞산터널) 지나면 35분, 대구 시내를 가로질러가면 편도로 1시간 가까이 걸립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이마트 경산점은 아쉽게도 휴무일이었고 그나마 접근성이 괜찮던 이마트 만촌점은 재고가 바닥난 상황이었습니다. 온라인 주문도 일찌감치 품절로 막힌 상태였죠. 현장 재고가 남았던 곳은 이마트 월배점, 성서점 단 두 곳이었는데 교통 접근성을 고려해 월배점을 택했습니다.
커피가 당기는 오후 2시 반. 교통 상황은 대체로 한산했습니다. 유료도로 합류 전까지 60km/h, 유로도로 구간은 80km/h까지 제한속도가 높아져서 연비 운전에 유리합니다. 대구의 좌우를 연결하는 달구벌대로는 서울의 강남, 서초대로처럼 통행량이 많고 만촌역 이후부터 자동차랑 신호등의 밀도가 높아지고 운전 피로도가 급격히 늡니다. 마트 가는데 긴 시간을 쏟고 싶지 않아서 유료 구간을 이용했습니다. 코스트코에 버금가는 이마트 트레이더스 비산점도 같은 논리로 시내가 아닌 고속도로를 잠시 탔다 들어갑니다. 빨라야 50분인 주행 시간이 30분 안팎으로 확 줄어드니 안 탈 이유가 없습니다.
이마트 월배점은 오후 3시가 되기 전에 도착했습니다. 건물 규모가 이마트 경산점의 두 배쯤 돼 보이더군요. 주차장 입구 폭은 대형 SUV 두 대를 나란히 둘만큼 넓고 진출입 경사로기 길었습니다. 가전 부문 매장인 일렉트로마트에 맥도날드, 배스킨라빈스를 비롯한 프랜차이즈 매장을 두루 갖췄으며 건물 외 지상 주차장 면적이 꽤 넓었습니다. 아파트 대단지 한복판에 있는 곳이라서 평일에는 3층 주차장도 빈자리가 몇 없었습니다.
식품 코너는 1층에 있었습니다. 베이커리 코너에 진열된 상품의 수는 트레이더스에 견줄 정도로 많고 평일인데도 북적이더군요. 재고가 단 6개 남은 양념 토시살 구이를 찾으러 정육 코너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처음에는 진열된 행사 상품이 안 보여서 매대 앞에서 두리번거렸는데 할인 상품을 바로 건너편 냉장실에 따로 모았더군요. 이마트 앱에서 6개 남았다던 제품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어림잡아 서른 개 남짓이었습니다.
눈으로 본 고기의 선도는 제각각이었습니다. 소비기한이 가까워진 제품은 양념으로 갈변하며 육즙과 지방이 흐르던 상태였고 포장 후 하루가 안 된 제품은 포장면에 선홍색 고기가 끈적하게 잘 달라붙어 있더군요. 진열된 제품 중에 지방층이 적어 보이는 제품으로 두 팩만 선별해서 가져왔습니다. 할인하지 않으면 4만 원 가까운 돈을 내야 하는데 딱 3만 원에 양념 토시살 1.6kg를 건져서 돈을 아낀 기분이 듭니다. 돌아가는 김에 맥콜과 갈배 사이다도 하나씩 사 갑니다.
결제는 셀프 계산대에서 해결합니다. 시행 초기와 달리 오류가 많이 보완돼서 사용하기 편해졌거든요. 이마트 앱에서 가운데 아래의 이마트페이를 눌러 바코드 스캔 한 번 하면 끝납니다. 우리동네GS 앱의 통합 결제 QR코드처럼 쿠폰이랑 신세계포인트 할인이 알아서 척척되더군요. 총액 4만 1,380원에서 할인 후 결제된 금액은 3만 3,380원입니다. 결제 후 나오는 주차 자동 정산 화면에서 차량 번호를 확인하면 그 자리에서 주차비 정산까지 됩니다.
집에 돌아가 고기를 구워봅니다. 중불로 잘 데운 팬에 고기를 쏟아붓습니다. 양념이 자글자글 끓으며 고기를 익힙니다. 양념이 안 발린 삼겹살은 센 불, 기름진 부위가 적은 목살은 식용유를 둘러서 육즙이 덜 빠지게 굽는데요. 양념 고기는 양념이 타지 않을 정도로 불 조절이 필요합니다. 수분으로 고기가 촉촉해진 상태니까 라면 끓이듯 센 불에 끓여내는 게 아니라 쪄서 굽는다는 느낌으로 말이죠.
접시에 살짝 덜어 맛을 보니 겉보기보다 촉촉하고 부드러우며 감칠맛이 제법 납니다. 냉장고에 넣고 2~3일 지나더라도 표시된 소비기한만 잘 맞춰서 가열 조리하면 괜찮습니다. 저장하며 갈변했던 고기가 조리 중 산소를 만나면서 붉은색이 돌아옵니다. 구이용으로 사 먹던 돼지 앞다리살, 큐브형 스테이크로 해 먹는 호주산 척아이롤, 미국산 블랙앵거스 등심보다 빼어나게 부드럽습니다. 따로 소금이나 후추를 치지 않아도 적당히 짭조름하고 간이 알맞습니다.
이마트의 양념 토시살 구이는 할인 행사 때 재구매 의사가 뚜렷한 제품입니다. 팬 위에서 별도의 손질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잘 썰려 있습니다. 함께 넣을 부재료로는 양파랑 마늘, 참타리버섯(더리미티드)을 추천드립니다. 상큼함이 약하다 싶으면 매실액 한두 숟갈 풀어서 취향에 맞게 조리하시면 됩니다. 부드러운 고기 식감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분명 누구나 좋아할 맛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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