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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호우로 멈춘 코레일 열차 운행, 그린카를 빌렸다 본문
어제(18일) 일부 KTX 편을 제외한 열차표가 싹 사라졌습니다. 코레일톡 첫 화면에는 극한 호우로 인한 선로 불안으로 열차 운행을 멈춘다는 내용이 올라왔습니다. 오전 10시쯤 살핀 집 근처 기차역 전광판도 저녁 7시 9분 부산행, 7시 48분 서울행 KTX 말고는 없었습니다. 매일 같이 비가 쏟아진 탓에 일반 열차가 지나는 구간의 지반이 꽤 약해진 모양입니다.
급한 건 며칠 단위로 구미랑 경산을 오가던 동생이었습니다. 전날 저녁 구미역에서 경산역까지 가는 열차 편이 없어졌다며 걱정을 늘어놨거든요. 구미랑 동대구를 오가는 시외버스는 하루에 고작 네 번이고 시간대도 맞지 않았습니다. 기차로 단 10분 안팎인 동대구-경산 구간도 시내버스로는 빨라도 50분이 걸립니다. 몇 번의 환승과 폭우 속 이동에 부담을 느끼던 동생이 집에 내려갈 마음을 접으려던 순간, 저는 다른 제안을 했습니다.
경산역 앞에서 카셰어링으로 차를 빌려 데리러 가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동 비용은 동생 앞으로 걸어두는 조건으로 말이죠. 저녁이나 주말 한낮이었으면 아버지랑 공유하던 차로 데려올 수 있었지만 평일 오전이라 그럴 수 없었습니다. 쏘카랑 그린카 둘 중에 고른 카셰어링 서비스는 그린카였습니다. 시간당 대여료, 주행요금 부과 조건(쏘카 : 구간 별 계단식 합산, 그린카 : 구간 별 고정 부과)이 더 합리적이었거든요.
그린카 앱을 켜서 계산한 예상 비용은 4.5만 원 안팎이었습니다. 3시간 반 대여료 1만 5천 원(그린패스 구독 할인 60% 적용), 보험료 7,560원(자차 면책금 5만 원 기준), 주행요금 1만 7천 원, 고속도로 통행료 8천 원을 모두 합한 값입니다. 이동할 거리가 130~140km 사이라서 차종은 하이브리드차(HEV)로 골랐습니다. 대여한 차는 더 뉴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입니다. 작년 11월 초에 이용했으니까 대략 8개월 만에 다시 보는 겁니다.
계기판에 적힌 누적 주행거리는 15.8만에서 18만 km로 늘어나 있었습니다. 안팎으로 둘러본 차 상태는 양호했습니다. 약간의 긁힘과 찌그러짐, 세월의 흔적이 뚜렷한 빛바랜 시트까지 그때 그대로입니다. 꼭 가져갈 준비물은 USB A to C 케이블입니다. 순정 내비게이션이 안 깔린 이코노미 모델이라서 유선 연결 후 안드로이드 오토로 네이버 지도를 띄워야 하거든요.. 물론 애플 카플레이도 됩니다. 이용 중 카메라 앱을 띄우면 폰 프로젝션이 풀리니까 반드시 주의하셔야 합니다.
폭우가 임박한 오전 10시 직후의 날씨는 비교적 평범했습니다. 신발 속 양말이 젖지 않을 정도의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죠. 스쿨존을 비집고 나올 때는 괜찮았는데 대구스타디움을 지나 수성 IC 램프 구간을 빙 돌면서 날씨가 휘몰아칩니다. 앞유리에 후드득후드득 빗방울이 퍼지며 비가 퍼붓기 시작합니다. 오토로 돌려둔 헤드램프는 전조등까지 켜졌습니다. 와이퍼 작동 속도를 가장 빠르게 해서 달리니 정신이 번쩍 듭니다.
길 안내를 따라 구미 옥계동에 도착한 시각은 11시 반이었습니다. 평소 1시간 남짓 걸릴 이 거리가 20분 더 걸리더군요. 정상 속도를 내기엔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폭우 속 주행이었는데도 기록된 연비는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평균 연비 27km/l가 아무렇지 않게 나옵니다. 회생 제동 레벨 0으로 맞춰서 잘 구르도록 했더니 가속 페달 밟을 일이 별로 없었나 봅니다.
동생을 태우고 짐을 2열에 대충 실어서 집으로 향합니다. 네이버 지도는 경부선 남구미 IC에서 한참 들어가던 길이랑 다른 방향으로 알려주더군요. 이 선택은 오히려 좋았습니다. 차량 통행량이 현저히 적은 일반국도를 끼고서 중앙선 가산 IC로 유도합니다. 마지막 휴게소로 안내된 동명휴게소에서 잠시 빗소리를 느끼며 쉬다가 집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시였습니다. 고저차가 크고 비가 더 쏟아져서 연비가 소폭 줄었으나 그럼에도 아이오닉의 연비 경쟁력은 니로에 밀리지 않습니다.
경산역 근처에 차를 반납하니 주행요금으로 1만 8,200원이 1시간 뒤에 결제됐습니다. 더 뉴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표준 주행요금이 160원/km, 30~100km까지 140원/km인데요. 100km 이상 먼 거리를 다녀오면 30원 할인된 130원/km로 더 저렴해집니다. 쏘카처럼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를 계단식 나눠 합치는 구조가 아니라서 계산이 간단하더군요. 쏘카도 그린카처럼 주행요금이 고정된 코너가 있지만 일부 카셰어링 존, 특정 차종으로 한정돼 있어서 조건을 맞추기 쉽지 않습니다.
하이패스로 이용한 고속도로 통행료는 2~3일 뒤 추가 결제되는 식입니다. 포인트 2천 점을 써서 사전 결제된 금액이 2만 원 정도니까 셋 다 합치면 약 4만 7천 원이 됩니다. 이용 전 예상한 가격과 비슷합니다. 이용 후에는 주행거리 리워드 4,200점(140kmX30점, 100km 이상 주행 시 보상), 대여료의 3%인 355점을 채워줍니다. 주행거리 리워드는 적립일로부터 3개월, 대여료 3% 보너스는 1년간 유지됩니다. 그린카를 자주 이용하는 운전자라면 이 포인트들이 달달하게 느껴질 겁니다.
제 동생처럼 폭우로 환승 이동 스트레스를 맞이했다면 상황에 따라 카셰어링을 이용해 보길 바랍니다. 서울 수도권이나 부산 일부 지역에서 돌리는 카셰어링 존(공항 및 기차역)은 편도 반납도 지원하고 있어서 차를 원 위치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카셰어링 업체 소속 직원이 아니라도 앱에 표시된 무료 편도 일정에 맞춰서 근처에 사는 다른 고객이 차를 옮길 수 있거든요. 신청 후 차량 이용 확정 시 보험 및 대여료까지 모두 무료입니다. 잘 살피면 차량 이용 경험을 합리적으로 골고루 누릴 수 있으니 짬이 나거든 슬쩍 둘러보는 것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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