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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푸조 e-208 GT 안팎 둘러본 후기 본문
어제(22일) 대구 푸조 전시장에 다녀왔습니다. e-208 GT를 둘러보기 위함이었습니다. 국내 출시 3년이 막 지난 도심형 전기차인데요. 7월 중 진행된 할인 정책으로 e-208 GT의 구매 가치가 확 올랐습니다. 가격은 5,300만 원에서 1,150만 원 할인된 4,150만 원으로 내려왔습니다. 전기차 보조금은 대구에서 733만 원, 경북 경산에서 911만 원이 지원됩니다. 180만 원 전후의 등록비를 합친 실 구매 가격은 3천만 원 중반이 됩니다. 현장에서 e-208 GT를 잠시 만난 소감은 어땠을까요?
전기차 맵시를 낸 사자 얼굴은 시간을 두고 봐도 자연스럽고 세련돼 보였습니다. 세 줄의 LED 헤드램프에서 뻗어 나온 사자 송곳니, 앞발 든 사자를 향해 입체감을 준 그릴 장식이 눈에 띕니다. U자형으로 완만히 파낸 공기 흡입구는 어린 사자의 순박한 미소를 완성하려는 의도였을까요? 차명을 나타낸 '208' 레터링은 그릴 바로 위에 붙습니다. 전폭은 1,745mm로 미니 일렉트릭(1,725mm)보다 소폭 넓습니다.
옆모습은 아담합니다. 유럽의 전형적인 B-세그먼트 해치백처럼 보입니다. 2열보다 1열의 문짝이 더 길고 유리 면적도 더 넓습니다. 전장은 4,070mm, 전고 1,440mm, 휠베이스 2,540mm로 내연기관 버전보다 조금씩 큽니다. 국내에 없지만 유럽에서 잘 팔리는 기아 스토닉보다 조금 작습니다. 휠 아치에 붙는 블랙 하이그로시 장식은 펜더의 볼륨감을 살려서 작지만 당찬 e-208 GT의 존재감을 더합니다.
바퀴는 17인치를 끼웁니다. 블랙 하이그로시가 혼합된 알로이 휠을 꽂고 타이어는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4를 신겼습니다. 규격은 205/45 R17입니다. 마모에 따른 제동 일관성, 젖은 노면에서 제동성이 더 좋은 여름용 컴포트 타이어이기도 합니다. 전시장 안쪽에 진열된 e-208 알뤼르(Allure)에는 미쉐린 e.프라이머시, 규격은 195/55 R16으로 한 치수 더 작은 타이어를 신깁니다.
뒤태는 정리 정돈이 제법 잘 된 모습입니다. 리어 스포일러는 블랙 루프랑 색깔을 똑같이 맞추고 사자 발톱을 낸 LED 리어램프는 좌우로 난 블랙 하이그로시로 연결됩니다. 트렁크 열림 버튼은 가운데 홈 위쪽에 숨겼습니다. 차명과 트림명은 트렁크 좌우로 붙고 번호판이 고정된 범퍼 밑으로 반사판(리플렉터)과 후방 안개등이 달립니다.
트렁크는 수동식이며 위로 높게 열립니다. 제원상 트렁크 적재공간은 311리터, 2열을 접으면 1,106리터로 늘어납니다. 등받이 두께만큼 턱이 생겨서 일반적인 화물 수납용으로 어울립니다. 2열 시트 등받이는 헤드레스트 외곽의 레버를 끌어당겨서 접는 방식이며 6:4 비율로 나눠 접힙니다.
배터리 충전구는 운전석 왼쪽 뒤에 있습니다. 100kW 급속 충전을 지원하며 80% 충전까지는 30분이 걸립니다. 대형 마트나 관공서 인근의 50kW 급속 충전기로는 80%까지 약 40분 걸립니다. 배터리는 센터 터널과 1·2열 승객석 바닥에 각각 나눠 깔린 형태입니다. 용량은 총 50kWh, 공차 중량은 1,510kg입니다. 미니 일렉트릭보다 배터리가 더 많이 실려서 120kg 무겁지만 한 번 충전으로 280km(국내 복합 기준)를 달립니다.
실내 마감은 보통의 소형차보다 더 깔끔하고 고급스러웠습니다. 1열은 옆구리를 감싸는 좌우 품과 허벅지를 받치는 좌우 서포트가 돌출돼 있어서 운전 자세를 유지하기 편했습니다. 시트가 전동식으로 움직이는 대신 좌판 길이는 조금 짧습니다. 중심부는 블랙 알칸타라와 직물, 외곽은 가죽에 형광색 바늘땀(스티치) 장식으로 잘 여몄습니다. 시트 열선은 3단으로 켜지며 통풍 기능은 없습니다.
도어 트림 상단과 대시보드(크래시패드) 가운데는 카본 룩 느낌이 나도록 꾸몄습니다. 앰비언트 무드 램프는 가운데 에어 벤트 끝에서 실내 문 손잡이 부근으로 이어지는 형태입니다. 대시보드 상단과 A-필러는 잿빛으로 톤을 맞춰서 딱딱해 보이지 않도록 처리하고 천장은 촉감이 부드러운 직물로 덮었습니다.
시트 위치는 살짝 껑충합니다. 보통의 해치백보다 높은 위치에서 바라보는 크로스오버에 가깝습니다. 좌판을 버킷 시트처럼 안으로 경사지게 만들어서 체감 높이를 낮추려 한 흔적이 보이긴 합니다. 운전 시야는 생각보다 넓습니다. 408 GT보다 길이랑 차폭 감을 익히기 좋았습니다.
반펀칭 처리된 운전대는 그립감과 부드럽게 감았다 푸는 감각이 좋았습니다. 운전대 위로 보이는 푸조 3D i-콕핏은 408 GT처럼 속도계 숫자와 왼쪽 표시창에 안내된 주요 내용을 더 가깝게 띄웁니다. 운전대 틸트 및 텔레스코픽은 수동식으로 조절되며 계기판 아래가 살짝 가려지는 위치로 운전대를 맞추면 됩니다. 주행 정보는 우측 레버 끝에 달린 둥근 버튼을 누르면 나옵니다.
가운데에 돌출된 7인치 화면은 공조 기능, 오디오, 차량 설정을 띄우는 목적으로 쓰입니다. 내비게이션을 쓰려면 USB 케이블로 폰을 연결해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를 띄워야 합니다. 후방 카메라 화질은 여태 경험한 시승차 중 가장 흐릿하고 굼뜨며 화면 크기도 작았습니다. 피아노 건반처럼 배열된 레버랑 다이얼은 조작감이 괜찮았습니다. USB 단자는 C-타입과 A-타입 각 한 개씩 들어갑니다.
전자식 변속 레버는 408 GT랑 방식이 비슷합니다. 레버를 앞으로 밀면 후진(R), 뒤로 당기면 중립(N) 혹은 주행(D) 모드가 됩니다. 주차 모드는 P 버튼을 누르는 식입니다. 주행 중 회생제동 감도를 높이려면 B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알뤼르 트림에서는 손잡이처럼 생긴 전자식 기어 노브를 당기는 식이었습니다. 기어 레버 주변은 블랙 하이그로시로 마감되며 뒤쪽에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와 주행 모드 버튼(에코, 노멀, 스포츠), 컵홀더가 배치됩니다.
2열 거주성은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좌판이 1열보다 더 짧고 운전석 뒤 무릎 공간(레그룸)은 주먹 한 개, 머리 공간(헤드룸)은 거의 없습니다. 다른 유럽차처럼 등받이가 서 있는 형태라서 짧게라도 앉아 가려면 무릎을 살짝 앞으로 빼야 합니다. 가운데 바닥이 다소 높은데 2열 승객을 위한 USB-A 고속 충전 단자는 두 개나 달아놨습니다. 등받이랑 좌판의 쿠션감은 1열과 비슷합니다.
직선 위주의 왕복 10차로에서 느껴본 주행 질감은 대체로 나긋했습니다. 회생 제동 레벨을 조절하는 기능은 없지만 D 모드에서 회생 제동이 걸리는 느낌은 보통의 하이브리드차(HEV)랑 비슷했습니다. 현대 기아의 배터리 전기차(BEV) 기준으로 회생 제동 레벨 1이 켜진 상태에 가깝습니다. 주행 중 B 버튼을 누르면 레벨 2 상태에 접어드는데 에너지 회수에 적극적인 다른 전기차보다는 회생 제동이 느슨합니다. 앞바퀴 움직임에 따라 뒷바퀴가 기민하게 따라붙는데 굽은 길을 비롯한 여러 도로에서 몰아야 제대로 된 평가가 나오겠습니다.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부드럽습니다. 30~40km/h가 넘으면 타이어에서 구르는 소리가 가깝게 잘 들리는데 주변 차들이 지나는 소리는 덜 들어옵니다. 30km/h 이하 영역에서는 가상 사운드가 재생되며 가속 페달을 밟을 때마다 들리는 모터 작동음은 볼트 EUV보다 덜 느껴졌습니다. 거친 노면에서 올라올 만한 잔진동을 잘 걸러주더군요. 주행 모드는 에코에서 거동이 둔해지는데 출퇴근용으로 부드럽게 몰기 위한 세팅으로도 어울립니다. 가감속 반응이 조금이라도 빨라야 한다면 노멀을 추천드립니다.
e-208 GT는 평일에 도심 출퇴근, 주말에 교외 지역으로 드라이브 다녀오기 알맞은 전기차입니다. 출력은 100 kW(마력 환산 시 136 마력), 토크는 26.5 kgf.m 정도인 앞바퀴 굴림 차라서 움직임이 재빠르지는 않지만 평온함 속에서 누리는 정직한 조향감, 부드러운 주행 감각은 전기차가 낯선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줄 겁니다. 정차 및 재출발을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긴급 제동 보조), 하이빔 보조, 액티브 블라인드(사각지대 경고), 차로 중앙 유지 보조를 비롯한 운전자 주행 보조(ADAS)도 여럿이 갖췄습니다.
색상은 파로 옐로, 버티고 블루, 엘릭서 레드, 비앙카 화이트, 큐물러스 그레이, 네라 블랙 등 여섯 가지인데요. 현재는 화이트 위주로 재고가 남아 있으며, 버티고 블루와 같은 몇몇 인기 색상은 소량만 남았다고 합니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볼 수 없는 알뤼르 트림도 일부 남아있으나 안팎의 상품성과 소재 고급감을 생각하면 GT 트림이 더 낫습니다. 할인 정책과 보조금을 껴안으면 3천만 원 중반에 구매가 가능해서 비용 대비 가치에서도 합리적이기도 합니다.
대구 지역에서 e-208 GT에 관심이 생겼다면 지산동에 자리 잡은 푸조 전시장을 찾아가길 바랍니다. 위치는 수입차 브랜드 매장이 밀집한 대구 3호선 수성못역 일대에 있습니다. 부분변경으로 얼굴이 더 세련되고 새 로고가 박힌 e-208 GT는 내년 중에 들어올 예정이라서 가격은 지금보다 한층 높아질 겁니다. 나 혼자 타고 내릴 일상용 전기차이면서 합리적 소비를 원한다면 지금의 e-208 GT가 나을지도 모릅니다. 제품 및 구매 상담은 신창모터스의 이재항 대리에게 맡기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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