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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2023 더 뉴 G80 쏘카 시승 후기 본문
지난 9일 쏘카로 제네시스 더 뉴 G80을 빌렸습니다. 평소 이용하던 대구 지역 쏘카존에 가장 먼저 투입된다는 소식을 보고 곧바로 예약을 잡았습니다. G80이 배차된 '동대구역 부띠크시티 옆' 쏘카존은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에서 약 10분만 걸으면 나옵니다. CCTV가 설치된 쏘카 전용 지상 주차장이라서 등록되지 않은 외부 차량은 출입할 수 없습니다.
익숙한 쏘카존에서 만난 더 뉴 G80은 올해 9월 출고된 기본형 모델이었습니다. 2.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에 8단 자동 변속기를 맞물리고 휠 타이어는 18인치 전면 가공 알로이 휠과 피렐리 사계절 타이어로 맞췄습니다. 외장은 마칼루 그레이, 실내는 옵시디언 블랙 모노톤 인테리어로 꾸몄습니다. 가격은 5,548만 원입니다.
밖에서 둘러본 생김새는 2년 5개월 전 시승한 G80과 별다르지 않았습니다. 유어 제네시스(제네시스 커스터마이징)로 권하는 G80의 선택 사양은 실내 고급감 향상, 편의 기능 확장, 안전 사양 확대가 대부분입니다. 쏘카의 더 뉴 G80은 라이프스타일 맞춤을 따른 나만의 G80과 거리가 멉니다. 라이프스타일을 특정하기 힘든 카셰어링 고객층을 고려해서 상품성은 보통 대중 친화적으로 조절합니다.
거품을 덜어낸 담백한 G80만으로도 고객들이 바라는 수요 대응은 충분해 보였습니다. 앞면과 네 문에는 이중 접합 차음 유리를 씌우고 천연 가죽으로 감싼 앞좌석은 통풍과 열선, 전동 시트(럼버 서포트 포함 12 방향)가 기본입니다. 운전석 위치를 저장했다 불러내는 메모리 기능에 운전석에서 동반자석 위치를 조절하는 워크인 디바이스 기능도 됩니다.
운전석 계기판은 우측의 8인치 TFT LCD 화면과 좌측의 아날로그 계기판(속도계 및 연료계)이 혼합된 형태입니다. 가운데 화면에는 주행 기록, 타이어 공기압, 길 안내 정보를, 우측 화면에는 엔진 회전계와 주행 상황 별 알림 메시지(앞차 출발 알림, 문 열림/닫힘 상태, 전후방 센서 감지 여부 등)를 띄웁니다. 12.3인치 3D 클러스터,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있으면 좋지만 이동성에 큰 의미를 둔 고객에게는 기본 품목만으로도 괜찮다고 느낄지도 모릅니다.
블랙 모노톤으로 마감된 운전대 림의 촉감, 그립감은 무난했습니다. 림 두께는 그랜저 GN7보다 두툼하고 든든해서 손이 큰 성인 남성이 다루기 좋습니다. 틸트 및 텔레스코픽(상하 및 깊이 조정) 기능은 전동 레버로 움직입니다. 혼 커버에서 소재 질감이 확 떨어지는데 왼쪽의 인포테인먼트, 오른쪽의 ADAS(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 조작감은 괜찮았습니다.
착석감은 그랜저와 비슷한데 등받이 좌우 품, 머리 받침(헤드레스트)은 G80 기본 시트가 더 편했습니다. 옷과 가죽이 맞닿는 느낌은 나파 가죽에 퀼팅, 파이핑을 더한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SDS) I 보다 덜 반들반들한데 시트 통풍을 켰을 때 좌판과 등 사이로 공기가 지나던 느낌은 더 좋았습니다.
공조 및 인포테인먼트 기능은 적당했습니다. 에어 벤트로 나오는 바람은 넓고 고르게 퍼지는 형태였고 팬 소음 억제가 잘 돼 있었습니다. 전석과 후석 공조 기능 전환을 위한 접근도 단순하고 직관적이라 조작하기 편했습니다. 그래픽 버튼을 건드리는 햅틱 반응도 수긍할 만했습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은 가로로 빗면에 걸쳐서 얹는 방식인데 폰을 넣고 빼는 동선은 부자연스러웠습니다. 고속 충전에 대응한 USB 포트는 C 타입이 아닌 A 타입입니다.
정차 후 출발 시 잠든 엔진을 깨우던 순간의 진동 대책은 아쉬웠습니다. 시동이 다시 켜질 때 좌판이 1초 안팎으로 부르르 떨다 잔잔해집니다. 풋 레스트에 왼발을 두는 느낌,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옮기는 오른발의 동선은 앞바퀴 굴림 대형 세단인 그랜저, K8보다 편했지만 ISG(아이들 스톱 앤 고) 대응력은 조금 떨어집니다. 일부 구간에서는 오토홀드가 늦게 풀려서 차체가 앞뒤로 꿈틀거리기도 했습니다. 경사율이 0%에 가까운 평지에서는 느끼기 어려울 겁니다.
전방 시야는 그랜저보다 상하로 넓어서 운전하기 편했습니다. 거의 2년 반 만에 다시 경험한 G80인데도 차폭과 길이감이 바로 전해졌습니다. 주행 감각은 볼보 S90 LWB(롱휠베이스) 모델처럼 대체로 말랑한데 거동을 다스리는 시간이 짧습니다. 30 km/h 정도로 과속 방지턱을 넘으면 뒷바퀴가 얕게 한 번 더 누르고 맙니다.
타이어 그립은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AS 보다 못하지만 노면을 부드럽게 뭉개는 감각은 좋았습니다. 그루빙을 낸 노면, 깨지거나 갈라진 오래된 도로는 불쾌한 소음을 거르며 움직입니다. 교각 사이에 놓인 이음매는 덜컹대지 않고 가볍게 건들며 퉁기는 정도로, 움푹 파인 노면의 맨홀 뚜껑은 무언가 밟아서 짧게 덩실대는 움직임으로 처리했습니다. 콘크리트 시공 구간의 타이어 마찰음은 보통의 대중 브랜드 세단보다 더 조용합니다.
조향감은 부드러운 하체 세팅을 따라 여유롭고 느슨합니다. U턴 회전 구간에서 운전대를 완전히 감았다 풀거나 교차로에서 정차 후 우회전, 교차로에서 차선 변경을 하는 느낌이 제법 진중합니다. 독일계 프리미엄 브랜드가 지향하는 날렵함, 신속함은 없지만 굽은 길을 따라 차를 밀어내는 뒷바퀴의 절제된 움직임이 괜찮았습니다. 그립이 더 좋은 타이어를 껴준다면 운전자의 의도대로 방향성을 잘 지키며 차가 반응하지 않을까 합니다.
주행 모드는 컴포트, 스포트, 에코, 커스텀 네 가지로 나뉩니다. 일상에서 운전이 가장 편했던 모드는 역시 '컴포트'였습니다. 저중속으로 엔진 회전 수를 2,500 rpm 이상으로 높이며 경사로를 오를 때 4기통 엔진 특유의 거친 회전 질감이 잘 느껴지는데 반해서 웬만한 일상 구간에서는 가감속 반응이 자연스러웠습니다.
스포트 모드는 패들 시프트로 수동 변속하며(엔진 브레이크 겸용) 굽은 길을 내려갈 때 유용합니다. 운전대가 다소 무거워지고 기어 변속을 참아내는 엔진 회전계 영역이 넓어지는데 풋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언제, 얼마큼 밟았다 떼고 어느 시점에 운전대를 감았다 풀어주느냐에 따라 주행감이 달라집니다.
한티재 부근의 한티휴게소에서 가산산성 인근으로 이어진 내리막 경사로(약 5 km 구간)를 몇 번 몰아보면 하중이 어디에 실리며 차가 반응하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타이어 옆면을 쓸면서 위험하게 내려갈 필요가 없습니다. 기어를 2단에 걸었다면 40 km/h 안팎을 지키며 풋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번갈아 나눠 쓰고 평지 구간에서 잠시 3단에 걸었다가 속도를 줄이며 다시 2단에 맞추는 식으로 차의 움직임과 자세 제어력(하중 이동 후 자세를 회복하는 시간 차)을 느끼는 게 중요합니다.
G80은 기어 2단, 엔진 회전계 3천 rpm 이내로 맞췄을 때 부드러움 속의 탄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3천 rpm을 넘기며 속도를 높이면 엔진의 거친 회전 질감이 확 늘고 하중 이동 범위가 넓어져서 탑승객의 승차 만족감이 떨어지게 됩니다. 움직임이 생각보다 진중하고 주행 소음이 억제된 컴포트 후륜구동 대형 세단이라서 한 박자 여유롭게 차를 다뤄야 승차 피로가 적습니다.
연비는 좋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누적된 주행 거리가 700 km 이하로 짧아서 학습이 덜 된 탓도 있겠지만 2.5T 엔진을 공유하는 주요 차종들은 연비 지향과 거리가 멉니다. GV70에 얹힌 2.5T 엔진처럼 성능을 좀 더 끌어낸 세팅에 가깝습니다. 최고 출력이 일어나는 시점을 내리고 최대 토크가 발생하는 엔진 회전계 영역을 넓게 잡아서 가속이 한결 자연스럽고 풍성합니다. 배기량 풍부한 V형 6기통 자연흡기 엔진의 감성에는 못 미치지만 효율과 완성도는 꽤 공들인 티가 납니다.
약 2시간 10분간 51.5 km 주행 후 기록된 누적 연비는 평균 9.7 km/l 수준입니다. 쏘카존에서 가산산성 주차장까지(20.4 km 구간)는 9 km/l, 굽이진 길을 꾸준히 올랐던 한티휴게소까지(6.6 km 구간)는 5.2 km/l, 한티재에서 쏘카존까지(24.6 km 구간)는 14.7 km/l가 나왔습니다. 연비는 시내와 교외 주행 비중, 고도 변화에 따라 얼마든 달라집니다. 시내와 교외를 절반씩 다녀온다고 했을 때 기대 연비는 8~9 km/l가 일반적일 겁니다.
쏘카존 도착 후 시간이 조금 남아서 쏘카 주유 카드로 연료를 모두 채운 뒤 G80을 반납했습니다. 반납 전 실내 정리한 흔적을 몇 장의 사진으로 찍어두면 1천 쏘카 크레딧을 더 보상해 줍니다. 쏘카 앱으로 운전석, 뒷좌석, 동반자석은 시트랑 바닥이 잘 보이도록, 컵홀더 안쪽까지 촬영 후 반납하면 됩니다.
54 km 주행 후 결제된 주행 요금은 14,340원이 나왔습니다. 처음 30 km까지는 270원씩(8,100원), 나머지 24 km는 260원씩(6,240원) 곱해서 금액을 합칩니다. 크레딧은 쏘카페이 5% 및 패스포트 5% 적립, 반납 전 실내 정리 보상이 더해지며 모두 5,506 크레딧을 돌려받았습니다. 실 결제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9천 원 정도가 됩니다. 당시 미세먼지 '나쁨' 상황이라서 세차는 따로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크레딧 보상도 좋지만 자동 세차는 늘 가던 곳에서 해야 마음이 편하니까요.
쏘카로 서비스를 시작한 더 뉴 G80이 궁금하다면 '동대구역 부띠크시티 옆' 쏘카존을 이용해 보길 바랍니다. 회전율이 높은 카셰어링 구역이라서 G80 외에도 K8, 쏘렌토 MQ4, 팰리세이드, 카니발 KA4 9인승 같은 차들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접근성은 동대구역 뒤편 쏘카 전용 주차장, 동대구역 건너 일신 주차장이 더 좋은데 공간이 넓거나 기능성 풍부한 고급차들을 만나겠다면 이만한 쏘카존이 없습니다.
더 뉴 G80을 이용하면서 느낀 아쉬운 점은 한 가지 더 있었습니다. 운전석 상단 고무 몰딩이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문을 세게 닫아야 완전히 닫혔습니다. 운전석 뒷문 클리어 도장도 일부 날아간 흔적이 엿보였습니다. 고작 700 km도 안 달린 신차인데 상품 검수는 전보다 허술해진 느낌입니다. 출고 후 발생한 파손 흔적인지의 여부는 알 수 없었지만 외장 및 실내 관리는 조금 더 꼼꼼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른 카셰어링 차들보다 대여료 단위가 높은 만큼 말이죠.
더 뉴 G80을 이용하기 전 결제된 대여료와 보험료는 모두 4만 5천 원입니다. 약 4,730 크레딧을 써서 5만 원하던 금액을 조금 낮췄습니다. 다른 쏘카존에서 운영 중인 쏘나타 디 엣지를 3만 원 밑으로 빌릴 수 있던 상황이었지만 잘 알던 쏘카존에 G80을 투입한다는 소식을 보고서 망설임 없이 목표 차종을 바꿨습니다. 반가움과 아쉬움이 서로 섞였지만 기본적인 상품성 만족도에는 좋은 점수를 줄 만합니다.
크기가 작은 후방 모니터를 서라운드 뷰 모니터로 올리고 12.3인치 클러스터를 달았다면 더 좋았을 뻔했습니다. 가격표에 적힌 추천 차량대로 G80를 상품화해서 쏘카존에 내보냈다면 고객 만족은 더 좋았으리라 생각합니다. HUD에 하이테크 패키지,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 I 정도만 넣어주면 더 많은 고객들이 G80을 다시 이용하려고 하지 않을까 판단됩니다. 카셰어링 서비스는 일회성 단순 경험이 아닌, 다회성이면서 지속 가능한 서비스이니까요. 여러 방법을 시도 중인 쏘카 차원에서도 고객 입장에서 더 고민하고 차종을 투입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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