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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2024 레이 EV 쏘카 시승 후기 본문
지난 11일 쏘카로 레이 EV를 5시간 빌렸습니다. 찾아간 쏘카존은 '복현장미공원 공영주차장'입니다. 더 뉴 아반떼 CN7 등 쏘카 다섯 대가 공유 중인 차고지이기도 합니다. 경사면에 지어진 97면 규모의 2층 주차장인데 뒤편의 언덕길에 맞붙은 옥상은 그네와 미끄럼틀이 설치된 어린이공원으로 운영됩니다.
1층에서 둘러본 레이 EV는 다시 봐도 가솔린 모델과 별 차이가 안 납니다. 앞에 파낸 배터리 충전구 커버, 열십자 블랙 하이그로시 장식을 낸 14인치 전면 가공 휠이 보통 레이가 아님을 나타냅니다. 얼마 전 엑스코에서 열린 2023 미래모빌리티엑스포로 4인승 승용 모델, 기아 용산 대리점에서 2인승 밴 모델을 경험한 덕에 무엇이 다른지 금방 알게 됩니다.
쏘카로 서비스가 시작된 레이 EV는 에어 트림에 드라이브 와이즈 II가 추가된 2024년형 모델이었습니다. 앞좌석 열선, 운전석 통풍, 운전대 열선은 기본이고 1열 등받이는 반듯하게 접혀서 공간이 확 넓어집니다. 동반자석 밑에는 서랍식으로 짧게 열리는 수납함(동승석 시트 언더 트레이), 운전석 뒤에는 얇은 주머니(시트 백 포켓)도 매달립니다.
안전 주행을 돕는 ADAS(첨단 운전자 보조)는 든든합니다. 자동차, 보행자, 자전거 탑승객까지 감지해 반응하는 전방 충돌 방지 보조, 차선 이탈 방지 및 차로 중앙 유지 보조, 하이빔 보조, 앞차 출발 알림이 포함된 운전자 주의 경고, 지능형 속도 제한 보조가 들어갑니다.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는 크루즈 컨트롤(속도 고정형), 고속도로 및 유료도로 통행료는 전자식 룸미러 후측면에 꽂힌 하이패스 카드로 결제를 대신합니다.
여기에 선택 사양으로 껴놓은 드라이브 와이즈 II는 운전자와 탑승객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후측방 충돌 방지 보조, 후방 교차 충돌 방지 보조, 안전 하차 경고는 후방 카메라와 사이드 미러로 보기 힘든 시야를 시청각적 감각으로 늘려줍니다. 나 혼자 밥 먹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이동식 사무실로 쓰고자 하는 사람들의 보편적 일상에 '주행 안전성'을 더했다고 받아들이면 됩니다.
1열의 기능성은 가솔린 모델보다 좋았습니다. 속도계, 엔진 회전계 테두리 배색만 바뀌던 가솔린보다 더 많은 콘텐츠를 계기판(10.25인치 클러스터)에 띄웁니다. EV9과 같은 방식의 전자식 변속 칼럼이 들어가며 공조 기능은 잘 정리된 물리 버튼과 레버로 만지기 더 편해졌습니다. 캐스퍼와 모닝에 없는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에 오토 홀드까지 붙습니다. 계단식 기어 레버의 흔적은 스마트폰 하나 들어갈 수납함으로 바뀌었습니다.
시선을 밑으로 내리면 좌우로 나뉜 시트 열선과 운전석 통풍, USB-A 포트, 12V 시가잭이 보입니다. 카셰어링으로 돌리는 레이 가솔린 모델(더 뉴 기아 레이)은 기본형 트림이라서 시트와 운전대에 열선이 안 들어갑니다. 쏘카 레이 EV는 그보다 편의 사양이 두둑해서 한겨울에는 운전대와 시트 열선을, 한여름에는 운전석 통풍으로 언제든 쾌적하게 다닙니다. 김 서림 제거(오토 디포그), 공기 청정 기능을 갖춘 전 자동 에어컨이 깔려서 주행 중 가운데로 손 옮길 일이 잘 없습니다.
폰 프로젝션 기능인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는 USB-A to C 케이블로 연결하면 나옵니다. 앱이 켜지는 속도는 무선화된 안드로이드 오토보다 늦지만 대구, 부산 등지의 지방권에서 네이버 지도로 길 안내를 받거나 유튜브 뮤직 혹은 어플레이즈(Aplayz) 같은 스트리밍 앱으로 음악을 듣고 싶을 때 유용합니다. 주행 중 USB 케이블을 분리했다 다시 꽂아도 직전에 이용한 앱 서비스가 즉시 켜져서 사용하기 편합니다.
정해진 케이블 기준은 따로 없지만 경험상 케이블 규격은 20 AWG, 길이는 2m 이내인 고속 충전 대응 제품들이 괜찮았습니다. 이마트 만촌점 일렉트로마트에서 구매한 '필로(Fillro) 고속 C 타입 케이블'의 경우 양 끝단의 접속부가 단단하면서 꽉 끼게 물려서 사용 안정감이 좋았습니다. 레이 EV에 폰 프로젝션 없이 단순 연결한 상태에서는 배터리를 생각보다 잘 채웁니다. 가격은 4,900원입니다. 차량 구매 지급품으로 '별물형 USB-A 충전기'가 시가잭에 꽂혀 있을 줄 알았는데 쏘카로 이용한 레이 EV에는 없었습니다. 단말기 부착 후 앱 동기화 작업을 하는 상품화 과정에서 제외된 게 아닐까 합니다.
운전 시야, 주행 감각은 레이 가솔린보다 한결 낫습니다. 카셰어링으로 몰아본 레이는 시트 높이 조절이 안 돼서 시트 위치가 껑충하고 울퉁불퉁한 노면을 만나면 차체를 뒤흔들며 덜렁거리는데 전동화된 레이(레이 EV)는 그보다 안정감이 느껴졌습니다. 2열을 비우고 B-필러 뒤에 철제 프레임을 친 레이 EV 2인승 밴 모델보다 더 좋았습니다. 쏘카로 경험한 더 뉴 모닝에 가까운 감각인데 타이어를 굴리며 들어오는 주행 소음이 덜하고 전방과 측방 시야가 넓어서 운전하기가 편합니다.
복잡한 시내를 벗어나 한적한 교외로 레이 EV를 몰았습니다. 대구 가창호를 향해 달리는 신천대로 구간(제한속도 80 km/h 구간)은 그야말로 평온합니다. 다른 전기차들보다 모터 작동음이 선명하고 바짝 선 앞 유리와 지붕에 부딪치는 바람 소리가 한층 커지는데 가솔린 모델보다 덜 튀면서 단단하고 선형적으로 속도가 잘 붙어서 주행 부담이 적습니다. 1리터 3기통 가솔린 엔진에 오래된 4단 자동 변속기를 걸치는 일반 경차보다 가감속 과정이 부드럽습니다.
가창호의 굽이진 도로를 거슬러 헐티재에 오르면 레이 EV의 주행 매력이 살아납니다. 제한속도 안에서 굽은 길을 비집고 나가는 안정감이 의외로 좋습니다. 무게 중심점이 높아서 자세를 바로잡는 전자 제어가 보통 차보다 많이 걸리지만 웬만한 주행으로는 자세를 무너뜨리기 힘듭니다. 승객석 밑에 배터리 팩, 엔진을 대신한 모터가 더 낮은 위치에 조립돼 있어서 가솔린 모델보다 움직임이 더 안정적이고 자세 회복이 빠릅니다.
회생 제동 레벨은 0단계부터 3단계, i-페달을 포함해 모두 5단계로 구성됩니다. 전원 버튼을 눌렀을 때 1단계로 켜지는데 관성으로 굴러가는 가솔린 모델보다 감속량이 제법 큽니다. 우측 패들 시프트를 당겨서 0단계로 내리면 회생 제동 레벨을 끈 아이오닉 5처럼 데굴데굴 굴러갑니다. 경사율 10% 이내의 내리막 구간은 2단계 설정이 적당하며 원-페달 주행을 원한다면 3단계에서 왼쪽 패들 시프트를 한 번 더 당겨주면 i-페달 모드로 바뀝니다.
쏘카 레이 EV에서 가장 만족했던 점은 '공간 확장성'입니다. 2열 등받이는 6:4 분할이 아닌 통으로 접히고 좌판을 앞당기거나 밀어내는 기능이 없는 대신, 1열 등받이가 반으로 딱 접혀서 실내 공간이 확 넓어집니다. 간이 테이블이 된 1열 시트 백 위에 물품을 얹고 2열에 편히 앉아서 휴식을 취하거나 노트북을 펼쳐서 간단한 사무를 보기 좋습니다.
선택 사양으로 컴포트 II까지 추가됐다면 더 좋았을 뻔했습니다. 나눠서 접히는 2열 슬라이딩 시트에 열선, 1열 센터 콘솔 뒤로 USB-C 포트가 생겨서 공간 활용이 더 쉬워집니다. 원 터치로 내렸다 올라가는 운전석 세이프티 파워 윈도까지 들어갑니다. 보통 1인 위주로 움직이는 레이 EV의 특성을 따른 결정이었겠지만 적어도 운전석 창문은 단 한 번의 움직임으로 올리고 내려야 하지 않을까요?
충전 경험은 별로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배터리 잔량에 따른 충전 속도의 빠르고 느림을 떠나서 쏘카 EV 카드로 충전되는 전기차 충전소가 예상보다 적었습니다. 환경부나 한국전력처럼 운영사 규모가 큰 경우에는 상관없는데 일부 지역 단위나 군소 단위로 운영되는 전기차 급속 충전기는 이용하기 어려웠습니다. 충전구 접속 후 CAN 통신 불량으로 충전 오류가 뜨거나(일부 대영채비) 충전 카드 태깅 후 "등록되지 않은 카드입니다."라며 오류를 띄웁니다(일부 대구 전기차 충전소).
도심형 전기차를 산다고 마음먹으면 전기차를 떠받치는 충전 인프라가 따라주질 않아서 구매를 망설이게 됩니다. 삼원계(NCM) 배터리보다 계절적 특징을 잘 타는 LFP(리튬 인산철) 배터리의 특성을 받아들이기 이전에 도처에 깔린 전기차 충전소들은 여전히 관리가 잘 안되는 느낌입니다(지역에 따라 다름).
두 번(대구시청 산격청사 별관, 복현장미공원 공영주차장)의 충전 실패 후 세 번째 지점에서 겨우 충전이 가능했습니다. 쏘카존에서 700m 떨어진 '동부여성문화회관 전기차 충전소'입니다. 주차장에 100 kW 급속 충전소 3기(대영채비)가 운영 중이었는데 충전 속도는 배터리 잔량 72%에서 21 kW 수준입니다. CATL의 LFP 배터리를 쓴 니로 EV와 비슷하거나 소폭 낮습니다(잔량 70%에서 충전 시 입력 전력은 25~26 kW, 대영채비 100 kW 급속 충전소 기준).
3시간 반 동안 64km를 주행한 전비는 6.7 km/kWh로 나왔습니다. 시트 열선에 에어컨, USB 케이블로 스마트폰 연결 후 막 다녀본 결과입니다. 30분간 쏘카존에서 이마트 만촌점으로 향하던 때(4.3km 주행)는 3.9 km/kWh, 1시간에 걸쳐 가창호로 향하던 때(15.6km 주행)는 5.3 km/kWh, 오르막이 계속된 한티재까지(7.9km 주행)는 3.2 km/kWh가 나왔습니다. 한티재에서 대구시청 별관까지 쭉 내려가던 25.9km 구간은 전비 24.4 km/kWh를 띄우기도 합니다. 전기차는 보통 바람 저항과 외부 기온에 따라 전비의 편차가 커지는데 레이 EV는 기상 변화를 좀 더 많이 타는 느낌이었습니다.
쏘카존에 차량 반납 후 결제된 주행 요금은 5,760원입니다. 레이 EV는 1km에 90원씩 더해져서 다른 내연기관차보다 주행 요금이 훨씬 저렴하지만 멀리 떨어진 지역을 오가는 목적에는 안 맞습니다. 넓은 공간을 내주는 도심형 경전기차의 속성이 가장 뚜렷합니다. 경차의 이점과 전기차 특징을 둘 다 가졌으나 활용 범위는 다소 제한적입니다. 목적에 맞게 레이 EV를 이용할 운전자에게는 매우 가치 있는 모델이지만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를 미덕으로 여기는 운전자에게는 안 맞습니다.
레이 EV 이용 후 설문 조사는 이틀 뒤에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문자로 도착한 링크를 누르면 설문 양식이 담긴 페이지가 뜹니다. 레이 EV 시승 전후의 생각을 차례로 짚고 개선점을 적어달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설문 참여 보상으로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이 주어집니다. 평소 레이 EV에 관심을 갖던 운전자라면 쏘카로 마음껏 둘러보길 바랍니다. 저로서는 가을 끝물인 지금보다 더 추운 한겨울에 한 번 더 레이 EV를 빌려서 몰아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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