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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볼트 EUV 그린카 경산-포항 200km 주행 후기 본문
지난 일요일(19일) 그린카로 볼트 EUV를 빌렸습니다. 경산에서 포항 영일대까지 다녀올 일이 생겨서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를 빌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대여 시간은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6시 반까지 7시간, 예상 이동 거리는 약 200km, 사전 결제한 보험료는 약 2만 5천 원(자기 부담금 5만 원 기준)이었습니다.
볼트 EUV를 픽업한 그린존(그린카 카셰어링 존)은 '경산 조영동 공영주차장'입니다. 5개월 전 신차로 배정된 볼트 EUV를 빌린 곳이라 낯이 익습니다. 전기차 충전소 바로 옆에서 만난 볼트 EUV는 주행거리가 확 늘어나 있었습니다. 계기판에 적힌 누적 주행 거리는 16,769km. 다른 내연기관차보다 더 짧은 시기에 바퀴를 더 많이 굴린 티가 납니다.
그럴 만하다고 짐작되는 요소는 '저렴한 주행 요금, 풍성한 편의 기능'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주행 요금은 아반떼(180~210원/km)의 절반 이하인 80원/km, 편의 기능으로 앞좌석 통풍 및 열선,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 무선으로 연결되는 안드로이드 오토 및 애플 카플레이, 서라운드 뷰 모니터, 파노라믹 선루프,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디스플레이 룸 미러가 들어갑니다. 일반 카셰어링 차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기능들입니다.
전기차 이용 경험을 잘 쌓던 운전자에게는 카셰어링 속 전기차들이 매력적으로 보일 겁니다. 공영 주차장 50% 할인에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 100km 이상 장거리 주행 시 이동 거리에 따른 포인트 보상(주행거리 리워드), 배터리 50% 이상 충전 후 반납 시 그린 포인트 보상까지 두둑합니다. 내연기관차보다 높은 대여료와 보험료를 감당하고 시간 낭비를 줄일 배터리 충전 전략이 필요하긴 합니다. 이런 과정이 귀찮고 소모적이라 느껴진다면 하이브리드차를 빌리는 게 낫습니다.
경산 조영동에서 포항 영일대까지는 대략 1시간 반이 걸립니다. 무료도로(일반국도) 이용 시 안내된 이동 거리는 77km로 고속도로를 경유하는 추천 구간보다 약 17~18km 짧아지는데 이동 시간은 10분 더 붙습니다. 전기차 하이패스 등록이 안 된 일반 시승차였으면 국도로 다녀왔겠지만 통행료 반값 혜택과 쾌적한 주행, 시간 단축이 가능한 유료 구간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기본 설치된 내비게이션이 있지만 이동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안드로이드 오토를 켰습니다. 블루투스로 페어링(연결) 후 연락처 같은 데이터 동기화를 끝내면 곧바로 안드로이드 오토 화면으로 넘어갑니다. 네이버 지도 앱을 띄우고 목적지를 검색하는 순간의 터치 반응은 늦지만 지방권에서의 길 안내 실력은 자동차 제작사가 껴놓은 내비게이션보다 편합니다. 추천 경로를 벗어난 그 즉시 새로운 경로를 알립니다.
울퉁불퉁한 생활도로에서 큰길로 접어드는 볼트 EUV의 움직임은 다소 어수선했습니다. 바퀴의 구름 질감은 부드러우면서 때로 헐렁해집니다. 브레이크 페달은 저항감 없이 쑥 들어가서 제동 이질감을 겪게 됩니다. 내연기관차에 손발을 맞추던 운전자 입장에서는 페달을 얼마큼 밟아야 예상한 지점에 부드럽게 멈출지 단번에 감을 잡기 힘든 세팅입니다. 블랙 바탕에 레드 포인트로 역동적 멋을 냈지만 대중성 진한 앞바퀴 굴림 전기차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경산 IC 램프 구간을 가르며 경부고속도로에 오릅니다. 거칠고 단단한 콘크리트 노면을 뭉개는 실력은 나쁘지 않은데 방향성은 떨어집니다. 주행 모드를 스포트 모드로 바꿔서 운전대가 덜 돌게 유도했지만 다리 이음매를 밟으면 상하로 덩실거리며 뒤를 한 번 더 누릅니다.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일환으로 켜둔 차로 유지 보조(LKAS)는 개입 시점이 빨라서 고속 주행 도중 운전대를 자주 흔들어댔습니다. 차선 유지 보조를 끄고 나서야 산만하게 움직이던 운전대가 안정을 찾습니다.
서경주 IC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 제한속도 80 km/h 국도로 볼트 EUV를 이끌었습니다. 포항까지는 평균속도 구간 단속이 꽤 길어서 크루즈 컨트롤을 잠시 켜봤습니다. 목표 속도를 84 km/h로 맞추면 실제 속도는 78~79 km/h로 뜹니다. 정차 및 재출발, 차간 거리 조절을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었는데 믿음직한 느낌은 아녔습니다. 윈드 실드(앞 유리)에 적색 LED를 점멸하는 전방 추돌 경고(FCWS)는 위험 요소가 없음에도 작동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포항역 부근을 지나는 시내 구간에서 볼트 EUV의 승차감은 제법 양호했습니다. 쩍쩍 갈라지고 메마른 아스팔트 도로를 미쉐린의 에너지세이버 A/S(올 시즌) 타이어로 부드럽게 뭉갭니다. 자동차 전용도로, 고속도로 환경에서는 옆으로 부는 바람에 차체가 흔들려서 주행 안정감을 느끼기 어려웠는데 적어도 일상 구간에서는 납득할 만한 움직임을 보입니다. 타이어 구르는 소리보다 모터 작동음이 선명해서 장거리 주행보다는 시내와 교외를 적당히 섞은 주행 환경에 더 알맞습니다.
전비는 얼마나 나왔을까요? 이날 기록된 주행 거리는 총 197km, 평균 전비는 6.2 km/kWh가 나왔습니다. 집에 들러서 짐을 내리고 근처 셀프 주유소에서 안팎 세차, 배터리를 70%까지 채운 뒤 그린존에 반납한 동선까지 모두 합한 기록입니다. 실내 온도를 22도로 맞추고 운전석 통풍과 운전대 열선을 켜면서 바지런히 움직였습니다.
배터리는 두 차례에 걸쳐 충전했습니다. 포항 두무치 공영주차장에서 한 번(30분, 100 kWh 급속), 그린존 옆 SK 일렉링크에서 충전(26분, 100 kWh 급속)을 마쳤습니다. 충전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 않았습니다. 충전 전력량은 각각 11.27 kWh(59%에서 시작), 17.1 kWh(46%에서 시작)였습니다. 배터리 잔량을 50% 밑으로 떨어뜨리면 속도가 잘 붙다가 70% 구간을 넘기면 입력 전력(충전 속도)이 20 kW 수준으로 낮아집니다.
그린존에 볼트 EUV 반납 후 결제된 금액은 2만 원 정도였습니다. 주행 요금으로 15,760원(197kmX80원), 하이패스 요금으로 4,100원이 나왔습니다. 배터리를 채우려 차량 대여를 30분 연장했더니 5,500원이 더 빠졌습니다. 반납 후 보상으로는 세차 포인트 1만 점, 주행 거리 보상 5,910점, 전기차 충전 보상(50% 이상) 5천 점까지 약 2만 1천 점입니다. 볼트 EUV 7시간 대여료는 5만 6천 원인데 그린 포인트를 탈탈 털어서 5만 1천 원을 깎았습니다. 세차비(6천 원) 포함 실 결제액 6만 2천 원에서 돌려받은 포인트를 덜어내면 얼추 4만 원에 포항을 다녀왔다는 의미가 됩니다.
지금의 볼트 EUV는 이미 11월 초에 생산이 멈췄습니다. 국내서도 더 이상 신차로 구매 계약을 못 받는 전기차가 됐지만 카셰어링 서비스로 지속 운영할 가치는 충분해 보입니다. 웬만한 전기차보다 편의 사양이 풍부하고 결정된 이용료가 합리적이라서 중장거리 이동 수단으로도 적당하다는 판단입니다. 높은 보험료와 느린 충전 속도, 왼쪽 거울이 평면인 점이 걸림돌이 되겠으나 볼트 EUV의 고유 특성을 잘 아는 그린카 고객이라면 선택을 주저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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