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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EV3, 나라면 이렇게 산다 본문
기아 EV3의 가격이 공개됐습니다. 세제혜택을 제외한 시작 가격은 4,208만 원, 최상위 등급인 GT-라인 트림에 선택 사양을 모두 고르면 5,578만 원이 됩니다. 세제혜택과 보조금을 떠안은 실 구매 가격은 3천만 원 중반에서 4천만 원 중후반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내연기관차 파생형 모델로 만든 니로 EV, 코나 일렉트릭보다 구매력이 확실해졌습니다.
구매 기준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EV3의 주요 특징에서 견적을 어떻게 잡을지 감이 잡힐 겁니다. 스탠다드는 1회 충전으로 350km, 롱 레인지 모델은 501km를 갑니다. 아이오닉 5, EV6처럼 E-GMP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만들었지만 800V 초고속 충전은 안 됩니다. 10%에서 80%까지 배터리를 채우는 최단 시간은 스탠다드가 29분, 롱 레인지 모델이 31분입니다. 셀토스보다 80mm 짧고 30mm 낮지만 50mm 넓고 휠베이스가 50mm 깁니다. 니로 EV보다 공간감이 살짝 넓은 보급형 전기차라는 말이 됩니다.
1회 충전 주행 거리는 더 이상 얽매일 필요가 없습니다. 그동안 출시된 전기차 전용 모델 중 대중성이 가장 뚜렷합니다. 아이오닉 5, EV6의 경우 얼티어답터(early adopter) 성향이 짙은 운전자를 위한 모델로 풀이됩니다. 최신 기술이 다 들어간 자동차를 사야 만족감이 높다고 해야 할까요? 스탠다드 모델이 있음에도 롱 레인지로 넘어가는 고객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EV3는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전기차 대중화'가 목표인 EV3는 합리적 가격을 바라는 소비자들을 위한 모델입니다. 주중에 출퇴근, 주말에 교외 여행으로 일상을 보내는 운전자들에게 스탠다드 모델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주말에 전기차를 며칠 단위로 몰아본 경험으로는 2~3일 안에 400km 넘는 주행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뭅니다. 여건상 장거리 주행이 흔하고 V2L 사용 빈도가 높은 운전자라면 운전 피로도가 낮은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가 바람직한 선택입니다.
최상위 트림, 풀옵션을 원하는 예비 고객의 비중은 계약 초기에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목받는 신차, 신기술을 만져야 직성이 풀리는 얼티어답터형(고관여층) 고객은 견적을 내는 과정에서 웬만하면 '더하고 빼기'를 하지 않습니다. 선택 사양으로 달아두면 '언젠가는 쓸지 모른다, 도움을 받을지도 모른다'라는 생각도 있고 3년 안에 중고차로 되팔 때 많은 금액을 돌려받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저처럼 합리주의 성향이 짙은 고객의 경우는 다릅니다. 트림 별 가격과 선택 사양을 신중히 살핍니다. 내가 경험해온 바탕에 특별한 변화를 주고 싶지는 않아서 주로 익숙한 사양 위주로 골라 넣습니다. 한 번 구매한 차는 가능한 오래 타겠다는 신념도 강해서 특별한 계기 없이 중고차로 내놓는 사례가 잘 없습니다.
제가 EV3를 구매 계약한다면 에어 스탠다드 트림에 컨비니언스, 모니터링, 빌트인 캠 2, 헤드업 디스플레이만 달겠습니다. 세제혜택 전 가격은 4,535만 원, 등록비를 포함한 예상 견적가(세제혜택 후)는 약 4,317만 원입니다. 국비와 지자체 보조금을 합친다면 3천만 원 중후반으로 내려옵니다. 작년 12월 막내 여동생 첫차로 구매 계약한 더 뉴 투싼 가솔린 인스퍼레이션 모델(차량 가액 3,626만 원, 등록비 239만 원)과 비슷한 수위입니다.
거의 1인 위주로 몰고 가끔 옆에 동승객을 앉히는 정도라 온갖 품목을 넣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V2L이 묶인 컨비니언스는 밖에서 전자기기, 가전 이용이 흔한 저를 위한 선택지였고 모니터링은 주변 시야 확보, 좁은 곳에서 차를 쉽게 꺼내기 위함이었습니다. 빌트인 캠 2(증강현실 내비게이션 포함),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더 뉴 투싼 가솔린에서 다루던 기능들입니다.
막내 여동생의 경우 신기술, 신기능을 좋아해서 트림을 최고로 올렸지만 제게 EV3는 그럴 필요가 없어 보였습니다. 세련된 안팎을 위한 스타일과 컴포트, 겉멋을 위한 19인치 휠 타이어, 듣는 귀를 위해 하만카돈 프리미엄 사운드, 햇빛으로 1열이 밝아지는 와이드 선루프, 여럿이 탔을 때 더 안전해지는 드라이브 와이즈도 누군가에게 분명 좋을 수 있습니다. 내 취향에 딱 맞는 상품성으로 차가 만들어졌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다음 주는 EV3를 미리 보러 기아 전시장에 다녀옵니다. 혼자서 차 안팎을 살피는 단순 관찰이 아니라 EV3 상품 설명 전문가(도슨트)에게서 얘기를 들어보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좀 더 편한 자리에서 차를 바라보고 만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유튜브에 올라간 몇몇 EV3 프리뷰처럼 상품성이 괜찮을지 기대가 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주 EV3 프리뷰 행사에 가 보고 난 뒤에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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