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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강릉에서 집까지 5시간, 전기차 고속도로 장거리 주행 어땠나? 본문
강릉 강문해변에서 일출을 보고 바로 앞 스벅에서 오늘의 커피랑 샌드위치로 뱃속을 채우니 오전 9시가 됐습니다. 내비게이션이 보여준 집 도착 예정 시각은 전기차 충전 시간을 포함해 오후 2시 20분입니다. 서두를 이유는 없지만 이날 저녁 근무가 있어서 국도 대신 고속도로를 타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시 움직인 거리는 357km쯤 됩니다. 배터리 잔량 74%에서 표시된 주행 가능 거리는 305km라서 충전 없이 한 번에 쭉 내려갈 수는 없었지요. 전기차 충전은 내비게이션이 일러준 대로 중앙선 치악휴게소에서 80%까지 하고 바로 주행을 이어가기로 합니다.
강문 해변에서 강릉 IC로 향하는 길목은 제게 익숙했습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때 수송운전요원으로 자주 다니던 길이었거든요. 올림픽, 패럴림픽 선수들이 머물던 아파트 단지는 지역 주민들의 터전이 됐고 강릉올림픽파크 안의 몇몇 경기장은 주민들의 동계 체육 시설, 혹은 예선 대회장으로 운영 중입니다. 강릉 IC 직전의 특이한 나들목 구조까지 몇 년 지났음에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대관령 주변에서 부는 바람은 꽤 강했습니다. 옆에서 부는 바람이 거세서 스타렉스와 같은 승합차, 대형 트럭들이 고가도로에서 휘청대는 모습이 보였지요. 갓길에 수북한 낙엽을 보고서 바람의 세기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캐스퍼 일렉트릭도 주행풍에 의한 소음이 크게 들렸는데 주행 불안은 좀처럼 느끼지 못했습니다. 보통 이 상황에서는 속도를 10% 줄이는데 차체가 흔들리는 느낌이 별로 없어 최고 속도 근처에 맞춰 밀고 나갔습니다.
전비는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40km 주행 지점에서 최저 전비가 4.7km/kWh였고요. 60km 지점에서 5.5km/kWh, 100km 지점에서 6.5km/kWh로 서서히 올랐습니다. 한참을 지지직거리던 FM 라디오의 말귀도 산지를 웬만큼 다 타고 나서야 또렷해집니다.
영동선 만종 분기점(JCT)에서 대구로 향하는 중앙선으로 갈아타고 10분이 지났습니다. 전기차 충전 거점인 치악 휴게소 도착 5분 전을 앞두고 배터리 컨디셔닝이 켜졌습니다. 당시 배터리 잔량은 34%, 주행 가능 거리는 115km, 외부 기온으로 17도가 뜨던 상황이었지요. 햇빛이 비치는 포근한 날이었는데도 급속 충전 최적화를 위해 배터리를 데웁니다.
강문 해변에서 치악 휴게소까지 기록된 주행 정보는 사진과 같습니다. 1시간 52분간 143.1km를 달렸고 전비는 6.4km/kWh를 보여줬습니다. 심야 시간대 8~9km/kWh 사이를 오가던 국도 위주의 주행 상황과는 다릅니다. 고속 주행을 할수록 더 많은 저항을 받으며 에너지를 쏟게 되니까요. 기름을 마시며 굴러가는 일반 내연기관차도 상황은 매한가지일 겁니다.
휴게소 입구 주변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환경부의 300kW 양팔형 급속 1기, 100kW 양팔형 급속 1기 등 6곳이 있었는데요. 주로 안쪽에 설치된 이지차저 200kW 단독형 급속 2기 위주로 충전을 하더군요. 아이오닉 5 옆에 전면 주차를 하고 충전은 티맵 앱으로 QR 코드를 스캔해서 진행했습니다. 30%에서 80%까지 충전하며 보낸 시간은 28분입니다. 식당에서 가락국수 한 그릇, 커피 한 잔 마시고 나면 금방 찹니다.
배터리를 다 채우고 나왔더니 충전을 위해 기다리던 eGV70(GV70 전동화 모델)이 얼른 차를 댑니다. 전기차 충전 수요가 그만큼 활발하다는 거겠지요. 배터리를 80%로 채웠더니 주행 가능 거리가 100km에서 292km로 확 늘었습니다. 앞으로 달려갈 거리가 213km니까 그냥 마음 놓고 흐름을 따라 이어가면 됩니다.
6km/kWh 초중반에 머물던 전비는 소폭 올랐습니다. 20km 지점에서 7.2km/kWh, 80km 지점에서 최고 7.5km/kWh를 보여주던 전비는 주행 속도가 조금 더 빨라지면서 슬슬 내려왔습니다. 160km 지점까지 6.9km/kWh를 향하더니 교통량이 늘고 느려지며 210km 지점에서 7.3km/kWh가 됐습니다.
대구외곽순환고속도로를 거쳐 집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시 43분이었습니다. 최초 안내된 2시 20분보다 약 37분이 줄었습니다. 내비게이션에서는 치악휴게소에서 97%까지 충전하고 집에 도착하면 배터리가 30%쯤 남을 거라 예측했는데요. 배터리 충전량 80%를 넘기며 시간을 흘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규정 속도 안팎으로만 다녀도 도착 시 22%가 남습니다.
하이패스로 결제된 통행료, 티맵에서 KB Pay로 결제된 충전비는 마이현대 앱 안의 차량 유지비 탭에 기록했습니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8,050원(1구간 : 강릉 IC~동명동호 IC : 7,400원, 2구간 : 연경 IC~수성 IC : 650원), 강릉에서 내려올 때 쓴 충전비는 10,940원입니다.
이지차저는 1kWh 충전에 회원가로 294원, 비회원이라도 332원, 환경부 회원이면 347.2원을 받는데요. QR 코드로 티맵 로밍 충전 시 390원으로 오히려 더 비싸집니다. 생각해 보니 왜 비어 있는 환경부 충전기를 안 쓰고 이지차저로 수요가 몰렸는지 알겠군요. 그 자리에서 이지차저 앱을 깔았는데 차종 목록에 캐스퍼 일렉트릭이 안 떠서 포기했고 화면을 하나하나 건들기 귀찮아서 QR 코드 스캔 후 바로 충전했습니다. '아.. 왜 안 돼' 하고서 귀찮음을 감수하느니 시간을 아끼겠습니다.
장거리 주행은 조만간 또 진행될 예정입니다. 채비 프렌즈 1기 회원으로 뽑혀서 채비 스테이를 체험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급속 충전을 하면서 커피나 디저트를 즐기든, 한 끼 식사를 하든, 잠시 바쁜 업무를 보든, 편히 지낼 공간을 제공한다는 개념입니다. 지방에는 아직 없는 시설이라 서울까지 올라가야 합니다. 둔촌동에 문을 연 채비 스테이 한곳을 찾아갈 계획인데 나중에 서울 올라간 김에 이것저것 할 일을 정해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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