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설탕 한 숟갈
운전 피로를 줄이는 '밝은 틴팅', 국민 농도 얘기는 믿지 마라 본문
캐스퍼 일렉트릭을 한 달 넘게 몰면서 분명히 느낀 영역이 있습니다. 신차 출고 시 진행되는 '윈도 틴팅'입니다. 보통 탑승객을 가려주는 프라이버시(사생활 보호), 햇빛으로 인한 눈부심 감소, 차를 더 돋보이게 하는 드레스업(dress-up) 효과를 위해 어둡고 진한 필름으로 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는 이와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전면은 75%, 측후면은 50%로 필름 농도를 연하게 맞췄습니다. 시공한 제품은 각각 레이노 R2(전면), 루마 GG(측후면)입니다.
기준이 명확지 않은 '국민 농도'에 관한 얘기는 과감히 걸렀습니다. 업계에는 전면 30%, 측후면 15% 시공이 대중화돼 있는데요. 신차 출고한 더 뉴 투싼의 전면에 버텍스 900, 측후면에 버텍스 700을 국민 농도대로 시공했더니 차를 몰던 막내 여동생이 운행 중 불편을 호소했습니다. 낮에는 괜찮은데 비 내리는 밤에는 주변의 차선이 잘 보이지 않아서 평소보다 더 긴장하며 차를 몰아야 했다고 합니다. 한낮에 어두운 터널로 들어가면 시야가 순간적으로 제한되는 현상도 나옵니다.
저는 출고 전에 전면은 적어도 50%, 측후면은 30%로 농도를 올리길 권했지만 출고 후 선택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프라이버시 효과가 떨어질 거라는 주장에 막내 여동생이 수긍하며 따랐습니다. 아마존 그레이 메탈릭 투싼에 시공된 버텍스 900, 버텍스 700은 외적인 드레스업, 사생활 보호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지만 운전자에게 필요한 야간 운전 시야는 다소 제한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제 캐스퍼 일렉트릭의 경우 시공된 틴팅 필름이 밝아서 밖에서 안이 눈에 띄게 잘 보이긴 합니다. 출고 직후 농도가 연해서 한낮에 눈부시지 않은지, 여름에 덥지 않은지, 주위 시선이 부담스럽지 않은지를 물어보는 경우가 가끔 있었는데요. 전혀 불편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과거 직업상의 이유로 생유리에 가까운 시승차, 시험 주행차를 가리지 않고 몰았고 야간에 특히 잘 보여서 틴팅 시공을 하더라도 밝고 연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틴팅 필름은 굳이 비싼 제품으로 고르지 않았습니다. 출고 전 챗 GPT나 MS 코파일럿으로 캐스퍼에 주로 시공된 틴팅 필름과 농도를 질문하며 제 취향에 맞는 제품과 농도를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비반사 조합으로 전면에 레이노 R2, 측후면에 디텍 오로라를 시공할 계획이었는데요. 쿠폰 필름 중 스펙(spec)이 가장 괜찮던 디텍 오로라는 50%로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루마 GG를 골랐습니다. 루마 GG는 제원상 스펙이 낮았지만 내부 빛 반사가 적은 제품의 특성, 1년 전 한국소비자원에서 진행된 자동차용 틴팅 필름 품질 평가에서 낸 성적이 제 선택을 이끌었습니다. 실내 온도 상승 억제력은 3M XP와 비슷한데 가시광 투과율은 조금 더 높았습니다.
주간보다 야간 운행이 더 많다는 점도 틴팅 농도 결정에 한몫했습니다. 후퍼 옵틱처럼 프리미엄 브랜드로 알려진 고가의 제품은 제 관심 대상에 없었고요. 어떻게 하면 가장 합리적이면서 후회 없는 조합으로 잘 타고 다닐 수 있을지를 생각했습니다. 운전하면서 시선을 가장 많이 두는 곳은 앞유리니까 기존의 레이노 R1보다는 한 등급 올리고요. 측후면은 레이노 모노카본과 같은 쿠폰 필름으로 충분하다고 봤습니다.
위와 같은 필름 조합으로 캐스퍼 일렉트릭을 지속 운행한 경험으로는 만족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며칠 전 경산에서 강릉까지 계획에 없던 당일치기로 야간 장거리 주행을 했는데 눈이 침침해서 운전을 멈추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허벅지 뒤랑 엉덩이가 배겨서 운전 자세를 조금씩 고치긴 했어도 하향등에서 상향등으로 램프를 추켜올렸을 때 시야가 확 트이면서 운전에 한층 더 집중하게 됩니다.
비가 내리는 야간에서도 효과가 좋았습니다. 다른 차들이 주춤하며 앞차를 따라가기 바쁜 주행을 하는 반면에 저는 차선 주위가 잘 보여서 편안하게 잘 다녔습니다. 앞유리랑 1열, 뒷유리까지 유막을 잘 벗겨내고 발수 코팅으로 덮어두면 주행 시야 개선 효과는 더 커집니다. 잘 보여서 안정적으로 달리는 상황과 대충 감으로 불안하게 달리는 상황에서 느끼는 운전의 주행 긴장도가 확 다릅니다.
한층 추워지는 초겨울 날씨에는 밝은 틴팅이 오히려 좋을 수 있습니다. 실내로 받아들이는 햇빛의 양이 많으니까 히터를 덜 틀어도 따스함이 잘 느껴집니다. 한여름에는 에어컨을 틀어도 차 전체로 온도를 낮추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단점이 있지만 캐스퍼 일렉트릭처럼 실내 공간이 작은 차에는 상관없습니다. 겨울에는 시트랑 운전대 열선을 켜고요. 여름에는 1열 통풍 기능으로 언제든 쾌적하게 움직입니다.
그럼에도 프라이버시가 걱정된다면 신차를 받을 틴팅 전문 업체를 둘러보는 것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됩니다. 매장 안에는 주로 시공되는 제품의 필름 샘플도 진열돼 있고요. 시공이 다 된 다른 차들을 눈대중으로 보면서 어떤 제품을 얼마의 농도로 시공할지 결정하는데 참고가 됩니다. 더 궁금하면 넷상으로는 알 수 없을 작업자의 경험을 들어볼 수 있으니 발품을 판 보람도 느낄 수 있습니다. 저처럼 주간보다 야간 운행 비중이 높다면 밝은 틴팅으로 꼭 시공해 보시길 바랍니다.
같이 보면 좋은 글 :
2024.11.16 - [이 차 저 차] - 채비 PNC, QR 코드 안 찍어도 되는 전기차 충전 방법은?
채비 PNC, QR 코드 안 찍어도 되는 전기차 충전 방법은?
집 근처 전기차 급속 충전소로 캐스퍼 일렉트릭을 몰고 나왔습니다. QR 코드 안 찍고 플러그를 꽂으면 바로 충전이 된다는 PNC(플러그 앤 차지)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서였지요. 채비의 전기차 충
spoon-tea.tistory.com
2024.11.15 - [이 차 저 차] - 강릉에서 집까지 5시간, 전기차 고속도로 장거리 주행 어땠나?
강릉에서 집까지 5시간, 전기차 고속도로 장거리 주행 어땠나?
강릉 강문해변에서 일출을 보고 바로 앞 스벅에서 오늘의 커피랑 샌드위치로 뱃속을 채우니 오전 9시가 됐습니다. 내비게이션이 보여준 집 도착 예정 시각은 전기차 충전 시간을 포함해 오후 2
spoon-tea.tistory.com
2024.11.14 - [이 차 저 차] - 전기차 급속 충전, 10%에서 80%까지 30분이면 끝?
전기차 급속 충전, 10%에서 80%까지 30분이면 끝?
전기차를 운행하며 가끔 가졌던 의문은 '급속 충전 소요 시간'입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120kW 급속 충전소 기준 10%에서 80%까지 30분 이내로 충전을 마친다고 하는데요. 경험상으로는 대체로 그
spoon-tea.tistory.com
2024.11.13 - [이 차 저 차] - 장거리 운행 후 자동차 점검, 뭘 하면 좋을까?
장거리 운행 후 자동차 점검, 뭘 하면 좋을까?
어제 경북 경산에서 강원 강릉까지 당일로 660km를 다녀왔습니다. 강릉에서 한 번, 내려오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한 번 급속 충전하고서 맹렬히 달린 캐스퍼 일렉트릭의 얼굴은 꽤 더러웠
spoon-tea.tistory.com
2024.11.12 - [이 차 저 차] - 계획 없이 막 떠난 강릉 일출 여행, 캐스퍼 일렉트릭과 함께라면
계획 없이 막 떠난 강릉 일출 여행, 캐스퍼 일렉트릭과 함께라면
한밤중 캐스퍼 일렉트릭에 바리바리 짐을 실었습니다. 휴무로 주어진 하루를 잠으로 날리기 아쉬워서 운전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목적지는 강원도 강릉의 강문 해변이고요. 가능하다면 거
spoon-tea.tistory.com
2024.11.11 - [이 차 저 차] - 비싼 하이패스 룸미러, 꼭 필요한가? 잇카 스마트패스 한 달 사용 후기
비싼 하이패스 룸미러, 꼭 필요한가? 잇카 스마트패스 한 달 사용 후기
캐스퍼 일렉트릭 출고 때부터 꾸준히 사용한 하이패스 제품이 있습니다. 잇카의 RF 하이패스 단말기, 스마트패스(X-730)입니다. ECM(전자식 자동 밝기 조절 룸미러)이 없는 하이패스 룸미러에 20만
spoon-tea.tistory.com
2024.11.09 - [이 차 저 차] - BMS 업데이트? 캐스퍼 일렉트릭 무상 수리 후기
BMS 업데이트? 캐스퍼 일렉트릭 무상 수리 후기
며칠 전 현대자동차에서 보낸 캐스퍼 일렉트릭 무상 수리 통지문을 받았습니다. 출시 초기 출고된 일부 차량에서 일어난 주행 중 출력 제한 현상과 관련해 현대자동차 블루핸즈에서 무상 수리
spoon-tea.tistory.com
2024.11.08 - [이 차 저 차] - 유막 제거 후 발수 코팅, 차량 관리에 꼭 필요한 이유는?
유막 제거 후 발수 코팅, 차량 관리에 꼭 필요한 이유는?
오늘로 캐스퍼 일렉트릭을 운행한 지 딱 한 달이 됐습니다. 운전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차량 관리 경험 중 하나는 '유막 제거 후 발수 코팅'이었습니다. 타이어 공기압, 소모품 관리는
spoon-tea.tistory.com
2024.11.05 - [이 차 저 차] - 캐스퍼 일렉트릭을 위한 차박 매트, 내가 산 제품은?
캐스퍼 일렉트릭을 위한 차박 매트, 내가 산 제품은?
며칠 전 캐스퍼 일렉트릭을 위한 맞춤형 차박 매트를 구매했습니다. 이른바 '코끼리 매트'로 불리는 제품입니다. 1열과 2열 시트 등받이를 모두 접어 편평히 만들고 가방 속 매트를 꺼내서 펼치
spoon-tea.tistory.com
2024.11.01 - [이 차 저 차] - 1,400km 운행에 쓴 전기차 충전비, 얼마나 들었을까?
1,400km 운행에 쓴 전기차 충전비, 얼마나 들었을까?
10월에 등록한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지금껏 1,400km를 넘게 달렸습니다. 시내, 교외 지역으로 매일 움직이고 최근 600km 남짓한 장거리 주행을 다녀왔지요. 통행료, 주차비, 용품 구입비를 아우른
spoon-tea.tistory.com
2024.10.29 - [이 차 저 차] -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달라진 일상, 무엇이 변했나?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달라진 일상, 무엇이 변했나?
어느덧 캐스퍼 일렉트릭과 함께한 지 20일이 지났습니다. 계기판에 적힌 누적 주행 거리도 1,400km를 넘어섰지요. 전기차 충전 카드도 회사 별로 네다섯 개 더 만들고 차량 용품도 몇 가지 더 샀습
spoon-tea.tistory.com
2024.10.17 - [이 차 저 차] - 캐스퍼 일렉트릭 프리미엄 트림, 이 가격이면?
캐스퍼 일렉트릭 프리미엄 트림, 이 가격이면?
오늘(17일) 캐스퍼 일렉트릭 프리미엄 트림이 출시됐습니다. 고급형 트림 인스퍼레이션에서 일부 품목을 빼고 가격을 내린 기본형 상품 패키지입니다. 판매 가격은 세제혜택 반영 후 2,740만 원부
spoon-tea.tistory.com
2024.09.11 - [이 차 저 차] - 캐스퍼 일렉트릭 추천 틴팅 필름, AI에게 물어 보니
캐스퍼 일렉트릭 추천 틴팅 필름, AI에게 물어 보니
가끔 이용하는 윈도우 AI(인공지능) 비서 '코파일럿'에게 물어봤습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에 시공할 틴팅 필름을 몇 가지 추천해 달라고 적었더니 대표 제품 네 가지를 보여줬습니다. 루마의 버텍
spoon-tea.tistory.com
'이 차 저 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폴스타 4 싱글 모터, 폴스타 대전 출고 센터에서 시승한 후기 (4) | 2024.11.21 |
---|---|
더 뉴 캐스퍼, 현대자동차 전시장에서 둘러본 후기 (5) | 2024.11.19 |
채비 PNC, QR 코드 안 찍어도 되는 전기차 충전 방법은? (0) | 2024.11.16 |
강릉에서 집까지 5시간, 전기차 고속도로 장거리 주행 어땠나? (3) | 2024.11.15 |
전기차 급속 충전, 10%에서 80%까지 30분이면 끝? (0) | 2024.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