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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친 일요일, 캐스퍼 일렉트릭과 어느 하루

커피스푼 2025. 7. 2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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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이른 새벽, 눈을 뜨고 말았습니다. 초저녁에 유튜브 틀어두고 소파 위에서 잠들다 일어났더니 새벽 2시. 평소처럼 출근하는 날도 아닌데 잠은 오지 않아서 결국 4시 반에 집을 나왔습니다.

 

 

앱으로 미리 먹을 것을 주문하고 나왔습니다.
앱으로 미리 먹을 것을 주문하고 나왔습니다.


첫 목적지는 늘 퇴근하면 다녀오던 24시 맥도날드였지요. 주문한 쿠폰 메뉴는 맥머핀 두 개에 드립 커피 두 잔, 해쉬 브라운까지 묶어서 8,500원. 어디로 향할지는 알 수 없지만 빈속으로는 멀리 갈 수 없어 아침 메뉴부터 든든히 챙겼습니다.
 

 

영천댐 하류공원에 도착해 캐스퍼 일렉트릭을 주차한 모습입니다.
영천댐 하류공원에 도착해 캐스퍼 일렉트릭을 주차한 모습입니다.


맥도날드 드라이브스루(DT)를 지난 제 캐스퍼 일렉트릭은 영천으로 갈피를 잡았습니다. 구름이 잔뜩 껴 일출은 못 보겠지만 적당히 떨어진 어딘가에서 쉴 곳이 필요했지요. 한적한 국도로 한 시간쯤 달렸을까. 눈에 익은 경산 외곽을 벗어나 여유로이 달렸더니 어느덧 영천댐 하류공원에 와 있더군요.
 
주차 후 할미춘식 봉투에 담긴 맥머핀을 주섬주섬 꺼내 들었습니다. 베이컨 토마토 에그 머핀과 소시지 에그 맥머핀, 해쉬 브라운의 온기가 오롯이 남은 덕에 속이 제법 든든하더군요. 드립 커피로 입가심을 하고는 차에서 나왔습니다. 소화도 시킬 겸 느긋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산책을 시작했지요.
 

 

바로 앞 하천은 영첨댐에서 쏟아낸 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바로 앞 하천은 영첨댐에서 쏟아낸 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며칠 꾸준히 내린 비로 바로 앞 하천은 꽤 불어나 있었습니다. 수풀 사이로 보이던 계단은 강 건너 어딘가 이어진 형태로 보였는데 그 밑으로는 보이질 않더군요. 댐은 이미 저수량 한계에 다다랐는지 수문을 열어 가둔 물을 콸콸 쏟아내고 있었지요. 시원한 물소리 말고는 다른 잡음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안쪽에 있던 제2주차장까지 들어갔다가 공원을 가로지르며 제자리로 돌아왔지요.
 

 

보현산 댐 전망대 휴게소에 도착해 차를 세웠습니다.
보현산 댐 전망대 휴게소에 도착해 차를 세웠습니다.


이어서 갈 곳은 보현산 댐 전망대였습니다. 바로 앞 임곡 하이패스 요금소를 지나서 아주 잠깐 고속 주행을 즐기다 북영천 IC로 빠져서 청송 방면으로 난 국도를 따라가면 됩니다. 언덕 위의 은하수 마을을 앞두고 길 오른쪽 등대처럼 생긴 건물 앞에 차를 세웠습니다. 전망대를 낀 작은 휴게소였지요.
 

 

길 건너 저 멀리 보현산 댐 출렁다리가 보였습니다.
길 건너 저 멀리 보현산 댐 출렁다리가 보였습니다.


차에서 내려 보현산 댐 수변 둘레길을 따라 걷기로 했습니다. 한 바퀴 다 돌면 50분이나 걸린다길래 저 멀리 보이는 출렁다리까지만 보고 가는 걸로 했지요. 날은 흐려도 물빛이 깨끗해서 반사된 모습(반영)을 사진에 담기 좋았습니다. 걷다가 아무렇게나 찍어도 원하던 분위기가 잘 살더군요.
 

 

둘레길을 따라 걸었더니 출렁다리 주차장이 나오더군요.
둘레길을 따라 걸었더니 출렁다리 주차장이 나오더군요.


대략 15분쯤 걸었으려나요. 출렁다리가 가까워지자 눈앞에 떡 하니 세 갈래 교차로가 나왔습니다. 다리가 길가에 바로 연결된 줄 알았더니 출렁다리 자체를 명소화해서 주차장까지 넓게 지어놨더군요. 순간 '차를 차라리 여기다 댈걸'이라는 짧은 생각이 머리를 스칩니다.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만족의 끝을 모르는 심리가 이런 상황에서도 잘 드러나는 법이지요.
 

 

출렁다리는 건널 수 없었지만 물에 비친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출렁다리는 건널 수 없었지만 물에 비친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그럼에도 운치는 좋았습니다. 철문이 굳게 닫힌 출렁다리 출입문 오른쪽 뒤에 포토존이 있는데 여기서 사진 담을 맛이 나더군요. 출렁다리 한가운데로 걸어가서 사진을 담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런대로 시간을 흘리기 좋았습니다. 너무 이른 시각에 찾아간 탓에 커피 마실 곳조차 문을 열지 않았다는 게 함정이지만요.

 

출렁다리로 향했던 길을 다시 걸으며 보현산 댐 전망대로 되돌아왔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챗(Chat) GPT로 영천에서 가볼 만한 곳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보현산 천문대랑 우로지 자연 생태공원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둘 다 차로 약 30분 걸리는 곳인데 천문대는 굽이진 산길을 오르고 생태공원은 시내로 향하는 완만한 길로 내려갑니다.

 

 

보현산 천문대 앞 주차장에 도착한 모습입니다.
보현산 천문대 앞 주차장에 도착한 모습입니다.

 

둘 중에 선택한 곳은 '보현산 천문대'였습니다. 초록빛 가득한 물멍 산책은 이미 했으니 저의 고마운 삼선 슬리퍼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신나게 산길을 올라가기로 말이죠.

 

반들반들한 포장도로에서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만나는 순간 운전대를 잡은 두 손은 바짝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팔공산 주변의 흔한 고갯길 운전과는 결이 달랐거든요. 랠리를 하듯 똑바른 길이 잠깐 나오다 U턴에 가까운 급커브가 나오고 운전대를 다시 반대로 돌려서 작게 도는 구간이 몇 번 이어졌습니다. 고도가 꽤 높아서 귀도 먹먹해졌다가 순식간에 뻥 뚫립니다. 마치 어렸을 적 하던 고전게임 '남극 탐험' 속 펭귄처럼 길가에 나온 굵은 나뭇가지와 진흙탕에 주의하며 차를 몰았지요.

 

 

주차장에는 화장실 말고는 다른 시설이 없어 차 사진만 찍고 내려왔습니다.
주차장에는 화장실 말고는 다른 시설이 없어 차 사진만 찍고 내려왔습니다.

 

약 15분에 걸친 험한 등반 끝에 보현산 천문대 앞 주차장에 다다를 수 있었습니다. 단체로 별 보러 가는 시즌을 대비한 모양인지 주차장 규모가 생각보다 넓더군요. 어림잡아 40면 이상은 됐으려나요. 한동안 바람이 강해서 차 안에 머물다가 잠잠해진 틈을 타 차 사진을 담았습니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또 와 보겠나 싶어 조용히 저만의 시간을 보냈지요.

 

1,100m 고지에서 하산하기로 결정한 시각은 오전 9시 무렵. 올라간 길을 도로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때 이른 기상 탓에 피로가 슬슬 몰리던 참이었지요. 보현산 댐 전망대에서 천문대까지 거침없이 오르며 배터리 충전량이 32%에서 20%로 12% 떨어졌는데 마을 앞 포장도로를 다시 만나는 과정에서 2%가 찼습니다.

 

 

고속도로를 타다 청통휴게소 대구 방향에 설치된 워터 급속 충전 시설을 만났습니다.
고속도로를 타다 청통휴게소 대구 방향에 설치된 워터 급속 충전 시설을 만났습니다.

 

남은 충전량 22%로 집에 돌아가는 데 문제가 없었지만 고속도로를 탄 김에 가까운 청통휴게소(대구 방향)에서 배터리를 채우고 가기로 했습니다. 온갖 전기차를 몰아 보며 웬만한 급속 충전기는 다 써 봤다 생각했는데 워터는 처음이었습니다. 대구 경북 지역에 갖춘 채비 초급속 충전 시설처럼 설비는 최신식이었고 350kW 출력에 대응한 단독형 충전기가 4기나 설치돼 있더군요.

 

 

첫 경험한 워터의 급속 충전 속도는 꽤 빨랐습니다.
첫 경험한 워터의 급속 충전 속도는 꽤 빨랐습니다.

 

마침 폰에 워터 앱도 깔려 있어서 제 캐스퍼 일렉트릭에 충전 커넥터를 냅다 꽂았습니다. 17%에서 80% 충전까지 걸린 시간은 약 28분이고요. 최고 속도는 55%가 충전된 상태에서 83.1kW가 뜨더군요. 충전 요금은 다른 회사가 운영하는 급속 충전 시설보다 저렴했습니다. 1kWh에 294원으로 바로 옆에서 347.2원을 받던 환경부 급속 충전 시설보다 가격이 낮았습니다. 1만 원 남짓에 80%까지 배터리를 채우니 괜히 기분이 좋더군요.

 

 

집 나온 김에 초록빛으로 힐링도 하고 배터리도 채우고 들어갑니다.
집 나온 김에 초록빛으로 힐링도 하고 배터리도 채우고 들어갑니다.

 

그렇게 집에는 10시 반쯤 도착했습니다. 평일 중 새벽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던 시각과 비슷했지요. 경산에서 영천을 오가는 주행으로 누구보다 긴 아침을 보냈는데요. 집에 하루 종일 뒹굴뒹굴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좋았습니다. 이렇게 바람을 쐬고 와야 제대로 된 휴일을 보내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드니까요. 며칠 동안 얄궂은 비 소식으로 차박 여행을 못 간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달랬으니 이만하면 됐다 싶네요. 이번 주말은 또 어디로 가볼지 그때 가서 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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