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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EV4 GT-라인 시승 후기, 캐스퍼 일렉트릭과 다른 점? 본문
그저께(30일) 기아 대구 드라이빙센터에서 EV4 GT-라인을 시승했습니다. 81.4kWh 리튬이온배터리가 들어간 롱레인지에 선택 사양으로 드라이브와이즈, 와이드 선루프, HUD, 하만카돈 프리미엄 사운드, 빌트인 캠 2 플러스, 유틸리티까지 모두 채운 풀옵션 모델입니다. 가격은 세제혜택 적용 전 기준으로 5,699만 원입니다.
안팎은 기아 동대구지점에서 열린 EV4 프리뷰,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 전시된 EV4로 충분히 둘러봤습니다. 앞에서 보면 세단, 옆에서 보면 크로스오버, 뒤에서 보면 SUV의 흔적이 골고루 보이는 모델이지요. 겉모습은 EV6를 납작하게 누른 형태에 가깝고 실내 패키징은 EV3와 닮은 점이 많습니다. 기아 만의 디자인 해석으로 전기 세단 EV4를 정의했다고 보면 됩니다.
시승에서 가장 궁금했던 건 제 차 캐스퍼 일렉트릭과 비교한 주행감, 승차감이었습니다. EV3보다 긴 휠베이스와 전장, 공기 저항을 덜 받게 만든 차체, 안팎에 적용된 소음 저감 대책 등 세단이 가져야 할 덕목이 잘 반영된 모델이니까요. 캐스퍼의 파생형 전기차인 캐스퍼 일렉트릭의 주행 질감도 만족하고 있지만 전기차 전용 모델인 EV4는 그보다 더 나은 모습들을 보여줄 거라 기대했습니다.
EV4는 지하주차장의 미끄러운 에폭시 바닥을 가르는 첫 구름 질감부터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두툼한 15인치 바퀴가 꽂힌 캐스퍼 일렉트릭으로는 울퉁불퉁한 바닥이 비교적 잘 느껴지는데 더 큰 19인치 바퀴로 굴러가는 EV4는 꾹꾹 누르며 위아래 흔들림을 줄이더군요.
나선형 경사로를 다 오르며 도로에 접하고 나니 EV4에 꽂힌 타이어 궁합이 잘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상 EV3에 꽂힌 타이어랑 똑같은 규격, 동일한 제품인데도 더 조용하고 차분했습니다. 주변 소음을 막아내는 능력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캐스퍼 일렉트릭보다 들리는 잡소리가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생활도로구역에서 느낀 승차감은 대체로 포근했습니다. 과속방지턱, 고원형 경사로를 타 넘을 때 EV3보다 더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앞바퀴가 방지턱을 지나며 다시 뒷바퀴가 방지턱에 닿을 때까지 차체의 움직임을 처리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여유롭거든요.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부드럽게 넘으려면 방지턱 앞에서 진입 속도를 더 줄여야 하는데 EV4는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마르고 갈라진 도로에서는 타이어의 능력이 잘 느껴집니다. 단단하게 치받을 만한 충격이 별로 없고 모나거나 움푹 파인 곳을 밟아도 운전석 좌판에 전달되는 느낌은 다소 완만합니다. 세련되고 날렵해 보이는 디자인과 달리, 주행 감각은 일상에서 편안히 이동하는 컴포트 중형 세단에 가깝습니다.
50~60km/h 안팎으로 주행하며 느낀 운전대의 회전 감각은 평이합니다. 주행 모드 노멀 기준으로 운전대 가운데가 노는 느낌이 들고 노면 해상력도 대체로 흐릿합니다. EV3보다 운전하는 재미가 있을 줄 알았는데 딱히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트레드 폭을 215mm로 좁게 설정한 맥락과 결이 같아 보입니다.
운전 시야는 EV3와 유사하고 눈을 두는 높이는 캐스퍼 일렉트릭과 비슷합니다. 내연기관차에서 말하는 세단보다는 기본 시트 위치가 소폭 높아서 노면에 착 가라앉은 느낌이 안 듭니다. 차폭과 앞쪽 길이감은 좌우로 솟은 보닛으로 가늠하기 쉬운데 룸미러 후방 시야가 캐스퍼 일렉트릭보다 좁아서 뒤쪽 길이감은 적응이 필요합니다.
운전하기 좋은 회생 제동 모드는 레벨 1로 잡았을 때였습니다. 레벨 0에서는 캐스퍼 일렉트릭처럼 저항감 없이 데굴데굴 굴러가는 느낌이라 시내 구간에서 제동 시 브레이크 페달을 더 많이 쓰게 되더군요. 아이 페달 3.0은 왼쪽 시프트 패들, 회생 제동 오토 모드는 오른쪽 시프트 패들을 길게 당겼다 놓으면 켜집니다.
약 30분 주행을 마치고 난 전비는 5.7km/kWh였습니다. 교통량이 많은 시내 혼잡 구간, 신호 대기가 긴 영향으로 시간 대비 주행 거리가 조금 짧았습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경우 비슷한 환경에서 6~7km/kWh를 웃돌고 부드럽게 몰면 9~10km/kWh 이상 뜨기도 합니다.
셀프 시승으로 EV4를 경험한 소감은 이렇습니다. "세련된 디자인, 상품성은 좋은데 주행 감각은 소폭 아쉬운 전기차"로 요약됩니다. 캐스퍼 일렉트릭 운전자 입장에서 EV4가 운전 재미에 뚜렷한 강점이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기능성 풍부한 대중 지향형 전기 세단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EV3 대비 2열 거주성에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어도 차별점이 많지 않다는 점도 한몫합니다. 조용히 타고 다닐 일상 속 세련된 전기차를 찾던 분들에게는 구매 가치가 높겠으나 다양한 활용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어울리기 힘들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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