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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작사의 전기차 주행거리 인증, 다 부질없다

커피스푼 2021. 7. 29.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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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자동차 제작사 및 수입사들이 전기차 주행거리 자체 인증에 나섰습니다. 현대차 아이오닉 5(자체 실험 영상 게시), 메르세데스-벤츠 EQA(인플루언서 마케팅 진행), 포르쉐코리아 타이칸(미디어 시승, 5월 말), 르노삼성 조에(일반인 및 단체 시승, 5월 초)까지 실 주행거리를 다루는 내용들이 보였습니다. WLTP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측정·계산된 국내의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가 "너무 짜다"는 의미였을까요? 테슬라에 비교당하는 나머지 전기차 제작·수입사들이 자체 주행거리 인증에 열을 올리더군요. 보통 내연기관 차들이 내세울 게 없으면 연비 인증을 겸한 미디어 시승과 일반인 마케팅을 진행하는데요. 이러한 전기차 제작·수입사들의 노력은 가상하나, 부질없다는 생각이 곧바로 뇌리를 스치는군요.

 

현대자동차그룹 채널에 등록된 아이오닉 5 최북단-최남단 충전소 주행 영상입니다.

주행 거리가 압도적인 테슬라는 속으로 뭐라 생각할까요? 100% 충전 후 무충전 마라톤 주행에 자신이 있으면 신뢰성 높은 특정 미디어로 전기차를 몽땅 맡겨서 테스트하지 않았을까요? 아이오닉 5 최북단(강원도 고성)~최남단(전남도 해남) 충전소 여행 편도 일반인 시점에서 보면 "뭐야? 생각보다 멀리 가잖아."라는 메시지를 쉽게 전할 수 있었겠지만 전기차를 오래 경험한 분들에게는 통하지 않을 겁니다.

 

616 km를 달린 아이오닉 5 인포그래픽 정보 (현대자동차그룹 유튜브 영상을 캡처했습니다.)
616 km를 달린 아이오닉 5 인포그래픽 정보 (현대자동차그룹 유튜브 영상을 캡처했습니다.)

영상에서는 해남 땅끝마을 전기차 충전소에 도착해서도 잔여 주행 거리가 100 km 넘게 표시되는데요. 고속도로 주행 비중이 높았다면 어려웠을 겁니다. 디지털 클러스터에 뜬 평균 전비 10 km/kWh도 실 주행으로는 얻기 어려운 숫자이기도 합니다. 시내에서 잠깐 동안 원페달 드라이빙(i-페달 모드, 회생 제동 최고 단계)으로 얻은 순간 전비가 8.5 km/kWh였거든요. 일반인도 아니고 전문 드라이버가 차를 섬세하게 제어해 만든 전비입니다. 고속화 도로와 국도 주행하며 한참을 내려가다 전주 부근에서 갑자기 호남 고속도로를 타더군요. 처음부터 내비게이션에 뜬 최적(고속) 경로로 차를 몰았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듭니다. 물론 전문 드라이버가 아닌 전기차 구매를 고려 중인 일반인 서너 명이 각 거점마다 운전자를 바꾸며 해남을 다녀왔다면 지금과 의미가 달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EQA 첫 페이지를 캡처한 화면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 EQA 첫 페이지를 캡처한 화면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도 EQA가 갑자기 안 팔리니까 조바심이 났나 봅니다. WLTP 기준치를 거론하며 사전계약 받을 때는 반응이 폭발적이었는데요. 300 km를 겨우 넘는 1회 충전 주행 거리가 뜨니까 주문 전화가 뚝 끊겼죠. 이대로 미디어 시승차로 돌렸다간 좋지 못한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인플루언서 위주로 차를 먼저 돌린 게 아닐까 합니다. EQA를 출고한 일부 고객분들도 서울-부산 실 주행 거리 인증에 나섰더군요. "한 번에 부산까지 내려왔다, 강원도를 왕복하며 400 km 넘게 다닐 수 있었다"는 경험담을 무용담처럼 늘어놓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겨울이 되어서도 똑같은 얘기가 나올 수 있을까요? 주차장에 반나절 세우기만 해도 예비 전력이 3~4% 빠지는 경험을 하면 알게 될 겁니다.

 

테슬라 모델 Y(511 km), 모델 3 롱레인지(528 km)는 가만있어도 되겠군요.
테슬라 모델 Y(511 km), 모델 3 롱레인지(528 km)는 가만있어도 되겠군요. 

잠자코 듣던 테슬라가 나와 자체 인증에 나선다면 어떨까요? 주요 미디어를 모아놓고 1박 2일씩 진행했던 타이칸 시승회, 안동 하회마을을 다녀오던 르노 조에 일반인 및 단체 시승회로 전하던 메시지는 흔적도 없겠군요. 가만있어도 차가 잘 팔리는데 과연 공격적인 고객 마케팅을 펼칠까요? 마음 급한 쪽은 테슬라를 업력 짧은 전기차 사업체로 깔보던 기성세대의 자동차 제작사와 수입사들입니다. 배터리 꽉 채워서 한 번에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나를 따지는 전기차 시장 경쟁에서 밀릴까 봐 '아무도 시키지 않은 숙제'를 하다니. 기존의 자동차 제작사들이 얼마나 마음 졸이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국내 공인 기관에서 측정·계산된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가 그렇게 짠가요? 이걸 지켜볼 테슬라는 "놀고들 있네"라고 말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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