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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슬램덩크, 2백만 관객이 남긴 기록은? 본문
1월 초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인기가 만만찮습니다. 어제(2일)까지 집계된 슬램덩크 누적 관객 수만 2백7만 명에 이릅니다. 각종 언론에서는 '슬친자(슬램덩크에 미친 자)'에 속한 3040 연령층이 작품의 흥행을 이끈다고 하는데요. 작품을 아홉 번 관람하며 느낀 바는 좀 달랐습니다. 슬램덩크 상영관에 입장하자 20대 안팎의 학생들이 많이 보였거든요. 서너 명이서 무리 지어 작품에 관한 설전을 벌이기도 하고 조용히 N차 관람을 즐기는 비중이 적지 않았습니다. 엔딩 크레디트 끝에 나오는 쿠키 영상까지 챙겨보는 관객도 여럿 되더군요. 개봉 한 달째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기록을 짚어봤습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어디서 많이 봤을까요? KOBIS(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정리된 통계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서울에서 6십7만 7천 명(32.7%), 경기에서 5십7만 2천 명(27.6%), 부산에서 1십2만 3천 명(5.9%)을 기록했다는군요. 그다음으로 인천 1십만 4천5백 명(5%), 대구 8만 8천3백 명(4.3%), 경남 8만 1천 명(3.9%) 순으로 나왔습니다. 서울 경기 지역에서 60%, 지방에서 나머지 40%를 차지했군요.
2백7만 슬램덩크 관객은 자막판과 더빙판 중 어떤 형태로 작품을 더 많이 봤을까요? 자막판 관객은 1백7만 명(51.6%), 더빙판 관객은 9십7만 8천 명(47.2%)에 이릅니다. 통계상 자막판 관객이 소폭 더 많은데요. 둘 중에 완성도가 더 좋다고 판가름할 자료로 쓰기에는 힘듭니다. 처음에 자막판으로 작품을 봤다가 괜찮으면 마음에 드는 유형으로 N차 관람을 하거든요. 생선회에 비유하면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즉시 회를 떠서 먹는 유형이 자막판, 날 것을 덜고 감칠맛은 살리면서 식감을 부드럽게 가공한 숙성회 같은 유형이 더빙판이라 보면 되겠습니다.
또 다른 유형인 돌비 시네마는 자막판과 더빙판을 논하는 2D 일반 디지털의 상위 영역에 속합니다. 45인승 일반 고속버스(2D 일반)와 28인승 우등 고속버스(돌비 시네마)의 차이 정도로 이해하면 됩니다. 찐블랙(흐리멍텅한 검은색이 아닌 진짜 검은색), 가시광선의 한계가 뭔지 보여주는 돌비 비전 고유의 명암과 색감, 360도 입체 음향이 구현된 돌비 애트모스 인증 사운드가 작품에 영혼과 현장감을 불어넣습니다. 눈호강, 귀호강하며 슬램덩크를 만난다는 건 그야말로 축복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제가 정리한 슬램덩크 동돌비 관람 후기를 읽어보시면 됩니다.
참조 글 :
2023.01.11 - [낙서장] - 더 퍼스트 슬램덩크 3회 차, 동돌비 관람 후기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어느 연령층이 더 많이 봤을까요? 국내 주요 언론에서 말한 대로 3040일까요? CGV와 롯데시네마에 기록된 관람객 분포 그래프를 알아봤습니다. CGV 기준 관객 그래프만 보면 맞는 말로 보이긴 합니다. 30대가 38%, 40대가 31%, 20대가 20% 순으로 나옵니다. 롯데시네마 기준 관객 그래프는 좀 다릅니다. 20대가 35.5%, 30대가 27.9%, 40대가 23.1% 순으로 나왔더군요. 성별 비중도 CGV에서는 거의 동률(남성 51%, 여성 49%)인데, 롯데시네마에서는 남성 38.5%, 여성 61.6%로 여성 관객이 조금 더 많았음을 짐작케 합니다.
슬램덩크 관객은 하루에 얼마씩 늘었을까요? 개봉 1일 차인 1월 4일 기록된 누적 관객은 6만 8천7백여 명이었습니다. 당시 예매 순위 2위를 기록하며 숫자가 올랐습니다. 누적 1백만 관객을 모은 시점은 개봉 14일 차인 1월 17일, 누적 2백만 관객 동원 시점은 개봉 29일 차인 2월 1일입니다. 하루 평균 6만 8천8백여 명(최소 3만 명 이상)이 슬램덩크를 보러 가고 1월 14일 토요일에는 무려 15만 3천여 명(일일 입장 기록 최대치)이 입장했습니다. 그동안 예매 순위는 2위, 3위를 거듭하다 1월 27일부로 1위를 지키는 중입니다. 설 연휴를 맞아 개봉한 K-작품(유령, 교섭)은 위협이 되지 못했습니다.
다른 작품보다 예매 순위가 높던 이유는 수입사 및 배급사의 N차 관람 유도 마케팅(특전 및 이벤트)도 한몫했겠지만 그보다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적 1천만 관객을 뛰 넘은 아바타 물의 길처럼 남녀노소 특정 연령층에 얽매지 않고 작품을 즐겼을 만큼 누구나 공감하도록 잘 짜인 스토리 구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TV판 슬램덩크와 간극이 있다 할지라도 만화책으로 작품을 줄줄 꿰던 3040, 빨간 머리 강백호 보고 들어갔더니 불꽃남자 정대만, 농구기계 서태웅, 북산의 돌격대장 송태섭, 고릴라덩크 채치수를 보며 즐거워하던 1020의 기대 충족에 따른 결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더 현대 서울에 세운 슬램덩크 팝업스토어도 성황리에 영업 중이겠죠? 굿즈 품질에 관한 구설수, 일부 미숙한 대응이 인스타에서 논란이 되기는 해도 슬램덩크 그 자체를 향한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을 듯합니다.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 재출간된 슬램덩크 원작 만화책이 불티나게 팔리고 만화방에 드러누워 슬램덩크를 붙잡고 시간을 보내는 현상이 당분간은 지속되지 않을까 합니다. 날이 슬 풀리면 농구공을 튀기며 드리블하는 모습도 주변에서 심심찮게 보겠군요. 우리는 뉴스 언론에서 말하는 '슬친자'가 아닙니다. 슬램덩크라는 작품에 순수한 애정을 가진 한 명의 보통 사람으로 봐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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