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설탕 한 숟갈
앤트맨과 와스프 : 퀀텀매니아, 볼 만한 작품인가? 본문
오늘(15일) 롯데시네마 대구율하점에서 '앤트맨과 와스프 : 퀀텀매니아(이하 '퀀텀매니아')'를 보고 왔습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타이타닉 이후로 볼 만한 작품이라 생각했기에 개봉 첫날 바로 다녀왔습니다. 스토리는 스캇 랭의 딸인 캐시가 개발한 영자역학 기계를 켜면서 시작됩니다. 알 수 없는 빛에 빨려 들어간 앤트맨 가족(스캇, 호프, 캐시, 행크, 재닛)이 양자 영역 세계를 지배하던 정복자 캉을 상대로 한 판 싸움을 벌인다는 얘기입니다.
작품을 보고 나니 작년에 본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떠오르더군요. 멀티버스가 시공이 뒤엉킨 우주(유니버스)의 질서를 깨부수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싸움이었다면요. 퀀텀매니아는 앤트맨 가족과 양자 영역 속 부족들이 힘을 모아서 세상을 재건하려는 캉의 정복 의지를 꺾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멀티버스에서 양자 영역으로 이름이 바뀌었을 뿐, 스토리 흐름은 마블 시리즈의 전형적인 권선징악 작품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정복자 캉은 어벤저스 시리즈에 등장하던 타노스 같은 존재로 묘사되는데요. 악당치고 존재감이 약했습니다. 스타워즈처럼 어마한 규모의 제국군을 꾸려서 한 세계를 집어삼키나 했더니 캉은 도리어 스캇의 딸 캐시를 건드린 대가를 혹독하게 치릅니다. 우주의 정복자, 어벤저스를 죽여온 자라던 캉이 과학 문명화된 개미 군단에 밀리고 다시 한번 스캇과 호프의 원투 펀치에 쓰러져 죽는다는 설정은 악당으로서의 존재감이 너무 가벼웠습니다. 나중의 쿠키 영상을 보고서 파이가 커지겠구나 싶은데 결코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뛰어넘을 작품이란 생각은 안 들더군요.
모든 떡밥을 다 회수하며 대서사를 마무리짓던 '어벤저스 : 엔드게임'과 감히 비교할 작품은 아닙니다. 퀀텀매니아를 거론하기엔 스케일(scale)이 매우 작거든요. 온 가족과 또 다른 세계의 부족들이 한데 뭉쳐서 악을 물리친다는 히어로(hero)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습니다. 작품 초반부 스캇이 커피를 픽업하던 장면에서 나오던 "고마워요, 스파이더맨" 이라던가 차 안에서 틀어주는 라디오에서 언급된 '너구리(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로켓 라쿤'을 말하는 듯)', 캉이 감옥에 수감된 스캇에게 "너는 망치를 들고 있지 않았나?(대충 '토르'를 나타내는 말)"라고 묻던 장면들은 퀀텀매니아가 마블 시리즈에 속해 있음을 은유적으로 드러냅니다.
"캉은 다시 돌아온다"는 메시지는 별로 놀랍지도 않았습니다. 작품은 온갖 세계에 존재하던 캉을 한곳에 불러 모으는(recall) 장면으로 마무리됩니다. 기억에 남는 장면 중에는 스캇이 테니 코어를 구하다 확률의 폭풍을 가르며 2의 n승 단위로 수 없이 복제되는 씬이 나오는데요. 딸 캐시를 구하겠다는 하나의 목표 아래 너나 할 것 없이 인간 탑을 쌓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반대편에서 위기를 깨닫고 달려간 호프의 센스(그 많은 스캇 중에 진짜 스캇을 구하던 장면)도 빛을 발하더군요.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가면 또 하나의 쿠키 영상이 뜹니다. 정복자 캉을 알 만한 또 하나의 단서라고나 할까요. 자세한 내용은 영화관에서 작품을 보고 오시길 바랍니다.
개봉 첫날 퀀텀매니아를 보고 온 저는 롯데시네마에서 시그니처 아트 카드(특전)를 받았습니다. 와스프(말벌) 날개와 캉의 부하들, 영화 제목이 따조처럼 번들거리더군요. 뒷면에는 벌집 모양의 육각 무늬와 퀀텀매니아 타이틀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1월 초 같은 곳에서 받았던 슬램덩크 시그니처 아트 카드보다 재질이 꽤 좋아 보이더군요. 지점 별 남은 아트 카드 수량은 롯데시네마 앱 - 이벤트 - 퀀텀매니아 시그니처 아트 카드 no.107 안내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미리 둘러보고 작품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별 평점은 5점 만점에 4점 정도며 아무 생각 없이 볼 만한 작품입니다. 선택 사양인 돌비시네마(메가박스)나 슈퍼플렉스(롯데시네마), 아이맥스(CGV) 판으로는 한 번쯤 즐길 만한데 굳이 N차 관람을 하게 만드는 작품은 아닙니다. 일반판으로 딱 한 번만 보고 오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양자 역학을 이해하려고 굳이 전작을 답습할 필요는 없습니다. 의도치 않게 시공을 초월한 양자 영역에 입장했더니 그 안에는 스타워즈 같은 세계관이 형성되고 있었다는 정도만 이해하셔도 좋습니다.
'낙서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GS25 혜자로운 집밥 제육볶음, 먹어봤습니다 (40) | 2023.02.16 |
---|---|
슬램덩크, 3백 만 관객이 봤다고? (17) | 2023.02.16 |
스타벅스 더북한산점 미리 보기 (35) | 2023.02.14 |
GS25 편스토랑 마늘제육떡볶이, 먹어봤습니다 (14) | 2023.02.13 |
슬램덩크·타이타닉, 주말을 장악한 영화 (6) | 2023.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