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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2024 트레일블레이저, 부분변경으로 통할까? 본문
최근 트레일블레이저의 국내 입지가 불안해졌습니다. 트랙스의 완전변경 모델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출시됐거든요. 명목상 트레일블레이저보다 아랫급인데 전고를 뺀 나머지(전장, 전폭, 휠베이스) 치수가 모두 큽니다. 트레일블레이저의 선택 사양으로 스위처블 AWD(사륜구동), 자동 9단 변속기가 붙지만 트랙스를 구분 짓는 변별력이 떨어집니다. 트레일블레이저 보러 갔다가 신차로 전시된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구매 계약할 사람들이 많을 거라는 얘깁니다. 올해 말 부분변경된 트레일블레이저를 이렇게 판다면 별 다른 자극을 주지도 못하고 사라질 겁니다. 캐스퍼 값에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제안한 쉐보레 코리아(GM 한국 사업장)는 앞으로 뭘 해야 좋을까요?
현행 트레일블레이저의 구매력이 '애매한' 이유는 가격표에 잘 나옵니다. 프리미어 2,571만 원, 액티브 2,728만 원, RS 2,772만 원으로 나뉘는데요. 프리미어(LT를 대신한 중간 등급)에 셀렉티브 패키지 I, 컴포트 패키지 II를 더한 2,805만 원짜리의 품목 구성이 트랙스 크로스오버 액티브+테크놀로지 패키지(2,745만 원), RS+테크놀로지 패키지(2,803만 원)보다 부족합니다. 천연가죽 시트,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2열 열선을 빼면 기능적으로 나은 게 없습니다. 스위처블 AWD 패키지에 묶인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은 트랙스 크로스오버에서 LS부터 기본입니다.
배기량 0.15리터 차이(트레일블레이저 : 1,341cc, 트랙스 크로스오버 : 1,199cc)로 벌어진 출력과 토크를 논하는 건 무의미함에 가깝습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156마력(@ 5,600rpm)과 24.1kgf.m(@ 1,600~4,000rpm),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139마력(@ 5,000rpm)과 22.4kgf.m(@ 2,500~4,000rpm)로 수치상 토크 밴드가 넓은 트레일블레이저의 가속이 더 유리해 보이지만 변속기 세팅, 타이어 특성, 바퀴 구동 형식, 공차 중량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대중 브랜드의 데이터 시트로 저출력 차의 순발력을 논한다? 일상에서 편안하게 타고 다닐 운전자 입장에서는 '거기서 거기'입니다.
외장 색상은 트랙스 크로스오버보다 적습니다. 무채색 3종(흰색, 회색, 검은색)에 유채색은 밀라노 레드, 모나코 블루 밖에 없습니다. 윗트림에서는 루프 색깔만 흰색(액티브)과 검은색(RS)으로 나뉠 뿐 소비자 취향에 맞을 색깔이 없다시피 합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도 LT까지 3종 무채색이지만 액티브나 RS로 더 올리면 밀라노 레드, 피스타치오 카키, 어반 옐로(액티브 한정), 새비지 블루(RS 한정)로 선택지가 늡니다. 제우스 브론즈, 진저 오렌지 말고도 투톤 루프 종류가 많았던 3년 전 트레일블레이저 가격표에 비해 초라합니다. 반도체 공급난, 르노 XM3(수출명 '아르카나')처럼 해외 수출에 전념한 탓도 있겠지만 트레일블레이저가 이토록 쪼그라든 점은 아쉽게 평가됩니다.
옵션 장사로 말 많던 트레일블레이저 1.2T(1.2 가솔린 터보)의 역할은 트랙스 크로스오버로 옮겨졌습니다. 변속기는 앞바퀴굴림 모델의 경우 CVT(무단 변속기)가 맞물리며 트랙스 크로스오버에는 예전 트랙스 1.4T 시절의 젠 III 자동 6단이 쓰입니다. 올란도(단종), 크루즈(단종), 이쿼녹스 등 쉐보레의 온갖 차들과 어울리던 보령산 특산품이기도 합니다. 다단화된 요즘 차들에 비하면 아쉽지만 세월의 흐름에 비례하며 숙성된 변속기는 가성비 모델의 내구성 확보를 위한 대안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오래된 아이신 6단 변속기를 사 와서 조립하던 KG 모빌리티(구 쌍용자동차)의 티볼리, 렉스턴 스포츠, 토레스처럼 말이죠.
부분변경이 예고된 트레일블레이저의 안팎은 꽤 좋아졌습니다. 세련된 도심형 모델을 지향하는 RS 트림보다는 아웃도어 색깔이 진해진 액티브 트림의 구성이 돋보였습니다. 17인치 올 터레인 타이어와 다섯 갈래로 쭉 뻗은 알로이 휠 패턴, 앞뒤에 매달린 스키드 플레이트 장식이 눈에 띕니다. 이전에 시승한 트레일블레이저 액티브보다 야무집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처럼 가운데에 크롬 바 그릴이 지나며 앞뒤로 블랙 보타이 엠블럼이 붙습니다.
실내는 트랙스 크로스오버 액티브랑 비슷합니다. 8인치 LCD 계기판(디지털 클러스터), 가운데에 11인치 터치 화면이 들어가며 화면 우측에 붙던 비상등이 에어 벤트 가운데로 옮겨졌습니다. 크래시패드의 직물 패턴 장식은 현행 모델보다 깔끔해졌습니다.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는 무선으로 작동하고요. LED 헤드램프, 버튼 시동 스마트키, 후방 카메라, 크루즈 컨트롤도 LS 트림부터 모두 기본화됩니다. 미국에는 LS, LT, RS, 액티브 네 가지 트림으로 팔리며 1.35리터 3기통 엔진은 RS랑 액티브에 들어갑니다.
쉐보레 코리아가 후기형 트레일블레이저를 판매할 계획이라면 액티브 단일 트림으로 운영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외적인 크기와 거주성, 기능성으로 차급을 논하는 한국 시장에서는 트랙스 크로스오버만큼 경쟁력이 좋다고 볼 만한 구색이 없습니다. 애매한 가격 차로 둘 다 끌고 가는 판매 전략보다는 험로 주행에 유리한 트레일블레이저의 장점을 잘 살려서 아웃도어 특화 상품을 개발하는 방향이 낫지 않을까요?
17인치 올 터레인 타이어, 험로 주행에 대응된 액티브의 서스펜션을 바탕으로 스위처블 AWD까지 넣자는 얘깁니다. 멀리 보면 KG 모빌리티의 KR 10에도 대응 가능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주력 모델은 트랙스 크로스오버로 밀면서 투박한 지프 감성을 원하는 고객들에게는 트레일블레이저 액티브를 제안하는 겁니다. 경차에 오프로드 감성을 끼얹은 스즈키의 짐니는 되지 못하더라도 온오프로드를 소화할 경쟁력 높은 차로는 트레일블레이저가 가장 합리적이라 판단됩니다. 이전과 같은 평이한 판매 전략으로는 고객의 마음을 결코 흔들 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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