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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2023 미래모빌리티엑스포 관람 후기, 볼거리는 무엇? 본문
지난 19일 대구 엑스코에 다녀왔습니다. 21일까지 3일간 2023 미래모빌리티엑스포가 열린다고 들었거든요. 전시 규모는 4월 초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서울모빌리티쇼보다 작은데 볼거리를 뭘로 채웠을지 궁금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넓고 긴 자율주행 실도로 환경, 대규모 전기차 부품 산업 단지를 조성 중인 대구의 지향점이 전시회에 잘 반영됐을까요?
전시회가 열리는 엑스코 동관과 서관 외곽을 가볍게 둘러봤습니다. 동관에는 완성차 제작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있었고 수입차 브랜드로는 테슬라, 아우디(코오롱아우토), 렉서스·토요타(와이엠모터스) , BMW(코오롱모터스), 볼보(태영모터스)가 보였습니다. 작년에 자율주행차 기술 공모전에서 우수한 실력을 입증한 계명대학교도 부스를 넓게 차렸습니다. 배터리 제조사로 익숙한 LG 에너지솔루션, 삼성 SDI도 핵심 제품을 내세워 일반 전시에 나섰더군요.
서관에는 미래 모빌리티 위주로 전시 진행 중이었습니다. 카디프(KADIF, 자율주행기술 개발 혁신사업단), 키아피(KIAPI, 지능형 자동차 부품 진흥원), 카파(KAPA, 한국자동차부품협회)를 중심으로 모빌리티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의 축약어) 구축 현황을 한눈에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였습니다. 우측에는 전기스쿠터 시승장, 드론 체험장, 오픈 세미나장(자율주행 관련 기술 포럼), 뒤쪽에는 K-UAM(한국형 도심항공교통) 홍보관, 전기차 현장 시승을 예약받는 부스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얼추 한 바퀴 둘러보며 살핀 전시 콘셉트는 신선한 느낌이 없었습니다. 영상을 따러 온 방송국 취재 차량은 엑스코 주변 곳곳에 보였지만 체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관람객 입장에서 "새롭거나 흥미를 유발하는 볼거리가 딱히 없었다"라는 표현이 정확할 겁니다. 인포그래픽(시각화 자료)을 잘 싣거나 눈길을 끄는 영상으로 그 자리에 머물게 하는 노력이 별로 없었습니다. B2B(기업 대 기업) 틀에 B2C(기업 대 소비자)를 껴 맞춘 분위기랄까요?
관람객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던 곳은 현대자동차와 기아 부스였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아이오닉 6으로 조명과 음료수 냉장고, 올인원(일체형) PC, 코나 일렉트릭으로 블루투스 스피커와 캡슐 커피 머신을 돌리는 V2L의 쓸모를 알리는데 집중했습니다. 자동차 위주의 일반 전시 구역, 라이프스타일 연출 구역, 굿즈 상품 전시 및 판매 구역으로 역할을 잘 나누던 서울모빌리티쇼에 비하면 내용 면에서 좀 아쉽긴 합니다. 킨텍스보다 작은 부스를 어떻게 쓸지 고민한 흔적이 엿보였습니다.
내연기관의 흔적을 오롯이 간직한 전기차 아이오닉 5 N은 꽤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부산 남천동에서 본 아이오닉 5 N은 프로토타입 모델이었는데 모빌리티엑스포에 전시된 모델은 최종 양산형 버전이라고 하더군요. 자세히 보면 만듦새가 더 꼼꼼하고 몇 번 만져보면 소프트웨어 완성도가 조금 더 낫다는 게 금방 느껴집니다. 일반 아이오닉 5에 없는 뒷유리 와이퍼도 후방 시야 확보를 위한 목적보다는 "내연기관 색깔을 내기 위한 의도"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N 전용 HUD 콘텐츠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거쳐 몇 가지 내용이 더 추가된다고 합니다.
기아는 EV6 GT, EV9 GT-라인, 레이 EV를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EV6 GT는 팔공산 인근을 돌며 주행감을 느껴봤고 EV9 GT-라인은 서울모빌리티쇼에서 둘러본 적이 있어서 낯설지 않았습니다. 이미 EV9 사륜과 이륜을 시승하면서 충분히 둘러봤기 때문에 궁금하게 생각했던 몇 가지만 현장의 상품 설명 전문가에게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상품의 콘셉트와 차별점은 알기 쉽게 잘 알려주는데 보다 자세한 기술적 차이는 알기 어려웠습니다.
가장 관심이 갔던 레이 EV는 뛰어난 공간 활용성을 전시 콘셉트로 끄집어냈습니다. 평소에는 4인승 승용 모델이 됐다가 필요할 땐 2열 등받이를 접어서 여벌의 옷과 신발, 바스켓을 막 실어서 움직이기 좋습니다. 박스형 경차가 줄 수 있는 풍부한 공간에 가솔린보다 여유로운 힘과 회전력, 조용함은 주행 만족감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현장에 전시된 레이 EV는 에어 트림에 몇 가지 선택 사양이 추가된 모델이었습니다. 겉모습은 레이 가솔린 시그니처 트림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실내 공조 버튼과 디지털 클러스터, 운전대 림, 엔진룸 마감이 조금 더 보기 좋았습니다. 스텝 게이트 방식(계단식)의 자동 4단 변속기가 빠진 자리에는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와 오토 홀드가 붙고 공조 조절 다이얼 대신 주먹 하나가 들어갈 만한 보관함을 비스듬히 파냈습니다. 공조 온도는 막대형 토글스위치를 위아래로 건들며 조절합니다.
엔진룸 주변은 레이 가솔린보다 공들인 흔적이 뚜렷했습니다. 보닛 안쪽에 두툼한 인슐레이션 패드가 붙고 12V 납 축전지(납산 배터리)도 CMF가 아닌 AGM 계열로 들어갑니다. CCA(저온 시동 능력)도 410A에서 550A로 조금 더 높습니다. 가솔린 모델은 엔진이 운전석에서 멀어서 평범한 일상 주행으로는 시끄럽다고 느끼기 어려운데 레이 EV와 같은 전동화 모델의 경우는 다릅니다. 전기 모터가 고회전하며 퍼지는 작동음과 잡음(노이즈)이 상대적으로 잘 들어옵니다. 흡음재로 잡음을 일부 걸러서 승차감 저하를 보완하려는 의도가 아녔을까 합니다.
14인치 알로이 휠에 감긴 타이어는 금호의 솔루스 TA51, 규격은 175/60 R14입니다. 프리미엄 사계절 컴포트 타이어인데 전기차 전용 제품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기후 특성에 최적화된 컴파운드를 섞고 타이어 홈은 골프공 표면처럼 오목하게 파내서 소음이 잘게 흩어지도록 만들었습니다(패턴 소음 저감 기술 적용). 현장에서 시승차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물었더니 아쉽게도 없다고 하더군요.
미래모빌리티엑스포 기간에 운영되는 시승차는 모두 일곱 차종이었습니다. 현대 아이오닉 6, 기아 EV9, 테슬라 모델 Y, 아우디 Q4 e-트론, BMW iX3, 렉서스 ES 300h와 RX 350h가 전부입니다. 영문판 안내 책자에 EV6 사진을 넣고 EV9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점은 담당자의 실수였을까요? 시승 코스는 엑스코 주변 한 바퀴를 도는 정도며, 토요일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 반에서 낮 12시, 오후 1시 반에서 오후 4시까지입니다.
배터리 기업은 둘 중에 삼성 SDI를 찾아갔습니다. 자사의 배터리 브랜드 프라이맥스(PRiMX) 알리기에 초점을 맞췄더군요. 부스 왼쪽에 전시된 전기차 BMW 뉴 i7에는 각형 배터리 셀 P5-Flat(에너지 밀도는 620 Wh/L)이 408개나 들어있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더 뉴 i5에도 동일한 제품이 쓰였다고 합니다. 원통형 배터리 셀로 제작된 21700은 볼보의 대형 전기 트럭인 FM 일렉트릭에 들어가는데 그 숫자가 약 2만 8천 개나 된다고 합니다.
현재 삼성 SDI는 스텔란티스그룹 산하의 피아트(Fiat), 짚(Jeep)을 비롯한 주요 고객사를 확보한 상태입니다. 에너지 밀도를 더 높인 P5-Large(650 Wh/L)의 경우 피아트의 도심형 전기차 토폴리노, 2027년 출시를 앞둔 짚 랭글러 EV에 적용된다는군요. 양극재 니켈의 비중을 90%로 올려 에너지 밀도를 더 높인 P6(670 Wh/L)는 2024년 중에 양산되며, 2025년에는 스텔란티스그룹, 2026년에는 GM과 JV를 거쳐 설립된 미국의 배터리 공장이 활발히 돌아갈 계획입니다.
미래 먹거리로 준비 중인 차세대 EV 팩에 관한 얘기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배터리 셀 여러 개를 한 모듈에 집어넣고 다시 모듈 여러 개를 한데 모아서 배터리 팩을 만들었는데 다음 세대부터는 셀 투 팩(Cell to Pack) 공법으로 바뀐다고 합니다. 모듈화 과정 없이 배터리 셀 집적도를 25% 이상 높이고 부품 수는 35% 줄이면서 20% 가볍게 만들겠다는 목표입니다. 800 V 고전압 초고속 충전에 대응한 해당 배터리 팩은 에너지 밀도만 720 Wh/L에 이릅니다. 배터리 용량은 최대 100 kWh, 팩 중량은 480 kg까지이며, 주요 고객사의 전기 세단과 SUV용 배터리 팩으로 납품될 예정입니다.
목요일 첫날 미래 모빌리티엑스포를 둘러본 소감은 "한 번은 다녀올 만했다" 정도로 압축됩니다. EV9 얼굴로 입힌 디지털 패턴 라이팅 그릴도 이곳에서 부품으로 구경할 수 있었거든요. B2C 보다 B2B 영역이 더 커 보이는 전시회였지만 전기차 주변 산업에 관심을 둔 관람객이라면 관련 지식을 쌓기 괜찮습니다. 전기차 중심의 내용이 뭔가 더 채워졌으면 더 많은 관심을 받을 텐데 참여 기업이 많지 않아서 머무는 시간이 짧았습니다. 내년에 이와 같은 전시를 하거든 서울 수도권에서 열리는 행사를 잘 참조해서 기획했으면 좋겠습니다. 관람객으로서 찾아가는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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