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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트랙스 크로스오버, 좋기만 한가? 본문
지난 22일 쉐보레 신형 트랙스가 출시됐습니다. 한국 내 정식 차명은 '트랙스 크로스오버'입니다. 껑충했던 트랙스를 도심형 해치백 형태로 납작하게 누르고 안팎을 세련된 모습으로 정리한 모델입니다. 경쟁 차종은 아반떼, 코나, 셀토스, XM3로 거론됩니다. 트림은 LS, LT, 액티브(ACTIV), RS 네 가지며 판매가는 각각 2,052만 원, 2,366만 원, 2,681만 원, 2,739만 원입니다. 불황 속 '가성비'를 앞세운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인플루언서와 언론 매체들의 반응처럼 좋기만 할까요?
트랙스 크로스오버에서 가장 눈에 띈 변화는 '디자인'입니다. 현행 트레일블레이저보다 차폭이 확실히 넓고 납작하며 인상이 뚜렷합니다. 얇고 긴 LED 헤드램프는 좌우 끝에 완만히 눕히고 그물망 패턴으로 입체감을 살린 듀얼 포트 그릴을 배치했습니다. 그릴을 상하로 나누며 생긴 경계면에는 '뮐러-라이어 착시' 효과를 노린 듯한 크롬 장식을 붙였습니다. 선분 양쪽에 끝점 대신 위아래로 나뉘는 분기선으로 차폭이 실제보다 더 넓게 보이도록 만듭니다.
그릴 장식과 엠블럼은 트림 별로 소폭 달라집니다. LS와 LT는 일반적인 크롬 바와 노란색 보타이 엠블럼이 붙습니다. 단단한 느낌의 액티브는 크롬 바 대신 아래쪽 공기 흡입구가 더 커 보이게 디자인하고 돌출부에 티타늄 장식을 부분적으로 더했습니다. 역동적 맵시로 꾸며진 RS는 블랙 크롬 바에 RS 배지로 잔뜩 멋을 부렸습니다. 블랙 보타이 엠블럼이 붙는 액티브와 RS는 LT의 상위 트림이면서 자기 만의 색깔이 진한 느낌이 듭니다.
옆모습은 꽤 날렵합니다.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겸하던 트레일블레이저보다 전고가 눈에 띄게 낮습니다. 루프라인만 보면 해치백스러운데 2열 뒤로 넓게 파낸 창문, 위로 바짝 꺾인 벨트라인, 굵직한 뼈다귀를 묘사한 캐릭터라인, 펜더와 사이드 스커트를 휘감는 플라스틱 클래딩은 SUV로 보입니다. 미국에서 SUV로 판매 중인 트랙스를 왜 국내에서 CUV라 주장하며 '트랙스 크로스오버'라 이름 지었는지 궁금해집니다.
뒷모습을 둘러보면 정형화된 보통의 SUV와 다를 게 없습니다. 리어 스포일러와 테일게이트 열림 버튼의 높이, 좌우 끝으로 밀어 넣은 테일램프, 두툼하면서 각진 스키드 플레이트를 보고 있으면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습니다. 'ㄷ'자형 LED 테일램프 안에는 전구형 방향지시등이 작게 깜빡일 뿐입니다. 두 갈래로 삐죽 튀어나온 테일램프 장식은 앞에서 보였던 크롬 바 장식을 이어받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대형 세단으로 경험한 닛산 맥시마의 테일램프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실내는 예전의 트랙스보다 월등히 좋아진 게 맞습니다. 8인치 LCD 계기판(디지털 클러스터), 확 커진 11인치 터치 화면은 수긍할 만한 변화로 보입니다. 세련미보다 기능성이 우선인 트레일블레이저보다 나은 모습인데요. 공조 날개 밑으로 시선을 떨구면 그냥 그렇습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 스마트폰 세로 꽂기가 되는 컵홀더는 있지만 주변 장식과 마감은 투박합니다. 좋게 보면 대시보드 좌우로 둥근 에어 벤트 장식과 조화를 이루기 위한 흔적이라고 할까요?
크기 | 트랙스 크로스오버 | 코나 SX2 | 비고 (코나 대비) |
전장 | 4,540mm | 4,350mm | +190mm |
전폭 | 1,825mm | 1,825mm | · |
전고 | 1,560mm | 1,590mm | -30mm |
휠베이스 | 2,700mm | 2,660mm | +40mm |
2열 거주성은 얼마나 될까요? 실내의 공간을 비교하기 이전에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코나(SX2)의 전장, 전폭, 전고, 휠베이스를 위와 같이 정리해 봤습니다. 코나보다 190mm 길고 30mm 낮으면서 휠베이스가 40mm 더 멉니다. 코나는 2열 공간을 늘리기 위해 시트를 얇게 만들면서 내부 강성을 보완하고 시트백을 오목하게 파내서 레그룸을 확보했는데요. 앞뒤 간격이 상대적으로 먼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뒷좌석도 넓을까요?
2열 | 트랙스 크로스오버 | 코나 SX2 | 비고 (코나 대비) |
헤드룸(머리 공간) | 967mm | 972mm | -5mm |
숄더룸(어깨 공간) | 1,380mm | 1,402mm | -22mm |
레그룸(무릎 공간) | 963mm | 970mm | -7mm |
트렁크 공간(SAE 기준) | 725리터 | 723리터 | +2리터 |
수치상 2열 공간은 코나와 비슷합니다. 헤드룸과 레그룸은 코나보다 미세하게 좁고 숄더룸 간격이 코나보다 넓은 것으로 나옵니다. 좌판의 높낮이, 2열 바닥의 평탄화 정도, 1열 좌석 마운트 위치와 시트백 형상에 따라 각 부위의 공간감이 다를 수 있는데요. 신형 트랙스를 사전 경험한 몇몇 사람들은 경쟁 차종 가운데 가장 넓다고 합니다. 쉐보레 코리아 유튜브 채널에서 다룬 제품 소개 영상과 트랙스 크로스오버 쇼케이스 현장 영상을 참조했을 때 레그룸이 주먹 두 개 반에서 많으면 세 개 정도 나온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실제로도 그렇게 넓은가 궁금해집니다. 맞다면 온 가족용 차로 쓰기도 괜찮아 보입니다.
트림 별 가격과 상품 구성은 어떨까요? 기본형인 LS(2,052만 원)는 대형 마트의 판촉 상품으로 보였습니다. 후방 주차 보조시스템은 없는데 후방 카메라(8인치 터치 화면 포함)는 있고 LED 램프 패키지는 갖췄으면서 시트는 열선도 안 깔린 직물입니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과 후드 인슐레이션은 3기통 엔진 특유의 진동과 소음 저감을 위한 대책으로 보입니다.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가 되는 폰 프로젝션(유선형으로 추정), 뒷좌석까지 원 터치로 내려가는 창문, 오토 홀드 및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를 갖춘 점은 좋아 보이는데요. 버튼 시동 스마트키가 없습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에서 LS는 소위 말해 "이건 있는데 이건 없네"에 속합니다. 일부 구성을 보완할 기회는 현저히 떨어집니다. 선택 가능한 품목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크루즈 컨트롤은 기본) 단 하나입니다. 외장 색상은 검은색(모던 블랙), 회색(스털링 그레이), 흰색(퓨어 화이트)만 됩니다. 쉐보레 고유의 투박한 감성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상품 구성이 혜자롭다(값어치 이상을 하는 가성비 상품을 이르는 말)"라고 말하겠지만 보편적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편합니다.
그럼 트림을 한 단계 올리면 사정이 나을까요? LT(2,366만 원)는 그나마 현실적으로 보였습니다. 이마트 상품에 비유하면 노브랜드(LS)와 피코크(LT)의 차이 정도로 느껴집니다. 직물과 가죽이 혼합된 시트(블랙 콤비 시트), 앞좌석 열선, 인조가죽 운전대(열선 포함), 버튼시동 스마트키, 풀오토 에어컨, 후방 주차 보조 시스템, 2열 에어벤트 등이 채워지는데요. 선택 가능 품목과 외장 색상은 LS랑 똑같습니다. 무채색 3종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뿐이라니. 판매 마진이 떨어지는 LS와 LT 대신 윗트림으로 소비자 선택을 유도하는 GM 한국 사업장의 의지가 엿보였습니다.
LT의 상위 트림인 액티브(2,681만 원)와 RS(2,739만 원)는 타깃(목표물)이 명확해 보였습니다. 더 뉴 아반떼 가솔린 1.6 인스퍼레이션(2,671만 원)과 셀토스 가솔린 2.0 그래비티(2,587만 원), 코나 가솔린 2.0 프리미엄(2,690만 원)을 비집고 들어간 듯했습니다. 선택 품목이라고 해 봐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전동식 테일게이트가 한 묶음인 테크놀로지 패키지(64만 원)랑 선루프(69만 원) 뿐이니 내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LS랑 LT에서 제한된 자유도는 액티브와 RS에서 확 풀립니다. 외장 색상은 액티브에서 밀라노 레드, 어반 옐로, RS에서 새비지 블루가 추가됩니다(밀라노 레드 포함). 피스타치오 카키를 고르면 6월 이후로 차를 받게 됩니다. 루프 크로스 바, 러기지 라이너가 한 묶음인 힛더로드 패키지(43만 원)는 액티브 한정 액세서리로 취급됩니다. 시트는 두 트림 모두 젯 블랙 인조 가죽으로 채워지며 8인치 LCD 계기판과 11인치 터치 화면, 앞좌석 통풍 및 운전석 전동 시트,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 무선화된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도 이 정도 트림이 돼야만 들어갑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가격표를 보고 있으면 대체 무엇이 주력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LS는 엄밀히 따지면 캐스퍼 인스퍼레이션+캐스퍼 액티브 II(1,960만 원), LT는 XM3 1.6 GTe(1.6 가솔린) RE(2,351만 원)를 노린 것처럼 보입니다. 당장은 주변 모델을 뒤흔들 '게임 체인저'로 보이겠지만 트레일블레이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품 설계로 보이기도 합니다. 주변에서 말하는 신형 트랙스의 '하극상'을 예상했는지 '트랙스 크로스오버'로 이름 짓고 CUV 카테고리를 만드는 정성을 보여줬습니다. 이 둘은 안 겹친다고 빌드업(build-up)하는 GM 한국 사업장의 쉐보레 마케팅은 과연 옳은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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