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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아이오닉 5 N, Meet the N에서 살펴본 후기 본문
8월 13일 일요일 아침 6시.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N으로 뭉친 고성능 차 아이오닉 5 N, 더 뉴 아반떼 N을 살피려면 이른 기상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찾아갈 곳은 'Meet the N' 행사를 펼치던 현대자동차 남천지점입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속 대사에서 "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로 떠오르는 그 부산 수영구 남천동 맞습니다.
집에서 현대자동차 남천지점까지 가는 길은 '쾌적함' 그 자체였습니다. 아침 7시쯤 경산역에서 기차로 구포역까지 갔다가 부산 3호선 지하철로 구포역에서 2호선 남천역까지 갑니다. 남천역 3번 출구에서 5분만 걸으면 도착입니다. 고속도로 통행료를 지불하며 먼 거리를 완행하는 자동차보다 시간과 비용 면에서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남천지점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9시 반이 지날 무렵이었습니다. 밖에서 전시장 안을 유심히 둘러보니 Meet the N 안내판이 보였습니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내데스크 앞에 있던 카마스터 한 분이 "N 보러 오셨죠? 2층으로 가시면 됩니다."라고 합니다. 1층 현장에는 팰리세이드, 그랜저 하이브리드, 코나, 일렉트릭파이드 G80(G80 전기차), GV80, GV70이 전시 중이었습니다.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은 안내데스크 우측 뒤에 있었습니다. 안내판을 따라 계단을 올라서며 입장하니 분위기가 바뀝니다. 정면에는 N 부스와 N 레이싱 슈트, 트로피, Meet the N 포디엄(시상대)과 포토존, 왼쪽에는 2020 월드 랠리 챔피언십에 출전했던 i20 쿠페 WRC가 있었습니다. 계단 입구 벽면에는 VR 드라이빙 체험존도 마련했더군요.
아이오닉 5 N과 더 뉴 아반떼 N은 복도식으로 길게 빠진 공간에 전시돼 있었습니다. 행사장에 놓인 아이오닉 5 N은 양산형 버전이 아니고 최종 프로토타입 모델이었습니다. 아직 사전계약 단계도 밟지 않아서 상세 제원과 크기, 주요 기능을 일러주는 안내판이 없었습니다. 현장에 있던 N 브랜드 직원에게 들어보니 일반 공개 전시만 해둔 거라서 어떤 타이어가 들어가고 어떤 기능이 기본화되는지 알 수 없다고 하더군요. 카탈로그나 가격표 관련 자료도 없다고 합니다.
강원도 동해에서 진행 중인 N 비치 행사는 브랜드 체험 영역이 조금 더 넓다고 설명하더군요. 아이오닉 5 N 최초 공개 영상에서 화제몰이를 한 세 가지 가상 엔진음을 들어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12일에서 15일까지 나흘간 열리는 N 비치 어트랙션에서는 더 뉴 아반떼 N 15분 시승, N 스피드 보트 체험 등의 활동이 가능하지만 전국을 순회하는 Meet the N에서는 출시될 신차를 미리 만져보고 N 브랜드 접점을 마련하는 선에서 그칩니다. 택시 타임을 짧게라도 구성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오닉 5 N의 생김새는 사진과 영상에서 본 그대로였습니다. 보닛과 헤드램프는 분명 우리가 알던 아이오닉 5인데 범퍼 속 셔터 그릴과 공기 흡입구 장식을 둘러보면 고성능 내연기관차에 가깝습니다. 라이트 스트립 대신 바람구멍을 촘촘히 내고 센터 포인트랑 립 장식은 레드에 가까운 루미너스 오렌지로 칠했습니다.
바퀴는 21인치가 꽂힙니다. 타이어는 피렐리의 P 제로, 규격은 275/35 ZR21입니다. 단조 휠 사이로 보이는 앞바퀴의 4-피스톤 브레이크 캘리퍼는 립 장식과 색깔을 똑같이 맞췄습니다. 뒷바퀴에는 1-피스톤 캘리퍼가 들어갑니다. 디스크 직경은 각각 400mm(앞), 360mm(뒤)입니다.
뒷바퀴를 감싼 펜더 앞쪽은 휠 에어커튼처럼 뚫려 있습니다. 보통의 전기차는 바닥을 매끈하게 손질하고 바람 저항을 줄여서 주행 거리를 늘리는 데 우선을 두지만 고성능화된 아이오닉 5 N의 경우는 다릅니다. 제동 시스템의 열 관리 능력이 더 중요해집니다. 들숨과 날숨 구멍을 파내서 바람길을 만들어야 서킷에서 가혹하게 몰아도 브레이크가 지치지 않습니다.
뒤에서 본 아이오닉 5 N은 금방이라도 지면을 박차고 나갈 분위기입니다. 리어 스포일러가 지붕에서 조금 더 돌출된 모양이며 테일게이트와 범퍼의 센터 포인트를 가리키는 역삼각 장식도 달았습니다. 픽셀 파라메트릭 리어램프와 반사판, 리어 디퓨저로 이어지는 모습은 결코 흔한 아이오닉 5가 아님을 뚜렷이 나타냅니다.
모터를 앞뒤로 두고서 동력을 네 바퀴로 전하는 아이오닉 5 N의 엔진룸은 어떨까요? 일반 모델에 들었던 프렁크(Frunk)는 없습니다. 인버터가 높게 자리 잡아서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보닛 안쪽은 인슐레이션 패드가 도톰하게 붙었습니다. 오일류나 12V 배터리의 위치는 비슷한데 N 커버로 가려진 나머지 계통의 부품 배치는 다른 점이 많겠습니다.
실내는 어떨까요? 대시보드랑 공조 패널, 전자식 변속 칼럼은 분명 아이오닉 5인데 곳곳에 채운 구성품은 전혀 다릅니다. 혼 커버에 점 네 개로 표시하던 2-스포크 D컷 운전대 말고 반펀칭된 동그란 3-스포크 운전대에 N이 주렁주렁 매달렸습니다. 주행 모드는 왼쪽 위, NGS를 대신한 전기차 버전의 NGB는 오른쪽 위에 달립니다. N 커스텀 1, N 커스텀 2는 혼 커버 좌우 하단의 N 버튼으로 부르면 됩니다.
계기판 화면 테마는 아이오닉 5보다 더 세련되고 속도계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N 버튼을 누르면 계기판 화면이 N 모드로 바뀌며 더 화려해집니다. 왼쪽에 비추던 속도계가 가운데로 옮겨져 더 커집니다. 왼쪽에는 전/후륜 브레이크 온도와 배터리 온도를 비롯한 정보 창, 오른쪽에는 서비스 알림 메시지를 띄웁니다.
가운데 12.3인치 화면에 불러오기 한 N 모드는 콘텐츠의 양과 질이 풍성했습니다. 왼쪽 탭에는 트랙 경주에서 쓰일 N 토크 분배, N 페달, N 레이스, N 드리프트 옵티마이저가 나옵니다. 부속 기능으로는 N 레이스, N 런치 컨트롤, N 배터리 프리 컨디셔닝, N e-시프트, N 로드 센스가 차례로 나타납니다. 벨로스터 N, 코나 N, 아반떼 N을 통틀어 N 콘텐츠가 가장 많습니다.
외부로 들려주는 N 액티브 사운드+는 이그니션, 에볼루션, 슈퍼소닉 세 가지로 나뉩니다. 톱니바퀴를 건들면 사운드 톤을 설정하는 팝업이 나올 텐데 전시 중인 아이오닉 5 N 프로토타입에서는 만져볼 수 없었습니다. N 비치 행사에서 아이오닉 5 N을 경험할 고객이라면 차 안에서 들릴 각각의 엔진 사운드를 들어보길 바랍니다.
N 런치 컨트롤의 그립 레벨은 숫자로 1, 2, 3 하나씩 올리는 식인데 숫자가 클수록 노면의 마찰력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왼발로 브레이크를 세게 밟은 상태에서 오른발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밀면 런치 컨트롤 Ready가 뜹니다. 8초가 지나면 자동으로 풀리고 출발 시에는 계기판 화면에 Ready가 뜬 상태에서 왼발을 떼면 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쿨타임)은 2분이며 런치 컨트롤 성능을 더 좋게 하려면 N 배터리 프리 컨디셔닝을 드래그(Drag) 모드로 맞추면 됩니다.
N e-시프트는 주행 중 패들 시프트를 끌어당기는 움직임만으로도 가상의 변속감이 전해집니다. 주행 모드가 노멀, 스포츠, N 모드에 있을 때만 작동하고 N 드리프트 옵티마이저, N 그린 부스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지능형 제한 속도 보조가 켜진 상태에서는 안 됩니다.
N 드리프트 옵티마이저는 뒷바퀴로 구동력을 몰아서 차가 미끄러지기 쉬운 상태로 만듭니다. 작동 조건은 모터 모드가 N 모드이거나 커스텀 모드로 설정한 스포츠 플러스, ESC를 끄고 D/N/P 단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면 NDO 대기 상태가 됩니다. 작동 시 뒷바퀴를 막 구르며 차를 둥글게 말아버리기 때문에 드리프트 구역으로 만들어진 트랙에서 쓰길 바랍니다.
N 그린 부스트는 10초 동안 모터 출력과 응답성을 높여서 더 빠른 가속감을 전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은 10초로 자동 변속기가 들어간 내연기관 N 모델의 NGS(N 그린 시프트)보다 짧습니다. N 로드 센스는 주행 중 이중 굽은 도로 표지판을 만나면 N 모드 사용을 제안하는 기능입니다.
나머지 콘텐츠는 N 주요 모델과 비슷합니다. 아이오닉 5 N에서는 가속 페달, 배터리 온도, 모터 온도, 브레이크 페달, 속도, RPM, 토크 영역 게이지, 랩 타입 기록계, 제로백 가속력 테스트가 나옵니다. 저장된 경주용 트랙은 AMG 스피드웨이, 영암 국제 자동차 경주장, 인제 스피디움, 태백 스피드웨이로 네 가지입니다.
N 모드 메인 화면을 오른쪽으로 밀면 N 커스텀 설정 창, 실시간 G-포스, N 런치 컨트롤이 나옵니다. N 커스텀 창에서는 모터 모드, 운전대, 서스펜션, e-LSD(전자식 차동 제한 장치), ESC(차체 자세 제어 장치), HUD, NAS+(N 액티브 사운드+) 타입을 개별로 조절합니다. 설정값은 커스텀 1 혹은 커스텀 2로 저장되며 운전대의 N 버튼으로 바로 불러오기가 됩니다.
우측 뒤편의 배터리 충전구는 아이오닉 5와 같습니다. 전동식으로 커버가 여닫히는데 아이오닉 5 N 양산형 모델에서는 덜덜거리며 닫히는 모습이 줄었으면 좋겠습니다. 400V / 800V에 대응하는 고전압 배터리 용량은 77.4 kWh에서 84 kWh로 늘었습니다. 주행 가능 거리보다는 고출력 지속 시간을 여유롭게 잡기 위한 목적이 큽니다.
전동식 테일게이트를 열어서 살핀 적재 공간은 거의 같았습니다. 러기지 보드가 일반 아이오닉 5보다 두툼하고 촉감이 좋았습니다. 러기지 보드 밑에 깔린 추가 수납공간은 대체로 비슷한데 안쪽에 부품으로 움푹 솟은 지점이 몇 군데 보입니다. 액세서리로는 외부 V2L 커넥터, 타이어 리페어 키트가 들어갑니다.
1열에 깔린 스포츠 버킷 시트는 아이오닉 5의 시트보다 좀 더 낮게 느껴졌습니다. 좌판과 등받이 서포트가 높고 엉덩이가 맞닿는 위치를 낮게, 허벅지가 닿는 위치는 높게 잡아서 파묻히는 느낌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좌우 품은 아이오닉 5보다 좁습니다. 아반떼가 딱 맞게 느껴질 운전자에게는 적당한데 아이오닉 5 운전자 입장에서는 다소 조이는 느낌이 들 겁니다. 시트 위치, 운전대는 전부 수동식으로 조절됩니다. 앉았을 때 전방의 운전 시점은 아이오닉 5보다 소폭 낮습니다.
센터 콘솔은 대시보드랑 연결된 구조로 고정됩니다. 아이오닉 5는 운전석에서 동반자석으로 넘어가기 쉽게 만들었지만 공간보다 운전의 즐거움을 논하는 아이오닉 5 N은 오른쪽 무릎을 떠받치며 주행 안정감을 더하는 요소로 센터 콘솔이 둘로 나뉩니다. USB-C 충전 포트는 전방에 둘, 측면에 하나가 더 붙고 수납함 바닥에 스마트폰 무천 충전 기능도 넣었습니다. 컵홀더는 센터 콘솔에서 분리된 세로형으로 나눠 달았습니다.
천장과 선바이저(햇빛 가리개)는 가공이 잘 된 직물 소재로 덮었습니다. 색상은 시트랑 대시보드, 도어 트림까지 전부 블랙입니다. 룸미러가 인접한 오버 헤드 콘솔도 블랙으로 물들였습니다. 필러와 도어 트림 상단은 소프트 페인트 내장재, 팔 받침은 부드러운 바이오 내장재에 박음질 장식으로 마무리된 느낌이었습니다. 도어 실 플레이트, 가속 및 브레이크 페달, 풋 레스트는 체커기 패턴으로 꾸몄습니다. 뼈대만 아이오닉 5이고 속은 N으로 몽땅 채워진 다른 모델입니다.
2열은 익숙합니다. 도어 트림과 문 손잡이, 도어 포켓을 이루는 주변 소재가 조금씩 더 좋아졌습니다. 얇은 이중 접합 유리, 햇빛 가리개, 6:4로 나뉜 시트 형상은 아이오닉 5에서 파생된 차임을 증명합니다. 1열처럼 N 도어 실 플레이트가 깔리는데 좌판과 등받이가 옷에 잘 달라붙는 느낌이 듭니다. 직물로 스웨이드 느낌을 낸 소재에 가깝습니다. 시트 위치는 아이오닉 5랑 다르지 않았습니다. USB-C 포트는 1열 센터 콘솔 뒤편 양쪽으로 비스듬히 뻗어 나왔습니다.
아이오닉 5 N 안팎을 둘러본 소감은 '트랙에서 당장 몰고 싶은 차'에 가까웠습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은 아직 멀었다 생각하는 고성능 선호 고객들을 끌어올 만한 구석이 많았습니다. 나 혼자 만족해야 했던 엔진음도 외부 스피커로 들려주고 경주용 트랙에서 쉽게 지치지 않을 제동 시스템과 서스펜션 세팅, 트랙과 일상을 연결하는 N 콘텐츠가 푸짐합니다. 전기차는 아직 트랙에서 뛸 준비가 안 됐다고 믿음을 지켜온 분들도 아이오닉 5 N이라면 설득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Never just drive.'가 압축된 아이오닉 5 N의 매력을 운전으로 어서 증명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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