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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일렉트릭 시승 후기, 도심에서 즐거운 전기차

커피스푼 2023. 7. 4.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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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일렉트릭 시승을 위해 시간을 냈습니다.
미니 일렉트릭 시승을 위해 시간을 냈습니다.

지난 토요일(1일) 미니 일렉트릭이 궁금해서 대구 수성못 고바슨에 다녀왔습니다. 전국 미니(MINI) 시승 이벤트가 열린다길래 인스타로 방문 예약을 남겼더니 대구 지역 미니 딜러인 코오롱모터스에서 연락이 오더군요. 버스로 1시간쯤 걸려 찾아간 카페 고바슨 앞마당에는 관심 모델인 미니 일렉트릭 말고도 3-도어와 5-도어 해치, 컨버터블, 컨트리맨, 클럽맨 등 온갖 미니가 얼굴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3세대 미니의 귀여운 감성은 국내 출시 9년 차가 됐음에도 여전히 눈길을 끕니다.

 

 

카페 고바슨 안에는 미니 일렉트릭이 전시돼 있었습니다.
카페 고바슨 안에는 미니 일렉트릭이 전시돼 있었습니다.

 

미니 일렉트릭의 주요 실내 구성을 모았습니다.
미니 일렉트릭의 주요 실내 구성을 모았습니다.

카페 고바슨 안에는 미니 일렉트릭이 전시 중이었습니다. 2024년형으로 상품 패키징된 모델이더군요. 5인치 LCD 계기판은 모터의 동작 상황과 배터리 잔량, 차량 상태만 간략히 보여주고요. 8.8인치 화면을 휘감은 LED 앰비언트, 독특한 엔진 스타트 스톱 레버, 작은데 두툼한 3-스포크 운전대, 유니언 잭 리어램프는 미니의 정체성을 오롯이 드러냅니다. 테니스 공이랑 똑같은 색으로 칠해진 사이드미러 캡과 특유의 휠 장식, e 배지는 젊고 활동적인 전기차임을 강조합니다.

 

 

미니 일렉트릭의 앞모습입니다.
미니 일렉트릭의 앞모습입니다.

 

미니 일렉트릭의 뒷모습입니다.
미니 일렉트릭의 뒷모습입니다.

미니 일렉트릭의 앞, 뒤, 옆모습은 길가에 보이는 지금의 내연기관 미니와 별 다르지 않습니다. 미니 3-도어 해치에서 엔진과 변속기를 덜어내고 전기 모터와 배터리, 감속기를 집어넣었습니다. 보통 내연기관차를 전동화한 모델은 전비를 높이려고 이곳저곳 숨구멍을 틀어막아서 디자인 균형이 깨지기 쉬운데요. 미니 일렉트릭의 경우는 예외였습니다. 그릴 주변의 바람구멍이 블랙 하이그로시 장식으로 소폭 좁아졌지만 나머지 부위는 3세대 미니에서 본 그대로입니다. 동글동글한 LED 헤드램프, 작지만 존재감 뚜렷한 얼굴은 어디서 봐도 미니가 분명합니다.

 

 

미니 일렉트릭에 끼워진 17인치 바퀴를 담아봤습니다.
미니 일렉트릭에 끼워진 17인치 바퀴를 담아봤습니다.

세상에 똑같은 미니는 없다고 했던가요? 공력 휠로 만들어진 17인치 바퀴는 다른 미니에서 좀처럼 보기 어렵습니다. 게임 컨트롤러의 십자 트리거 모양은 밖으로 드러내고 안쪽 테두리는 체크 패턴으로 마름모를 촘촘하게 채웠습니다. 타이어는 피렐리의 신투라토 P7, 규격은 205/45 R17 88W입니다. 빗길 그립과 승차감에서 장점이 뚜렷한 고성능 지향의 런플랫(run-flat) 타이어인데요. 전기차 전용 설계 인증 마크인 'Elect'는 안 보였지만 보통의 미니 3-도어보다 말랑하고 주행 소음이 덜 느껴졌습니다.

 

 

미니 일렉트릭의 후드와 충전구를 열어봤습니다.
미니 일렉트릭의 후드와 충전구를 열어봤습니다.

전기 모터는 앞쪽에 실립니다. 후드는 다른 미니처럼 운전석 왼쪽 아래 레버를 두 번 잡아당기면 열립니다. 덮개 주위로 손이 들어갈 약간의 빈틈만 있을 뿐 얼핏 둘러본 내부 구조는 꽤 치밀해 보였습니다. 후드 안쪽의 인슐레이션 패드는 다른 전기차들보다 면적이 좁고 두께가 얇습니다.

 

수치상 전기 모터의 출력은 184마력, 토크는 27.5kg.m에 이릅니다. 니로 EV나 코나 일렉트릭, 볼트 EUV에 견주면 힘이 모자란 모델로 생각하기 쉬운데요. 1.7톤을 웃도는 다른 전기차들보다 공차중량이 300kg 가벼운 미니 일렉트릭의 전기 모터 성능을 논한다는 건 단순 숫자놀음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 혼자 도심을 누비며 신나게 타고 다닐 전기차로는 충분한 성능이거든요.

 

 

미니 일렉트릭의 트렁크는 미니 3-도어랑 똑같습니다. 기본 용량은 211리터, 2열을 다 접으면 731리터로 늘어납니다.
미니 일렉트릭의 트렁크는 미니 3-도어랑 똑같습니다. 기본 용량은 211리터, 2열을 다 접으면 731리터로 늘어납니다.

배터리는 트렁크 바닥 아래와 센터 터널에 T자형으로 들어갑니다. 용량은 32.6kWh, 국내 1회 충전 주행 거리는 159km로 인증받았습니다. 가혹 조건에 가깝게 다녔을 때가 100km 중후반, 교통 흐름에 맞춰 얌전하게 달리면 200km 정도는 감당이 됩니다. 평일에는 출퇴근용으로, 주말에는 가까운 교외 지역을 둘러보는 전기차로 손색이 없는데요. 반경 30km 이상의 거리를 매일 오가는 운전자들에게는 미니 일렉트릭이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어울리기 쉽지 않습니다. 주행 가능 거리가 길수록 미덕인 한국 시장의 보편적 기준에서는 "주행 거리가 짧아서 아쉬운 전기차"로 정의하고 있으니까요.

 

 

미니 일렉트릭의 운전석은 이렇습니다. 1열 도어는 창틀이 없는 프레임리스 타입입니다.
미니 일렉트릭의 운전석은 이렇습니다. 1열 도어는 창틀이 없는 프레임리스 타입입니다.

그럼에도 미니 일렉트릭에게는 별난 매력이 숨겨져 있습니다. 차체에 배터리가 깔리며 내연기관 미니보다 무게가 145kg 늘었지만 무게중심은 30mm 낮아졌습니다. 미니 3-도어보다 노면에 잘 달라붙어서 굽이진 길에 대응하는 운전대 조향이 더 직관적이고 안으로 예리하게 잘 파고드는 운전 재미를 누리기 더 유리해졌습니다. 차체가 15mm 높아졌기 때문에 일상에서는 시트가 밑으로 쑥 꺼진 듯했던 미니보다 주행 시야가 트여서 운전하기에 오히려 나을지도 모릅니다.

 

 

미니 일렉트릭의 운전석 시점은 이렇습니다.
미니 일렉트릭의 운전석 시점은 이렇습니다.

수성못 근처를 약 30분 몰아본 소감도 이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몇 년 전 기억 속의 미니 3-도어는 승용 세단보다 낮은 시점으로 운전하면서 단단한 하체로 노면의 굴곡을 받아내느라 엉덩이가 아팠는데요. 미니 일렉트릭은 그보다 소폭 높고 쿠션감이 적당히 느껴져서 운전하기 편했습니다. 과속방지턱을 넘어가는 움직임도 내연기관 버전의 미니 3-도어보다 뭉툭해져서 극단적으로 속도를 줄일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주행 소음은 볼트 EUV랑 비슷한 수준이라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아이오닉 5보다는 주변 소음이 잘 느껴집니다.

 

 

미니 일렉트릭은 주행감이 빼어난 전기차였습니다.
미니 일렉트릭은 주행감이 빼어난 전기차였습니다.

주행감은 부드럽고 유하게 반응하던 대중 눈높이의 전기차들보다 빠릿빠릿합니다. 카셰어링으로 몇 시간 경험했던 볼트 EUV보다 한 수 위입니다. 전후좌우로 흔들림이 적고 앞바퀴 회전에 반응하는 뒷바퀴의 움직임이 신속합니다. 주행 모드를 굳이 스포츠로 꺾지 않아도 미드 모드에서 운동 성능을 가늠하기 충분합니다. 20~30km/h로 과속방지턱을 넘으면 살짝 솟다가 바로 가라앉습니다. 엉덩이과 허리로 전해지는 하체 댐핑은 폴스타 2 싱글 모터와 듀얼 모터의 중간에 속합니다.

 

 

미니 일렉트릭의 주행 모드는 우측 레버로 조절합니다.
미니 일렉트릭의 주행 모드는 우측 레버로 조절합니다.

주행 모드는 그린 플러스, 그린, 미드, 스포츠 네 가지로 나뉩니다. 맨 오른쪽 레버를 하나씩 위로 꺾으면 스포츠, 밑으로 꺾으면 그린 플러스에 가까워집니다. 그린 플러스는 공조 장치를 모두 끄고 회생 제동 레벨을 높여서 주행 가능 거리를 극단적으로 늘릴 때 씁니다. 그린 모드는 조건부 냉난방을 켜면서 이동할 때, 미드 모드는 일반적인 주행, 스포츠 모드는 말 그대로 신나게 달리기 위한 세팅으로 조율됩니다.

 

 

미니 일렉트릭의 회생 제동 레벨은 두 번째 레버로 조절합니다.
미니 일렉트릭의 회생 제동 레벨은 두 번째 레버로 조절합니다.

미드 모드로 주행을 시작하면 현대차 기준으로 회생 제동 레벨 2가 걸립니다(당시 회생 제동 레벨은 '중간'). 감속 시 느껴지는 앞뒤의 흔들림이 별로 없더군요. 회생 제동 레벨은 엔진 스타트 스톱 레버 바로 왼쪽 레버로 조절합니다. '낮음'으로 맞추면 내연기관차처럼 느려지고 '높음'으로 맞추면 i-페달에 준하는 정도로 느려집니다. 원-페달 회생 제동에 능숙한 분들은 금방 적응할 만한데 내연기관차 몰듯 타고 다닐 분들은 '낮음'으로 맞추는 게 편안합니다. 오토 홀드는 없습니다.

 

 

미니 일렉트릭의 가감속 반응은 다른 전기차보다 빨랐습니다.
미니 일렉트릭의 가감속 반응은 다른 전기차보다 빨랐습니다.

스포츠 모드에서 잠시 느껴본 가속 페달의 응답성은 즉각적이었습니다. 꾸준하게 속도를 보태는 느낌이 아닌, 곧장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로 확 튕겨주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제원상 제로백은 7.3초, 최고 속도는 150km/h로 제한된 모델인데요. 만일 트랙에서 미니 일렉트릭을 짧게 경험한다면 도심형 전기차의 탈이 금방 벗겨질 듯합니다. 고속으로는 오래 못 달려도 고백할 수 없는 속도로 굽이진 길을 쏜살같이 다녔을 때 전해지는 운전의 즐거움은 뇌리에 꽂혀 길이 남을 겁니다.

 

 

미니 일렉트릭 시승 직후 기록된 주행 정보입니다.
미니 일렉트릭 시승 직후 기록된 주행 정보입니다.

미드 모드로 9.5km를 30분 주행한 전비는 약 5.5km/kWh가 나왔습니다. 에어컨을 섭씨 20도로 맞추고 수성못 인근을 누빈 결과로는 나쁘지 않은 기록입니다. 국내 인증된 복합 전비는  4.5km/kWh 정도니까요. 누적 주행 거리 2,500km를 넘긴 다른 미니 일렉트릭은 길이 잘 들었는지 누적 평균 전비가 7km/kWh 정도였습니다. 공차중량은 가벼워도 바람 저항을 많이 받는 차체라서 공기 역학(에어로다이내믹) 설계가 잘 된 다른 전기차들보다는 전비 효율이 떨어집니다.

 

 

미니 일렉트릭은 도심 속 펀드라이브를 위한 전기차입니다.
미니 일렉트릭은 도심 속 펀드라이브를 위한 전기차입니다.

 

미니 일렉트릭의 2열은 생각보다 실용적입니다.
미니 일렉트릭의 2열은 생각보다 실용적입니다.

미니 일렉트릭은 알다시피 누구나 만족시키기 위한 모델이 아닙니다. 겉으로는 도심형 전기차이면서 도로에 잘 붙어가는 운전의 즐거움, 안팎으로 시각과 청각, 촉각을 아우른 미니만의 공감각적 감성을 모두 담아낸 모델입니다. '그 돈이면 이걸 산다'는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벗어던질 수 있다면 미니 일렉트릭은 누구에게나 열린 전기차입니다. 대중 눈높이에 맞춘 다른 전기차들보다 목적과 콘셉트가 뚜렷한 만큼 시장 타깃도 분명합니다.

 

 

미니 일렉트릭은 현재 단일 트림으로 판매 중입니다.
미니 일렉트릭은 현재 단일 트림으로 판매 중입니다.

현재 단일 트림으로 판매 중인 미니쿠퍼 SE 일렉트릭의 가격은 5,210만 원입니다. 국고 보조금 557만 원, 지방 보조금(대구 기준, 국고 보조금의 50%) 286만 원을 제외한 실 구매 금액은 4,367만 원이 됩니다. 편의 장비와 운전자 주행 보조 기능은 최신화된 요즘 전기차들보다 덜 들어있지만 미니 일렉트릭의 가치를 받아들일 수 있는 고객이라면 도심형 전기차로서 구매 만족도가 높은 모델이라 생각합니다.

 

 

미니 일렉트릭 말고도 다른 미니에 관심이 생긴 분들은 코오롱모터스를 방문하길 바랍니다.

대구에서 미니 일렉트릭 구매를 고려 중인 예비 고객이라면 코오롱모터스 대구전시장을 찾아가면 됩니다. 김가영 주임의 상품 설명을 듣고 미니 일렉트릭을 시승해 보면 내 마음에 쏙 드는 전기차인지, 아니면 더 지켜볼 전기차인지 분명히 알 수 있을 겁니다. 내연기관 미니를 경험해 본 운전자라면 미니 일렉트릭은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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