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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그린카 클린존에서 빌린 아이오닉 5 이용 후기 본문
지난 12월 27일 수요일. 오랜만에 아이오닉 5를 빌렸습니다. 가끔 이용하는 동대구역 인근 그린존(그린카 카셰어링 구역)에 전기차로 아이오닉 5가 들어왔거든요. 서울과 부산에서는 카셰어링으로 언제든 빌릴 수 있었지만 대구 지역 통틀어 아이오닉 5가 배차된 곳은 여기뿐입니다.
오전 11시 반 무렵 찾아간 그린존(대구 동구 신천동 288-1, 동대구로 공영 주차장 옆)은 몇 달 전보다 깔끔해졌습니다. 자잘한 쓰레기가 나뒹굴던 예전의 그린존 풍경이 아녔습니다. 그린카 카셰어링 구역 중 클린존으로 운영되는 곳이라서 차 안팎이 깨끗하고 주변 정리가 잘 돼 있었습니다. 타이어 옆면(사이드 월)은 보호제를 발랐는지 반질반질했고 휠 세척까지 마쳤는지 눈에 띄게 번들거립니다.
운전석 문을 열고 실내를 둘러봅니다. 미세먼지 '나쁨'으로 목이 칼칼하고 숨을 내쉬기 갑갑했는데 차 안에 감돌던 산뜻한 솔숲 향이 막힌 코를 뚫어주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유니버설 센터콘솔의 USB-A 포트, 디지털 클러스터(LCD 계기판) 주변 플라스틱의 사용 흔적에서는 1, 2년 지난 차의 느낌이 들지만 운전자와 탑승객을 위한 안전 장비, 편의 기능은 내연기관 카셰어링 차들보다 풍성합니다.
차대번호로 알아본 아이오닉 5는 2021년 10월 만들어진 론칭 모델이었습니다. 롱 레인지 19인치 이륜(2WD) 익스클루시브 트림에 선택 사양으로 빌트인 캠 1.0, 컨비니언스, 프레스티지초이스가 추가된 자동차입니다. 배터리 용량은 상품성 개선형(77.4kWh)보다 소폭 적은 72.6kWh로 구성됩니다. 당시 순수 차량 가격은 약 5,617만 원입니다.
USB-C 포트는 안 달려 있는데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은 이용 만족도가 높습니다. EV6처럼 열 배출이 잘 되는 15W 고속 무선 충전 모듈로 만들어져서 USB-A 포트에 유선 충전하는 만큼 배터리를 잘 채웁니다. 예비로 USB-A to C 케이블을 갖고 왔는데 체감상 무선 충전이 더 효율적이고 빨라서 유선 충전을 잘 안 하게 됩니다.
주차 걱정, 비좁은 골목을 지나는 두려움은 접어도 좋습니다. 후방과 전방, 좌우까지 카메라 영상을 비춰서 운전자의 주변 시야가 확 넓어집니다. 차를 주차선에 집어넣으면 좌우로 나뉜 영상과 탑뷰(위에서 내려다본 시점) 화면을 삼분할된 형태로 알기 쉽게 보여줍니다. 반듯한 주차, 차폭과 길이 인지에 어려움을 겪는 운전자에게는 아이오닉 5의 서라운드 뷰 모니터의 존재가 고맙게 느껴질 겁니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계기판 화면에 점등한 쪽의 후측방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여줍니다. 사이드 미러에서 벗어난 사각지대를 훤히 밝혀주니까 운전자 입장에선 안심이 됩니다. 우회전하던 중 나올 수 있을 오토바이나 자전거, 전동 킥보드 운전자를 살피거나 램프 구간 가장자리 차선에서 본선으로 합류할 때 안전한지를 바로 판단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뿐일까요? 그린카 클린존에서 관리를 받는 자동차라서 한두 가지 어매니티 용품도 들어갑니다. 운전대 림과 물리 버튼의 누름 흔적을 물티슈로 닦아내고 차를 이용하고 반납하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을 쓰레기는 전용 비닐봉지에 담아 버릴 수 있게 해 뒀습니다. 쏘카의 일부 카셰어링 존에서는 여분의 일회용 물티슈 정도는 볼 수 있었는데 쓰레기봉투까지 놔두는 공유차는 거의 보기 힘들 겁니다.
룸미러 고리에 걸린 팻말에는 클린존 차량 점검 내역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내부 및 외부 세차 유무, 타이어 공기압, 워셔액 점검 내역을 기록해서 걸어둔 모양이었습니다. 점검한 날짜까지 적어놔서 이용 전부터 신뢰감이 확 느껴집니다. 차량 점검을 한 12월 25일은 영하 밑으로 기온이 내려간 날이라서 체크가 안 됐고 사유까지 간단히 남겨뒀더군요.
운행 전 그린카 클린존의 차량 관리 솜씨에 감탄하다 15분이 흘렀습니다. 첫 목적지는 늘 그랬던 것처럼 스타벅스 대구팔공산점으로 향합니다. 커피 한 잔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한티휴게소를 회차점으로 찍고 반납하는 길에 배터리를 채워서 동대구역 그린존에 되돌아간다는 계획입니다. 계획을 모두 마치는 목표 시각은 오후 3시 반입니다.
낮 12시 반에 도착한 스타벅스 대구팔공산점은 평일인데도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37분간 16.4km를 이동하고 난 전비는 4.4 km/kWh를 띄우던 참이었습니다. 2023 코나 일렉트릭으로 움직이던 그때(15.8km, 40분, 4.6 km/kWh)랑 별다르지 않은 기록이었습니다.
19인치 미쉐린 프라이머시 A/S가 전하는 승차감은 20인치 프라이머시 투어 A/S랑 좀 달랐습니다. 패인 곳에서 느껴지는 충격량, 툭툭 치는 듯한 타격감은 덜한데 의외로 부드럽지는 않았습니다. 서스펜션 세팅은 컴포트 그대로인데 지면을 누르는 바퀴는 상대적으로 단단했습니다. 20인치 타이어를 신은 아이오닉 5보다 덜 말랑하고 덜렁거림이 적다는 뜻입니다. 타이어 공기압은 37~38 PSI로 적정 수준이었습니다.
커피 한 잔을 기울이고 나온 시각은 낮 1시 10분쯤. 한티휴게소로 아이오닉 5를 이끌었습니다. 출발지에서 스타벅스까지는 회생 제동 레벨 1로 놔두고 내연기관차처럼 차를 슬슬 몰았는데 여기부터는 고저차에 따라 회생 제동 레벨에 변화를 주며 움직였습니다.
경사율 9%의 짧은 내리막차로에서 레벨 2로 회생 제동 수위를 한 칸 올려봤습니다. 레벨 1에서 살살 붙던 속도가 레벨 2에서는 기세가 꺾이며 속도가 느려집니다. 가속 페달을 안 밟는 타력 주행을 하기엔 어중간합니다. 회생 제동 1단계와 2단계 사이의 갭(gap)이 아이오닉 5에서는 좀 큽니다.
한티휴게소로 향하는 굽이진 고갯길에서는 회생 제동 레벨을 다시 1로 낮췄습니다. 운전대를 잘 붙들고 가속 페달을 미는 발끝을 기울였다 떼면서 차의 움직임을 느껴봅니다. 날이 겨울치고 따스해서 그립을 잃거나 뒤가 날리는 상황은 잘 없었습니다. 굽은 길을 벗어나 운전대를 원 위치하는 순간에 후륜 특유의 굴림 감각이 전해지는데 일반적인 주행으로는 느끼기 어렵습니다. 아이오닉 5는 어디까지나 일상에서 편안한 이동을 위해 준비된 전기차이니까요.
1시 반을 조금 넘어 한티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스타벅스에서 20분간 11.7km를 쭉 오르며 기록된 전비는 2.7 km/kWh, 스타벅스를 거쳐 누적된 평균 전비는 3.5 km/kWh입니다. 코나 일렉트릭으로 다녔던 누적 기록(28.7km, 3.7 km/kWh)과 비슷합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200kW 급속 충전소가 설치된 파계사 공영주차장으로 향했습니다. 스타벅스 대구팔공산점이 있던 근처로 되돌아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몇 달 전 여름에는 이곳의 대영채비 급속 충전소가 운영되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양팔형 1기(200kW), 단일형 1기(100kW)가 정상 작동 중이었습니다.
충전 속도는 어떘을까요? 코나 일렉트릭, 니로 EV보다 충전 속도가 빠를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배터리 잔량 56%에서 시작된 전력 입력량은 38~43 kW에 불과했습니다. 처음에 100kW 충전기에 꽂은 속도가 이 정도였고 200 kW 급속 충전기로 옮겨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입력 전류에 제한이 걸린 느낌이었습니다.
100kW 충전기에서 56~62%까지 잠깐 채우고 200kW 충전기에서 62%에서 88%까지는 26분이 걸렸습니다. 충전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배터리 잔량 80~85% 지점을 넘어서도 40kW 안팎의 전력이 꾸준히 들어갑니다. 배터리 양이 덜한 니로 EV, 볼트 EUV였으면 20kW 중반 밑으로 꺾였을지도 모릅니다.
2시 50분쯤 동대구역 그린존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차를 몰았습니다. 달려온 길 그대로 안내된 예상 도착 시각은 반납 시각이 임박한 3시 27분, 실제 그린존에 도착한 시각은 3시 25분이었습니다. 외곽에서 도심으로 접어들며 차들이 눈에 띄게 늘었지만 예상 시각을 벗어나지는 않았습니다.
도착 후 아이오닉 5에 기록된 주행 정보를 살폈습니다. 파계사에서 동대구역 그린존까지 38분간 15km를 주행한 전비는 22.1 km/kWh, 동대구역 그린존을 출발한 시점부터 2시간 6분간 54.2km를 다녀온 누적 평균 전비는 6.6 km/kWh로 나왔습니다. 7.5 km/kWh(74.9km, 3시간 22분)를 띄웠던 코나 일렉트릭보다는 다소 낮습니다. 공차 중량이 약 300kg 더 무거운 데다 2인치 더 큰 바퀴를 낀 아이오닉 5의 구조 특성은 어쩔 수 없습니다.
반납 후 결제된 주행 요금은 4,860원입니다. 사전 결제된 금액은 얼추 3만 5천 원인데 그동안 모아둔 그린포인트 2만 점을 털어서 1만 5천 원 정도로 줄였습니다. 차를 빌린 네 시간 동안 드라이브도 하고 배터리도 넉넉히 채웠더니 포인트 8천 점이 들어왔습니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잔량 70% 이상이면 8천 점, 50% 이상이면 5천 점을 넣어줍니다. 실 결제액 2만 원 정도에 누리는 아이오닉 5 평일 네 시간 이용료는 합리적이라 할 만합니다.
그린카 클린존에서 운영 중인 차가 궁금했다면 한 번 빌려보길 바랍니다. 동대구역에서 이용한 아이오닉 5 말고도 클린존에 배차된 그린카들은 안팎이 깨끗하게 관리돼 있어서 차를 빌리는 첫 순간의 기분이 좋았습니다. 누적 운행 거리 3만 4천km를 넘긴 아이오닉 5라 해도 말이죠. 물티슈에 쓰레기봉투까지 갖춰서 처음 대여 상태와 비슷하게 실내를 정리하고 반납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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