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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스포티지 1.6T로 다시 익힌 7단 DCT 주행법 본문
지난 26일 그린카로 스포티지 1.6T를 빌렸습니다. 막내 여동생의 첫차로 구매 계약한 더 뉴 투싼 1.6T 가솔린 모델을 데려오기 전에 주행감을 미리 짚기 위함이었습니다. 신차를 기다리던 여동생은 7단 DCT에 거부감을 표시한 사람들의 의견이 신경 쓰였는지 투싼을 권장한 제게 물어보더군요. 3세대 투싼(TL)부터 DCT를 두루 경험한 제 대답은 분명했습니다.
"자동화된 수동 변속기 개념이라서 보통 차들과 작동 특성이 다르다. 현대 기아의 7단 DCT는 부드럽게 기어를 척척 올리는 자동 변속기 수준에 가깝다. 일상에서 걱정될 만큼 승차감이 나빠지는 게 아니다."라고 말이죠. 아이오닉과 니로 하이브리드, 벨로스터 터보 말고도 폭스바겐 폴로, 제타, 골프, 티구안 등 손발을 거쳐간 각종 DCT 모델에 비하면 투싼, 스포티지 가솔린의 건식 7단 DCT는 경험상 순한 맛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DCT 차종에서 겪을 만한 경사로 출발 시 밀림, 중저속 구간에서의 울컥거림, 타력 주행 시 감속 특성은 다른 브랜드 차종들의 평균에 비하면 매우 약합니다. 무난함을 지향하는 토크 컨버터 자동 변속기보다 반응이 빨라서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경쾌하긴 합니다. 페달을 밀었다 놓는 운전자의 발질, 기어를 바꾸는 손놀림에 따라 승차감이 바뀌는데 적어도 투싼, 스포티지에서는 DCT를 다루는 섬세함이 조금 떨어져도 괜찮다는 얘기입니다.
누적 주행 거리 3만 6천 km가 넘은 스포티지 1.6T는 주차장에서 차를 꺼낼 때부터 움직임이 다르긴 했습니다. 기어 모드 D 레인지에서 살며시 움직이는 크립(creep) 속도가 다소 빠릅니다. 수동 변속기로 차를 몰던 운전자에게는 물밀듯 확 들어오는 DCT의 동력 전달감이 익숙한데 평이한 자동 변속기에 손발을 맞추던 운전자에게는 이런 경험이 낯설게 느껴질 겁니다. 자동 변속기처럼 조율된 DCT라도 정차 후 출발 감각만큼은 결코 느긋하지 않습니다.
살짝 거칠게 잡아끌던 DCT의 첫 움직임은 속도를 올리며 누그러집니다. 옛 U2 1.7 디젤 엔진과 합을 맞추던 3세대 투싼의 7단 DCT 시절과 다릅니다. 1단에서 2단으로 밀어붙이던 뻣뻣함이 약간 느슨해졌습니다. 신호 대기로 오토홀드가 걸리면 출발 시 가속 페달을 발끝으로 건드려 풀어줌과 동시에 발을 떼지 않아야 합니다. 바퀴가 슬슬 굴러가며 10km/h 이상으로 속도가 붙는다 싶을 때 주변 흐름대로 가속 페달을 차분하게 밀면 됩니다.
가속 페달을 발끝으로 건들고 완전히 놨다 다시 밀어주는 자동 변속기 차들과는 운전법이 다릅니다. 감속 후 정차 시에는 3단에서 2단으로 넘기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아서 앞뒤로 꿀렁임을 느낄 수 있는데 그때에 비하면 얌전해진 편입니다. 차체의 움직임을 완만히 잡으려면 수동 모드로 기어 단수를 차례로 내리던지, 제동 시점을 살짝 늦추고 브레이크 페달을 좀 더 깊게 밟아서 멈춘다는 내 의사를 전기 신호로 분명히 전해야 합니다.
스포티지 1.6T에서는 이와 같은 섬세함이 모자라도 괜찮았습니다. 변속 응답성이 빠른 폭스바겐의 DSG, 아우디의 S-트로닉보다 덜 거칠고 자연스럽습니다. 엔진 회전계가 몇 천 rpm을 띄우는지 소리로 느끼고 운전대의 떨림을 가늠하며 페달과 변속기를 건들던 시절보다 운전하기 쉽다는 의미입니다. 오토홀드를 꺼 놓고 브레이크 페달을 꾹 밟아 정차한 상태라면 출발 시 가속 페달을 좀 더 깊게 밟았다 풀면서 분리된 클러치가 붙는 과정을 간결히 줄이고 감속 후 정차 시 바퀴를 질질 끌어 사뿐히 멈추는 게 아니라 그보다 깊게 밟아 멈춰서 클러치를 분명히 빼 주라는 얘기입니다.
엄연히 변속 특성이 다른데 DCT 차를 보통의 자동 변속기처럼 다루면 승차감, 내구성 둘 다 잃기 쉽습니다. 독일, 프랑스 대중 브랜드의 DCT에 비해 지금의 현대 기아에 적용된 DCT는 적응이 쉽습니다. i30, i40, 벨로스터에 번지던 그때 그 시절 DCT보다 경험치가 풍부하고 더 성숙해졌습니다. "내가 왜 자동차에 맞춰야 해? 난 DCT가 싫은데"라며 좋지 않은 기억과 경험이 쌓인 운전자에게는 기존의 자동 변속기 차를 권해야겠지만 많은 경험과 호기심으로 옹골찬 젊은 운전자에게 DCT는 끌릴 만한 운전 매력을 전합니다.
지금은 보다 대중적이고 친숙한 자동 변속기 차들의 비중이 더 늘긴 했습니다. 1.6 가솔린 터보 엔진을 공유하는 코나, 더 뉴 셀토스도 8단 자동 변속기를 껴 넣었죠. 더 뉴 투싼 가솔린 모델에 8단 자동이 들어가길 기대한 운전자들에게는 아쉬운 결정일 수 있겠으나 완성도를 높이고 장점은 더 살리길 원했던 제게 7단 DCT 유지 결정은 현대차로서 옳은 접근이라 생각했습니다.
어떻게든 보편적 감각의 자동 변속기를 원한다면 전기 모터와 배터리가 추가된 하이브리드(6단 자동), 혹은 2리터 디젤(8단 자동)을 고르면 될 일입니다. 싼타페, 쏘렌토보다 젊은 감각을 따른 C-세그먼트 SUV에서 7단 DCT 고유의 경쾌함, 운전 재미, 일상 속에서 연비를 지키는 능력도 출중합니다.
17인치 바퀴를 굴리는 스포티지 1.6T의 복합 연비는 12.5 km/l, 도심 연비는 11.5 km/l로 무난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10km 안팎으로 두세 차례 시내를 돌아다닌 직후의 연비는 이보다 높았습니다. 변속기를 잘 달래면 16.5 km/l, 적어도 12~13 km/l 정도는 나왔습니다. 차를 빌린 2시간 20분 중 28.7km를 주행하며 기록된 평균 연비는 13.1 km/l를 띄웠습니다. 배터리가 잘 충전돼 있으면 정차한 동안 ISG(아이들링 스톱 앤 고)가 잠깐 켜져서 공회전으로 날아가는 연료를 아껴주곤 합니다.
그린카로 스포티지 1.6T를 이용하고 난 금액은 모두 2만 5천 원 정도입니다. 이용 전 결제한 대여료 및 보험료는 17,990원, 반납 후 주행 요금으로 6,960원(30km 이하 주행 시 1km에 240원씩 가산)이 추가로 나왔습니다. 더 뉴 투싼 1.6T 인도를 앞두고 지불한 대가로 괜찮았습니다. 당시 더 뉴 카니발 3.5 가솔린 시승, 이마트 방문을 겸한 이동 수단으로 잡아서 버스 환승 이동으로 흘릴 시간을 알차게 이용했습니다.
넷상에서 말 많은 DCT의 주행 감각이 어떤지 알고 싶다면 저처럼 빈 시간에 차를 빌려 이용하길 바랍니다. 부분 변경되기 이전의 셀토스, 투싼, 스포티지 1.6T를 이용해 보면 주행감과 승차감이 어떤지 알아보기 좋습니다. 경험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동 변속기, 몰아봐도 괜찮으면 DCT를 여러 조건과 환경에서 다루며 경험치를 늘리면 됩니다. 간혹 예방 정비가 잘 안된 차들은 브레이크 페달을 더 깊게 밟아야 듣는 경우가 있으니 이용 전에 차를 잘 살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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