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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2023 테슬라 모델 Y RWD 시승 후기 본문
지난 12일 테슬라 대구 스토어에서 2023 테슬라 모델 Y RWD를 시승했습니다. 1회 충전에 350km를 달리고 리튬 인산철(LFP) 배터리가 들어간 후륜구동(뒷바퀴 굴림) 전기차입니다. 기본 가격은 5,699만 원, 블랙 컬러에 20인치 인덕션 휠, 블랙 화이트 투톤 인테리어, 고급형 오토파일럿 등 모든 선택 사양이 들어간 모델 Y 시승차는 약 7,118만 원입니다.
시승에 앞서 스토어에 전시 중인 모델 Y의 안팎을 먼저 둘러봤습니다. 외장은 화이트 펄, 실내는 블랙 원톤, 19인치 제미니 알로이 휠이 꽂힌 모델 Y 전시차는 한마디로 깔끔했습니다. 앞 범퍼의 얇은 공기 흡입구, 휠 에어커튼 말고는 눈에 띄는 구멍과 장식이 별로 없습니다.
19인치 공력 휠에 감긴 타이어는 금호의 마제스티 9 솔루스 TA91 EV, 규격은 255/45 R19입니다. 작년(2022년) 금호에서 출시된 전기차용 프리미엄 사계절 타이어입니다. 정숙성, 승차감, 제동력, 조향성을 조금 더 끌어올린 제품입니다. 편평비는 크로스오버 모델에 두루 쓰이는 규격과 다르지 않은데 트레드 폭은 10~20mm 더 넓습니다.
운전석 착석감은 다른 전기차들보다 포근했습니다. 기본 시트 위치는 레이처럼 껑충한데 표면 마감은 아이오닉 6보다 보드랍고 좌판과 등을 받치는 서포트 영역이 적당히 돌출돼 있어 몸을 잘 안아 줍니다. 좌판의 쿠션감은 얕은데 단단했던 스포티지, 더 뉴 K5보다 푹신합니다. 도어 트림과 대시보드 상단의 소재 마감도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제네시스 기본형 모델에 쓰일 법한 소재들로 구성해서 손 닿는 곳마다 감촉이 괜찮았습니다.
실내 구성은 다른 전기차들보다 휑합니다. 3-스포크 운전대와 15인치 터치스크린이 전부입니다. 잡다한 물리 버튼은 덜어내고 꼭 있어야 할 공간은 남겼습니다. 센터 플로어 수납함은 슬라이드 도어로 부드럽게 여닫히고 센터 콘솔 박스도 공간이 생각보다 넉넉합니다. 앞쪽에 비스듬히 누운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는 두 대까지 고속으로 무선 충전됩니다. 보통 시선이 덜 가는 부위일수록 소재가 딱딱하고 거칠어지는데 수납함 안쪽까지 소재 구성이 균일했습니다. 차 시동을 거는 카드 키는 컵홀더와 콘솔 박스 사이에 가로로 놔두면 됩니다.
가운데 돌출된 15인치 터치스크린은 태블릿을 만지는 경험과 비슷했습니다. 문 열림 상태, 지도, 상태 표시줄로 3분할된 화면이 기본으로 뜨고 차량 설정은 왼쪽 하단의 자동차 아이콘을 건들면 나옵니다. 그 옆에는 공조 설정, 전화 걸기, 카메라(후방 및 좌우 측후방), 미디어, 더 보기, 에너지 사용량을 비롯한 기능들이 일렬로 나옵니다. 처음에는 물리 버튼이 없어 어색하겠지만 원하는 기능을 쓰기 위한 접근 단계가 짧아서 이용하기 편했습니다. 비상등은 오버헤드 콘솔의 물리 버튼으로 작동시키면 됩니다.
차량 설정 화면은 꽤 상세했습니다. 차 안의 물리 버튼을 최소로 줄인 대신 카테고리 탭을 밑으로 쭉 늘렸습니다. 사이드 미러, 운전대 위치 조정, 차일드 락(어린이 보호), 전조등, 와이퍼 작동 주기 설정은 '컨트롤' 안에 모았습니다. 사이드 미러 위치는 운전대 왼쪽 스크롤 휠을 움직여 맞추는데 정확도는 다소 떨어집니다. 상하로는 잘 움직이는데 좌우로는 똑바로 잘 안 움직입니다. 시동 켜짐 및 꺼짐에 따른 락 폴딩, 빛 반사 저감 여부도 이곳에서 맞추면 됩니다.
페달 및 스티어링은 개별 주행 모드 설정으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가속은 컴포트, 표준으로 두 단계, 운전대 감도(스티어링 모드)는 컴포트, 표준, 스포츠로 세 단계, 정지 모드는 크립, 롤, 홀드(오토 홀드 포함)로 세 가지입니다. 시승해 보니 가속은 표준, 운전대 감도는 컴포트, 정지 모드는 크립이 나았습니다. 운전대 감도 컴포트는 폴스타 2 기준에서 2단계인 표준과 유사했습니다. 크립은 정차 후 브레이크 페달을 떼면 내연기관차처럼 부드럽게 출발 가속되는 형태입니다. 회생 제동 레벨은 개별 설정이 안 됩니다. 가속 페달을 다 떼면 현대 기아 전기차 기준에서 레벨 2에서 3 사이로 잡힙니다.
오토파일럿은 기어 모드가 D 레인지가 들어온 상태에서 변속 칼럼 레버 전체를 밑으로 당기면 작동합니다. 전에는 두 번 당겨야 작동했는데 지금은 한 번만 내려도 켜진다고 합니다. 전방 충돌 경고 민감도 설정, 차선 이탈 회피 보조, 자동 긴급 제동, 측후방 경고(사각지대 충돌 경고음 및 자동 사각지대 카메라)와 같은 주요 ADAS(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들도 이곳에서 조정됩니다.
주행 거리계에는 현재 주행 정보, 마지막 충전 후 주행 정보, 트립 주행 정보가 표시됩니다. 주행 시간은 안 뜨고 이동 거리와 소모한 에너지(전력), 평균 에너지(전비)가 나옵니다. 1km 이동에 소모한 에너지를 보여주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kWh 당 이동 거리 계산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진처럼 전비가 239 Wh/km로 표시된 경우 '1/239*1000'을 계산한 약 4.18 km/kWh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내비게이션 설정은 간단했습니다. 음량 설정, 목적지 설정 시 슈퍼차저 포함 여부(트립 플래너), 교통 상황을 반영한 최적 경로 검색, 무료 도로 우선 여부 결정이 전부입니다. 테슬라용으로 제공되는 티맵 내비게이션은 쓸만했습니다. 목적지를 입력하고 선택하는 과정이 스마트폰으로 만지는 티맵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경유지를 몇 군데 잡아서 순서를 맞추는 접근 단계가 짧고 경로 이탈 시 재탐색 속도가 비교적 빠른데 단점도 있습니다. 차로 변경 및 진행 방향 알림은 현대오토에버(현대, 기아, 제네시스 내비게이션 기업)의 내비게이션보다 안내가 늦고 섬세함이 떨어집니다. 대구의 신천대로처럼 주 도로가 지하차도, 진출로가 지하차도 옆 도로인 구조에서 지하차도 밖으로 나와 우회전해야 할 때 이를 알리는 예고 시점이 늦습니다. 운전자가 지하차도 밖으로 한참 나온 상태에서 뒷북 멘트가 흐른다는 얘기입니다.
차량 소프트웨어 및 내비게이션 데이터는 최신화돼 있었습니다. 소프트웨어 탭에서는 오토파일럿과 프리미엄 커넥티비티 패키징 여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진행 유형을 알아볼 수 있고 차량 정비 탭에는 실시간 타이어 공기압(권장 타이어 공기압 수치, 마지막으로 측정한 시각도 표시됨), 사용자 매뉴얼, 세차 모드를 비롯한 서비스 기능이 나옵니다. 모델 Y에서 권장되는 타이어 공기압은 앞뒤 모두 42 PSI입니다.
20인치 바퀴를 낀 시승차도 권장 공기압 세팅은 동일합니다. 타이어는 굿이어의 이글 F1 어시미트릭 5, 규격은 255/40 R20입니다. 조향감과 방향 유지 성능이 괜찮다고 알려진 사계절 프리미엄 스포츠 타이어입니다. 다른 제품들보다 노면을 읽어내는 능력이 좋고 방향감이 일정해서 조향 부담은 적은데 타이어 마찰음은 다소 크게 느껴집니다.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보편적 승차감을 바란다면 19인치 바퀴로 한 치수 줄이는 게 좋겠습니다.
뒷문을 열고 2열 공간을 살펴봤습니다. 모델 3보다 전고가 182mm 높고 지붕이 완만히 내려와서 타고 내리기 좋았습니다. 운전석 뒤 레그룸(무릎 공간)은 주먹 세 개를 나란히 붙여도 소폭 남고 시트 마운트 위치가 높아서 발밑 공간도 충분합니다. 2열 바닥까지 평탄화가 잘 돼 있는데 헤드레스트(머리 받침) 부근의 헤드룸은 의외로 바듯했습니다.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문 열림 방식은 1열과 같습니다. 문 손잡이 바로 위쪽 버튼을 누르면 전동식으로 도어 잠금이 풀리며 문이 열립니다.
거주성 및 수납공간을 따졌을 때 패밀리카로 활용해도 될 만큼 좋았습니다. 2열 유리도 이중 접합돼 있는데 유리 사이에 낀 필름층이 꽤 두꺼웠습니다. 바깥 유리는 두껍게, 안쪽 유리는 얇게 만든 것처럼 보였습니다. 2열을 위한 편의 장비로는 에어 벤트와 USB-C 포트 두 개 정도입니다.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는 1열에서 2열 헤드레스트 앞쪽까지 뻗어서 개방감이 좋습니다.
2열 뒤 테일게이트 수납공간은 보통의 중형 SUV에 견줄 만큼 넓습니다. 기본 적재공간은 854리터, 2열을 접으면 2,041리터로 늘어납니다. 프렁크는 살짝 열린 틈으로 손을 넣고 들어 올리는 구조라 쉽게 열립니다. 안에 조립된 플라스틱이 생각보다 깔끔한 모양으로 사출됐고 조립도 비교적 견고하게 잘 돼 있었습니다. 용량은 117리터 정도라서 백팩에 몇 가지 잡동사니를 넣을 곳으로 알맞아 보입니다.
주행감은 제법 만족스러웠습니다. 후륜구동으로 바뀐 2024 폴스타 2 싱글 모터처럼 바퀴가 기민하게 움직이는데 운전대로 전해지는 손끝의 묵직함, 조향 신뢰감은 모델 Y가 조금 더 나았습니다. 시트 위치가 껑충해서 크로스오버가 아닌 소형 SUV를 모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좁은 골목에서 넓은 대로변으로 나오면 처음에 느꼈던 운전 자세의 어색함이 싹 사라집니다. 그동안 경험한 다른 전기차들보다 전방 시야가 넓어서 길이와 차폭감을 알기 쉬웠습니다. 사이드 미러는 차체 크기에 비해 작고 보여주는 면적이 넓지는 않아서 차선 변경 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바퀴의 구름 질감은 전반적으로 탄탄했습니다. 폴스타 2가 승차감을 어느 정도 안배한 전기차였다면 모델 Y는 노면의 특성을 운전자에게 잘 전달하려 노력한 모델이었습니다. 가감속 시 앞뒤의 기울어짐, 선회 구간에서는 좌우의 흔들림 범위가 좁고 주행 중 맨홀 뚜껑을 밟으면 곧장 튕겨서 차체를 재빨리 가라앉힙니다.
컴포트한 일상용 셋업이 아닌, 주행 역동성에 조금 더 무게를 기울인 세팅으로 보입니다. 앞서 수입 판매된 모델 Y는 단단하고 딱딱하다는 반응이었는데 지금의 모델 Y는 그런 반응들이 조금 누그러졌습니다. 타이어 영향으로 결코 조용한 차는 아닌데 실내로 들리는 소음은 대체로 고른 편입니다. 시속 80 km/h로 내달리는 메마른 신천대로 구간에서는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의 중간 정도로 타이어 마찰음이 들립니다. 50~60 km/h 이하로 달리는 중에 들어오는 하부 소음은 다른 전기차들의 평균보다 덜 느껴집니다.
오토파일럿 기능은 신천대로 일부 구간에서 켜봤습니다. 앞차 추종 간격은 최소 두 대에서 일곱 대 간격까지 설정이 되는데 기본적으로는 자동차 다섯 대가 들어갈 간격으로 맞춘다고 합니다. 추종 간격은 오토파일럿이 켜진 상태에서 운전대 오른쪽 스포크 휠을 좌우로 움직이면 됩니다. 왼쪽으로 밀면 좁아지고 오른쪽으로 밀면 넓어집니다. 주행 속도를 조절하고 싶으면 휠을 위 혹은 아래로 굴리면 됩니다. 설정 가능 최댓값은 109 km/h로 제한됩니다.
오토파일럿 지속 여부는 운전대를 붙잡은 힘(토크)의 범위로 결정됩니다. 토크 센서에 알맞은 힘이 걸리면 오토파일럿 기능이 유지되는데 범위를 벗어나면 곧장 오토파일럿이 풀립니다. 한 손에 달걀 한 개를 가볍게 말아 쥔 정도로 운전대를 잡으면 됩니다. 차로 변경 보조는 방향 지시등 점등 후 차가 없으면 3초 후에 쓱 넘어갑니다. 움직임은 현대, 기아, 제네시스의 차로 변경 보조보다 빠릅니다. 급차선 변경처럼 촐싹거리는 부분 없이 부드럽게 반응합니다.
신천대로를 벗어난 시내 구간에서는 운전대 조향과 가감속에 집중했습니다. 레이더 대신 사방에 달린 비전 카메라 여덟 대로 차 주변을 관찰하며 거리를 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차로 변경 금지 목적으로 세운 주황색 막대는 화면에 라바콘으로 표시하고 차종 유형(세단, SUV, 트럭, 버스 등)에 따른 이미지 윤곽도 잘 드러납니다. 현대차 그룹의 HDA(고속도로 주행 보조) 2에서 네모난 지우개 모양으로 형체를 묘사하던 헤드업 디스플레이보다 더 많은 객체(오브젝트)를 띄우고 반응 지연도 짧았습니다. 안개가 끼거나 비나 눈이 내리는 악천 후 환경에서도 주변 상황을 잘 감지할지 궁금해집니다.
사전 설정된 코스를 따라 40분 주행을 마쳤습니다. 테슬라 대구 스토어로 돌아온 직후 평균 전비는 9.09 km/kWh 정도(도착 전 10km 범위까지)로 나왔습니다. 운행 전 기록된 다른 운전자의 기록은 5.81 km/kWh(14km 주행 기준)였습니다. 정확한 기록을 위해 트립 중 하나를 초기화시켜서 다니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운행 전 표시된 주행 가능 거리는 343km, 주행 후에는 327km로 나왔습니다.
기본 설정된 회생 제동 레벨이 강해서 브레이크 페달로 발을 옮기는 횟수가 많지 않았습니다. 주행 전에 P(주차) 모드에서 페달 및 스티어링-정지 모드를 '홀드'로 걸어두면 현대차 그룹 전기차에서 범용적으로 쓰이는 i-페달의 작동 특성에 가까워집니다. 원-페달 주행에 발이 익은 분들은 내가 모델 Y를 이끄는 기분이겠지만 살랑살랑한 주행을 원하던 분들에게는 내가 모델 Y에 맞춰야 하는 기분으로 몰게 됩니다.
테슬라 모델 Y는 다른 전기차들과 분명히 다른 운전 경험을 전했습니다. 다른 브랜드는 전기차에 거부감을 가진 내연기관차 고객을 사로잡으려 상품성을 대중 친화적으로 맞추려 애쓰지만 테슬라는 그런 전략을 쓰지 않은 듯했습니다. 꼭 있어야 할 건 남기고 나머지를 비웠습니다. 집어넣는 것보다 덜어내는 것이 힘든 디자인의 본질을 알고 접근한 모델이랄까요?
간단하고 단순하지만 사람이 머무는 곳의 공간의 가치를 아끼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자동차 그 이상을 넘어선 테슬라의 소프트웨어 경험은 ccNC(커넥티드 카 내비게이션 콕피트)로 허들을 넘게 된 현대차 그룹의 도전 과제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역할 별로 쪼개진 모바일 앱을 한 군데로 모으고 위젯을 최적화한 최근의 노력에는 경쟁사의 세련된 UX(사용자 경험)가 좋은 본보기가 됐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아니라면 현대차 그룹이 테슬라 전기차를 수 백 대 빌려서 임직원한테 타 보라고 권할 이유가 없겠죠?
업계에서 퍼스트 무버로 통하는 테슬라, 패스트 팔로어인 현대차 그룹의 줄다리기 상황은 그들의 전기차를 타 보면 이해가 될 겁니다. 전기차를 발판 삼아 자동차 제조업에서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 중인 현대차 그룹, 20세기 말 GM에서 버려진 EV1에 관심을 보이며 시작된 테슬라의 출발점이 달랐던 만큼 보이지 않는 기술의 갭(gap)은 당장 커 보일 수 있습니다.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궁금해지는 전기차 시장은 어떤 과정을 거쳐 또 한 번 성장할지 기대됩니다. 아직 테슬라를 경험하지 못했다면 가까운 테슬라 스토어를 방문해서 상품 설명을 듣고 온몸으로 경험해 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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