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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의 기다림, 2024 GV80 2.5T 시승 후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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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의 기다림, 2024 GV80 2.5T 시승 후기

커피스푼 2024. 1. 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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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9일 제네시스 2024 GV80을 시승했습니다. 부분변경으로 완성도를 더 높인 2024년형 GV80입니다. 현대 드라이빙라운지 대구 서부에는 2.5리터 가솔린 터보(2.5T) 5인승 풀옵션 모델이 시승차로 운영 중이었습니다. 검붉은 일렉트리파이드 GV70(GV70 전동화 모델) 바로 옆에서 엔진을 데우던 GV80은 태산처럼 의연하고 당당해 보였습니다.

 

 

GV70 전동화 모델(왼쪽) 옆에 주차된 2024 GV80(오른쪽)입니다.
GV70 전동화 모델(왼쪽) 옆에 주차된 2024 GV80(오른쪽)입니다.

 

선택 사양은 넉넉하다를 넘어서 그야말로 푸짐합니다. e-LSD(전자식 차동 제한 장치)를 갖춘 사륜구동에 22인치 바퀴,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II, 파퓰러 패키지, 파노라마 선루프, 컨비니언스, 뱅앤올룹슨 사운드, 빌트인 캠 패키지까지 가득 채웠습니다. 외장은 무광형 스토르 그린, 내장은 글레이셔 화이트에 울트라 마린 블루, 뉴스페이퍼 리얼 우드 장식을 곁들였습니다. 가격은 9,280만 원입니다.

 

 

2024 GV80 앞모습입니다.
2024 GV80 앞모습입니다.

 

겉모습은 2020년 1월에 나온 GV80보다 좋아졌습니다. 크레스트 그릴을 지그시 누르며 모난 곳을 둥글게 깎고 그물망을 견고히 다듬었습니다. 두 줄 헤드램프는 G90에 쓰인 MLA 방식 LED 램프를 공유하며 더 촘촘해지고 여백의 미를 따르던 범퍼는 역동적으로 변했습니다. 넓은 사다리꼴에 스키드 플레이트를 받치고 빗변 좌우로 모서리 둥근 삼각형을 걸치는 변화로 얼굴이 더 강인해졌습니다.

 

 

2024 GV80 뒷모습입니다.
2024 GV80 뒷모습입니다.

 

번호판 좌우로 걸치던 뒤 반사판은 크롬 장식을 받들며 일체감이 나아졌습니다. 범퍼 아래를 받치는 디퓨저 장식도 전보다 섬세함이 돋보입니다. 좌우로 뺀 배기 팁 머플러는 제네시스의 크레스트 그릴 패턴으로 숨기고 스키드 플레이트 외곽을 두 줄로 잡아 잘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2024 GV80 옆모습입니다.
2024 GV80 옆모습입니다.

 

2024 GV80의 22인치 바퀴는 이렇습니다.
2024 GV80의 22인치 바퀴는 이렇습니다.

 

옆모습은 전에 알던 GV80 그대로인데 휠의 기교가 달라졌습니다. 고전적이면서 우아한 느낌이 아닌, 미래적 변화를 예고하는 맵시로 보였습니다. 다섯 방향으로 스포크를 낸 22인치 휠에는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투어 A/S가 신겨집니다. 주행감과 승차감 균형을 잘 잡은 프리미엄 컴포트 사계절 타이어로, 제네시스에서 가장 보편적인 출고용 OE 타이어 제품이기도 합니다. 규격은 앞뒤 모두 265/40 R22입니다.

 

 

2024 GV80 실내입니다.
2024 GV80 실내입니다.

 

2024 GV80 운전석 주변은 이렇습니다.
2024 GV80 운전석 주변은 이렇습니다.

 

실내는 이미지 보완에 집중된 겉모습보다 더 많이 변했습니다. 헤벌쭉 웃던 2-스포크 운전대 대신 3-스포크 운전대를 얹고 어떻게든 비우려 애쓰던 버튼 배치도 눈에 익던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따로 뚝 떨어졌던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화면도 진짜 한 장으로 길게 이어진 27인치 OLED 화면 품으로 들어왔습니다.

 

곡면으로 매끄럽게 떨구던 대시보드에 층이 지면서 에어벤트가 더 명확해지고 터치로 반응하는 인포테인먼트와 공조 컨트롤러의 역할 나눔도 분명해졌습니다. 푸시 커버로 가리던 컵 홀더는 밖으로 빼내고 제네시스 통합 컨트롤러와 전자식 변속 다이얼 테두리는 세공 흔적이 밴 섬세한 장식으로 기능을 다루는 만족감을 높였습니다.

 

 

2024 GV80 운전석 주변 마감은 꽤 괜찮았습니다.
2024 GV80 운전석 주변 마감은 꽤 괜찮았습니다.

 

운전석 주변 소재를 다루는 솜씨는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화면 뒤편의 대시보드 상단은 눈에 보이는 만큼 푹신했고 운전자의 왼 무릎을 받치는 도어 트림의 감촉, 투톤 마감된 운전대 림의 쫀득한 질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부들부들한 스웨이드로 마감한 천장에 비해 A-필러는 상대적으로 거칠고 한 톤 더 어둡게 보이긴 합니다.

 

 

옆에서 본 2024 GV80의 운전석입니다.
옆에서 본 2024 GV80의 운전석입니다.

 

운전석 착석감은 제법 여유가 느껴집니다. 좌판 길이는 성인 남성 기준으로 적당한데 기본 시트 위치에서는 허벅지 앞쪽이 허전하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습니다. 좌판 앞쪽을 조금 들어서 몰아보면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밀었다 놓는 안정감이 한결 좋아집니다. 좌판 좌우의 지지감은 약한데 등받이 좌우는 약간 돌출된 형태라 운전자의 허리를 잘 붙듭니다. 좌판보다는 등받이가 좀 더 푹신했습니다.

 

 

옆에서 본 2024 GV80의 2열입니다.
옆에서 본 2024 GV80의 2열입니다.

 

2024 GV80의 2열 실내 구성은 이렇습니다.
2024 GV80의 2열 실내 구성은 이렇습니다.

 

2열 착석감은 1열과 비슷합니다. 좌판이 1열처럼 적당히 길고 등받이도 리클라이닝으로 뒤로 눕기 좋은 형상이었습니다 좌판과 등받이는 전동식 레버로 움직입니다. 1열 뒤 무릎 공간(레그룸)은 주먹 두 개 정도인데 1열 시트 마운트가 높아서 발밑 공간이 여유롭습니다. 머리 공간(헤드룸)도 천장까지 한 주먹 이상 남습니다. 2열 편의 사양으로는 시트 열선과 통풍, USB-C 포트 2개, 220V 인버터가 들어가고 천장에 화장 거울이 매달립니다.

 

 

2024 GV80의 적재 공간은 이렇습니다.
2024 GV80의 적재 공간은 이렇습니다.

 

2024 GV80의 하단 추가 수납공간은 이렇습니다.
2024 GV80의 하단 추가 수납공간은 이렇습니다.

 

테일게이트 안쪽 적재 공간은 디 올 뉴 싼타페와 유사한 727리터 정도입니다. 2열 등받이는 좌판 옆 원터치 폴딩 버튼 혹은 테일게이트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전동식으로 스르륵 접힙니다. 다 접으면 공간이 2,144리터로 늘어납니다. 러기지 보드 밑에 깔린 수납공간은 손목 깊이의 L자형 수납함, 러기지 스크린을 놔두는 용도로 마련됩니다. 6인승(2열 독립형), 7인승(2열 벤치형) 모델의 3열은 플러스 2의 개념이라 성인이 앉을 곳은 못 됩니다.

 

 

2024 GV80의 운전 시점은 이렇습니다.
2024 GV80의 운전 시점은 이렇습니다.

 

운전 시점은 GV70, 디 올 뉴 싼타페, 더 뉴 쏘렌토보다 더 높습니다. 근래에 시승한 SUV 중 위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이 가장 뚜렷합니다. 웬만한 승용 세단, 도심형 SUV, 미니밴을 굽어보는 시점에 가깝습니다. 전방에 보이는 보닛 면적, 룸미러에 보이는 후방 시야가 넓습니다. 사이드 미러의 측후방 시야는 더 뉴 쏘렌토와 비슷합니다. 포드 익스플로러, 혼다 파일럿처럼 대형 SUV 경험이 풍부한 운전자라면 GV80의 운전 시점이 익숙할 겁니다.

 

 

2024 GV80으로 골목을 다니던 모습입니다.
2024 GV80으로 골목을 다니던 모습입니다.

 

드라이빙라운지를 나서는 GV80의 첫 구름 질감은 대체로 부드러웠습니다. 20~30 km/h로 생활도로구역(골목)을 지나거나 마주 오는 차를 보내주러 잠시 세웠다 출발하는 상황에서는 절제된 흔들림, 노면을 고르게 건들며 밀어내는 바쿠의 감각이 괜찮았습니다. 어린이 보호구역 일대의 과속방지턱에서는 상하 움직임을 짧게 잡아 충격이 지속되는 구간을 줄였습니다.

 

 

2024 GV80으로 시승하던 주요 구간입니다.
2024 GV80으로 시승하던 주요 구간입니다.

 

골목에서 신호를 받고 주 도로에 GV80을 올려봤습니다. 울퉁불퉁한 노면은 댐핑의 탄력으로 가볍게 퉁퉁 튕기다 맙니다. 50~60 km/h로 주행 도중 깊은 홈, 맨홀 뚜껑을 밟으면 22인치 바퀴가 툭 쳐내는 감각이 바로 전해집니다. 타이어 편평비가 낮아서 균열이 가거나 깨진 도로에서는 살짝 거칠고 단단하게 반응합니다. 대부분은 노면의 굴곡을 따라 차체가 너울지며 덩실대는데 자세를 회복하는 시간이 비교적 짧아서 승차감 저하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2024 GV80의 브레이크 및 가속 페달입니다.
2024 GV80의 브레이크 및 가속 페달입니다.

 

제동 후 정차할 때는 앞으로 살짝 기울며 멈춥니다. 무르기만 한 서스펜션은 작은 변위에도 차체가 쉽게 흔들리는데 GV80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부드러움 속에 적당한 탄력을 갖추고 있으며 운전대로 읽히는 조향감, 제동감, 가속감의 균형을 잘 맞춘 듯했습니다. 일부 구간에서는 낮은 편평비로 인한 단단함이 확 치고 오르는데 완만하게 잡고 싶으면 휠 타이어는 20인치가 알맞아 보입니다.

 

 

2024 GV80 2.5T의 엔진룸을 살펴봤습니다.
2024 GV80 2.5T의 엔진룸을 살펴봤습니다.

 

GV80에 얹힌 2.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은 회전 질감, 1,500~2,000 rpm에서 차분히 밀어주는 저 회전 토크감이 괜찮았습니다. 304 마력(@ 5,800 rpm), 43 kgf.m 토크(@ 1,650~4,000 rpm)를 내도록 성능을 조금 더 끌어올렸는데 터보 랙으로 가속이 굼뜨는 경우가 별로 없었습니다. 신호 대기 중 700 rpm을 띄우는 상황에서는 3.5리터 V6 자연흡기 엔진을 품은 익스플로러보다 더 조용하고 잔잔합니다. 분명 4기통 엔진인데 6기통 엔진의 감성을 잘 묘사했습니다. 1시간 이내의 셀프 시승에서 가장 만족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을 끈 상태였는데도 말이죠.

 

 

2024 GV80에서 주행 모드 설정 후 오토홀드가 작동하던 모습입니다.
2024 GV80에서 주행 모드 설정 후 오토홀드가 작동하던 모습입니다.

 

오토홀드로 정차 후 엔진을 깨우는 감각은 아쉬움을 말할지도 모릅니다. 같은 엔진이 얹힌 G80, GV70은 가속페달을 살짝 건들면 부드럽게 일어나는데 GV80은 그보다 거칠게 깨웁니다. 운전자의 확실한 인지를 위해 의도적으로 유도한 설정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의전용으로 GV80을 다룰 계획이라면 ISG(아이들링 스톱 앤 고) 기능은 잠시 꺼두는 게 좋겠습니다. 

 

 

2024 GV80의 내비게이션, 음성 인식 기능은 보완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2024 GV80의 내비게이션, 음성 인식 기능은 보완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내비게이션 길 안내 정밀도는 최근 출시된 더 뉴 투싼보다 조금 떨어집니다. 건물을 끼고 맞은편 도로를 달리던 상황이었는데 근처에 도착했다며 길 안내를 끝냅니다. 투싼의 경우 건물 앞 주차장까지 안내가 쭉 이어졌습니다.

 

주행 중 이용한 음성인식 성능도 살짝 아쉬웠습니다. 주행 중 마스크를 쓴 채로 말하면 일부 단어를 얼렁뚱땅 넘기거나 인식하지 못했다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마스크를 벗고 말하면 그나마 나아집니다. 입력 감도가 높은 마이크를 달거나 수음부를 더 가까운 위치로 옮겨서 보완했다면 어땠을까 합니다. 더 뉴 투싼에서는 수음부가 가까워서 마스크를 쓴 채로 말해도 운전자의 요청을 잘 알아듣습니다.

 

 

2024 GV80 시승 직후 기록된 주행 정보입니다.
2024 GV80 시승 직후 기록된 주행 정보입니다.

 

50분간 20km를 주행하고 난 연비는 9 km/l로 나왔습니다. 시승 전 990km를 뛴 누적 정보 창에는 평균 연비가 5.7 km/l, 264km를 달리며 기록된 주유 후 정보란에도 평균 연비가 6.5 km/l 정도였습니다. 공차중량이 2.2톤에 가깝고 네 바퀴 모두에 힘을 전하며 단면적이 넓은 타이어가 꽂혀서 두 자리 이상의 연비는 기대가 어렵습니다. 같은 엔진을 공유한 GV70도 8~9 km/l가 일반적입니다. 3.5리터 V6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이 얹힌 미국식 대형 SUV보다는 소폭 낫습니다.

 

 

2024 GV80, 궁금하면 시승해 보길 바랍니다.
2024 GV80, 궁금하면 시승해 보길 바랍니다.

 

2.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품은 GV80은 생각보다 여유롭게 잘 움직여줬습니다. 수치화하기 힘든 6기통 엔진 고유의 감각이 잘 드러나서 인상적이었습니다. 2, 3년 전 경험한 G80 2.5T는 4기통 엔진에서 보편적으로 느끼던 마찰감, 운전대로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는데 4년이 흐르고 난 GV80의 2.5T는 잘 익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브랜드 기반을 다지던 때부터 강조하던 여백의 미는 한국적 감각으로 승화되며 기술적 세련미를 입기 시작했습니다.  

 

제네시스 첫 SUV로 호기롭게 등장한 GV80이 조생귤(11월 초 수확)이라면 지금의 2024 GV80은 만생귤(1월 초 수확)에 가깝습니다. 지난 4년간 쌓아 올린 브랜드 전반의 경험치를 잘 녹여서 모델의 완성도가 더 좋아졌다는 의미입니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뜻을 받들며 나온 제네시스 GV80은 전보다 상품화 전략이 선명해졌습니다. 어떻게 다듬어야 더 고결하고 고객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지를 알아냈습니다. 궁금하다면 시승으로 경험하고 소중한 기억으로 머릿속에 기록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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