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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2024 투싼 설 연휴 운전 연수 후기 본문
지난 토요일(10일) 이른 아침, 설을 맞아 큰집에서 차례를 지내고 왔습니다. 집에서 잠깐 쉬다가 어머니, 막내 여동생과 함께 셋이서 외가를 다녀오기로 합니다. 경북 경산에서 창원(마산)까지는 차로 넉넉잡아 두 시간 정도 걸리는데 운전대는 제가 아닌 막내 여동생이 잡았습니다. 이때 아니면 언제 운전 연수를 길게 하겠나 싶어 운전을 적극 권했습니다.
오전 11시경 2024 투싼에서 찍어본 예상 도착 시간은 약 1시간 40분이었습니다. 25번 국도로 내려가다 청도 IC로 고속도로(대구부산선) 진입 후 남밀양 IC로 빠져서 국도로 갈아타는 경로입니다. 고속도로 진출입은 한 달 전 팔공산, 군위 여행으로 첫 경험을 가져서 낯설지 않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청도 IC로 향하는 25번 국도는 사실상 '마음의 평화' 구간이었습니다. 고속도로 통행료를 안 받는 설 연휴에 온갖 차로 미어터지는 고속도로를 타게 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수성 IC 대신 외곽의 청도 IC로 유도한 길 안내 상황만 봐도 그렇습니다. 적당한 난도로 경험치 쌓기가 중요한 초보 운전자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습니다.
한산한 주행으로 여유가 생긴 막내 여동생은 청도 IC의 하이패스 차로, 부산 방향 램프 구간을 지나며 거침없이 속도를 올렸습니다. 합류 차로에서 가속 페달을 지그시 밀더니 2차선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갑니다. 제한 속도는 110km/h였지만 안전 속도로 표시된 100km/h에 맞춰 달렸습니다. 교통량은 내비게이션에 나온 대로 쾌적했습니다.
10km 남짓 달려서 들어간 청도 새마을휴게소에는 빈자리가 거의 없었습니다. 가락국수(우동) 한 그릇에 커피 한 잔, 맥반석 오징어에 알감자 버터구이 한 사발이 생각나는 점심시간이라 주변이 사람들로 붐빕니다. 큰집에서 먹은 떡국, 문어숙회, 돔배기, 모둠전으로 배고픔을 느끼지 못한 우리는 꽉 찬 주차장을 지나 셀프 주유소에 차를 세웠습니다.
연료 탱크에 남은 기름이 4분의 1도 되지 않아서 주유를 하고 가기로 했습니다. 집에서 청도 새마을휴게소까지 47분 달리는 동안 기록된 연비는 15.5km/l였습니다. 1월 초 출고 후 달려온 975km 동안 누적된 연비 10.7km/l에 비하면 꽤 평온한 주행 기록입니다. 신차를 맞으며 으레 한다는 길들이기 과정은 거의 없었습니다.
주유는 금액 기준으로 5만 원에 맞췄습니다. 찾아간 SK에너지 주유소는 블루멤버스 포인트로도 결제가 가능했는데 바코드 인식이 안 돼서 다른 멤버십 카드로 결제를 마쳤습니다. 리터 당 120원 할인(31.27리터 주유 후 3,720원 할인)을 받은 덕에 46,280원으로 결제가 승인됐습니다. 주행 가능 거리는 121km에서 495km로 확 늘었습니다.
느리고 부족했던 전기차 급속 충전소는 양방향 모두 좋아졌습니다. 전에는 부산 방향에 100kW 급속 2기, 대구 방향에 50kW 급속 1기만 있어서 제시간에 충전하기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1월 19일 서비스가 시작된 대영채비 초급속 충전소로 300kW 초급속 2기, 100kW 급속 4기가 더 생겨서 충전 환경이 여유로워졌습니다. 1 kWh 당 충전 요금은 회원 기준 340원, 비회원 기준 460원이고 이핏(E-pit)처럼 PnC(플러그 앤 차지) 서비스도 대응됩니다.
휴게소에서 경남 밀양으로 10km쯤 움직였더니 유령 정체로 차가 잠시 밀립니다. 전광판 안내를 참조해 속도를 미리 늦추게 하고 느릿하게 기어가는 자동차 행렬을 보고서 비상등을 켜줬습니다. 전방 상황을 살피되 시선이 한곳에 머물지 않도록 거듭 강조합니다.
정체 및 지체가 풀리자 남밀양 IC로 빠져서 진영 방면으로 난 25번 국도를 탑니다. 지반이 약한 왕복 4차선 구간이라 일부 노면이 울퉁불퉁한데 제한 속도가 80 km/h로 높고 교통량이 적어서 막내 여동생의 얼굴 표정이 한결 편해집니다. 주말에 교외 지역으로 운전 여행하던 때보다 한적했으니까요.
운행 중 누적 주행 거리 1,000km가 넘어가자 클러스터(계기판) 화면을 찍어봤습니다. 주유 후 30분간 28.6km를 달리던 중의 연비는 18.5km/l였습니다. 실시간 띄우는 순간 연비 막대는 18km/l가 끝인데 평온한 주행이 이어지니 연비가 좀처럼 내려갈 줄을 모릅니다.
창원 외곽에서 시내로 들어서자 잘 보이지 않던 차들이 몇 차로에 걸쳐 에워쌉니다. 창원대로를 따라 물 흐르듯 움직이다 차선을 차례대로 옮기며 우회전 준비를 하도록 일러둡니다. 모든 길이 처음인 막내 여동생에게는 언제 어디서 차선을 바꾸고 어디로 방향을 틀지 하나하나 길잡이 하는 일이 더 중요했습니다.
구시가지로 연결되는 팔룡터널 구간부터는 신호등과 유도선을 잘 살피라며 길 안내를 거들었습니다. 직좌우(직진과 좌회전, 우회전) 셋 다 동시에 켜지는 육거리 신호등, 10시 방향 좌회전, 11시 방향 직진 등 교차로 진입 방향이 복잡해져서 평소보다 주의 집중력이 더 높아집니다. 어린이 보호 구역과 좁은 골목을 지나는 갖은 노력 끝에 낮 1시 20분쯤 주차를 마치고 외가에 들어갑니다.
도란도란 못다 한 얘기를 나누고 이른 저녁밥을 먹고 나온 시각은 오후 5시 무렵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외가로 내려온 길과 달랐습니다. 실시간 교통 상황이 반영된 빠른 경로에 고속도로 구간이 없었습니다. 일반 국도를 몇 차례 갈아타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계산이었습니다.
집으로 향하는 운전도 막내 여동생의 몫이었습니다. "아빠가 명절에 차 몰고 나서 왜 드러눕는지 알겠다"라며 따스한 방바닥에 등을 지지며 눕더니 그새 피로가 풀렸는지 운전대 잡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이참에 야간 운전 경험을 더 늘려주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길 안내를 거들기로 합니다.
돌아가는 길은 내려가는 길보다 순조로웠습니다. 맞은편에서 창원으로 내려가는 차들은 많은데 창녕으로 올라가는 차는 몇 대 보이지 않았습니다. 5번 국도에 머물며 직진을 거듭할 뿐입니다. 예전에는 남해고속도로 서마산 IC로 들어갔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창녕 IC로 나와서 국도로 둘러 가는 길이 정석이었는데 올해 설은 국도로 쭉 올라가는 길이 더 괜찮았습니다. 제 속도를 못 내던 중부내륙고속도로 상행선을 곁에서 지켜보니 더욱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창녕읍 공설운동장 삼거리부터는 해마다 다니던 길이 겹쳐서 반가웠습니다. 우측에 거룩한 화왕산을 끼고 달리던 순간에는 몇 달 전 나 홀로 산에 오르던 장면이 떠올라서 등산 썰을 풀기도 했습니다. 절대 만만하게 볼 산이 아니라며 어려운 길로 오르면 금방 네 발로 기면서 후회하게 될 거라며 그날의 기억을 되새겼습니다.
고분군을 마주한 창녕 박물관부터는 말 그대로 아는 길이었습니다. 동그란 눈을 한 1톤 포터, 오르막 차로에서 맥을 못 추던 초기형 스타렉스, 풍성한 토크와 출력의 익스플로러가 달리던 그 길을 2024 투싼에서 지켜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수년에 걸쳐 눈에 익은 창녕 박물관 앞 고분군은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헤리티지 이정표이기도 합니다.
마을 앞 설치된 50km/h 고정형 과속 단속 카메라를 지나면 두 번의 호젓한 고갯길이 펼쳐집니다. 팔공산 한티재, 군위 여행으로 고갯길을 선행 학습한 막내 여동생은 "또 꼬부랑길 타고 가야 해?"라며 싫은 기색을 보였지만 "이 길만 지나면 마음의 평화 구간이 온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굽은 길 오르는 부담을 덜어줬습니다.
내리막 차로에서는 전처럼 기어 단수를 2단, 혹은 3단에 걸고 느긋하게 가면 된다며 다독입니다. 첫 고갯길은 차로 폭이 좁고 경사가 급해서 기어 2단, 이후에 나온 내리막 차로는 폭이 넓고 경사가 덜해서 기어 3단으로 고정 후 관성 주행을 하도록 권했습니다. 경사로 속도 제어는 엔진 브레이크, 보조 제동은 풋 브레이크로 역할을 나눠 주면 하중 이동에 따른 쏠림이 덜해서 승차감 저하가 줄어듭니다.
고갯길을 다 내려오니 어둠이 짙어집니다. 왕복 4차선으로 쭉 뻗은 풍각농공단지부터는 2차선 위주로 편히 다녔습니다. 가로등 뜸한 25번 국도 구간에서는 하이빔 보조를 켜서 지능형 헤드램프가 켜질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지능형 헤드램프는 사전 설정값에 따라 20km/h, 40km/h, 60km/h 이상에서 켜지는데 40km/h부터 켜지게 한 설정이 괜찮았습니다.
하이빔 보조는 앞유리 카메라에 빛이 감지됐을 때 상향등이 꺼졌다가 지나면 다시 켜지는 구조인데 지능형 헤드램프는 하이빔 보조의 확장형 개념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더 뉴 투싼의 지능형 헤드램프는 U자형으로 넓게 퍼져 비추다가 맞은편에서 달리는 차, 1차선 추월 차량의 조명이 감지되면 왼쪽 상향등만 내려줍니다. 왼쪽이 어둡고(중앙 분리대에 근접하는 경우 포함) 도로 우측이 밝으면 우측 상향등을 내린 'L'자 형태가 되기도 합니다.
제네시스 최신(2024) 모델에 대응된 지능형 헤드램프랑은 차이가 있습니다. 포물선으로 좌우로 넓게 비추다 빛이 감지되면 어둡게 처리할 영역을 빠르게 읽고 LED를 순차적으로 꺼줬다 밝히는데 더 뉴 투싼은 좌우 LED 상향등을 상황에 따라 교차로 껐다 켜는 기존 방식을 따릅니다. 좌우 상향등을 한 번에 끄던 이전 모델보다는 조사 범위가 넓으니까 야간 운전은 좀 더 편하게 느껴질 겁니다.
어둠을 헤치며 집으로 쉼 없이 달려온 시각은 오후 7시 무렵이었습니다. 출발 전 내비게이션에서 보여준 예상 도착 시간보다 10분 더 걸렸는데 교통 정체가 거의 없는 경로로 안내를 받아서 만족했습니다. 창원(마산)에서 경북 경산까지 97.4km를 달리는 동안 기록된 상행 연비는 16.2km/l였습니다.
편도로 두 시간, 왕복 네 시간 주행을 마친 막내 여동생은 피곤한 기색이 없었습니다. 긴장을 좀처럼 늦출 수 없던 군위 여행 때보다 주행이 쾌적하고 1열 위주로 타던 상황보다 승차감이 부드럽고 조용해서 운전하기 좋았다고 합니다. 골목길 진입, 주차는 여전히 낯설어하는데 운전 경험이 더 늘면 언젠가 익숙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투싼으로 먼 거리 잘 다녀왔으니 며칠 뒤 셀프 세차나 하러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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