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설탕 한 숟갈
2024 제네시스 G80 2.5T 시승 후기 본문
지난 28일 2024 제네시스 G80 2.5T(2.5 가솔린 터보)를 시승했습니다. 현대 드라이빙라운지 대구 동부에서 경험한 G80 시승차는 거의 모든 선택 사양이 들어간 풀옵션 모델입니다. 사륜구동, 20인치 휠(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전륜 4P 브레이크 포함),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II, 파퓰러 패키지에 다섯 가지 선택 사양, 후석 스마트 엔터테인먼트 시스템까지 추가됐습니다. 가격은 8,430만 원입니다.
2024 G80의 얼굴은 3년 전 시승한 2021 G80 2.5T보다 날렵해졌습니다. 도톰하던 엠블럼이 납작해지고 크레스트 그릴 속 다이아몬드 문양이 이중 사선으로 더 견고해졌습니다. 주간주행등 안쪽의 LED 헤드램프는 G90, GV80처럼 MLA(마이크로 렌즈 어레이) 기술을 받들며 예리한 눈매로 바뀌었습니다. 범퍼 좌우에 뻗은 프런트 립, 에어커튼까지 그전 G80보다 역동성이 뚜렷합니다.
뒤태는 범퍼 속 숨은 맵시를 건드는 정도로 마무리됐습니다. 면 위주의 마감, 약간의 장식으로 여백의 미를 띄운 G80은 범퍼에 몇 가지 선을 기르며 안정감을 더했습니다. 반사판은 좀 더 가늘고 길게, 머플러는 두 줄 크롬 장식에 완만한 'V' 자로 은근히 숨겼습니다.
20인치 5-트윈 스포크 스퍼터링 휠도 달라진 G80의 역동적 이미지를 부추깁니다. 단순함, 정통성을 강조한 5-스포크 휠에서 바람구멍을 넓히고 바람개비 패턴으로 모양을 반듯하게 잡아 전진감이 잘 느껴지게 다듬었습니다. 전륜 브레이크 디스크에 고정된 4-피스톤 캘리퍼, 후륜 브레이크 캘리퍼에는 제네시스 로고 장식을 붙였습니다. 타이어 규격은 앞쪽이 245/40 R20, 뒤쪽이 275/35 R20이며, 제품은 피렐리의 P 제로 올 시즌이 쓰였습니다.
실내는 외장보다 더 많이 변했습니다. 이전 G80에서 독립된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LCD 계기판), 14.5인치 내비게이션 화면은 더 밝고 선명한 하나의 27인치 OLED 화면으로 통합됐습니다. 가운데서 길 안내를 돕던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은 클러스터 영역으로 자리를 옮기고 HUD(헤드업 디스플레이)로 띄우는 내용 및 그래픽 화면도 최신화됐습니다.
버튼을 확 줄였던 2-스포크 휠은 쓰기 편한 3-스포크 휠로 바뀌고 가죽 안감과 겉감은 투톤으로 가지런히 여몄습니다. 안감은 바닐라베이지, 겉감은 애쉬그레이로 실내 배색에 딱 맞췄습니다. 블랙 하이그로시로 감싼 스포크 왼쪽은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스포크 오른쪽은 음성인식을 비롯한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모았습니다. 림 안쪽과 혼 커버 외곽의 바늘땀 장식은 대체로 균일하고 재질감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양손에 말이 쥔 림은 제가 알던 G80보다 쫀득했습니다.
여백의 미를 거들던 대시보드 상단은 2단 구성으로 명확하게 정리됐습니다. 에어 벤트는 한 줄 내리고 비상등 버튼은 터치형 인포테인먼트 사이로 옮겼으며, 공조기 화면과 버튼 구성은 알기 쉽게 변했습니다. 시트 열선과 통풍, 운전대 열선, 에어컨, 바람 세기 조절 버튼은 각각 떨어뜨리고 다이얼 외곽의 물리 버튼은 안쪽으로 모았습니다.
센터 플로어의 변화도 눈에 띕니다. 손가락으로 원을 그리며 돌리던 매립형 제네시스 통합 컨트롤러는 위로 꺼내서 만지기 쉽게 만들고 변속 다이얼 테두리는 8각 강화 유리를 씌워 조각감과 시각적 고급감을 높였습니다. 재활용 나무 장식(업사이클링 버치 파인라인)은 도어 트림 상단 일부, 2열 다기능 암레스트에 들어가는데 차가운 애쉬그레이, 따스한 기운의 바닐라베이지와 잘 어울려서 보기 좋았습니다.
앰비언트 램프는 기존 G80보다 넓게 골고루 비춥니다. 동반자석 크래시패드, 센터 플로어 양쪽, 1열과 2열 도어 트림을 가로지르며 빛납니다. 설정된 휘도(밝기)가 높아서 햇빛이 쨍한 주간에도 눈에 잘 보였습니다. 이는 터널을 지나거나 야간 운전을 하는 상황에서 운전자와 탑승객의 주행 감성을 잘 살려줄 요소로 보입니다.
18방향으로 움직이던 운전석 시트는 착석감이 좋았습니다. 좌판 연장(쿠션 익스텐션)을 하지 않아도 방석이 적당히 길어서 엉덩이와 허벅지를 든든히 잘 받칩니다. 등받이랑 좌우 날개(서포트)도 운전자를 지지하는 능력이 좋았습니다. 똑같은 프라임 나파 가죽인데 과거의 G80보다 표면이 보드라웠습니다. 주요 필러와 천장은 부들부들한 스웨이드로 덮어 포근한 분위기를 이어갑니다.
2열은 편의 사양 위주로 좋아졌습니다. 암레스트에 추가된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 USB-C 포트 두 개에 이어서 1열 등받이 위쪽에 추가된 14.6인치 스마트 듀얼 모니터는 유튜브, 넷플릭스, 티빙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기본적으로 터치로 작동하고 리모컨으로 모니터 위치 선택(L-왼쪽 혹은 R-오른쪽) 후 원하는 버튼을 눌러도 됩니다.
시트는 1열만큼 편했습니다. 전동식 리클라이닝으로 편한 자세로 눕힐 수 있고 등받이와 좌판 쿠션이 두툼해서 기본 위치 그대로 앉아도 괜찮습니다. 운전석 뒤 무릎 공간(레그룸)은 주먹 두 개, 머리 공간(헤드룸)은 주먹 한 개 정도 비고 센터 터널은 다른 대형 세단보다 높습니다.. 도어 트림 좌우 햇빛 가리개는 손으로 들어 걸치는 방식이며 2열 공조 기능은 에어 벤트 밑에 깔린 터치형 공조 패널로 조절됩니다.
주행감은 어떨까요? 시동을 걸고 드라이빙라운지를 나왔습니다. 주행 모드를 컴포트로 맞추고 바퀴를 천천히 굴려본 느낌은 차분하고 매끈했습니다. 좁은 골목에서 큰길로 접어들기 전 잠시 머물다 네 바퀴를 사뿐히 밀어내는 감각이 여유롭고 부드러웠습니다.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일 때는 700rpm 정도로 엔진을 돌리는데 실내로 들어오는 진동 소음은 더 적게 느껴졌습니다. 보통의 4기통 터보 엔진은 좌판과 가속 페달, 운전대 림으로 떨림이 전해지는데 G80에서 전해지는 진동 소음은 현저히 적습니다. ISG(아이들링 스톱 앤 고)로 엔진을 잠시 재우다 다시 깨웠을 때 느껴지는 좌판 떨림 말고는 차 안이 고요합니다.
대구 도시철도 3호선을 따라 들어간 시내 주행 구간에서는 버스와 트럭의 엔진 소리도 잘 걸러냅니다. 2열 쿼터 글라스를 뺀 모든 유리가 두 겹으로 붙고(이중 접합) 보이지 않는 부위 곳곳에 채워진 흡음재, 차음재로 주변에서 들리는 소음도 줄었습니다. 운전석 창문을 살짝 내렸다 닫으면 차이가 잘 느껴질 겁니다.
G80에서 엔진음이 잘 들리는 시작점은 2,500~3,000rpm 부근이었습니다. 경사로(에코존)에서 엔진 브레이크로 감속을 유도하거나 오르막 차로에서 저속으로 출발하는 상황 말고는 잘 없습니다. 대부분 2,000rpm 밑에서 기어 변속을 해내서 조용하고 가감속이 이뤄지는 과정도 대체로 정갈합니다.
시내를 약간 벗어난 대로에서는 50~60km/h 범위로 은근히 밀어봤습니다. 눈에는 그루빙 구간, 미끄럼 방지 포장 구간, 깨지고 갈라진 도로 표면이 잘 보이는데 타이어 소음과 함께 전달된 노면 정보는 몇 안 됩니다. 체감 속도가 실제보다 느리기도 하고 휠 하우스 주변 마감이 꼼꼼해졌으며 뱅앤올룹슨 사운드 패키지에 묶인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 덕에 주행 스트레스가 평소보다 덜 느껴집니다.
울퉁불퉁 솟아오른 노면에 G80을 옮겨봤습니다. 편평비 얇은 타이어에 20인치 휠이면 일부 큰 충격은 툭툭 치고 들어오지 않을까 했는데 서스펜션이 부지런히 반응하며 충격을 잘 걸러냈습니다. 차체를 상하로 흔들고 좌우로 기울기도 하는데 지속 시간이 짧고 운동 범위가 좁아서 자세 회복이 꽤 빨랐습니다.
가장 만족했던 점은 과속방지턱을 타 넘던 순간입니다. 풋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나눠 밟는 섬세함 없이 20~30km/h로 가볍게 타 넘는 주행만으로도 승차감이 부드럽고 깔끔합니다. 서스펜션이 말랑하게 조율된 차는 상하 운동 지속 시간이 길어서 뒤를 한두 번 더 눌러주는 움직임이 생기는데 G80은 그런 움직임이 잘 없었습니다.
45분간 16.8km를 달리며 기록된 연비는 8km/l 정도입니다. 간선도로 대신 시내 구간 위주로, 오르막과 내리막 차로를 번갈아 지나며 차가 전하는 주행 감각에 손발을 기울였습니다. U턴 회전 반경은 차로 두 개 반 정도로 비슷한 몸집의 세단, SUV보다 작고 주차장 안에서 방향을 돌리기 유연했습니다.
G80은 제네시스 안에서 '가장 귀중한 모델'로 불리기도 합니다. 세단이 줄고 SUV 시장이 커지는 와중에도 국내 소비자들의 꾸준한 지지와 관심을 받으며 자라왔습니다. 럭셔리 브랜드로 성장해 온 시간은 짧았으나 그동안 쌓아온 경험치로 갈고닦은 실력은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에 비빌 만하다고 봅니다. 한국 시장에서 무엇을 배우며 성장했는가는 2024 G80으로 어느 정도 알 수 있으리라 자신합니다.
같이 보면 좋은 글 :
2023.11.12 - [이 차 저 차] - 2023 더 뉴 G80 쏘카 시승 후기
2023.08.20 - [이 차 저 차] - G80보다 나을지도? 2023 볼보 S90 B6 시승 후기
2022.11.21 - [이 차 저 차] - 제네시스 G90 3.5T 시승 후기
2021.12.30 - [이 차 저 차] - G80 전기차 vs G80 제네시스 비교 시승 후기
2021.06.15 - [이 차 저 차] - 제네시스 G80 2.5T 시승 후기
2024.01.13 - [이 차 저 차] - 4년의 기다림, 2024 GV80 2.5T 시승 후기
2023.07.13 - [이 차 저 차] - 아우디 A7 스포트백 TFSI e 안팎 살펴본 후기
2022.08.22 - [이 차 저 차] - 제네시스 G70 슈팅브레이크, 셀프 시승해봤습니다
2022.01.05 - [이 차 저 차] - 제네시스 GV60, 아이오닉5·EV6보다 괜찮나?
'이 차 저 차'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 투싼 출고 후 2개월 운행 후기 (4) | 2024.03.12 |
---|---|
현대 스마트 키 케이스, 15일 맞춤 주문 후기 (2) | 2024.03.06 |
2024 테슬라 모델 X 시승 후기 (3) | 2024.02.26 |
2024 투싼 설 연휴 운전 연수 후기 (0) | 2024.02.19 |
폴스타 나이트 드라이브? 2024 폴스타 2 셀프 시승 후기 (11) | 2024.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