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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2024 테슬라 모델 X 시승 후기 본문
지난 2월 2일 2024 테슬라 모델 X 시승을 위해 테슬라 대구 스토어에 찾아갔습니다. 시승 전 살핀 모델 X 플래드(Plaid)는 2열 팰콘 윙 도어가 위로 열린 채 전시 중이었습니다. 가격은 모델 X 기본형이 1억 3천만 원부터 시작되는데 플래드 트림에 22인치 터빈 휠, 요크 스티어링 휠, 풀 셀프 드라이빙(확장형 오토파일럿)을 더한 전시차는 1억 6천만 원 정도 됩니다..
앞모습은 모델 S를 닮았는데 주간주행등이 헤드램프 밑에 넓게 붙습니다. 매끈한 면으로 그릴 흔적을 처리한 모델 Y보다 꾸밈 장식이 많습니다. SUV보다 세단을 들어 올린 크로스오버 같은데 옆에서 보면 생각이 바뀝니다. 잠시 잊은 모델 X의 거대한 존재감이 진해집니다. 전장 5,057mm, 휠베이스 2,965mm, 전폭 1,999mm, 전고 1,680mm로 크기가 웬만한 대형 세단, SUV 만합니다.
차체가 크고 길어서 22인치 블랙 터빈 휠은 비율상 크지 않아 보였습니다. 앞 타이어 규격은 265/35 R22, 뒤 타이어 규격은 285/35 R22이며 제품은 콘티넨탈의 스포트콘택트 6으로 들어갑니다. 20인치 휠을 낀 모델 X 기본형 시승차에는 앞 타이어가 265/45 R20, 뒤 타이어 규격이 275/45 R20이고 콘티넨탈의 크로스콘택트 LX 스포트가 신겨집니다.
B-필러 좌우로 나뉜 1열과 2열 문 손잡이는 플러시 타입인데 여닫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1열 문을 열 때 앞쪽을 살짝 누르면 주먹 너비만큼 살짝 열리는데 이 틈으로 손을 넣어 문을 밀어서 타고 안에서 닫을 때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부드럽게 전동식으로 착 닫힙니다.
안에서 전동식으로 문을 열 때는 문 손잡이 앞쪽 버튼, 수동식으로 열 때는 창문 스위치 앞쪽 레버를 위로 당겨서 열면 됩니다. 문이 덜 닫히면 알아서 소프트 클로징으로 전동식으로 문을 껴안으며 잠급니다. 도어 트림은 가죽과 카본, 알루미늄, 우레탄, 플라스틱, 직물이 골고루 쓰였는데 눈으로 둘러본 재질감, 균일한 바늘땀 장식, 손으로 만져본 촉감이 꽤 좋았습니다.
운전석 좌판 위치는 모델 Y보다 조금 더 높고 길이는 소폭 더 깁니다. 좌판이 허벅지 앞쪽까지 닿아서 앉았을 때 몸을 받치는 안정감이 더 좋았습니다. 등받이, 헤드레스트 형태는 모델 Y랑 비슷하고 옆구리를 받치는 좌우 서포트 영역도 여유가 느껴집니다.
운전석 주변 구성은 디지털 클러스터(LCD 계기판)가 없던 모델 Y보다 익숙했습니다. 운전대 상단을 잘라낸 요크 스티어링 휠은 푸조의 i-콕핏처럼 계기판 가리지 않게 만든 의도적 구성으로 보였습니다. 방향지시등과 헤드램프는 왼쪽 스포크, 경적과 크루즈 컨트롤, 와이퍼, 음성 인식 기능은 오른쪽 스포크에서 버튼 터치 방식으로 켜집니다. 운전대 안쪽 좌우 레버를 들고 내리던 기존 자동차들과는 조작 방식이 다릅니다.
17인치 터치스크린에 담긴 인포테인먼트 구성은 다른 테슬라 모델과 같습니다. 지도와 좌상단의 목적지 검색 바 밑에 테슬라 홈 메뉴(왼쪽 아래의 자동차 그림), 공조 설정, 전화, 카메라와 같은 주요 기능이 한 줄로 나란히 정렬됩니다. 2열 도어가 열린 차량 전시 모드에서는 지도 화면 위에 문 열림 상태 팝업 창이 뜨기도 합니다.
기어 변속 탭은 왼쪽 아래 자동차 그림을 건들면 나옵니다. 화면 왼쪽에 출력된 세로형 탭 화면에서 자동차를 위로 끌다 놓으면 전진(D), 밑으로 끌다 놓으면 후진(R)이 되고 주차 모드는 상단의 P 버튼, 중립 모드는 하단의 N 버튼을 터치하는 식입니다. 카드 키를 왼쪽 무선 충전 패드에 올려 주행 모드가 된 상태라면 기어 변속 시 비상등 부근의 블랙 바를 건드려 터치형 기어 실렉터를 깨워도 됩니다. 비상등 왼쪽에 P, R, 오른쪽에는 N, D 버튼이 켜집니다.
센터 플로어의 확장형 수납함, 컵홀더, 센터 콘솔 배치는 모델 Y와 동일합니다. 블랙 시트를 채운 전시차(모델 X 플래드)는 탄소 섬유 트림, 크림 시트를 채운 시승차(모델 X 기본형)는 호두나무로 장식된 커버가 붙고 좌우로 두툼한 알루미늄 합금 장식이 깔립니다.
2열은 탑승 인원에 따라 시트 배열이 달라집니다. 5인승, 7인승은 가로 비율이 비교적 균등한 수동식 벤치 시트, 6인승은 가운데를 비운 전동식 독립 시트가 들어갑니다. 쿠션감은 1열보다 팽팽하면서 단단합니다. 1열 시트, 센터 콘솔 밑에 빈 공간이 넓어서 발을 두기 좋고 리클라이닝으로 넘어가는 2열 등받이 각도가 큰 점은 좋은데 B-필러와 천장이 두꺼워서 공간감은 모델 Y와 유사하거나 소폭 좁았습니다.
2열 에어 벤트 자리(1열 센터 콘솔 뒤)에 설치된 터치스크린은 만져 볼 기능이 많았습니다. 바람이 나오는 화면을 밀었다 놓으며 풍향을 바꾸고 3열까지 열선 단계를 개별로 맞추거나 1열 동반자석을 앞뒤로 옮길 수도 있습니다. 미디어 재생, 게임 콘텐츠 같은 즐길 거리도 뒷좌석에서 오롯이 누립니다.
2열의 팰콘 윙 도어는 B-필러의 문 열림 버튼으로 움직입니다. 주변에 장애물이 없다고 감지되면 최대 높이로 날개를 펼치며 올라가고 측면에 장애물이 감지되면 위로 조금 높게 들다가 옆으로 살짝 펴지며 문 열림 면적을 조절합니다. 센서로 감지된 승하차 환경에 따라 열림 순서, 높이, 너비가 바뀌는 방식으로 보였습니다. 천장 좌우에는 글라스 루프, 앞유리는 1열 천장까지 쭉 뻗어서 개방감이 좋았습니다.
테일게이트를 열고 둘러본 적재 공간은 충분했습니다. 7인승 모델 기준으로 3열이 접힌 상태에서 약 1,048리터, 3열을 펼치면 608리터, 2열과 3열을 모두 접으면 2,497리터까지 늘어납니다. 러기지 보드 아래쪽 추가 수납공간은 모델 Y보다 깊고 프렁크 공간은 더 큰 183리터나 돼서 이것저것 넣을 곳으로 다루기 좋겠습니다.
주행감은 어떨까요? 20인치 바퀴가 꽂힌 모델 X 기본형으로 짧게 몰아봤습니다. 가속과 스티어링,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 셋 다 컴포트로 두고 느껴본 주행 감각은 모델 Y보다 순했습니다. 두 달 전 몰아본 RWD 모델보다 400kg 무겁고 몸집이 커서 조향 반응이 다소 여유로우며 회전 반경은 보통의 미국 대형 SUV 만큼 넓습니다. 역동적이고 기민하게 반응하던 모델 Y랑은 거리를 둔 세팅입니다.
고르지 못한 노면에서 일어나는 투과음, 주변 소음은 모델 Y보다 적게 들립니다. 뾰족하게 느껴질 노면의 일부 충격도 서스펜션 반응으로 뭉툭하게 잘 받아냅니다. 운전 시 주의 집중력은 체감상 모델 X가 더 좋았습니다. 속도계 숫자, 미니 맵, 도로상 내 차 위치가 정면의 디지털 클러스터에 바로 보이니까 주행 중 가운데 터치스크린에 시선을 덜 뺏깁니다.
일부 기능은 적응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껑충한 기본 시트 위치, 잘 보이지 않는 보닛 끝선, 좁은 화각의 사이드 미러 정도는 금방 이해가 되는데 터치로 헤드램프, 방향지시등, 와이퍼를 켜고 끄는 운전대는 전시차로 충분히 경험해야 안심될 겁니다. 시승 전 테슬라 어드바이저가 옆에서 기능 작동법을 잘 일러주겠지만 한 번이라도 만져 보고 설명을 들으면 낯설고 어색한 느낌이 확 줄어듭니다.
사전 설정된 코스대로 30분 시승을 마쳤습니다. 배터리 잔량은 80%에서 78%로 2% 빠지고 13km 달리는 동안 기록된 전비는 6.45 km/kWh였습니다. 신천대로 일부 구간에서 오토파일럿을 켜기도 하고 크루즈 컨트롤에 기대지 않는 섬세한 발질로 회생 제동을 늦추며 타력 주행을 이끈 결괏값입니다.
모델 X와 모델 Y 중 뭐가 더 괜찮았냐는 물음에는 '모델 Y'로 답이 모아집니다. 2열의 팰콘 윙 도어는 주변의 시선을 붙잡고 전기 모터 셋이 들어간 플래드 트림은 쭉 벋은 도로에서 온몸이 시트에 꽂히는 짜릿함을 안깁니다. 날것에 가까운 특별한 경험은 좋은데 차량 전반의 완성도, 구매 접근성, 운전 경험에 비추면 역시 모델 Y 만한 게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몰아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판단에 큰 영향을 끼칠 부분은 아닙니다. 손에 익은 조작 편의성, 실용적 라이프스타일에는 모델 Y, 여행과 트랙 경주, 남들의 시선을 즐기는 역동적인 라이스프타일에는 모델 X가 어울리겠다는 생각입니다.
구매 결정 시점이 되면 내가 어떤 차들을 경험해 왔는지에 따라 선택이 바뀔 수 있습니다. 적당한 공간, 합리적 가격에 더 매력을 느끼던 내연기관차 운전자라면 입문형 전기차로 모델 Y, 다른 모델이 보여줄 수 없는 강렬함, 고성능 차에 발이 익은 운전자의 욕구 만족을 위해 모델 X를 고르기도 합니다. 결정적으로 가격에서 많은 고민이 되겠지만 내 라이프스타일에 딱 맞는 차를 원한다면 시승으로 차에 관한 경험부터 다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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