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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팅 느린 B650 토마호크, 답은 '윈도우 업데이트'였다

커피스푼 2024. 4. 2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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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AMD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하며 한 가지 고민이 생겼습니다. 성능은 만족하는데 느린 부팅 속도는 좀처럼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기존 컴퓨터는 전원 버튼을 누르면 길어도 20초 내로 윈도우 바탕화면이 떴는데 사양을 확 높인 지금의 컴퓨터가 1분 이상 걸리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바이오스 업데이트, 메모리 설정값을 바꿔도 아무 변화가 없다가 '의외의 선택'으로 끙끙 앓던 고민이 풀렸습니다.

 

 

B650 토마호크에서 바이오스 및 메모리 설정을 하던 모습입니다.
B650 토마호크에서 바이오스 및 메모리 설정을 하던 모습입니다.

 

부팅 속도 개선을 위해 시도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메인보드에 설치된 바이오스를 최신 버전으로 높이던지, 넷상에 알려진 대로 바이오스 - 메모리 고급 설정 안의 MCR(Memory Context Restore) 및 PDE(Power Down Enable) 설정값을 'Auto'에서 'Enabled'로 바꿔주는 일이었습니다. AMD 라이젠 7000 시리즈 프로세서, AMD 600 시리즈 메인보드로 조합된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효과가 좋다'라고 알려진 대책입니다.

 

위 방법만으로는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CPU로 AMD 라이젠 5 7600 프로세서, 메인보드로 MSI B650 토마호크 WiFi가 조립된 컴퓨터였음에도 효과는 거의 없었습니다. 6,000 MHz로 올린 RAM 클럭, 30으로 꽉 조인 CL(CAS Latency) 값을 공장 설정값(4,800 MHz, CL 42) 대로 풀어주면 메모리 학습(트레이닝) 개선으로 부팅 속도가 빨라지는 변화를 볼 수는 있었습니다.

 

 

부팅 초기 디버그 LED에 적색과 황색이 켜지곤 했습니다.
부팅 초기 디버그 LED에 적색과 황색이 켜지곤 했습니다.

 

정황상 CPU와 RAM이 초기 데이터 값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음이 느껴졌습니다. RAM 호환성 문제라면 윈도우 사용 중 메모리 접근 오류, CPU 및 메모리 부하 테스트 과정에서 오류가 나왔을 텐데 그런 현상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하드웨어적 관점에서는 문제가 없어 보였기에 소프트웨어적 관점으로 풀어야 할 문제로 보였습니다.

 

메인보드 바이오스 업데이트는 해결책이 되지 못했습니다. 주변 장치 내 버그(미량의 오류)를 잡거나 안정성 개선, 코드에 프로파일(Profile)을 심어서 최신 AM5 소켓 프로세서를 받아들이는(호환성 확대) 데 의미가 있지, 부팅 속도를 앞당기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바이오스 안에서 MCR, PDE 설정을 하던 모습입니다.
바이오스 안에서 MCR, PDE 설정을 하던 모습입니다.

 

IT 커뮤니티, 구글링, 유튜브에 퍼진 MCR 및 PDE 설정법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부팅 초기의 포스트(POST:Power-on self-test) 과정에서 일어나는 메모리 학습 지연 현상이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메인보드 디버그 LED로 CPU는 빨간색, RAM은 노란색으로 동시에 켜졌다가 빨간색, 노란색 순으로 꺼지며, 전원 버튼 작동 후 40~50초가 지난 뒤에야 모니터에 화면이 들어옵니다. 당시 SSD에 각각 설치된 부트로더, 윈도우 11은 RAM으로 가져오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부팅 문제 해결 직전 진행된 윈도우 11 업데이트 내역입니다.
부팅 문제 해결 직전 진행된 윈도우 11 업데이트 내역입니다.

 

부팅 속도 개선 효과를 본 의외의 선택은 '윈도우 업데이트'였습니다. 비슷한 현상을 겪던 라이젠 사용자가 남긴 글에 따르면 윈도우 업데이트 직후 컴퓨터 부팅 시간이 확실히 짧아졌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에이, 설마 그게 되겠어?'라며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놀랍게도 '이왜진('이게 왜 진짜인 걸까?'의 줄임말 표현)'이었습니다.

 

당시 진행한 윈도우 11 업데이트는 4월 23일 등록된 'KB5036980'입니다. 윈도우 11에 몇 가지 편의 기능이 얹히는 소규모 업데이트인데 두세 번 재부팅을 마친 컴퓨터는 눈에 띄게 부팅 시간이 줄었습니다.

 

매번 1분을 넘던 부팅 시간은 30초 안으로 짧아졌습니다. 전원 버튼 작동 후 켜지던 메인보드 디버그 LED도 조용했고 모니터로 화면을 바로 내보냅니다. 윈도우 진입 초 PIN 입력하는 단계까지 걸리는 시간은 20초 안팎입니다. 전원 차단 후 RAM을 초기화시킨 뒤 부팅을 시도한 결과도 같았습니다. 윈도우 11 빌드 23H2에서 누적 업데이트로 추가한 KB5036980의 역할이 꽤 컸던 모양입니다.

 

 

조립한 AMD 컴퓨터에 쓰인 RAM 정보입니다.
조립한 AMD 컴퓨터에 쓰인 RAM 정보입니다.

 

윈도우 업데이트로 부팅 속도가 빨라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경험한 효과는 분명했습니다. 하이닉스 DRAM 칩을 쓴 에센코어 클레브(KLEVV) 제품의 호환성, AMD 제품 고유 특성을 논하기 이전에 몇 가지 방법으로 원인을 추정하는 접근 과정에서 효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저처럼 AMD 최신 프로세서, 메인보드로 컴퓨터를 맞추고도 부팅이 느려서 찜찜했다면 위와 같은 과정으로 문제를 바로잡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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