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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아이오닉 9 시승 후기, 대구에서 느낀 솔직한 주행 감각은? 본문
어제(1일) 아이오닉 9를 시승했습니다. 지난달 서울에서 아이오닉 9 전시 행사로 30분 안팎을 몰았지만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았거든요. 제게 익숙한 현대 드라이빙라운지 대구 서부에서 차를 다시 몰아보고 싶었습니다. 예약한 시승차는 6인승 성능형(HTRAC II) 롱 레인지 캘리그래피 트림 풀옵션 모델로 서울에서 짧게 시승한 아이오닉 9와 사양이 같습니다. 외장 색상은 셀라돈 그레이 매트, 내장 색상은 코냑 브라운 크리미 베이지 투톤입니다. 가격은 9,427만 원(세제혜택 제외)입니다.
운전석 착좌감, 운전 시야, 주변 구성은 최근 몰아본 아이오닉 9와 같았습니다. 원하는 시트 위치를 맞추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지요. 화면으로 표시된 디지털 센터 룸미러는 거울이 비치게 레버를 뒤로 밀고 주행 모드는 노멀, 회생 제동 단계는 레벨 1 기본값 그대로 놔뒀습니다. 좌판은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이 잘 닿는 위치로, 등받이는 양팔을 운전대에 얹었을 때 손목이 닿도록 적당히 세우면 됩니다. 나머지는 전동 스위치로 운전대 위치만 맞추면 됩니다.
드라이빙라운지를 나서는 첫 구름 질감은 대체로 부들부들했습니다. 프라이머시 투어 A/S를 신은 21인치 바퀴는 아이오닉 5의 프라이머시 투어 A/S랑 다르더군요. 노면 정보가 운전대로 조금 더 잘 느껴집니다. 디 올 뉴 팰리세이드보다 운전대 조작량이 덜해서 손이 덜 바쁘기도 하지요.
가까운 생활도로구역을 지나는 저속 주행 감각도 괜찮았습니다. 큰 휠을 꽂으면 30km/h 안팎의 속도에서도 밑에서 치받는 느낌이 들기 쉬운데 아이오닉 9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 깔린 과속방지턱은 상하 움직임을 절제하며 부드럽게 넘깁니다. 스프링을 팰리세이드보다 단단히 조였음에도 댐퍼 용량이 넉넉하고 무게 중심이 조금 더 밑에 가 있어서 주행 안정감이 좋게 느껴지더군요.
서대구역으로 향하는 넓은 도로에 접어들었습니다. 표면이 마르고 쩍쩍 갈라진 도로를 60km/h 안팎으로 달리기 시작했지요. 서울에서는 도로포장 상태가 좋아서 아이오닉 9의 구름 질감이 매끄럽다고 느꼈는데 익숙한 대구 성서 일대에서 느낀 감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타이어 공기압이 조금 더 들어있나 의심할 만큼 자잘한 상하 충격을 전하더군요. 대신 운전석을 쿡 찌르는 듯한 충격은 거의 느끼지 못했습니다. 대부분 노면 상태가 안 좋다를 인식할 수준의 완만한 충격이었지요.
컴팩트 디지털 사이드 미러가 보여주는 화면 속 시야는 한결 익숙해졌습니다. 깃발형으로 달린 보통의 사이드 미러만큼 거리감이 좋지는 않으나 차로 변경, 골목 통행, 후면 주차 정도는 애먹지 않을 정도가 됐지요. 가운데에 보여주는 서라운드 뷰 모니터 화면은 주차 정렬이 올바로 됐는지 참고하는 용도로 씁니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내가 못 보는 후측방 시야를 계기판 화면에 띄우지만 숄더 체크(운전석 문으로 고개를 뒤돌려 측후방 시야를 확인하는 모습)는 결코 마다할 수 없겠더군요.
차는 어느새 서대구 TG(요금소)와 인접한 램프 구간을 돌아 고속화도로에 올랐습니다. 도로포장은 시내보다 조금 나은 정도인데 주행 속도는 80km/h 안팎으로 흐름이 빨랐지요. 바람이 덜 부는 날이었음에도 지붕 위로 스치는 풍절음이 이상하게 잘 들립니다. 서울 강변북로에서 몰아본 아이오닉 9는 같은 속도에서 안 그랬는데 누적 주행 거리 1천 km를 막 넘어간 지금의 아이오닉 9 시승차는 상태(컨디션)가 좀 달랐습니다. 타이어랑 휠까지 모두 똑같은 제품이었는데 말이죠.
타협점을 찾아야 했습니다. 시승 구간을 한 바퀴 더 돌 때 주행 모드를 노멀에서 스포츠로 바꿨습니다. 운전대 감도가 조금 묵직해지고 서스펜션이 살짝 단단해지고 가감속 반응이 좋아지면서 불필요하다 느끼던 상하 움직임(반발력)이 줄었습니다. 덕분에 죽전네거리로 향하는 램프 구간 진출로의 회전 감각도 좋아지더군요. 휠베이스가 긴 차에서 두드러지는 좌우 기울임 현상(롤)은 어쩔 수 없지만 기우뚱하며 허우적대던 팰리세이드보다는 몸놀림이 월등합니다.
아이오닉 9에서 추천할 주행 모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설정-차량-드라이브 모드-마이 드라이브 모드에서 모터는 노멀, 스티어링은 스포츠로 맞춥니다. 앞머리가 위로 솟고 밑으로 처지는 움직임(피칭)을 덜 느끼고 싶으면 회생 제동 레벨은 1에서 0으로 내려도 좋습니다. 레벨 0에서 타력 주행 시 굴러가는 바퀴의 저항은 체감상 EV9 사륜과 비슷합니다. 디 올 뉴 팰리세이드보다 속도가 덜 떨어지는 수준이고요. 전기차, 하이브리드차에 발이 익은 분들은 기본값인 레벨 1이 더 편안합니다.
전자식 사륜(AWD, 현대에서는 주로 HTARC)이 들어간 차라도 신호 대기 후 출발, 가속 진행 시 구동력은 뒷바퀴(후륜)에 거의 다 몰아줍니다. 모터를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앞바퀴(전륜)로 구동력 전달이 잘 돼서 평소보다 재빠른 출발 감각을 느낄 수는 있는데 일반적인 주행으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주위가 한적한 나 홀로 주행에서 아이오닉 9의 운전 재미를 비로소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아이오닉 9를 구매 계약한다면 21인치 휠 타이어, 파노라마 선루프는 뻅니다. 선루프 적용 시 운전석 헤드룸이 주먹 한 개 안팎으로 부족했거든요. 기본형 익스클루시브 트림에서 빌트인 캠 2, 파킹 어시스트,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혹은 프레스티지 트림에서 빌트인 캠 2, 플래티넘, 컴포트 플러스를 넣은 정도로 내 차 만들기를 끝낼 겁니다. 가격에 상관없이 그 누구보다 빠른 출고가 중요하다면 캘리그래피 트림 풀옵션을 권하겠지만요.
사륜구동을 원한다면 HTRAC I(280만 원) 말고 HTRAC II(370만 원)를 고르는 게 좋을 겁니다. 90만 원 차이라면 훨씬 더 여유로운 출력과 토크로 차를 제어하기 좋거든요. 이는 누구보다 쏜살같이 빠른 주행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4인 이상의 다인 승차, 3열에 많은 짐을 싣는 장거리 여행, 나 홀로 펀 드라이브(유쾌한 주행)를 다니는 다양한 상황에서 더 높은 만족감을 누리기 위한 선택으로도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저처럼 주행 위주로 아이오닉 9를 경험해 보면 그동안 느끼던 선입견, 고정관념은 눈 녹듯 사라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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