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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아이오닉 9 시승 후기, 팰리세이드 2.5T 가솔린과 무엇이 다른가? 본문
지난 일요일(16일) 서울에서 아이오닉 9를 시승했습니다. 고객 체험 행사로 몰아본 시승차는 6인승 캘리그래피 트림에 선택 사양으로 성능형 사륜(HTRAC II), 2열 다이내믹 바디케어 시트, 빌트인 캠 2 및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컴팩트 디지털 사이드 미러, 후석 스마트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파노라마 선루프가 들어간 풀옵션 모델이었습니다(트레일러 패키지 제외). 가격은 세제 혜택 전 기준 9,407만 원, 개소세 혜택을 반영한 가격(등록비 제외)은 약 8,931만 원입니다.

눈대중으로 살핀 생김새는 최근 경험한 디 올 뉴 팰리세이드와 전혀 달랐습니다. 과감한 기교로 웅장한 멋을 드러낸 팰리세이드와 달리, 아이오닉 9는 매끈한 겉모습, 앞뒤에 LED 램프로 띠를 두른 섬세함, 맑고 온화한 분위기의 안팎 색상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원상 전장은 5,060mm, 전폭은 1,980mm로 팰리세이드와 같은데요. 결정적으로 휠베이스(바퀴 사이 간격)에서 차이가 뚜렷합니다. 팰리세이드는 3m에서 3cm 모자란 2,970mm, 아이오닉 9는 3,130mm로 3m를 훌쩍 넘습니다. 보다 긴 휠베이스는 보통 실내 거주성에서 강점이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차를 조종하는 운전석에서도 얘기가 확 달라집니다.

차에 탔을 때 가장 먼저 느낀 특징은 팰리세이드보다 조금 더 앞에서 운전대를 돌린다는 점이었지요. 팰리세이드는 후드가 상대적으로 길어서 앞머리가 어디쯤 닿는지 어림짐작이 필요했지만 아이오닉 9는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미니밴처럼 후드가 짧고 앞유리 면적이 넓어서 개방감이 뚜렷합니다.
눈을 룸미러에 뒀을 때 느껴지는 차의 길이는 팰리세이드보다 조금 깁니다. 3열 시트가 조금 더 뒤에 붙어서 느껴지는 착각이라 볼 수도 있지요. 사이드 미러는 거울이 아닌, 카메라 렌즈가 실시간으로 비추는 디지털 사이드 미러 화면이라서 처음에는 주차된 차를 뺄 때 살짝 애를 먹을지도 모릅니다. 거리감이 익숙하지 않으니까요.

처음에는 서라운드 뷰 모니터 화면을 보며 차를 조심히 꺼냈는데 주차장 한 층을 내려오면서 금방 익숙해졌습니다. 양손이 바쁘던 디 올 뉴 팰리세이드보다 운전대를 덜 돌려도 원하는 회전각으로 차가 잘 돕니다. 카니발 같은 미니밴(MPV)처럼 앞바퀴가 잘 꺾여서 회전 반경이 작았습니다. 나중에는 화면을 의존하지 않고도 주차타워를 오르락내리락하게 되더군요.
워커힐 서울 주차타워에서 나왔을 때 느낀 바퀴의 구름 질감은 전반적으로 매끈했습니다. 운전대를 돌리며 느낀 조향감도 팰리세이드보다 명확해서 차를 다루기 쉬웠습니다. 미끄러운 주차장 바닥을 포근하게 잘 말아서 나가는 바퀴의 구름 질감부터 예사롭지 않았지요.

호텔 앞 회전 교차로를 거쳐 굽이진 내리막 차로를 주행했을 때, 정지선 앞 신호 대기에 이르는 과정에서는 팰리세이드 가솔린보다 주행 품질이 훨씬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자잘한 노면 소음까지 들려주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 느껴졌거든요. 서스펜션 세팅은 약간 부드러운 축에 속하는데 주행하며 느낀 차체의 반응은 제법 탄탄했습니다.


21인치 휠에 감긴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투어 A/S는 아이오닉 5부터 널리 쓰이던 OE(출고용) 타이어인데요. 타이어 안에 스펀지를 붙여서 공명음을 줄이는 노력을 더했지요. 규격은 285/45 R21로 노면을 대체로 끈적하게 붙잡습니다. 편평비는 다소 낮은데 팰리세이드랑 댐퍼 용량이 같고 바퀴를 떠받는 알루미늄 로어 암이 조금 더 굵다고 하더군요. 바닥에 깔린 무거운 배터리 팩은 곧 무게 중심점을 낮추는 역할까지 하니 과속방지턱을 타 넘는 승차감이 차분하고 침착합니다.

체감한 속도감은 팰리세이드 가솔린보다 더 느렸습니다. 말 그대로 느리다는 의미가 아니라 '더 안정감 있다'는 표현이 정확합니다. 예컨대 80km/h로 고속화도로를 달리고 있으면 60~65km/h 사이로 느껴집니다. 여기에 주변 소음과 위상이 반대인 파형을 재생해 실내 소음을 줄이는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 기술, 앞유리(윈드실드)에서 2열 도어까지 이중 접합 차음 유리를 씌우고 펜더 주변에 방진재를 둘러서 후석 승객의 승차 만족감을 키웠죠
저라면 선택 사양으로 깔린 파노라마 선루프는 넣지 않을 듯합니다. 바람 저항을 줄이는 노력을 더했어도 천장에서 들리는 미세한 풍절음까지 잡아내기는 힘들거든요. 선루프를 달면 그만큼 내 머리가 천장과 더 가까워지니까 앉은키가 큰 사람에게는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워커힐 주차타워에서 구리한강시민공원까지 가볍게 달리며 기록된 주행 정보는 사진과 같습니다. 실제 주행한 시간은 16분이며 7.3km를 이동하며 표시된 전비는 5.5km/kWh입니다. 주행 모드는 처음에 에코 모드였다가 강변북로에 오르며 노멀로 바꿨습니다. 회생 제동 레벨은 0보다 기본값인 1이 더 자연스럽더군요.


공원 주차장에서는 차 안팎을 자세히 살폈습니다. 시승차 외장 색상은 그래비티 골드 메트, 내장 색상은 코낙 브라운 크리미 베이지 투톤이었는데 적당한 고급감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소재의 구성, 질감은 솔직히 팰리세이드가 더 좋으나 아이오닉 9도 분위기에서는 밀리지 않았습니다.

2열 거주성은 팰리세이드보다 조금 더 넓었습니다. 운전석 뒤 무릎 공간은 팰리세이드에서 주먹 세 개, 아이오닉 9에서는 세 개 반 이상이 나옵니다. 공조 장치는 천장이 아닌 유니버설 아일랜드 2.0 콘솔 뒤에 배치된 형태며, 콘솔 상단은 싼타페처럼 앞뒤 양문형으로 열리는 구조입니다. 아이오닉 5처럼 콘솔 전체가 슬라이드 이동하는 방식이고요. 앞에서 뒤로 19cm나 밀립니다. 1열과 2열의 공간 연결 개념이 뚜렷하더군요.

2열과 3열 시트는 테일게이트 개방 후 오른쪽에서 버튼을 누르면 전동식으로 알아서 접히고 펴집니다. 3열이 서 있는 상태에서 둘러본 적재공간은 팰리세이드보다 넓고요. 시트는 2열까지 일자로 편평하게 접히는 형태입니다. 2열 다이내믹 바디케어 시트는 팰리세이드에 적용된 기능과 똑같고요. 2열 시트를 테일게이트로 뒤돌리려면 2열 다이내믹 바디케어 시트는 포기해야 합니다.

색상 별로 차를 한참 둘러보고 워커힐 서울 주차타워로 돌아왔습니다. 구리한강시민공원으로 향하던 길보다 속도를 높이고 굽은 길에 빠르게 접어들며 몸놀림을 느꼈는데 다시 몰아도 팰리세이드 가솔린보다 훨씬 우위에 있었습니다. 긴 차체의 특성상 롤은 어쩔 수 없는데 운전자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정도로 기울어서 차를 조종하기 편했습니다. 후륜 지지감이 부족해서 자세가 흐트러지기 쉽다고 지적하던 EV9보다 좋은 점수를 줄 만합니다.

아이오닉 9는 추후 현대 드라이빙라운지에서 다시 몰아볼 생각입니다. 익숙한 곳에서 다녀야 서울에서 느낀 주행 경험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신할 수 있을 테니까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도 2.0이 들어갔으니 밖에서 얼마나 주차를 잘하는지도 지켜볼 겁니다. 각 지역 본부로 시승차가 배정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겠지만요.
아이오닉 9를 만나러 가는 길은 비록 쉽지 않았지만 시승 후에는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동안 머릿속에 아이오닉 9의 이미지가 계속 남겠군요. 사실 E-GMP 플랫폼으로 문을 연 고관여 전기차 아이오닉 5, EV6는 그저 그랬는데 온갖 경험치를 끌어모은 아이오닉 9의 완성도는 기대를 웃돌았습니다. 다만 대중형 전기차가 더 많이 필요한 시점에 프리미엄 대형 전기차를 선보여서 기대 수요는 EV3, 캐스퍼 일렉트릭과 달리 한정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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