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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제네시스 GV70 3.5T 시승 후기 본문
어제(7일) 오전 10시 현대자동차 대구 서부 오토스퀘어(성서 지점)를 찾았습니다. 일주일 전 시승 예약한 제네시스 GV70을 타기로 한 날이었죠. 고객 선호도가 높은 2.5 가솔린 터보로 타 보고 싶었는데 시승차로는 운영되고 있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GV70을 롱 타임으로 몰기 전에 3.5 가솔린 터보로 잠시 경험하기로 합니다. 오토스퀘어 뒤편 엘리베이터로 3층에 올라가 시승 관련 서류를 쓰고 GV70 차 키를 받았습니다.
드라이빙라운지 안내 직원을 따라 1R층에 내려오니 우측에 흰색(우유니 화이트) GV70이 바로 보였습니다. 스팀 세차가 막 끝나서 협력 업체 직원들이 물기를 닦아내고 있더군요. 바로 운전석 문을 열고 다녀올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마무리까지 10분쯤 걸리겠다고 하여 1층 전시장의 GV70을 살짝 둘러보기로 합니다.
전시차는 19인치 휠에 미쉐린 타이어, 스포츠 패키지를 씌운 모델이더군요. 파이핑 타입의 푹신한 엠보싱 시트에 문 안쪽까지 장식이 화려했습니다. 차 뒤에 달린 와이퍼 버튼을 눌러서 전동식 트렁크도 열었다 닫아보고 뒷좌석을 접었다 펴보며 공간을 가늠하던 사이 GV70 시승 준비가 끝났습니다. 기계식 주차장에서 출고된 다른 시승차를 닦고 있더군요.
GV70 운전석 문을 열어봅니다. 밖은 새하얀 유우니 화이트였는데 안은 진남색과 진녹색 조합의 오션 웨이브 블루/파인 그로브 그린 투톤으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3.5 가솔린 터보에는 지형에 따라 네 바퀴에 걸리는 구동력을 알아서 나누는 AWD(터레인 모드), 전방 카메라로 관측된 길바닥과 3차원 내비게이션 지도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승차감을 구현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19인치 휠과 미쉐린 타이어(235/55 R19, 프라이머시 투어 AS)가 묶여 있습니다.
시승차에는 몇 가지 선택 품목이 더 달렸습니다. 21인치 휠에 미쉐린 타이어(255/40 R21, 프라이머시 투어 AS),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I(SDS1), 렉시콘 사운드 패키지, 아웃도어 패키지, 파퓰러 패키지 II, 파노라마 선루프, 빌트인 캠 패키지가 추가됐습니다. 차 가격만 7,089만 원(개별소비세 3.5% 인하분 기준)이군요. 거의 모든 품목을 갖춘 모델로 보면 되겠습니다.
차 시동을 켜봤습니다. 고배기량 엔진에 걸맞게 둥둥거리는 느낌이 좋네요. 가만히 서있을 때 시트와 운전대로 전달되는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엔진음이 격벽에 깔린 흡차음재에 가로막혀 희미하게 들릴 뿐이군요. 시트 위치를 가장 밑으로 내려도 보닛이 잘 보입니다. 일주일 타 봤던 투싼 하이브리드보다는 높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이 싼타페랑 비슷하면서 둥글고 더 넓게 보이네요. 사이드 미러는 벨트라인 아래쪽에 달렸고 공조기가 문 장식까지 길게 늘어지듯 이어져서 실제 차폭보다 더 넓은 느낌을 줍니다.
주행 모드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커스텀 네 가지가 있습니다. 다이얼을 돌렸다 놓는 전자식 8단 변속기(SBW) 앞쪽 레버를 위아래로 만지면 바뀝니다. 커스텀까지 끌고 내려오면 다시 역순으로(스포츠-컴포트-에코) 레버를 위로 밀었다 놓아야 합니다. 레버를 푸시 버튼처럼 누르면 세 가지 터레인 모드(스노-머드-샌드)가 나옵니다. 자갈과 모래로 뒤덮인 곳을 가르며 차박 할 곳을 찾거나 험준한 임도를 지날 때 써 보면 되겠군요. 일반 도로에서는 컴포트나 에코로 맞춰놓고 달리면 되겠습니다.
기능 파악이 끝났으니 시승 구간을 다져보겠습니다. 대구 서부 오토스퀘어에서 죽전역을 끼고 우회전해 이현삼거리까지 나왔다가 좌회전해서 중부내륙선 간선도로를 따라 용산역을 거쳐 감삼역 바로 앞에서 U턴 후 되돌아가는 경로입니다. 주행 모드는 컴포트, 공조 설정 온도는 21도로 자동 설정해 맞췄습니다. 차 밖의 기온은 28도를 가리키네요. 구간마다 경유지를 넣고 블루링크의 안내를 따르며 움직이기로 합니다.
경로를 잡고 나니 증강현실(AR) 그래픽이 반영된 3D 내비게이션이 시선을 확 끕니다. 기존보다 더 자세히, 더 많은 내용을 더 넓게 비추던 앞유리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도 좋았는데요. 14.5인치 내비게이션에 전방 카메라 속 주행 화면, 굵은 하늘색 화살표에 남은 거리를 움직이는 화면으로 계속 보여주니 신기했습니다. 처음 가는 복잡한 도로를 만나도 길 잃을 일은 거의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판올림(업데이트)이 필요한 쪽은 HUD였죠. 차선 별 주행 방향, 도로 안내 정보, 측후방 경고 알림은 선명했습니다. 앞유리에 순차로 움직이는 파란색 화살표까지 띄울 줄 알았는데 아직 반영되지 않았더군요. 30분간 타 봤던 K8 하이브리드, 아이오닉5에는 최신으로 판올림된 HUD가 깔려서인지 증강현실 안내가 됐으나 가운데 내비게이션 화면에는 GV70과 같은 화면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하드웨어적인 모듈 구성이 다르지 않을 테니 언젠가 무선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로 기능이 보완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GV70으로 21인치 네 바퀴를 굴리는 느낌(승차감)은 괜찮았습니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으로 노면의 예리한 굴곡을 잘 걸러내며 대체로 부드러운 승차감을 구현합니다. 다리를 건널 때마다 나오는 이음매, 지하차도 구간에 깔린 빨래판(그루빙) 구간의 요동도 잘 걸러내는데 노면의 불규칙성이 커지면 좌우로 흔들리며 충격이 승객석에 전해지기도 합니다.
21인치 대신 3.5 가솔린 터보에 묶인 19인치 휠과 타이어를 신겼다면 승차감이 더 부드럽지 않았을까 싶군요. 큰 바퀴는 옆에서 봤을 때 차를 더 커 보이게 하고 진입 속도를 높여 굽은 길을 지날 때 유리하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부드러운 승차감과 여유로운 주행을 추구한 GV70에는 맞지 않은 셋업이라 판단됩니다. 3.5 가솔린 터보를 달았다고 해도요.
신호 대기에 걸렸다 나아가는 느낌은 어떨까요? 제동 직후 시동이 꺼지는 순간의 진동은 잘 억제돼 있습니다. 공조 설정 온도를 21도로 맞췄을 때 시동 꺼짐 유지 시간은 짧으면 20초, 길면 40초를 견디기도 합니다. ISG가 풀리면서 시동이 켜질 때도 대체로 괜찮았습니다. 오토 홀드(Auto hold)와 같이 물려서 쓰면 시동이 켜질 때 간헐적으로 차가 흔들리는 현상이 있었습니다. 가속 페달을 약하게 눌러 차를 깨우고(ISG OFF) 1초 뒤 오토 홀드를 풀면서 평소처럼 주행을 이어가는 게 낫더군요. 연비보다 주행 감성에 비중을 더 싣는 분들에게는 오토 홀드만 켜 두는 게 낫겠습니다.
연비는 어땠을까요? 35분간 15.5km를 달려서 9km/l를 띄웠습니다. 중부내륙선 간선도로를 빠져나오며 10.4km/l까지 오르다 몇 차례의 신호 대기를 거치며 연비가 한 자릿수로 떨어졌습니다. 3.5 가솔린 터보에 상시 4륜, 21인치 휠 타이어까지 물려 있는 GV70에게는 나쁘다 볼 수 없는 연비입니다. 20인치 네 바퀴를 굴리는 3.5리터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으로도 시내에서 두 자릿수 연비를 띄우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주행 정보 초기화 전 1,657km를 달리며 기록된 GV70의 누적 연비는 6.5km/l였습니다. 2.5 가솔린 터보 엔진이 깔린 GV70이라면 더 나았을까요?
GV70 3.5 가솔린 터보를 잠시 경험하니 나만의 GV70을 미리 맞춰보면 어떨지 궁금해졌습니다. 시승차에 우후죽순으로 달린 온갖 품목도 분명 쓸 데가 있겠으나 기왕이면 차를 주로 이용하는 패턴에 맞게 현실적인 차 견적을 내 보고 싶었거든요. 제네시스 홈페이지로 가상 견적을 내봤습니다.
2.5 가솔린 터보는 선택 품목으로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I(170만 원), 19인치 미쉐린 타이어 및 다크 하이퍼 실버 휠(70만 원), 파퓰러 패키지 I(420만 원), 아웃도어 패키지(40만 원),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110만 원),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II(150만 원), 2열 컴포트 패키지(70만 원), 차량 보호 필름(45만 원)까지 채우니 5,846만 원이 뜹니다. 3.5 가솔린 터보는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I, 아웃도어 패키지,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II, 2열 컴포트 패키지, 차량 보호 필름까지 묶어서 6,602만 원이었죠. GV70은 가능하면 6천만 원 안팎으로 잡는 게 가장 이상적인 견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차량 보호 필름은 왜 넣었을까요? 차를 아무리 조심히 몰고 다녀도 앞뒤 범퍼 돌출부나 모서리에 걸리는 자잘한 스톤 칩, 사이드 미러의 미세 흠집, 도어 컵(문 손잡이 안쪽)에 생기는 생활 흠집은 안 생길 수가 없거든요. GV70 정품 파츠로 3년 6만 km까지 보증하니 선택 품목으로 고를 만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나머지 품목으로는 사이드 스텝(48만 원), 프로텍션 매트 패키지(25만 원), 알칸타라 인테리어 패키지(38만 원)가 있습니다.
GV70은 G80 다음으로 잘 팔리는 제네시스의 중심 모델로 자리 잡았습니다. 2020년 12월 출시 후 반년이 흘렀음에도 지난 5월만 4,336대가 팔렸죠. G80은 1세대 BH, 2세대 DH를 거쳐가며 전통적인 대형 세단으로 안정된 성장을 거듭했지만 GV70은 그와 걸어온 길이 전혀 다릅니다. 단순히 G70의 가지 모델로 뻗어 나온 SUV라 하기엔 상품성이 비교되지 않을 만큼 좋다고 봅니다. 나온 지 좀 됐는데 왜 이제야 GV70을 만났을까 싶기도 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2.5 가솔린 터보를 품은 GV70을 깊숙이 다뤄봤으면 합니다.
이상으로 제네시스 GV70 30분 셀프 시승 후기 작성을 모두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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