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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QM6 쏘카 115km 시승 후기 본문
어제(25일) 쏘카로 QM6를 빌렸습니다. 며칠 전 인스타에서 본 유명 사진작가님의 저수지 사진이 눈앞에 아른거렸거든요. 찾아갈 곳은 경남 밀양에 있는 위양지입니다. 카카오맵으로 찍어본 왕복 주행거리는 대략 120km. 쏘카존(경북 경산)에서 위양지까지 1시간 20분 걸립니다. 왕복으로 넉넉잡아 세 시간 걸리는 곳이죠. 저수지만 찍고 오는 애매한 장거리입니다.
처음에는 그린카로 하이브리드차를 빌릴 계획이었습니다. 그린패스 구독 혜택으로 받은 24시간 대여쿠폰을 니로 HEV에 달아서 편하게 다녀올 생각이었으나 앱 업데이트 관계로 플랜 A가 틀어졌습니다. 25일 오전 8시로 연장된 업데이트 마감 공지가 지나서도 그린카의 카셰어링 서비스가 정상화되지 않았거든요.
하는 수 없이 쏘카로 플랜 B를 세웠습니다. 선택한 이동전략은 주행요금특가 코너였습니다. 쏘카의 경우 단거리(30km 이내), 중거리(30km 초과 100km 이하), 장거리(100km 초과) 주행요금이 개별로 합산 청구되는데요. 일부 쏘카존 내 특정 차종에 붙는 주행요금특가는 그린카처럼 km 당 주행요금이 고정된 방식입니다. 일반 쏘카보다 장거리 주행에 유리합니다.
쏘카에서 운영 중인 QM6를 예로 들어볼까요? 단거리 230원/km, 중거리 210원/km, 장거리 200원/km이라서 120km 주행 시 (30 X 230)+(70 X 210)+(20 X 200)의 결과로 2만 5,600원을 냅니다. 주행요금특가로 지정된 QM6는 1km에 170원이라서 2만 4백 원만 냅니다. 스벅의 카페라떼 한 잔 값만큼 굳습니다.
대여료는 990원에 구독한 패스포트 혜택(대여쿠폰 7만 원)을 적용해 '0원'으로 만들었습니다. 5시간 빌린 보험료는 18,480원으로 XM3보다 7천 원 더 비싸지만 결제금액 5%가 쏘카 크레딧으로 적립되는 방식(패스포트 한정 혜택)이라 나쁘지 않다고 봤습니다.
공영주차장에서 픽업한 QM6의 상태는 양호했습니다. 쏘카 앱에서는 '신차'로 표시돼 있는데 엄밀히 신차는 아닙니다. 작년 6월에 출고된 2022년형 모델이면서 1만 2,500km 넘게 달린 차가 신차? 차 주변에는 늦게 뗀 도어 부직포의 흔적과 긁힘, 문콕으로 함몰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의외로 18인치 다이아몬드 커팅 휠과 타이어가 더 새것처럼 보입니다.
트림 등급은 LE 시그니처였습니다. 풀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순차점등되는 후방 방향지시등,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가 붙는 모델입니다. 선택 사양으로 S-링크 패키지 III가 묶였습니다. 8.7인치 세로형 내비게이션, 사각지대 및 전방 경보,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 제동 보조, 차선 이탈 경보, 차간 거리 경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오토 하이빔, 주차 조향 보조(직각/평행/사선 주차), 컴바인드 에어 필터(미세먼지 유입 방지 및 공기질 정화), 자동 탈취(이오나이저) 기능이 들어갑니다. 공유차량으로 포함된 안전 사양은 풍부한데 최신 버전은 아닙니다. 차로 유지 보조가 QM6에 안 들어갑니다.
내비게이션은 낡고 오래된 티가 확 납니다. 토레스의 아이나비 3D 내비게이션은 맵이 알아서 최신화되니까 봐줄 만한데 2022년형 QM6에 대응된 티맵 내비게이션은 요즘 기준으로 못 봐주겠습니다. UI(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더딘 점, 터치 반응이 느린 점은 이해하는데 지도 정보, 도로 및 데이터 버전이 2022년 1월이라니. 신차 출고 후 1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 단 한 번도 지도 업데이트를 하지 않은 점이 의문스러웠습니다. 최소한 지도 정보는 최신 버전으로 판올림하면서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요?
주행 속도 별 지도 확대/축소 기능도 QM6에서는 꺼져 있었습니다. 경로 설정 후 내비게이션을 살폈더니 지도의 움직임이 처음에 이상했습니다. 멈춰 있으면 최대 배율로 화면을 키워서 돌아나갈 방향을 뚜렷하게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반응 자체가 없었거든요. 쏘카로 빌린 QM6에서 지도 반응이 이상하다면 '내비 설정-주행 속도 별 지도 자동/확대 축소-3D 오토줌 설정'에 체크 표시가 되어 있는지 꼭 살피시길 바랍니다.
공조 성능은 토레스보다 못합니다. 뜨거운 햇빛에 서너 시간 노출된 상황치고 차 전체가 시원해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현대, 기아 기준으로 섭씨 22도, 오토로 맞추면 2~3분 안으로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QM6는 섭씨 20도 공조 4단(최대 8단)으로 맞춰도 공조기 소리만 우렁찹니다. 차가 얼른 안 시원해진다 싶으면 공조시스템 프리셋은 '패스트(Fast)', 에코 모드는 과감히 끄시길 권합니다. 더위에 고통받으며 연비 올리는 것보다 쾌적한 주행이 우선입니다.
QM6의 계기판 정보는 웬만한 경험을 갖춘 운전자 아니면 찾기도, 알기도 어렵습니다. 유온계, 속도계, 연료계는 알겠는데 속도계 아래 정보는 한두 줄로 작게 떠서 알아보기 힘듭니다. 현대, 기아, KG 모빌리티(구 쌍용자동차)의 디지털 클러스터에 익숙해진 운전자 입장에서는 불편감을 더 크게 느낄 겁니다.
7년째 무르익은 QM6는 몇 번의 부분변경과 상품성 강화로 안팎이 조금씩 나아졌지만 계기판 변화는 유독 보수적입니다. 언제쯤 XM3처럼 알기 쉽게 바꿔줄까요? 2016년 한여름 QM6를 만났던 그때의 여운은 온데간데없습니다. 더 조용하고 부드러워졌어도 QM6의 계기판은 올드함 그 자체입니다. 운전석 왼쪽 아래 딱딱한 플라스틱으로 막힌 버튼 장식들은 2022년에 나온 모델이 맞나 의문을 갖게 될 겁니다.
주행 중 가장 불편했던 점은 A-필러 사각지대였습니다. 좌회전보다 우회전할 때 가려지는 면적이 더 넓어서 조심하지 않으면 기둥에 문짝을 찍거나 연석에 휠 긁기 좋습니다. 5세대 포드 익스플로러(2015년형, 전폭 1,995mm)보다 차폭이 한참 좁은 중형 SUV(전폭 1,845mm)인데 어째서 A-필러를 익스플로러만큼 두껍고 더 안 보이게 만든 건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안정적인 전방 시야, 양호한 후방 시야에 비해 전측방 시야가 모자랍니다.
후면 주차 시 울리는 초음파 센서의 반응과 후방 카메라는 이질감이 컸습니다. 사이드미러상에서는 옆차랑 충분히 간격을 50cm 이상 벌린 상태인데도 후측방 센서가 "뚜뚜뚜, 뚜-(평탄음)" 거리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후방 카메라 화각은 보통의 현대 기아보다 넓은데 표시되는 화면이 작아서 적응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카셰어링으로 한두 번 몰던 토레스가 운전자 입장에서 훨씬 쉬울 겁니다.
2리터 가솔린 엔진에 무단변속기를 맞물린 QM6의 가감속은 뭔가 허전합니다. 조용한 공회전과 부드러운 가속에 최적화돼 있고 가속 응답성은 토레스만큼 늦습니다. 수동 변속은 가상으로 7단까지 지원되며 기어 노브를 앞으로 밀면 단수가 내려가고(-) 뒤로 당기면 단수가 올라갑니다(+). 제동감은 선형적이면서 평범합니다(유격 약간 있음). 속도에 따른 조향감은 급할 때 허둥대는 토레스보다 낫습니다. 약간의 롤을 허용하지만 자세를 자연스럽게 잘 추스릅니다. 겉보기에 오래된 모델인데도 직선과 굽은 길 주행 시 조향 스트레스가 적은 르노차의 특성이 잘 느껴집니다.
승차감은 대체로 부드러운데 일부 노면에서 단단해집니다. 위로 살짝 솟다 아래로 꺼지는 구간은 한두 번 너울대다 맙니다. 깨진 노면에서는 앞바퀴가 툭툭 치는 정도며 다리 이음매, 그루빙(빨래판) 구간 진입 시 경계면에 맞닿는 바퀴의 느낌이 코나 SX2랑 비슷합니다. 앞 서스펜션은 단단하게, 뒤 서스펜션은 부드럽게 받아내는 느낌이며 1열보다 2열 좌판이 더 푹신합니다. 좌판 길이, 좌우 품은 적당한데 쿠션이 단단해서 100km 이상 달리고 나면 엉덩이 끝이 서서히 아립니다.
연비는 대체로 무난합니다. 쏘카존에서 위양지까지 57.1km 하행 구간 연비는 16.5km/l, 쏘카존 인근 주차장까지 기록된 113.5km 누적 평균 연비는 16.2km/l였습니다. 신호 영향을 덜 받는 일반 국도로 느긋한 주행을 한 결과입니다. 대형 SUV 몰듯이 여유롭게 움직였더니 에코 점수도 92~95점이 나옵니다. 가속 효율은 별점은 다섯 개(만점), 예측 운전 별점은 네 개 반이 뜨네요. 온 가족이 무난히 탈 만한 QM6로 굽이진 길을 휘젓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겁니다. 평범하고 부드러우면서 바깥 소음은 적당히 들어오는 그런 SUV니까요.
주행요금은 얼마나 나왔을까요? 115km를 달려서 1만 9,550원이 나왔습니다. QM6를 5시간 빌린 대가로 지불한 총금액은 3만 8천 원입니다. 주행요금특가로 배정되지 않은 일반 QM6로 고속도로(왕복 통행료 3,800원)를 탔더라면 거의 5만 원 가까운 돈을 냈어야 할 겁니다. 적립된 3천 크레딧은 잘 모아서 다음에 XM3를 이용하든, 주행요금특가로 운영 중인 또 다른 쏘카를 이용할 때 잘 써먹어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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