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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레이 EV 사전예약 시작, 가격과 특징은? 본문
24일 기아 레이 EV의 사전예약이 진행됩니다. 더 뉴 기아 레이의 전기차 버전입니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품은 레이 EV는 1회 충전으로 205km(복합)를 갑니다. 주행 가능 거리는 도심에서 233km, 고속도로에서 171km이며, 14인치 바퀴로 전비 5.1km/kWh를 인증받았습니다. 종류는 4인승 승용, 2인승 밴, 1인승 밴으로 세 가지이고 트림은 라이트와 에어 두 등급으로 나뉩니다. 가격은 4인승 2,775만 원, 2인승 2,745만 원, 1인승 2,735만 원에서 시작되고 셋 다 9월 중에 출시됩니다.
가격은 3천만 원을 웃돌겠다는 일부 언론의 예상보다 저렴하게 나왔습니다. 니켈, 코발트, 망간을 섞은 삼원계 배터리 대신 재료비가 저렴한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받아온 결과입니다. 용량은 35.2 kWh로 디 올 뉴 니로 EV,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48.6~64.8 kWh) 보다 적습니다. 조금씩 달라지며 무르익은 레이의 골격에 전기 모터랑 인버터, 배터리를 싣고 전기차 전용으로 외장 디자인과 편의 사양을 손질한 모델이 바로 '더 기아 레이 EV'입니다.
2011년 말에 나타난 레이 EV는 실험적 모델에 가까웠습니다. "전기차? 그게 뭔데요?"에서 입을 나불거리던 시절이기도 하고 기술력이 낮아서 도로보다 관공서 충전소에 머물던 시간이 더 길었습니다. 렌터카로 BMW i3, 차데모(CHAdeMO) 방식으로 충전하던 닛산 리프, 3상 교류 전기(AC-3상)를 쓰던 르노 SM3 Z.E., 가정용 220V 전기로 4시간이면 네 바퀴 장난감으로 갖고 노는 트위지까지 경험하며 초창기 전기차의 낭만을 맛봤습니다. 보조금을 막 퍼주던 고마운(?) 시기였지만 전기차를 떠안을 생각은 결코 없었습니다.
10년이 흐르고 난 지금,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美 캘리포니아에서 프리우스를 모델 3으로 탈바꿈한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을 휩쓸자, 위기를 느낀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브랜드를 세우고 프로젝트로 준비하던 방학 과제물을 펼쳤습니다. 폭스바겐의 iD, 메르세데스-벤츠의 메르세데스-EQ가 대표적입니다. 모델 S 견제를 위한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 포르쉐 타이칸, 아우디 e-트론 GT는 경험을 쌓기 위한 입막음 모델에 지나지 않습니다. 자동차를 안 만들던 브랜드까지 '전기차 시장은 블루오션'이라며 너도나도 뛰어들었죠.
2016년 이름 알리던 현대자동차 '아이오닉(IONIQ)'의 출발점은 친환경차 브랜드였습니다.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을 내보내고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7 출시를 예고하며 전기차 브랜드로 인식을 바꿔놓았습니다. 기아자동차 역시 전기차 중심의 모빌리티 흐름을 따르겠다는 뜻에서 회사명을 '기아'로 압축하고 새 로고를 달았습니다.. 2021년 8월에 EV6, 두 달 전인 6월에 EV9을 선보이며 전기차 브랜드 'EV'의 기틀을 다져왔습니다.
위와 같은 시대적 흐름, 시장의 변화를 목격한 레이 EV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집에서 학교, 회사에서 집, 여행지 거점을 연결하는 이동 수단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다변화된 라이프스타일은 자동차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만들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귀여운 캐스퍼, 도심 밀착 모빌리티로 자라난 모닝, 차박하는 삶을 품게 된 레이까지 라이프스타일 맞춤형 경차로 선택지가 넓어져서 '차 고르는 재미'가 깊어졌습니다.
쑥색(톰보이 카키)으로 캐스퍼 몰이를 하던 2021년을 보내며 기아는 레이 EV를 위한 판을 차례로 깔았습니다. 2022년 2월에 목적 기반 자동차(PBV)로 자영업자의 관심을 끌던 '레이 1인승 밴', 9월에 얼굴과 뒤태를 전기차스럽게 정리한 '더 뉴 기아 레이'를 투입하며 이미지를 다듬었습니다.
7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진행된 '레이 EV PBV 아이디어 공모전'은 결정적이었습니다. 레이 EV가 간직한 넓은 공간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던 기아의 질문에 예비 고객들은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응답했습니다. 어렸을 적 과학 상자를 다루던 경험을 반영한 모듈형 실내, 접이식 카트로 쉽고 빠르게 짐을 실어 나르는 소화물 운송 시스템, 아이 맞춤형 차일드 케어, 고객 맞춤형 비스포크 트림을 제안하며 레이 EV의 상품화 범위를 늘렸습니다.
올해 상반기 신차 알림을 꾹 참던 기아는 하반기 일정에 몰아넣으며 갈고닦던 레이 EV를 드러냈습니다. 디지털 클러스터는 니로 EV처럼 10.25인치 화면으로 키우고 EV9처럼 움직이는 전자식 변속 칼럼을 매달았습니다. 경차로는 처음으로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와 오토 홀드를 넣고 변속 레버가 있던 흔적은 수납공간으로 파냈습니다. 온도 및 바람 조절은 수평형 스위치를 따로 달아서 조절하기 더 편해졌습니다. 회생 제동 감도는 다른 전기차처럼 패들 시프트로 당겨서 맞춥니다.
배터리 충전구는 앞쪽의 기아 엠블럼 커버를 열면 나옵니다. 150 kW 입력이 가능한 급속 충전기를 꽂으면 10%에서 80%까지 40분, 7 kW 완속 충전기로는 10%에서 100% 충전까지 6시간이 걸립니다.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을 외부 전자기기로 꺼내 쓰는 V2L 기능은 안 되지만 나 홀로 차박, 쪽잠, 이동형 사무실로 활용 가능한 '유틸리티 모드'는 됩니다. 캐스퍼처럼 운전석 시트까지 모두 접는 풀 플랫 기능은 라이트 트림에 컴포트 I을 더하거나 에어 트림을 고르면 해결됩니다.
전기차 특성을 잘 아는 운전자에게 레이 EV의 전기 모터 성능은 충분하다 느낄 겁니다. 64.3 kW(약 87 마력) 출력과 15 kgf.m(147 Nm) 토크를 내는 레이 EV는 1리터 3기통 가솔린 엔진이 얹힌 레이보다 토크가 넉넉합니다. 가끔 엔진 회전 수를 끌어올리는 주행법이 필요한 레이 가솔린 모델보다 운전이 편합니다. 부드럽고 말랑한 전기차 전용 타이어를 신겨서 일반적인 경제형 사계절 타이어보다 노면 소음이 덜 느껴질 겁니다.
레이 EV의 가격은 4인승 승용 기준으로 2,775만 원부터 시작됩니다. 라이트 트림은 나만의 레이 EV를 만들기 위한 바탕 트림이며, 에어 트림은 하이패스 자동 결제 시스템, 컴포트 I, 드라이브 와이즈 I을 흡수한 보편적 트림입니다. 락 폴딩이 되는 사이드 미러, 10.25인치 계기판,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와 오토 홀드, 전 자동 에어컨, 8인치 내비게이션은 기본인데 시트는 직물이고 운전대 열선, 시트 백 포켓은 안 들어갑니다.
라이트 트림에서 선택 사양은 스타일, 컴포트 I, 드라이브 와이즈 I를 비롯해 모두 여섯 가지입니다. 꼭 넣고 싶은 선택 사양을 꼽으라면 컴포트 I, 드라이브 와이즈 I입니다. 가죽으로 감싼 운전대에 열선, 완전히 접히는 운전석에는 통풍, 앞좌석 열선이 추가됩니다. ADAS(운전자 주행 보조) 분야 중 자전거 탑승객까지 감지하는 전방 충돌 방지 보조, 차로 유지 보조, 하이빔 보조, 앞차 출발 알림이 들어간 운전자 주의 경고는 안전 운전 중요도가 높아진 요즘에 꼭 필요한 기능이기도 합니다.
에어 트림은 선택 사양을 더 달지 않아도 될 만큼 상품성이 좋아 보였습니다. 사이드 미러에 LED 리피터가 달리고 철제 휠이 십자형 블랙 하이그로시 장식을 더한 알로이 휠로 바뀝니다. 시트도 블랙보다 한결 밝은 라이트 그레이로 바꿀 수 있어서 포근한 분위기를 원했던 레이 EV 예비 고객이 고르기 좋습니다.
선택 사양은 스타일, 컴포트 II, 드라이브 와이즈 II로 나뉩니다. 스타일은 프로젝션 헤드램프, LED 주간 주행등,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LED 보조 제동등이 한데 엮인 등화류(조명) 패키지, 컴포트 II는 뒷좌석에 열선, 6:4 시트 폴딩, C-타입 후석 USB, 러기지 보드랑 수납함이 추가된 2열 평탄화 대응 패키지입니다. 드라이브 와이즈 II는 후측방 충돌 방지 보조, 후방 교차 충돌 방지 보조, 안전 하차 경고로 보이지 않는 위험을 보완한 고급 안전 사양입니다.
2인승 밴은 2,745만 원(라이트), 트림을 한 등급 올리면 2,795만 원(에어)이 됩니다. 운전석 시트만 들어간 1인승 밴은 10만 원 더 내린 2,735만 원(라이트), 2,780만 원(에어)에 판매됩니다. 에어 트림에는 열선이 포함된 가죽 마감 운전대, 앞좌석 열선, 운전석 팔걸이, 운전석 좌판 높이 조절 기능, 뒷유리 와이퍼가 추가됩니다. 선택 사양은 2인승 밴에서 다섯 가지, 1인승 밴에서 네 가지입니다. 운전석 풀 폴딩과 통풍 기능이 묶인 컴포트 II는 2인승 밴 에어 트림만 선택 가능합니다.
외장 색상은 여섯 가지로 준비됩니다. 클리어 화이트(흰색), 아스트로 그레이(짙은 회색), 오로라 블랙 펄(검은색), 밀키 베이지, 아쿠아 민트(밝은 청록색), 스모크 블루(진한 청색) 순입니다. 라이트 그레이 인테리어는 4인승 승용 에어 트림만 가능하며 나머지 트림은 블랙 인테리어로 들어갑니다.
레이 EV 4인승 승용, 2인승 밴, 1인승 밴 풀옵션 모델의 가격은 각각 3,080만 원, 2,940만 원, 2,900만 원입니다. 전기차 보조금 외에 사업자용 부가세 환급으로 돌려받는 비용을 덜어내면 구매 가격은 2천만 원 초중반이 될 전망입니다. 내 차를 가진 고객이라도 기본 상품성이 좋아서 두 번째 차(세컨드 카)로 알아볼 만합니다. 나만의 작은 휴식처, 편하게 차박할 공간이 필요했던 운전자들에게는 기아의 레이 EV가 합리적 대안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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