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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K3 풀체인지, 국내 출시 의미 있나?

커피스푼 2023. 8. 27.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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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기아 글로벌 홈페이지에 신형 K3가 공개됐습니다. 아반떼의 형제 모델 K3랑 이름이 같지만 국내 시장을 위한 모델은 아닙니다. 4분기 멕시코에서 양산되는 세단형 크로스오버로, 중남미 시장에 팔던 리오를 대신합니다. 크기는 더 뉴 K3보다 짧으면서 좁고 전고가 높습니다. 거칠고 험한 도로가 많은 중남미 지역 특성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안팎에 최신의 디자인 요소를 갖추며 보기가 좋아졌는데 국내 출시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공개된 신형 K3는 멕시코에서 양산될 중남미 시장용 모델입니다.
공개된 신형 K3는 멕시코에서 양산될 중남미 시장용 모델입니다.

세단보다 SUV를 원하는 세계적 흐름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작은 세단을 찾던 소비자가 줄었습니다. 아반떼, K3, 크루즈, SM3로 사파전, 그보다 작은 엑센트, 아베오를 팔던 2010년대는 소형 세단이 흔했습니다. 2013년 트랙스가 지핀 작은 불씨는 QM3로 횃불이 됐다가 티볼리를 얹으며 화톳불이 되었습니다. 척박한 땅에서 소형 SUV 시장이 힘을 기르던 시절이었죠. 코나랑 셀토스가 껴들며 판이 커지자 소비자들은 소형 세단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시선이 높아서 운전하기 편하고 공간이 넓어서 실용적이며 밖에서 봤을 때 멋지기까지 하니까요.
 
 

2020년 출시된 7세대 아반떼입니다.
2020년 출시된 7세대 아반떼입니다.

2020년 7세대 아반떼(CN7)의 등장은 K3를 외롭게 만들었습니다. 날렵한 차체, 세련된 얼굴, 역동적 분위기를 풍기던 아반떼는 점점 줄어가는 작은 세단의 수요를 확 끌어왔습니다. 2021 K3를 4월의 미생에 연결하며 상품성을 높였지만 K3의 영향력은 아반떼에 닿지 못했습니다. 완성도를 높인 2023 더 뉴 아반떼는 더 많은 사람들의 부름을 받으며 격차를 벌렸습니다. 지난 3월에서 7월까지 매달 4, 5천 대가 팔릴 동안 K3는 잘해야 1천 대 안팎에 머뭅니다.
 
 

경차형 SUV, 캐스퍼입니다.
경차형 SUV, 캐스퍼입니다.

큰 차에 밀려 압축된 경차 시장은 활기를 다시 찾았습니다. 경차형 SUV로 나타난 캐스퍼는 귀여운 얼굴과 적당한 쓰임새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카탈로그에 적힌 엔진의 마력과 토크, 연비에 엄격한 사람도 캐스퍼 앞에서 아량이 넓어집니다. 캐스퍼가 몰고 온 바람은 넓은 공간만 주던 레이의 다변화, 미래적 분위기의 모닝으로 성장하게 만들었습니다. 라이프스타일 맞춤형 상품으로 색깔이 뚜렷해진 경차는 넷상에서 여러 가면을 둔 현대인들의 '멀티 페르소나(Multi-persona, 다중적 자아)' 성향을 따라갑니다. 도심에서 작은 차, 가족과 여행할 때 큰 차로 편하게 다니는 선택적 일상처럼요.
 
 

KG 모빌리티를 있게 한 토레스입니다.
KG 모빌리티를 있게 한 토레스입니다.

활활 타던 소형 SUV 시장은 '더 이상 나눠먹을 게 없는 시장'으로 굳어졌습니다. 과거 마힌드라의 지원을 받으며 티볼리로 회사를 되살렸던 쌍용자동차는 평택 공장을 내다 팔며 위기에 빠졌다가 극적으로 토레스를 밀어 올리며 적자를 벗어났습니다. KG 그룹을 받들며 회사명을 수정한 KG 모빌리티는 선보일 모델을 숨김없이 꺼내며 회사의 미래와 진심을 전했습니다. 토레스의 전기차 버전인 토레스 EVX는 회사의 전동화 로드맵에서 먹거리 확장을 전담하는 바탕 모델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가격이 괜찮던 트랙스 크로스오버입니다.
가격이 괜찮던 트랙스 크로스오버입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로 숨을 쉬게 된 GM 한국사업장(쉐보레 포함)도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닙니다. 넓은 공간, 도시적 얼굴, 생각보다 편한 승차감, 합리적 상품성을 제안하며 많은 선택을 받는데 있던 걸 덜어내고 야무지게 만든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사륜구동을 제안하는 투박한 정통 SUV로 쉐보레의 정통성을 전달하겠다는 의도인데 이를 알아볼 소비자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스토리텔링보다 머리 회전이 앞선 한국 소비자들은 "그 돈이면 이걸 산다"라는 반응에 진지하고 차를 되파는 시점의 잔존 가치까지 계산하며 결정합니다.
 
 

더 넓고 편해진 디 올 뉴 코나입니다.
더 넓고 편해진 디 올 뉴 코나입니다.

소형 SUV 판을 키우던 코나와 셀토스는 주변 브랜드가 들어설 자리를 좁히며 상품성을 골고루 다졌습니다. 이례적으로 전기차 모델을 바탕에 두고 만든 디 올 뉴 코나는 승차감과 편의 사양, 공간의 확장에 힘을 기울였습니다. 인도 시장의 젊고 여유로운 세대를 공략할 목적으로 기획된 셀토스는 세련된 맵시를 더한 더 뉴 셀토스로 부분변경을 거치며 완성도와 상품성을 한차례 끌어올렸습니다. 캐스퍼와 코나 사이를 채워준 베뉴도 소형 SUV에서 소중한 세그먼트로 자리를 빛냈습니다. 국내보다 해외 수출 물량 소화가 더 중요한 르노 코리아의 XM3(아르카나)도 다르지 않습니다.
 
 

K3는 이번이 국내 마지막 모델이 되지 않을까요?
K3는 이번이 국내 마지막 모델이 되지 않을까요?

주변 모델이 밀집돼 빽빽해진 소형 SUV 시장과 달리, K3가 속한 지금의 소형 세단은 점점 흥미를 잃어가는 중입니다. 잘 만들고 안 팔릴 가격에 올려서 단종을 자초한 크루즈, 준중형 세단 사파전에서 가장 넓은 공간을 제안하고도 먼저 사라진 SM3는 더 이상 새로운 경험을 전하지 못하는 소형 세단의 한계를 증명하기도 합니다. 공간이 넓어서 뭔가를 시도할 만한 시장(SUV)과 한정된 틀에서 새로움을 보여줘야 하는 시장(세단) 과는 또 다릅니다.
 
 

완성도가 더 좋아진 더 뉴 아반떼입니다.
완성도가 더 좋아진 더 뉴 아반떼입니다.

긴 세월을 거쳐 진화된 아반떼는 단지 '아반떼' 한 단어로 사람들에게 전달이 되지만 K3는 많은 설명이 뒤따릅니다. "K3는 아반떼랑 비슷한 차인데..."부터 시작해서 말이 길어집니다. 자동차에 평소 관심이 깊은 사람들은 아반떼와 K3를 명확히 구분하지만 일반인들의 눈에는 '아반떼' 혹은 '그 외의 차'로 나뉩니다. 그게 이미지입니다. 일본에서 '아이폰' 혹은 '그 외의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구분하는 것처럼 말이죠.
 
 

중남미 시장용 신형 K3의 실내입니다.
중남미 시장용 신형 K3의 실내입니다.

기준점이 아반떼로 정의된 상황에서 신형 K3를 한국 시장에 내놓는다? '삼각떼'로 주춤하던 시절에는 가능했을지도 모르지만 꽉 잡고 온 지금의 더 뉴 아반떼를 맞추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1.6 가솔린, 1.6 하이브리드를 넘어서 고출력 2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는 고성능 차 더 뉴 아반떼 N까지 제품 포트폴리오(portfolio)가 꽉 찬 '아반떼 유니버스(Universe)'를 못 벗어날 겁니다.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을 말하는 기아의 오퍼짓 유나이티드도 K3에서는 한계를 띠지 않을까요? 변별력을 주지 못한다면 아반떼 그늘에 가려져 조용히 사라지는 상처만 남길 뿐입니다. 안타깝지만 이게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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