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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G80보다 나을지도? 2023 볼보 S90 B6 시승 후기 본문
광복절 다음 날인 8월 16일. 태영모터스 볼보 대구 전시장을 찾아갔습니다. 기함급(플래그십) 대형 세단 2023 볼보 S90 B6를 만나기로 한 날입니다. 생김새는 7년 전 경험한 2017 볼보 S90과 달랐습니다. 3년 전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을 거치며 얼굴과 뒤태가 선명해졌습니다. 더 길어진 롱휠베이스(LWB) 모델을 수입하고 홍보대사로 손흥민 선수를 앞세워 '스웨디시 럭셔리'를 알리던 대표 모델이기도 합니다. 가격은 S90 B5가 6,950만 원, B6 7,350만 원, T8이 8,740만 원입니다.
S90의 엔진 등급은 B5, B6, T8 세 가지로 나뉩니다. 2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시스템을 더하면 B5, 전기식 슈퍼차저를 꽂으면 B6, 고성능 전기 모터랑 고전압 배터리를 추가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은 T8이 됩니다. 과거에는 볼보의 직렬 4기통, 5기통, 6기통 가솔린 엔진을 T4, T5, T6로 불렀지만 지금은 2리터 4기통 엔진으로 볼보의 모든 세그먼트를 맞춥니다. 몇 년 뒤인 2030년에는 볼보의 모든 모델이 순수 전기차로 전동화됩니다.
이날 경험한 S90 B6는 네 바퀴 굴림(사륜구동) 모델이었습니다. 앞바퀴에 더 많은 힘을 전하는 대형 세단인데 옆모습 비율(프로포션)은 제네시스 G80 같은 후륜구동 모델에 가깝습니다. 앞바퀴를 더 앞쪽으로 끌어내서 운전석과 앞바퀴의 거리가 멉니다. 아우디 A7처럼 세로 배치 엔진을 얹었으면 납득할 만한 구성이었겠지만 S90은 가로 배치형 엔진을 얹습니다. 이는 전륜구동 세단 S80의 후속이 아닌, 90년대를 장식한 후륜구동 대형 세단 S90(960)을 받든 흔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크기는 다른 대형 세단보다 길면서 낮습니다. 전장은 5,090mm, 전폭 1,880mm, 전고 1,450mm, 휠베이스는 3,060mm에 이릅니다. 같은 전륜구동 세단인 그랜저랑 비교하면 55mm 길고 10mm 낮으며 휠베이스는 165mm 더 멉니다. BMW 5 시리즈, 아우디 A6의 대안 모델로 오르내리던 7년 전의 S90과 다릅니다. 얼굴을 다듬고 롱휠베이스 모델로 길어진 S90은 내 가족이 머물 만큼 넓고 아늑한 공간을 제안합니다.
8-스포크 휠을 감싼 20인치 타이어는 의외였습니다. 미쉐린의 여름용 고성능 타이어인 파일럿 스포츠 4가 신겨져 있었습니다. 규격은 255/35 R20입니다. 부드럽고 말랑한 S90의 주행감과 상반된 제품입니다. 마른 노면과 그립 성능, 배수성에서 평가가 좋지만 세로형 그루빙 구간을 만나면 타이어가 결을 읽으며 흔들거리는 특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운전석 문을 열고 1열을 둘러봤습니다. 도어 트림과 대시보드 상단은 푹신한 우레탄, 가운데는 피치드 오크 데코로 불리는 고동색 참나무에 스테인리스처럼 가공한 알루미늄 장식을 더했습니다. 도어 트림 하단과 시트, 센터 콘솔, 팔걸이는 감촉이 좋은 나파 가죽으로 감쌌습니다. 대중 브랜드의 나파 가죽보다 팽팽하고 바늘땀(스티치) 장식이 촘촘하며 마감이 섬세해서 고급감이 잘 느껴졌습니다. 속이 비치는 오레포스의 크리스털 기어 노브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존재가 돼 있었습니다.
시트 색상은 앰버(귤색), 차콜(목탄색), 마룬 브라운(초콜릿색), 블론드(밝은 회색) 네 가지인데요. 국내에 수입 판매 중인 2023년형 S90은 앰버 하나만 주문이 됩니다. 나머지 색은 개별 주문(인디 오더)을 넣기 어렵다고 하더군요. 7월 말에서 광복절까지 더 현대 대구에 전시된 S90 T8도 실내 색상은 똑같이 앰버였습니다. 투톤 처리된 모델 중 가장 포근하면서 화사하고 오염 관리에도 유리하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외장 색상은 여섯 가지로 나뉩니다. 크리스털 화이트 펄, 썬더 그레이 메탈릭, 오닉스 블랙 메탈릭, 플래티넘 그레이 메탈릭, 데님 블루 메탈릭, 실버 던 메탈릭 순입니다. 전시장 안팎에 진열된 볼보차를 둘러보며 시선이 가장 오래 머문 색깔은 S60의 데님 블루였습니다.
전시장에서 잠시 몰아본 S90 B6, 백화점 안에서 편히 둘러본 S90 T8도 좋았지만 내 차로 만족할 색깔은 다릅니다. 오래 봐도 질리지 않으면서 더 젊고 세련된 맵시를 바라게 되거든요. 도시 속에서 검은 티셔츠에 청바지, 청재킷에 슬랙스를 더한 캐주얼 차림이 가장 무난하면서 세련된 옷차림으로 불리는 것처럼 말이죠. 외장 색상은 자동차의 생김새를 잘 살리는 역할도 하지만 각자가 살아온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말없이 전하기도 합니다.
2열 공간은 그랜저, K8, G80, 아우디 A7을 통틀어 가장 넓습니다. 무릎에 주먹을 대며 공간을 어림하는 의미가 없을 만큼 레그룸(다리 공간)이 광활합니다. 사이에 놓인 2열 암 레스트가 길어서 팔을 놓기 좋고 창문이 닫힌 상태서 스위치를 올리면 햇빛 가리개까지 전동식으로 쓱 올라갑니다. 헤드룸은 아우디 A7보다 여유가 있고 그랜저보다는 소폭 모자랍니다. 좌판은 1열보다 조금 짧아서 허벅지 앞쪽이 뜹니다. T8은 천장에 머리가 닿아서 다리를 앞으로 조금 빼고 앉아야 합니다.
우측 뒷좌석은 VIP를 위한 패키징이 일부 묵였습니다. 동반자석 시트를 움직이는 조그 스위치, 파노라마 선루프랑 천장 햇빛 가림막을 여닫는 스위치, 뒷유리를 전동식으로 여닫는 스위치까지 모조리 달았습니다. G90 VIP 패키지처럼 앞이 잘 보이게 헤드레스트를 꺾고 레그레스트와 시트 백 발판을 나란히 맞추는 재주까지는 못 부리지만 안락한 이동을 위한 구성은 웬만한 대형 세단보다 낫습니다. 2열 시트 열선과 통풍, 후석 독립 공조 기능은 기본입니다.
제원상 트렁크 용량은 436리터로 530~540리터 전후의 BMW 5 시리즈, 아우디 A6, 벤츠 E-클래스보다 적습니다. 2열 시트 폴딩은 허용하고 있지 않아서 적재 공간 확장은 안 됩니다. 골프백은 대각으로 얹으면 두 개가 들어갈 만합니다. S90은 2열 거주성에 특화된 모델이기에 트렁크 너비, 활용성에 가치를 둔 예비 고객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습니다.
주행감은 어떨까요? 시동성은 G80 2.5T(2.5 가솔린 터보 엔진) 보다 부드럽고 조용했습니다. 시트와 사이드미러 위치, 목적지와 HUD(헤드업 디스플레이) 위치를 맞추며 엔진이 도는 중에도 실내로 전하는 떨림이 거의 없고 소리가 작게 들렸습니다. 엔진이 운전석에서 멀리 떨어진 점도 한몫했겠다는 판단입니다.
전시장에서 길가로 접어드는 바퀴의 구름 질감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딱딱한 타이어가 앞마당 돌밭을 가르며 지날 때 느껴질 뾰족한 충격을 차체의 탄력으로 뭉툭하게 잘 달랩니다. 비스듬한 경계석을 내려와 거친 아스팔트에 바퀴를 맞대면 파일럿 스포츠 4의 특성이 은근히 나타나게 됩니다. 조용하지는 않지만 노면을 끈끈하게 붙잡아서 차를 부드럽게 밀어냅니다.
조향감은 동급의 다른 수입차보다 가벼웠습니다. 저항감 없이 운전대가 부드럽게 잘 움직입니다. 5m를 조금 넘는 S90의 U턴 회전 반경은 차로 두 개 반 안쪽이었고 시속 80km를 웃도며 달리던 신천대로 직선 구간에서는 운전대를 좌우로 조금씩 비틀지 않아도 돼서 조향이 편했습니다. 조향 특성은 부드럽고 말랑하게 맞춘 하체 세팅을 따라 여유롭게 풀어둔 느낌입니다.
독일계 프리미엄 브랜드의 민첩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G80 2.5T보다 위아래로 더 많이 솟구치다 가라앉습니다. 요철 구간을 넘으면 뒤를 한 번 더 넘실대며 자세를 추스릅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에 가까운 물렁한 세팅인데 큰 바퀴로 툭툭 치는 느낌은 좀처럼 느낄 수 없었습니다.
뒷바퀴를 붙잡는 서스펜션 구조는 독특합니다. 멀티링크 서스펜션에서 충격 흡수를 전담하는 코일스프링 대신 록타이트 수지(폴리우레탄 접착제)에 유리 섬유를 입혀서 단단히 굳힌 '리프 스프링(Leaf spring)'을 차축에 달았습니다. 자세를 바로잡는 스태빌라이저 역할을 보조하면서 휠 하우스로 낭비되는 공간을 줄이고 무게 중심까지 낮춰서 타이어의 노면 접지력과 승차감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볼보의 아이디어입니다. 볼보 960의 후륜 서스펜션을 현대식으로 개량한 방식입니다.
XC90에 첫 적용된 리프 스프링은 SPA(Scalable Product Architecture, 가변형 제품 설계 방식) 플랫폼을 공유하는 주요 모델로 퍼졌습니다. S90, XC60, S60에 걸쳐 뿌리를 내린 이 독특한 서스펜션은 PHEV로 라인업 확장에 큰 힘을 실어줬습니다. 후륜에 고전압 배터리, 전기 모터를 얹으며 나온 XC90 T8 리차지, S90 T8 리차지, XC60 T8 리차지가 대표적입니다. 2열 바닥에서 위로 올라와 실내 공간을 해치던 PHEV의 단점을 보완해 줍니다.
MHEV에 슈퍼차저를 추가한 S90 B6의 출발 가속감은 3.5리터 V6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과 비슷했습니다. 엔진 회전 수에 신경 쓰지 않고 가속 페달을 부드럽게 밀어내는 동작만으로 원하는 속도에 금방 도달합니다. 속도를 줄이는 과정에서 48V 배터리를 충전하다 바퀴가 멈추려 하면 오토 스톱으로 시동 대기 모드가 되었다가 출발 시 엔진을 조용히 깨워서 필요한 동력을 전달합니다. 일반 내연기관차들은 1분 내로 시동이 다시 걸리거나 엔진이 깨어날 때 약간의 떨림을 동반하는데 에어컨을 돌리던 B6는 오토 스톱 유지 시간이 길고 엔진의 뒤척임이 덜 느껴졌습니다.
시승 후 S90을 전담하던 세일즈 컨설턴트와 마주 앉아 견적을 알아봤습니다. 엔진은 한 등급 아래인 B5 만으로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엔진 출력은 B6의 300 마력에서 250 마력으로, 토크는 42.8 kgf.m에서 35.7 kgf.m로 소폭 낮아져 평이한 성능이 되지만 엔진을 보조하는 전기 모터 성능은 10 kW(13.6 마력)와 4.1 kgf.m 토크로 똑같습니다. 사륜구동을 덜어낸 S90 B5는 6,950만 원이며, 취득세, 공채, 탁송료 등의 부대 비용(경북 경산 기준)을 합하면 약 7,442만 원이 됩니다.
볼보 S90 B6는 나보다 가족의 편안한 이동에 목적을 둔 프리미엄 대형 세단입니다. 차에 설치된 T맵 인포테인먼트는 쾌적한 길 안내(티맵 내비게이션), 잘 알아듣는 음성인식(누구), 실시간 뮤직 스트리밍(플로) 서비스를 지원합니다. 인스크립션에서 이름이 바뀐 얼티메이트 브라이트 트림은 앞좌석 마사지 시트, 스피커 19개로 풍성한 소리를 들려주는 바워스 앤 윌킨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뒷좌석 통풍과 전동식 햇빛 가리개를 모두 갖추고 있어서 실내 만족감이 높을 겁니다.
대구에서 S90을 경험하고 싶은 고객이라면 태영모터스 볼보 대구 전시장을 찾아가길 바랍니다. 시간대는 교통량이 많은 주말보다는 평일 한낮 오후를 추천드립니다. 한적한 신천대로를 오가며 S90의 숨은 매력을 느끼기 좀 더 좋습니다. 시승 당시 도움을 받은 세일즈 컨설턴트는 박종윤 대리입니다. 외장 색상부터 차가 품은 자세한 기능을 알기 쉽게 풀어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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