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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미니 컨트리맨 T1 시승 후기, 왜 미니를 찾는가? 본문
지난 27일 코오롱모터스 미니(MINI) 대구 전시장을 찾아갔습니다. 시승한 차는 미니 컨트리맨입니다. 문이 세 개인 3-도어 해치, 다섯 개인 5-도어 해치, 지붕을 여닫는 컨버터블, 왜건형 클럽맨을 통틀어 가장 대중성이 짙은 미니 SUV입니다. 트림 등급은 크게 쿠퍼, 쿠퍼 S 두 가지로 나뉘고 클래식에서 선택 사양 일부를 덜어낸 T1을 경험했습니다. 기본형 모델로 불리는 미니 쿠퍼 컨트리맨 클래식 T1의 가격은 2024년형 기준으로 4,890만 원입니다.
전시장에서 시승한 컨트리맨은 2023년형 모델이었습니다. 외장 색상은 나누크 화이트를 뺀 여섯 가지로 나뉘는데 시승차 색깔은 '브리티시 레이싱 그린'이었습니다. 영국에서 산업 혁명을 이끈 기관차의 짙은 녹색을 고유 색상으로 인정하면서 불리게 된 이름입니다. 리어램프에 유니언 잭(영국의 국기)을 그려낸 미니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 있죠. 두 눈은 둥글지 않아도 까만 지붕에 사이드 미러 캡, 크롬 장식으로 유리창 아래를 한 바퀴 휘감은 미니의 디자인 언어는 똑같이 공유합니다.
바퀴는 18인치 크기로 꽂힙니다. 일곱 갈래의 더블 스포크 알로이 휠에 감긴 타이어는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4였습니다. 여름용 프리미엄 컴포트 타이어로 만들어진 제품이라서 다른 미니에 꽂힌 타이어보다 말랑하고 소음이 덜 들어옵니다. 규격은 225/50 R18이라서 일반 승용 세단에 신겨진 타이어보다 편평비가 높습니다. SUV에 대응한 차답게 보통의 미니들보다는 껑충하고 휠 아치를 감싼 플라스틱 클래딩 면적이 조금 더 넓습니다.
운전석 문을 열고 시트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면 컨트리맨의 지향점을 금방 이해하게 됩니다. 대중성이 짙은 차일수록 시트 위치를 잡기 편하고 수동식 틸트, 텔레스코픽으로 운전대를 옮기는 범위가 넓어지며 운전 시야가 확 트이는 경향을 띠는데 이 차가 그렇습니다. 두 차례 경험한 클럽맨보다 눈을 두는 시선이 높아서 전방과 좌우 측방 시야가 좋습니다. 사이드미러 거울이 작아도 다른 미니보다 잘 보여서 안심이 된달까요.
인조가죽으로 마감된 좌판과 등받이의 쿠션감은 생각보다 부드러웠습니다. 옷과의 밀착감은 쿠퍼 S의 천연가죽보다 덜해도 좌판 길이가 적당하고 등받이 좌우 서포트가 든든해서 운전 자세를 잘 잡아줍니다. 시트가 고정된 마운트 위치가 높아서 허벅지 앞쪽의 허전함이 덜 느껴집니다. 좌판과 등받이, 요추 받침대 위치는 모두 전동식으로 움직이며, 기억된 시트 위치를 언제든 불러내는 메모리 기능도 됩니다.
편의 사양은 사용 빈도가 높은 기능 위주로 묶어놨습니다. 주요 기능으로는 컴바이너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앞좌석 3단 시트 열선, 좌우 독립식 전 자동 에어컨, 크루즈 컨트롤,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후방 카메라, 전후방 주차 거리 알림, 컴포트 액세스, 애플 카플레이가 들어갑니다. 내비게이션은 들어있지 않아서 애플 카플레이로 연결해야 합니다. 운전대 열선(스티어링 휠 열선), 발 동작(킥 모션)으로 열리는 전동식 트렁크(테일게이트)는 2024년형 클래식 T1부터 적용됩니다.
2열 거주성은 클럽맨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넓습니다. 운전석 뒤 무릎 공간은 주먹 두 개에서 두 개 반이 들어가고 천장까지 머리 공간은 주먹 한 개 이상이 빕니다. 좌판과 등받이가 1열처럼 부드러운데 좌판은 조금 짧습니다. 등받이는 유럽식 소형 SUV처럼 반듯하게 서 있는 형태입니다.
좌판 밑 슬라이드 레버를 들면 12cm 앞당겨지면서 2열 뒤 적재 공간이 늘어납니다. 센터 터널이 소폭 올라와 있지만 시트 발밑 공간이 넉넉해서 대체로 여유롭다고 느낄 겁니다. 뒷좌석 센터 암 레스트는 없지만 에어 벤트와 USB-C 포트(2개), 시트 백 포켓이 있고 천장에는 앞뒤 독립식 파노라믹 루프가 설치돼 개방감이 괜찮습니다.
2열 뒤 적재 공간은 450리터, 등받이를 접고 좌판을 앞당기면 1,390리터까지 확장됩니다. 미니 중 적재 공간이 풍부하다고 느끼던 클럽맨(기본 360리터, 최대 1,250리터) 보다 더 넓습니다. 클럽맨(전고 1,441mm)보다 11.6cm 더 큰 컨트리맨(전고 1,557mm)의 특징이 잘 녹아든 부분이기도 합니다. 천장에는 실용적 SUV에서 흔히 보이는 루프 레일을 걸쳐서 더 쓸모 있게 만들었습니다. 시내와 교외를 가리지 않고 더 넓은 곳을 향해 어디든 편안한 주행을 이끌겠다는 의도가 느껴집니다.
빨간색 토글스위치를 누르며 시동을 걸어봤습니다. 1.5리터 3기통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의 명랑함, 카랑카랑한 특성은 다른 미니보다 덜 느껴집니다. 엔진에 맞붙은 게트락 7단 DCT(더블 클러치 변속기)도 재빠른 신속함보다는 토크 컨버터(일반 자동 변속기)에 가까운 감각으로 차분히 기어를 맞추며 차를 밀어냅니다. 좋게 말하면 보편적이고 운전이 자연스러워서 호불호가 적은데 경쾌하고 날렵한, 날것에 손발을 맞춰 온 미니 운전자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주행 감각입니다.
쿠퍼 S 클럽맨, JCW 클럽맨 ALL4를 경험한 제 입장에서 쿠퍼 컨트리맨의 주행 감각은 다소 부드러웠습니다. 운전 경험이 풍부하면서 신기술 관여도가 낮은 3040 여성 운전자, 4050 남성 운전자를 타깃으로 맞춘 느낌이었습니다. 출근길에 어린 자녀를 학교로 바래다주거나 부부 동반 주말여행, 혹은 중장거리 로드 트립을 즐기는 운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릴 만한 모델이었습니다.
상하로 움직이는 거리가 길고 말랑해서 손끝과 발끝으로 향하는 노면의 정보량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운전의 즐거움에 반(反) 하는 세팅이지만 편안하고 잘 보여서 누구나 일상용으로 운전하기 쉽습니다. 차폭과 길이감도 더 빨리 익힐 수 있어서 좁은 골목을 지나는 부담감도 낮았습니다. 실제 미니를 둘러본 고객들 중에는 컨트리맨 기본형의 주행 감각과 상품성이 마음에 들어서 구매 계약을 하는 비중이 꽤 높다고 합니다. 드물지만 6070 고객도 컨트리맨을 원한다고 말할 정도니까요.
5030 시내 구간 위주로 40분간 짧게 달려본 평균 연비는 11.5km/l가 나왔습니다. 정차 중에는 ISG(아이들 스톱 앤 고)로 엔진을 잠시 재웠다가 발을 브레이크 페달에서 떼면 엔진을 깨워서 앞으로 나갑니다. ISG는 주행 속도가 1km/h 이하로 떨어졌을 때 작동하고 사용 중인 전장비(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트 열선, 공조 기능 등), 외부 기온, 배터리 충전 상태, 경사로 유무에 따라 ISG 유지 시간이 달라집니다.
컨트리맨은 넓은 공간, 실용성을 미덕으로 여기는 한국 시장의 유행을 잘 학습한 모델입니다. 미니만의 귀여움, 독창성, 정체성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아낌없이 주는 컨트리맨은 나머지 모델의 뒷바라지를 돕습니다. 지난 9월 판매된 738대 중 221대가 컨트리맨입니다. 기본형 쿠퍼 등급 단 하나만으로 164대가 팔렸습니다. 파생형 모델이 많은 해치(3-도어, 5-도어, JCW), 클럽맨, 컨버터블, 일렉트릭이 버티려면 꾸준히 잘 팔리는 먹거리 모델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소중한 아이콘 클럽맨을 단종하기로 한 미니의 결정은 아쉽지만 수익 구조 개선을 동반한 대승적 결단이었길 바랍니다.
현재 컨트리맨(2024년형 기준)은 네 가지 모델로 판매됩니다. 쿠퍼 등급에서 클래식은 4,890만 원, 일부 사양을 덜어낸 클래식 T1은 4,840만 원입니다. 2리터 4기통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에 8단 자동 변속기, 사륜구동(네 바퀴 굴림)이 추가된 쿠퍼 S ALL4 클래식은 5,650만 원, 하만카돈 스피커를 채운 클래식 T1은 5,740만 원입니다. 확실한 고성능이 묻은 JCW 컨트리맨 ALL4는 6,550만 원에 판매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컨트리맨 시승을 도와준 코오롱모터스 미니 대구 전시장 김가영 컨설턴트에게 들을 수 있습니다. 각 모델에 따른 제품 설명은 전시장 안의 차량 설명 전문가 이강훈 미니 지니어스의 도움을 받으면 됩니다. JCW 모델의 경우 약 50분~1시간에 걸쳐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서 궁금했던 모든 것들을 물어보기 좋습니다. 관련 내용은 지난 9월 정리해 실어둔 '매콤한 왜건, 2024 미니 클럽맨 JCW ALL4 시승 후기'를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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