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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더 뉴 카니발 하이브리드, 가솔린보다 좋은가? 본문
지난 1월 10일 기아 시지센트럴 지점에서 2024 더 뉴 카니발 하이브리드를 시승했습니다. 7인승 시그니처 트림에 컴포트, 듀얼 선루프, 드라이브 와이즈, HUD 및 빌트인 캠 2.0, 크렐 사운드, 모니터링 팩, 스마트 커넥트, 스타일까지 모두 묶인 풀옵션 모델입니다. 외장 색상은 오로라 블랙 펄, 내장 색상은 토프입니다. 가격은 5,764만 원입니다.
겉모습, 실내 구성은 12월 말 시승한 더 뉴 카니발 7인승 3.5 가솔린 시그니처 풀옵션 모델과 같습니다. 19인치 바퀴로 꽂힌 휠 패턴과 타이어 제품도 동일한 구성이었습니다. 외장 색상은 판테라 메탈보다 더 진하고 내장 색상도 코튼 베이지보다 한 톤 어둡게 깔려서 눈대중으로는 조금 더 고급스럽게 보입니다.
엔진(1.6 가솔린 터보)과 변속기(자동 6단)는 더 뉴 쏘렌토 하이브리드와 같은데 함께 붙는 전기 모터의 출력과 토크 세팅이 다릅니다. 제원상 출력은 54 kW(약 73.4 마력), 토크는 304 Nm(약 31 kgf.m)로, 47.7 kW(약 64.9 마력) 출력에 264 Nm(약 26.9 kgf.m) 토크로 조율된 더 뉴 쏘렌토 하이브리드보다 소폭 높습니다. 쏘렌토보다 더 많은 사람을 태우는 카니발의 차종 특성, 300 kg 더 무거운 공차 중량(2,165 kg)을 고려한 세팅으로 보였습니다.
주행 질감은 어땠을까요? 풍성한 토크, 넉넉한 출력을 내는 3.5 가솔린 모델보다는 출발 가속 반응이 다소 더딥니다. 평지 위주의 시내 주행으로는 느끼기 어렵지만 얕게 경사진 도로에서 정차 후 가속 페달을 밀어보면 금방 느껴집니다. 가솔린 모델은 살짝만 밀어도 앞바퀴가 부드럽게 구르는데 하이브리드 모델은 전기 모터로 10~20 km/h 부근까지 밀다가 4기통 엔진이 거칠게 돌며 가속을 보태는 식이라 페달을 조금 더 깊이 누르게 됩니다.
6기통 가솔린 엔진의 부드러움에 발이 익은 운전자에게는 차이가 선명한데 2리터 이하의 저배기량 4기통 엔진 위주로 차를 몰던 운전자에게는 차이가 좀처럼 와닿지 않을 겁니다. 자신이 타던 차를 비교 기준으로 잡기에 '생각보다 잘나가는데?'라고 느끼는 게 일반적입니다.
에코와 스포트 사이를 메울 적당한 주행 모드가 없다는 점도 한몫합니다. 스마트 모드는 운전자의 주행 상황에 따라 잠시 스포트가 됐다가 에코로 돌아오는 식이라 일관적이지는 않습니다. 가솔린 모델은 에코와 스포트의 갭(gap)을 메운 노멀 모드가 있어서 운전자의 의도를 조금 더 잘 따르는 느낌인데 하이브리드 모델은 세련미가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경험치를 잘 쌓아서 완성도를 높인 쏘렌토보다 덜 익은 하이브리드 모델로 비유가 됩니다.
체감한 EV 모드 지속 시간은 대체로 짧았습니다. 주택가가 밀집한 생활도로구역은 LCD 계기판 속도계 밑에 '그린' 문구를 띄워서 전기 모터를 적극 이용하는데 이를 벗어난 대로변에서는 엔진이 더 많이 돕니다. 리튬 배터리 충전량이 기준 설정값보다 낮아서 그런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충전량은 50~60% 범위였고 영상 3~4도 정도의 평이한 겨울 날씨였습니다. 오르막은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구간이었음에도 더 뉴 쏘렌토보다 엔진이 자주 켜졌습니다.
승차감은 가솔린 모델이 조금 더 말랑하고 부드럽습니다. 가감속을 제어하는 과정의 차체 흔들림은 하이브리드가 적으나 운전자의 손끝, 발끝에서 느끼는 안정감은 가솔린이 더 괜찮았습니다. 바탕으로 깔린 4기통 엔진의 진동, 소음은 카니발보다 더 뉴 쏘렌토에서 잘 보완된 느낌입니다. 눈으로 살핀 소재의 구성, 착석감, 표면 촉감도 더 뉴 쏘렌토가 더 나았습니다. 더 뉴 카니발도 진한 SUV 분위기로 고급감을 높였지만 다인 승차 목적이 뚜렷한 상품의 큰 틀은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실내 고급감을 더 키워야 한다면 특장차로 상품화된 모델을 고르는 게 좋습니다.
30분 이내로 8.7km를 몰아본 연비는 10.6 km/l에 그쳤습니다. 대형 SUV 몰던 감각대로 카니발을 몰았더니 엔진의 휴식 시간이 길지 않았습니다. 3.5 가솔린으로 18분간 5.3km를 다녀서 얻은 연비 6 km/l에 비하면 나은데 싼타페랑 쏘렌토로 띄우던 14~15km/l 범위에 비하면 낮아 보이기도 합니다.
더 뉴 카니발은 하이브리드로 선택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연간 주행거리가 1.5만 km 이상으로 길고 출퇴근으로 흘리는 시간, 갈 거리가 멀다면 450만 원을 추가 지불할 가치는 있습니다. 2종 저공해 자동차 감면 혜택, 자동차세 절감 등 유지비를 낮게 잡을 기회를 잘 활용할 줄 안다면 고려할 만한 선택입니다. 이런 점들을 신경 쓰지 않고 짧게 자주, 속 편하게 움직이는 운전자들에게는 3.5 가솔린으로 충분합니다.
전반적인 상품성, 대중 지명도는 평균적으로 하이브리드가 더 높은데 내 가족을 위한 선택으로는 고민이 깊을 겁니다. 엔진이 돌지 않는 EV 모드에서는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명절 때 꽉 막힌 도로에서 연비 만족감이 높을지 모르나 일상 속 주행의 부드러움은 3.5 가솔린이 한결 낫습니다.
가격표 앞에서 한 번 더 고민이 되거든 근처 기아 지점 혹은 대리점에서 셀프 시승하길 바랍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모든 걸 알기에 부족하지만 적어도 선택의 방향을 잡아주는데 큰 영향을 끼칠 겁니다. 더 뉴 카니발을 두 가지 모델로 경험한 저는 3.5 가솔린이 더 좋았습니다. 선형적 가속감, 제동감, 주행 모드 세팅이 가솔린 대형 SUV 감각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적응하기 쉬웠습니다. 부디 차를 사거든 '그 돈이면 이걸 산다'라는 남들의 주장에 휘둘리지 말고 본인 취향, 의사가 잘 반영된 차를 고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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