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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초보운전의 용감한 여행, 더 뉴 투싼으로 팔공산에? (1편) 본문
지난 1월 7일 일요일. 더 뉴 투싼으로 위대한 도전에 나섰습니다. 초보운전 딱지를 붙인 막내 여동생이 팔공산에 가 보자며 드라이브 여행을 부추겼습니다. 늦은 밤까지 대구스타디움을 맴돌며 운전 연수를 몇 시간 받더니 호랑이 기운이 솟았나 봅니다. 당시 운전의 기초가 튼튼하지 않았지만 막내 여동생의 당당한 기세를 받아주기로 했습니다.
첫 목적지는 스타벅스 대구팔공산점으로 정했습니다. 첫차를 갖거든 언제 운치 좋은 데서 커피 한잔하자며 톡으로 보내던 곳인데 그날이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원격 시동을 걸어둔 막내 여동생은 능숙하게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누르더니 금방 길 안내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집에서 스타벅스까지는 고속도로를 거쳐 가기로 했습니다. 대략 50분 걸리는 무료 구간을 이용해도 되는데 일요일 오전에 안내된 세 가지 경로는 모두 유료 구간을 권했습니다. 하이패스에 호기심을 품던 막내 여동생은 "빠를수록 좋다"라며 인생 첫 고속도로 경험을 쌓기로 합니다. ccNC(커넥티드 카 내비게이션 콕피트)가 깔린 신형 투싼이라 e-하이패스 등록도 가능했지만 기존처럼 앞 천장(오버헤드 콘솔) 투입구에 하이패스 카드를 꽂았습니다.
고속도로를 타기로 한 결정은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운전 연습 장소로 쓰던 대구스타디움 바로 근처에 대구 부산 고속도로 출입구인 수성 IC가 있어 접근성이 좋았습니다. 톨게이트 진입을 앞둔 막내 여동생에게는 가장 왼쪽에 난 하이패스 차로 말고 우측 가장자리의 황색 하이패스 유도선을 따라가라고 일러줬습니다. 대형 화물차가 가끔 지나는 곳이라 차로 폭이 넓고 승용차 통행이 적어서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톨게이트를 지나서 나온 두 갈래 길부터는 진입 방향과 속도를 일러주며 긴장한 여동생을 다독였습니다. 왼쪽은 대구 방향으로 올라가는 달팽이(나선형) 구간, 오른쪽은 부산 방향으로 내려가는 사선형 오르막 구간이었습니다. 갈림길에 들어서기 전 주변 흐름에 맞춰 방향지시등을 넣고 HUD(헤드업 디스플레이) 속 지시대로 바닥의 유도선을 따라가라고 설명했습니다.
급커브가 우측으로 길게 난 구간에서는 운전자의 시선 처리가 중요합니다. 굽은 길 진입 전 속도를 미리 늦추고 앞차 간격은 넓게 벌리면서 시선은 진입 방향의 A-필러(앞 유리 기둥) 부근에 맞추며 관성으로 커브를 돌아야 안전합니다. 바퀴가 헛돌기 쉬운 빗길, 눈길에서는 회전 중 브레이크 페달을 깊게 밟으면 머리가 안으로 확 꺾여서 차체가 옆으로 돌게 되니 조심해야 합니다. 자세 제어 장치(VDC), 제동 잠김 방지 장치(ABS)는 차체의 주행 안정을 돕는 전자 장비라서 타이어가 노면 정보를 못 읽으면(그립을 잃으면) 사고 위험성이 커집니다.
합류 차로에서 본선으로 들어갈 때는 2차선에서 뒤따라 오는 차가 없는지 잘 살펴야 합니다. 서라운드 뷰 모니터가 들어간 더 뉴 투싼은 방향지시등을 켜면 후측방 상황이 계기판에 보여서 상황을 엿보기 쉬운데 무엇보다 '속도감'을 신속히 읽어내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경력이 오래된 본선 차로의 운전자는 2차선에 합류 차량이 들어올 걸 예상해 1차선으로 미리 옮겨주는 경우가 많은데 통행량이 늘면 본선 합류 난도가 급격히 높아지기도 합니다.
이날 이용한 수성 IC에서는 본선 진입이 여유로웠습니다. 제한 최고 속도가 110 km/h인 왕복 4차선 고속도로인데 통행량은 많지 않았습니다. 직선으로 곧게 뻗으며 사라지는 합류 차로에서는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서 속도를 충분히 올린 뒤 방향지시등을 넣으며 들어가면 됩니다. 명절이나 휴가철 통행량 급증으로 본선이 밀릴 때는 합류 차로가 사라지는 지점까지 나와서 방향지시등을 켜줍니다. 바지 지퍼를 맞물리듯 본선 차를 한 대 보내고 들어가는 식으로 흐름을 따르면 됩니다.
경부고속도로, 새만금포항고속도로를 거쳐 팔공산 IC로 빠져나온 시각은 11시쯤이었습니다. 새로운 도로에 접어든 막내 여동생은 속도를 늦추며 초행길 주변을 둘러봅니다. 처음에 아리송한 표정을 짓다가 내비게이션에 뜬 경로대로 차선을 바꾸며 움직였습니다. 파계로를 따라 한없이 쭉 가는 5km 구간은 초보 운전자들에게 힐링 코스로 불릴지도 모릅니다. 외곽 지역이라 뜸하고 차로 폭이 넓어서 주위 배경이 느릿하게 흐릅니다.
20분이 더 지나 스타벅스 대구팔공산점에 도착했습니다. 브런치로 때우기 좋은 시간이라 주차장의 반 이상이 자동차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속성으로 배운 후면 주차에 애를 먹던 막내 여동생은 서라운드 뷰 모니터의 도움으로 원하던 위치에 차를 세웠습니다. 울퉁불퉁한 돌바닥에 그려진 주차선을 만나자 당황스러운 기색이 엿보이긴 했습니다.
첫 목적지에 도착한 보상으로 2024년 새해 한정 음료를 주문했습니다. 푸른 용 헤이즐넛 라떼와 푸른 용 클래식 밀크 티입니다. 맨 위에 소복이 띄운 블루 얼그레이 폼은 치자 열매에서 추출한 청색으로 물들였습니다. 청룡의 해 갑진년을 맞아 판매된 음료인데 막내 여동생 입맛에는 헤이즐넛 라떼가 좀 더 괜찮았다고 합니다. 클래식 밀크 티는 약간 씁쓸하면서 뒷맛이 개운한 티바나 계열 음료라서 호불호가 나뉘기도 합니다.
두 번째 목적지는 한티휴게소로 정했습니다. 직선으로 곧게 난 팔공산 터널을 놔두고 굳이 구불구불한 산길로 들어선 이유는 운전대 회전 감각을 키우기 위함이었습니다. 고속도로와 같은 환경에서는 차로 중앙 유지 보조의 덕을 봤겠지만 굽은 길이 연속된 산비탈을 40 km/h 안팎으로 오르는 환경에서는 운전자의 동물적 감각이 더 중요해집니다. 다른 시내 구간보다 차로 폭이 좁으니까 회전 반경과 차폭, 속도 유지 능력을 배우기에 효과적인 코스이기도 합니다.
가산산성 부근에 꽂힌 '한국의 아름다운 길' 표지판은 고갯길의 시작점으로 불립니다. 연달아 난 과속방지턱을 밟고 우측의 버스 주차장을 지나 U자로 크게 빙 돌면 주위 풍경이 삽시간에 바뀝니다. 막내 여동생이 즐기는 온라인 MMORPG(대규모 다중 이용자 역할 게임) 유저 맞춤형으로 말하자면 '이제 막 던전 입구를 지났을 뿐'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경사율이 커지고 확 꺾이는 굽은 길이 계속 나오자 자신감 충만하던 막내 여동생의 눈빛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립니다. 곁에서 지켜보는 제 심정은 고요한 호수처럼 차분했습니다. 차가 가드레일로 밀리거나 중앙선으로 붙는다 싶으면 왼손으로 운전대를 거들며 거침없이 방향을 맞췄습니다. 시선은 바로 앞이 아닌 그다음 굽은 길로 향하고 가속 페달은 떼지 말고 올라온 탄력 그대로 가도록 주문했습니다.
한여름 일본 홋카이도에서 우핸들 렌터카로 700km 넘게 다닌 경험, 복잡한 도쿄 시내를 누비던 경험은 이럴 때 도움이 됩니다. 동반자석에 앉아도 왼쪽 바퀴가 어디쯤 걸쳐 있는지 금방 인지가 됩니다. 깊은 낭떠러지가 바로 보이던 해외의 어느 구간에 비하면 한티재 등반길은 순한 맛에 속합니다.
그렇게 10분간 5km를 꾸준히 올라간 덕에 한티휴게소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양지바른 곳에 주차를 마치고 난 막내 여동생은 크게 한숨을 내쉽니다. 반복 학습의 장으로 익힌 대구스타디움 주변과 차원이 다른 주행 난도였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운전대를 붙잡은 림 양쪽에 줄줄 흐른 땀을 보니 긴장이 많이 되긴 했구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잔뜩 들어간 막내 여동생의 긴장을 풀기 위해 카페에서 커피콩빵 한 컵을 사 왔습니다. 운전은 생각보다 많은 감각 기관을 쓰는 복합적 활동이라서 험한 길일수록 배고픔이 빨리 찾아옵니다. 곁에서 허기짐과 다급함을 읽어내는 감각이 녹슬지 않아 다행입니다. 톨 사이즈 투명 컵에 수북이 담긴 커피콩빵은 막내 여동생의 기운을 되찾기 충분했습니다. 주변을 살피며 입을 나불대던 저의 허기도 어느 정도 채워졌습니다.
빵을 나눠먹으며 기력을 보충한 저와 막내 여동생은 한티휴게소에서 여정을 끝내지 않고 군위군 어딘가로 목적지를 찍었습니다. 시작을 했으면 끝을 본다는 막내 여동생의 결연한 의지가 뚜렷해서 목적지 결정에 거침이 없었습니다. "고양이 보러 갈까?"라며 훅 던져본 물음에 "당연히 가야지! 여기까지 왔는데."라며 미끼를 덥석 문 막내 여동생은 길잡이가 된 저를 따라 일요일 오후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이들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로 향했을까요?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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