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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캐스퍼 일렉트릭, 경차는 잊어라 본문
캐스퍼 일렉트릭의 출시 예고 이미지가 공개됐습니다. 레이 EV처럼 만든 캐스퍼 전기차입니다. 몸집은 조금 커져서 더 이상 경차가 아닙니다. 더 많은 배터리를 싣고 더 넓은 무대에(유럽, 일본 등) 오를 준비를 마쳤습니다. 1회 충전으로 315km까지 굴러갈 캐스퍼 일렉트릭은 6월 27일 부산 모빌리티쇼에서 공식 발표됩니다.
겉모습은 미래적으로 변했습니다. 둥근 헤드램프를 휘감던 테두리는 네 조각낸 LED, 노란 전구로 깜박이던 방향지시등은 7개의 픽셀 라이트 LED 램프로 바뀌었습니다. 타원형 테일램프도 두 줄 정렬로 네모반듯해진 픽셀형 LED로 비춥니다. 귀엽고 너그러워서 사근사근한 구석이 있던 캐스퍼는 전동화 바람을 맞으며 '로보틱 캐스퍼'가 됐습니다.
늘 달라붙던 '경차' 수식어는 캐스퍼 일렉트릭에서 쓸 수 없게 됐습니다. 요란한 3기통 엔진의 캐스퍼는 전장 3,600mm, 전폭 1,600mm 경차 규격 안에서 뚝딱 만들어졌지만 전기 모터로 살살 굴러갈 캐스퍼는 전장 5mm만 넘어도 경차가 아니게 됩니다. 우리가 알던 캐스퍼보다 25cm 길어졌으니까 보통의 '소형차'로 봐야 맞습니다.
한때는 내수형으로 지금의 캐스퍼랑 똑같은 크기의 전기차가 나온다는 설이 돌긴 했습니다. 경차 혜택 중요도가 낮은 전기차에 굳이 두 가지 모델로 나눠서 생산비를 올릴 이유가 있을까요? 수출 국가에 따른 상품 다변화는 옳지만 EV3처럼 전기차 대중화 전략 중요도가 높은 상품이라면 차체 구조 이원화는 업계 입장에서 비효율적입니다.
몸집을 불리지 않았어도 캐스퍼는 이미 일본에서 경차가 아닌 소형차입니다. 전장 3,400mm, 전폭 1,480mm 기준을 훨씬 웃돕니다. 박스형 경차로 가장 잘 팔리는 혼다 N-BOX, 경 전기차 시장에서 압도적인 닛산 사쿠라와 같은 위치에서 경쟁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넥쏘, 아이오닉 5(N 포함), 코나 일렉트릭 순으로 온라인 판매에 전념하는 현대자동차의 그다음 카드가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2025년 초 일본 출시 검토 중).
당장 일본에서 잘 팔릴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우리나라보다 딜러 영업점 판매 의존도가 높고 중고차 가격 보장이 안 되면 관심에서 잊히며, 차검(자동차 검사)을 받기 전에 새 차로 바꾸는 일본식 자동차 시장에 맞춰서 판촉을 해야 하는데 본토에서 아주 먼 오키나와에 영업 대리점을 세운 현대자동차의 외주 마케팅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BYD가 진출 첫 해에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현대자동차보다 차를 3배 이상 팔았다는 통계를 아시나요? 2023년 BYD는 1,446대, 현대모빌리티재팬(현대자동차의 일본 법인명)은 489대를 팔았습니다. 국민급 일본 배우를 발탁해 TV 광고를 찍고 인증 중고차 거점을 늘리며 국적에 관계없는 진심을 전했습니다.
일본 진출 2년이 지난 현대자동차의 상황은 어떨까요? 현지 넷플릭스 팬들이나 알 만한 배우 채종협(드라마 '아이 러브 유' 주연)을 광고 모델로 섭외해 코나 일렉트릭을 알렸습니다. 과거의 '후유노 쏘나타(드라마 '겨울연가'의 일본명)'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요? 캐스퍼 일렉트릭 출시 전에는 판매 전략을 잘 잡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일본 사람들이 바라는 내연기관차를 싣지 않아서 안 팔리는 게 아니라 메시지를 던지기만 하고 현지화를 안 하는 마케팅의 문제로 여겨집니다.
유럽 시장에는 캐스퍼 일렉트릭이 '인스터(inster)'라는 차명으로 나옵니다. 캐스퍼(Casper)에 애매하게 깔린 '유령'이라는 의미 대신, '혁신적이면서 친밀한' 의미가 깃든 차명을 고른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 WLTP 기준으로 밝힌 1회 충전 주행 거리가 355km라고 했으니까 우리나라 기준으로 적어낸 1회 충전 주행 거리 315km와 사실상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전기 모터 성능, 배터리 용량, 실내 구성, 크기, 가격은 6월 말 공개될 예정입니다. 내연기관 파생형으로 우선 출시된 레이 EV보다 상품성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전기차 대중화'를 언급한 모델답게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구매력으로 선보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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