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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아이오닉 5 시승 후기, 무엇이 좋아졌나? 본문
지난 4일 2024 아이오닉 5를 시승했습니다. 안팎이 달라진 아이오닉 5의 상품성 개선 모델(코드명은 NE PE, 차명은 더 뉴 아이오닉 5)입니다. 현대 드라이빙라운지 대구 서부에서 몰아본 시승차는 20인치 롱 레인지 이륜(2WD) 프레스티지 트림에 선택 사양이 다 들어간 풀옵션 모델이었습니다. 외장은 사이버 그레이 메탈릭, 내장 색상은 헤리티지 브라운이며, 가격은 6,775만 원(세제혜택 미반영 기준)입니다.
앞모습은 이전 아이오닉 5보다 보기 좋아졌습니다. 범퍼의 사다리꼴 장식을 좌우로 늘리고 윤곽을 뚜렷하게 잡아서 안정감이 생겼습니다. 윗면적이 늘어난 앞범퍼를 따라 초음파 센서, 번호판 위치가 높아졌을 뿐인데 견고하면서 날렵한 얼굴이 만들어졌습니다.
뒷모습도 자연스러워졌습니다. 핀 타입 장식에 스며든 반사판을 사다리꼴 안에 옮기고 앞범퍼에 깔리던 액티브 그릴 셔터를 리어 디퓨저 장식으로 처리했습니다. 뒷유리 위에는 빌트인 캠 2, 디지털 센터 미러용 카메라를 걸치고 아이오닉 5 N에만 달아주던 와이퍼도 얹었습니다.
옆모습은 평소 눈에 익던 아이오닉 5와 달랐습니다. 리어 스포일러가 50mm 길어지고 기교를 부리던 공력 휠 패턴도 단순 명료해졌습니다. 거주성, 기능성, 컴포트 지향의 크로스오버 모델임에도 역동적으로 보이게 디자인을 매만진 솜씨가 엿보입니다. 바람 저항을 줄여서 조금이라도 더 멀리 가도록 한 의도까지 말이죠.
가장 눈여겨 본 구성은 디지털 사이드 미러입니다. 전에는 레고 블록이 툭 튀어나온 것처럼 만들어서 투박해 보였는데 유선형으로 잘 꺾어 만든 지금의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GV60보다 괜찮았습니다. 볼록 거울이 달린 보통 차들보다 거리감이 낯선데 적응하고 나면 별다르지 않습니다.
20인치 휠에 낀 타이어는 3년 전 시승한 아이오닉 5와 같았습니다. 규격은 255/45 R20, 제품은 미쉐린의 프라이머시 투어 A/S가 들어갑니다. 아이오닉 5의 말랑한 하체 세팅을 잘 받아주는 프리미엄 사계절 컴포트 타이어입니다. 그립감, 승차감에서는 평이 좋은데 그렇게 조용하지는 않습니다.
헤리티지 브라운으로 꾸민 실내는 개선된 아이오닉 5의 분위기를 잘 살려줍니다. 지속 가능성, 비움에 집중하느라 잊었던 몇몇 내장재가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디지털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화면이 최신화되고 3-스포크로 바뀐 운전대도 전보다 손에 잘 붙습니다. 혼 커버에 찍힌 네 개의 점은 LED 불빛으로 주행 및 충전 상황을 알립니다.
아이오닉 5 운전자에게 제일 만족스러운 변화는 센터 콘솔일 겁니다. 앞뒤로 140mm 움직이던 이동식 센터 콘솔의 장점은 살리고 인포테인먼트 화면에서 건드려야 했던 시트 및 운전대 열선, 통풍 기능을 물리 버튼으로 가져왔습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는 왼쪽 위, 가로형에서 세로형으로 바뀐 컵홀더는 오른쪽 위로 올렸습니다.
센터 콘솔 수납공간은 위, 아래 두 개 층으로 나뉩니다. 팔을 걸치는 위쪽은 부피가 작은 귀중품이나 지갑, 아래쪽은 작은 쇼핑백이나 에코백을 놔두기 알맞아 보입니다. 필요한 경우 암레스트(팔걸이)를 위로 들어서 수납공간을 늘리는 선택도 가능합니다.
2열 거주성은 아이오닉 5의 특장점이 잘 녹아든 부분이기도 합니다. 좌판이 길어서 허벅지 앞쪽까지 잘 닿고 리클라이닝으로 넘어가는 등받이 각도가 꽤 커서 막 누워도 편합니다. 무릎 공간은 주먹 두 개 반에서 세 개 사이인데 전동식으로 좌판을 앞뒤로 옮길 수 있습니다. USB-C 포트 두 개에 시트 열선, 햇빛 가리개, 실내 V2L까지 골고루 갖춰서 전자 기기를 손에서 잘 놓지 못하는 가족의 일상, 여가용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배터리 용량은 84 kWh로 늘었습니다. 출시 첫해에 72.6 kWh, 한차례 연식 변경으로 77.4 kWh, 부분 변경으로 더 많은 배터리를 짊어지게 됐습니다. 20인치 휠 타이어를 끼고도 1회 충전에 453km를 달리고 10%에서 80%까지 800V 초고속 충전을 단 18분에 끝내는 쾌적함은 좋은데 이와 같은 충전 환경은 아직 집 주변에 없습니다. 언제쯤 이피트(E-pit)와 같은 초고속 충전 인프라를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을까요?
안팎을 둘러본 뒤 주행에 나섰습니다. 주행감은 3년 전 기억하던 아이오닉 5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전형적인 컴포트 지향인데 큰 충격을 달래는 움직임의 범위가 줄었습니다. 20~30km/h로 과속 방지턱을 넘을 때 느끼던 덜렁거림, 축 처지는 감각이 덜했습니다. 2열 승차감이 단단해지더라도 후륜 차축을 조여서 수직 이동이 덜 되게 만든 느낌이었습니다.
바퀴를 굴리는 매끈함은 3년 전과 비슷한데 운전대로 전해지는 그립감은 더 좋아진 느낌입니다. 간선 도로에 진입하던 램프 구간, 70~80km/h로 달리다 대회전하며 빠져나올 때 뒤가 흐르던 특성이 약해졌습니다. 굽은 길을 돌아나가는 안정감이 전보다 좋아졌다는 의미입니다.
50~60km/h로 주행하던 시내 구간은 어땠을까요? 노멀 모드 기준으로 정차 후 출발 가속, 감속 후 완전히 정차하는 과정에서 느껴진 앞뒤 흔들림(피칭)은 소폭 줄었습니다. 대신 깨지거나 갈라진 노면에서 짧게 훅 들어오는 충격은 거르다 맙니다. 부드럽고 순해서 푸근한 멋이 있던 아이오닉 5랑은 거리감을 둔 세팅으로 보였습니다.
승차감은 설정한 회생 제동 레벨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습니다. 투싼 가솔린 운전자 기준으로는 레벨 1, 여러 전기차를 몰던 운전자 기준으로는 레벨 0이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주행 모드는 느긋하고 여유롭게 달린다면 에코, 평소에 주변 흐름을 맞추다 가끔 흐름을 이끄는 주행을 한다면 노멀 모드가 괜찮습니다.
주행 소음 편차는 다른 차들보다 덜합니다. 아스콘이 시공된 일반 도로, 콘크리트가 깔린 딱딱한 도로에서 느끼는 타이어 소음 차이가 적습니다. 프라이머시 투어 A/S의 패턴 특성상 세로형 그루빙을 만나면 좌우로 흔들리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 외 구간에서는 대체로 편안하고 안정적입니다. 고속보다는 40km/h 이하 저중속에서의 부드러운 승차감이 괜찮습니다.
조용하지는 않습니다. C-필러 주변을 보완하며 실내 소음 유입을 줄였다곤 하나, 체감한 주행 소음의 수위는 EV 모드로 잠깐 구르던 더 뉴 투싼 하이브리드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내장재 잡소리가 줄고 고속 주행 시 일어나는 소음은 고르게 퍼지며, 버스나 트럭의 엔진 소리가 비교적 잘 들립니다.
40분간 주행을 하고 현대 드라이빙라운지로 돌아왔습니다. 주행 정보에 기록된 전비는 6.1km/kWh, 배터리 잔량은 64%에서 62%로 2% 빠졌습니다. 3년 전에는 i-페달, 에코 모드를 적극 사용하며 전비를 올리는 주행을 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아이오닉 5는 이미 시승과 카셰어링으로 몇 번 만나본 모델이라 익숙했고 투싼 가솔린처럼 편하게 몰고 싶었습니다.
3년이 흐르는 동안 아이오닉 5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E-GMP 첫 전기차로 이름을 알리고 N을 입은 고성능 전기차로 야망과 기술력을 증명해왔습니다. 새 하드웨어에 최신 기능을 달고도 가격을 올리지 않은 건 위축된 전기차 시장을 위한 전략적 판단이겠지만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현대의 자신감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하이브리드차, 반값 전기차로 관심이 쏠려서 달라진 아이오닉 5가 주목을 못 받고 있기는 합니다. 상품성에서는 아쉬울 게 하나 없는데 그동안 전기차 시장에서 자극이 될 만한 요소를 못 보여준 탓도 큽니다. 소비자들은 하이브리드차에 비빌 만한 합리적 가격의 전기차를 원하는데 그보다 비싼 전기차 위주로 손을 대 왔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오닉 6에 이어, 2024 아이오닉 5도 가격을 올리지 않는 선택을 했구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이 정도 변화라면 아이오닉 5를 바라던 고객의 구매 결정력은 꽤 높아졌으리라 봅니다. 기존 고객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주요 기능을 더 만지기 쉽게, 더 많은 배터리를 실어서 주행 가능 거리를 꾸준히 늘렸습니다. 어둠을 밝히는 지능형 헤드램프까지 달아준 점은 예비 고객 입장에서 분명 마음에 들 변화로 보입니다. 무엇이 변했는가 궁금하다면 가까운 현대 드라이빙라운지로 찾아가 2024 아이오닉 5를 시승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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