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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폴스타 4 싱글 모터, 폴스타 대전 출고 센터에서 시승한 후기 본문
어제(20일) 폴스타 4 싱글 모터 시승을 위해 대전으로 향했습니다. 집에서 2시간 반을 달려서 찾아간 스타벅스 대전시청사거리점 앞에 폴스타 4 두 대가 서 있었지요. 한 대는 폴스타 대전 출고 센터에서 돌리는 일반 고객 시승차, 다른 한 대는 폴스타 코리아에서 VIP 고객 대상 홍보를 위해 운영 중인 시승차라고 합니다.
대충 실물을 둘러보니 까만 클래딩이 붙는 일반 시승차가 더 안정감 있고 보기에 더 좋았습니다. VIP 고객 시승차는 20인치 알로이 휠에 피렐리 P 제로 E 타이어(규격은 255/50 R20), 일반 고객 시승차는 21인치 알로이 휠에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EV 타이어(규격은 255/45 R21)를 신겼습니다. 둘 다 전기차 전용 타이어로 굴러갑니다.
제가 경험한 폴스타 4 싱글 모터의 사양 구성은 이랬습니다. 외장 색상은 스노우(화이트, 선택 시 40만 원), 기본 적용된 파일럿 팩에 플러스 팩(6백만 원)을 얹고요. 하만 카돈 헤드레스트 스피커, 마사지와 통풍 기능, 브러시드 직물 헤드라이너, 리어 컴포트 헤드레스트가 한데 묶인 나파 가죽 패키지(550만 원), 21인치 스포츠 휠(2백만 원)까지 추가됐습니다. 가격은 8,080만 원입니다. 기본 가격 6,690만 원에서 선택 사양으로 1,390만 원이 더 붙습니다.
시승 전 담당 직원과 함께 프렁크, 트렁크, 2열 거주성, 1열 운전석을 차례로 둘러봤습니다. 프렁크 수납공간은 보통 들고 다니는 백팩에 몇 가지 휴대품을 넣으면 되는 정도였고요. 우측에 커버로 가린 와셔액 주입구 말고는 열어볼 곳이 없었습니다. 후드 안쪽은 흡음재로 적당히 두르고 나머지 부위는 플라스틱 커버와 웨더 스트립으로 깔끔하게 잘 덮었습니다.
트렁크(테일게이트)는 LED 가운데 달린 버튼을 누르면 전동식으로 스르르 열립니다. 얼핏 SUV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스포트백(Sportback) 형태에 가깝고요. 승객석과 러기지 공간의 경계 구분이 비교적 명확합니다. 모델 Y보다 수납공간이 조금 좁은데 400리터 안팎의 웬만한 B-세그먼트 SUV(소형 SUV)보다는 넓습니다. 제원상 용량은 바닥의 추가 공간까지 합쳐서 526리터, 2열을 접어 넘기면 1,536리터 규모로 늡니다.
2열 시트 착좌감은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좌판은 전방을 향해 소폭 솟아있고 등받이가 뒤로 살짝 누워서 시선은 자연스레 1열 오버헤드 콘솔과 유리로 탁 트인 천장의 경계를 향하게 됩니다. 2열 센터콘솔을 내려서 옆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등받이가 전동식으로 뒤로 더 넘어가기도 합니다. 이때 반응하는 전동 모터 작동음이 비교적 조용하고 부드러웠지요.
거주성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폴스타 2는 1열 위주의 상품성으로 만들어진 모델이라서 무릎 공간(레그룸)이 한 개 반 이내였는데요. 폴스타 4는 전폭이 2m를 조금 넘고 휠베이스도 약 3m에 이르는 차라서 전반적으로 여유롭습니다. 운전석 위치를 맞추고 뒤에 앉아 무릎 공간을 가늠하니 주먹이 두 개 반 정도 들어갑니다. 전고가 1,545mm로 조금 낮은데 거기서 오는 머리 공간(헤드룸) 부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키 180cm 전후의 성인 남성이 앉아도 한 주먹 남습니다.
1열로 와서 운전석에 앉아봅니다. 시트 위치를 최소로 내려도 보통의 승용 세단보다는 높습니다. 2열보다 쿠션이 얇은 헤드레스트 일체형 버킷 시트였는데 좌판이 길고 등받이에서 헤드레스트까지 상체와 허벅지를 붙잡는 느낌이 좋습니다. 중장거리 주행을 즐기는 전기차 운전자에게 알맞은 세팅으로 보였습니다.
사이드미러는 폴스타 2처럼 프레임리스 타입인데요. 모델 Y에 달린 거울보다 화각이 넓어서 주변 시야를 관찰하기 좋았습니다. 위치 조정 방식은 테슬라와 비슷합니다. 가운데 화면 왼쪽 아래의 자동차 그림-실내-조정으로 들어가서 왼쪽 미러 탭을 건들고 운전대의 스포크 버튼으로 미세 조정을 하는 식입니다. 전동식 운전대(스티어링 휠)도 좌우 화살표는 깊이 조절, 위아래 화살표는 운전대가 상하로 움직이는 형태입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위치 조정도 이곳에서 만집니다.
기어 레버는 메르세데스-벤츠와 거의 같은 전자식 변속 칼럼 방식입니다. 레버 전체를 위로 올리면 후진, 내리면 중립 N을 거쳐 주행 모드 D가 되고요. 레버 끝 버튼을 누르면 주차 브레이크를 겸하는 P 모드로 바뀝니다. 후진 후 전진 출차를 진행하면 가운데 화면에 서라운드 뷰 모니터를 띄웁니다. 가로로 길쭉한 12.3인치 화면의 삼분할된 서라운드 뷰 모니터보다 확실히 크고 선명하며 밝습니다. 세로형으로 화면을 띄우던 폴스타 2의 360도 모니터보다 낫습니다.
주행 정보는 미리 동의를 받고 초기화시켰습니다. 운전대 우측 스포크 버튼을 누르면 10.2인치 화면 우측에 네 가지 메뉴가 뜹니다. 스포크 버튼을 한 번 눌러서 주행 정보 창에 들어가고 수동 트립 리셋 안내 화면에서 'O' 버튼을 길게 눌러 기록된 값을 지웁니다.
차가 서 있던 주차장에서 차단기 밖으로 나오는 동안의 구름 질감은 생각보다 차분했습니다. 20~30km/h로 좁은 차로에서 대로 변으로 나와서 40~50km/h로 교통 흐름을 맞추는 운전대의 조향감 변화가 적고 운전자의 의도를 따라 정확히 반응합니다. 인접한 교차로에서 우회전, 혹은 좌회전 후 직선으로 쭉 뻗은 차로를 달려나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순조롭습니다.
좌우로 봉긋 솟은 보닛의 돌출부는 차폭을 가늠하기 좋았습니다. 주로 몰던 캐스퍼 일렉트릭보다 훨씬 넓은 2,008mm에 달하는데요. 차폭감 적응 부족으로 차로 중심을 못 맞출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신호 대기 중에는 오토홀드가 작동하고요. 가감속 시 페달의 이동 거리는 보통 차보다 짧고 교통량 증가로 일부 지체가 일어나는 구간에서도 발목 피로감이 덜 느껴졌습니다.
앞유리에 비추는 14.7인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는 EV6, 아이오닉 5보다 화면이 더 큽니다. 단위가 표시된 폰트 굵기는 얇고 가늘게, 남은 주행 거리, 속도계 숫자는 굵게, 교통 정보 표지 알름 아이콘은 왼쪽에 크게 나옵니다. 현대, 기아, 제네시스가 공유하는 HUD 그래픽보다 간결하고 덜 화려해서 알아보기 쉽습니다. 자세한 경로 안내는 맵 인 클러스터 방식으로 표시된 10.2인치 운전자 정보 화면에 보여줍니다.
티맵 인포테인먼트로 들어간 음성 인식 성능은 폴스타 2처럼 상당히 좋았습니다. 탑승객이 기능을 정확하게 말하지 않아도 사전 학습된 데이터가 많아서 어떤 의도로 말한 내용인지 즉각 알아듣고 반응합니다. 춥다고 말하면 알아서 히터랑 열선을 켜 주니까 주행 만족도가 더 올라갑니다.
후방 시야는 운전자에 따라 제한적으로 느껴질 겁니다. 뒷유리가 없는 전기차라서 카메라로 비추는 디지털 룸미러에 의지해야 하는데요. 캐딜락의 디지털 룸미러만큼 해상도가 더 높고 움직임 표현이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야간 주행 시 파인뷰 R5 Power의 후방 카메라 화면을 디지털 룸미러 대용으로 쓰고 있어서 이와 같은 주행 경험이 어색하지는 않았습니다.
주행 모드 설정은 화면과 같이 맞췄습니다. 크립 기능은 켜고 운전대 감도(스티어링 느낌)는 가볍게, 원 페달 드라이브는 끕니다. 주행 도중에 설정을 만져서 켜 보기도 했는데 '낮음'으로 한 단계 올리면 움직임이 즉시 부자연스러워집니다. 현대, 기아차 기준으로 레벨 2 수준의 회생 제동이 작동하는데요. 겨우 몇 km 더 가겠다고 승차감을 해치면서 회생 제동 레벨을 손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공차 중량 2.2톤에 승객 두 명이 짓누르는 하중만으로도 감속이 자연스럽습니다.
고속 주행은 시내를 관통하는 일부 고속화도로에서 잠깐 해봤습니다. 고백할 수 없는 속도로 몰아붙이는 가속감, 운전대와 섀시, 네 바퀴의 움직임이 매끈했습니다. 좌우로 살짝 굽은 길 정도는 은근히 잘 버팁니다. 서스펜션은 전반적으로 단단히 잘 조여져 있고 스프링 경도도 높은 편이었는데 충격 완화도 잘됩니다. 위아래 솟구침의 범위가 적습니다. 휠베이스가 길어서 롤을 일부 허용하는 느낌이고요.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세 복원 시간이 좀 길어집니다. 완전한 스포츠 주행보다는 포르쉐 파나메라처럼 중장거리를 편하게 달리기 위한 목적이 더 커 보였습니다. 맞바람에 의한 마찰음도 덜하고 바닥을 가르며 들리는 투과음도 비교적 적습니다. 보기 드문 트랙션 B 등급의 타이어의 일부 그립을 차 자체의 세팅 값으로 잘 보완한 느낌입니다. 폴스타 4를 손에 넣을 운전자라면 타이어를 가장 먼저 바꾸지 않을까 합니다.
폴스타 4의 주행감, 승차감을 어느 정도 알고 나서 돌아오는 길에는 잡담을 나누며 편하게 돌아왔습니다. 하만 카돈 사운드 시스템이 들려주는 음악, 비발디 브라우저로 켜놓은 유튜브 뮤직을 들으며 돌아오니 사오십 분 안팎의 시승이 금방 끝나 있었습니다. 27.5km를 달리며 기록된 주행 전비는 5.26km/kWh 수준이었습니다. 배터리는 42%에서 36%로, 주행 가능 거리는 255km에서 215km로 40km 줄었습니다.
오랜만에 기다리고 기대하던 차를 탔더니 마음이 후련합니다. 아침 6시 반부터 꼬박 달려온 보람을 느낀 경험이었습니다. 전기차 인프라 도입, 확산이 가장 빨랐던 대구에 왜 폴스타 판매 거점을 세우지 않는지는 모르겠지만 완성도, 만듦새로 본 폴스타의 설계 능력은 수긍이 갑니다.
높은 완성도에 비한 낮은 브랜드 인지도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기는 합니다. 구매자가 곧 앰버서더 역할을 해야 하는 폴스타, "이 차가 뭐예요?"라고 하면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귀찮음을 감수할 수 있다면 가히 구매 후보로 올려도 될 차임에는 분명합니다. 기본 상품성이 좋아서 업그레이드는 굳이 할 필요 없고요. 기본형 아니면 플러스 팩만 달아서 출고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입니다.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면 폴스타 코리아 홈페이지에서 시승 예약부터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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