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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클럽맨 S 3박 4일 794km 시승 후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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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클럽맨 S 3박 4일 794km 시승 후기

커피스푼 2023. 9. 10.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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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일 금요일. 서울에서 미니 클럽맨 S(정식 명칭은 '미니 쿠퍼 S 클럽맨 T2')를 만났습니다. 미니 코리아 공식 인스타 계정에서 진행된 3박 4일 주말 시승 이벤트로 클럽맨 S를 경험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집 근처 경산역에서 서울역까지 기차로 이동하는 네 시간 반 동안은 가슴이 설렜습니다. 딱 7년 전 7월 중순 똑같은 등급(쿠퍼 S)의 미니 클럽맨을 주말 일정으로 시승한 적이 있거든요. 당시 신차 경험을 쌓는 직업적 이유로 시승차에 애정을 주지 못했지만 일을 관둔 지금은 그때와 달라졌습니다. 하나의 숙제와 같았던 자동차 시승기를 이제는 솔직하게 담아낼 저만의 그릇이 생겼으니까요.

 

 

미니 클럽맨 S 시승차입니다.
미니 클럽맨 S 시승차입니다.

시승차 미니 클럽맨 S를 찾으러 간 곳은 낯설지 않았습니다. 서울역에서 도보로 몇 분이면 금방 닿을 큰 빌딩 지하였습니다. 지하로 깊숙이 내려가 주위를 둘러보니 왼쪽에 미니, 오른쪽에 BMW 주요 모델이 서 있었습니다. 시승차 중 가장 즐겁고 매콤한 경험을 전했던 빨간 멋 미니 3-도어 JCW(John Cooper Works, 고성능 특화 버전)도 보였죠.

 

 

미니 클럽맨 S 18인치 바퀴를 담아봤습니다.
미니 클럽맨 S 18인치 바퀴를 담아봤습니다.

3박 4일 시승할 미니 클럽맨 S는 엘리베이터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외장 색상은 '나누크 화이트', 아홉 갈래로 나뉜 18인치 멀티 스포크 알로이 휠에 브리지스톤의 고성능 런 플랫 타이어 투란자 T005(규격은 225/40 R18)를 신은 모델이었습니다. 미니 로고와 얼굴에 장식된 그릴, 타원형 LED 헤드램프 테두리, 지붕과 사이드 미러 캡은 까맣게 덮었습니다. 정면 우측, 앞 휀더 장식에 붙는  빨간 'S' 배지는 고출력 버전임을 나타냅니다.

 

 

클럽맨 S는 미니 중에서 가장 큽니다.
클럽맨 S는 미니 중에서 가장 큽니다.

클럽맨은 미니 여러 모델을 통틀어 몸집이 가장 큰데 눈대중으로 살핀 크기는 코나 SX2보다 작습니다. 전장은 4,266mm, 전폭은 1,800mm, 전고는 1,441mm, 휠베이스는 2,670mm입니다. 한 세대 전의 코나 OS랑 비슷합니다. 휠 아치를 따라붙은 두툼한 클래딩은 얼핏 SUV 같이 보이지만 운전석에 앉아서 몰아보면 앞이 짧은 소형 세단 혹은 크로스오버로 느끼기 쉽습니다. 형식상으로는 짐 싣는 공간이 뚜렷한 '소형 왜건(Wagon)'이지만요.

 

 

클럽맨 S는 길이감 적응이 꼭 필요합니다.
클럽맨 S는 길이감 적응이 꼭 필요합니다.

클럽맨을 처음 접한 운전자라면 차폭보다 길이를 가늠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뒷문(테일게이트)이 양문형 냉장고처럼 열리는 구조라서 가운데가 일부 가려지고 룸 미러로 보이는 뒤가 조금 멀게 느껴집니다. 주행 시선은 보통의 승용 세단만큼 낮으면서 앞바퀴랑 운전석 사이가 가까워서 레저 카트처럼 신속히 잘 도는데 체감한 회전 반경은 아반떼 CN7만 합니다. 미니 3-도어, 미니 5-도어 해치보다 폭이 넓고 휠베이스가 긴 클럽맨의 특성을 알고 익혀야 운전하기 편해집니다.

 

 

미니 클럽맨 S의 3-스포크 스포츠 운전대입니다.
미니 클럽맨 S의 3-스포크 스포츠 운전대입니다.

운전대를 돌리는 감각은 2016년에 경험한 클럽맨 S와 같았습니다. 동그란 3-스포크 운전대는 차 크기에 맞는 적당한 규격이었고 림이 두꺼워서 성인 남성 기준으로 운전대를 붙들기 좋았습니다. 운전대 회전에 따른 앞바퀴의 움직임 전달력은 선형적이면서 직관적이고 해상력이 선명했습니다. BMW 2 시리즈 그란 쿠페(F44), 액티브 투어러(U06)를 몰아본 운전자라면 감각이 익숙할지도 모릅니다. 미니 클럽맨(F54)의 UKL2 플랫폼(뼈대)을 공유한 자동차들이니까요.

 

 

클럽맨 S의 패들 시프트, 스텝트로닉 7단 DCT, 브레이크 및 가속 페달을 모았습니다.
클럽맨 S의 패들 시프트, 스텝트로닉 7단 DCT, 브레이크 및 가속 페달을 모았습니다.

일상 속 클럽맨 S의 주행 질감은 제법 경쾌했습니다. 가속 페달을 느긋하게 밀고 브레이크 페달을 지그시 밟아서 부드럽게 달래던 흔한 자동차의 감각이 아녔습니다. 스텝트로닉 8단 자동(아이신 8단)이 아닌, 스텝트로닉 7단 스포츠 DCT(더블 클러치 변속기)가 맞붙어서 더욱 역동적인 주행을 끌어냅니다. 기본형 클럽맨(쿠퍼 등급)에 없는 패들 시프트가 붙고 런치 컨트롤로 안정된 급출발 기능도 됩니다.

 

 

클럽맨 S는 지체 구간에서 변속기를 슬기롭게 다뤄야 합니다.
클럽맨 S는 지체 구간에서 변속기를 슬기롭게 다뤄야 합니다.

교통량이 많은 출퇴근 시간대에는 불편을 살짝 느낄 수도 있습니다. 20~30km/h로 지체 중일 때 2단에서 3단, 3단에서 2단으로 변속이 자주 생기는데요. 가속 페달을 섬세하게 다루지 않으면 앞뒤로 꿀렁대는 '말타기' 현상을 겪게 됩니다. 이럴 때는 D 레인지에 둔 기어 노브를 왼쪽으로 끌어서 2단으로 계속 돌게 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속도가 느려지면 왼쪽 패들을 당겨서 기어 단수를 내리고 빨라지면 오른쪽 패들을 당기는 식으로 올리면 됩니다. 토크 컨버터 방식의 자동 변속기보다 직결감이 뚜렷한 DCT의 특성을 잘 알고 접근해야 주행 피로를 줄일 수 있습니다. 지체되던 교통 흐름이 확 풀리면 기어 노브를 원래의 D 레인지로 다시 밀어주면 됩니다. 숙달된 운전자라면 앞차랑 간격을 1.5~2대 수준으로 벌리고 솜털 이불에 발을 얹었다 떼는 식으로 속도 조절이 가능해집니다.

 

 

미니 클럽맨 S의 주행 모드는 이렇습니다.
미니 클럽맨 S의 주행 모드는 이렇습니다.

주행 모드는 스포츠, 미드, 그린 세 가지로 나뉩니다. 엔진 시동 시에는 기본값으로 미드(컴포트) 모드로 작동됩니다. 시내에서 부드럽게 차를 굴리기 위한 주행 모드입니다. 교통 흐름이 괜찮은 고속화도로나 고속도로로 장거리 주행이 필요하면 그린(에코), 굽이진 길에서 날렵한 주행을 하겠다면 스포츠 모드로 두면 됩니다. 주행 모드 전환 레버는 엔진 시동 레버 우측 끝에 매달립니다. 위로 꺾으면 '스포츠', 밑으로 꺾으면 '그린'으로 바뀝니다.

 

 

클럽맨 S는 장거리 이동 시 '그린' 모드가 유용합니다.
클럽맨 S는 장거리 이동 시 '그린' 모드가 유용합니다.

서울에서 경산으로 내려가는 길, 경산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장거리 주행에서는 '그린' 모드를 적극 이용했습니다. 갈 거리가 멀고 시간적 여유가 충분해서 가속 페달을 꾹 밟고 싶지 않았습니다. 본래 미니는 고속도로처럼 쭉 뻗은 도로보다 구불구불한 산길에서 주행 매력이 극적으로 확 커집니다. 인제스피디움처럼 경주용 트랙 주행을 겸할 모델이라면 306 마력(@ 5,000 rpm)과 45.9 kgf.m 토크(@ 1,750~4,500 rpm)로 네 바퀴로 힘차게 쏟아내는 JCW 클럽맨 ALL4가 좋습니다.

 

 

미니 클럽맨 S는 예상보다 연비가 잘 나왔습니다.
미니 클럽맨 S는 예상보다 연비가 잘 나왔습니다.

연비는 '생각보다' 잘 나옵니다. 서울에서 충주 IC까지 일반국도로 세 시간에 걸쳐 123km를 이동한 평균 연비는 16.5km/l, 수성 IC로 진출 후 확인한 302km 지점의 누적 평균 연비는 18.7km/l까지 올랐습니다. 마지막 날 경산에서 서울로 네 시간 반 동안 313km를 이동하며 기록된 연비도 18.3km/l이 찍혔습니다. 아침 6시 선산 휴게소에 잠시 머무르며 확인했던 평균 연비가 20.1km/l였습니다. 정부 기관에서 인증된 복합 연비 10.6km/l(시내 : 9.3km/l, 고속도로 : 12.7km/l)를 훨씬 웃돕니다.

 

 

클럽맨 S는 관성 주행을 지향하는 코스팅 모드에 적극적이었습니다. 오른쪽 미드 모드에서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클럽맨 S는 관성 주행을 지향하는 코스팅 모드에 적극적이었습니다. 오른쪽 미드 모드에서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클럽맨 S로 훌륭한 연비를 띄우려면 '그린' 모드에서 관성 주행(코스팅 모드)을 유도하면 됩니다. 긴 내리막 구간에서 가속 페달을 발에서 떼면 위치 에너지가 운동 에너지로 전환되며 차를 잘 굴러가게 만들어 줍니다. 퓨얼 컷(fuel-cut) 주행법으로 엔진 브레이크 동작을 이끌던 에코존 주행 팁과는 결이 다릅니다. 관성 주행 중 브레이크 페달을 밟거나 패들 시프트를 당기면 동력이 즉시 회복되고 D 레인지 전환 후 가속 페달을 밀었다 떼면 다시 작동합니다. 7년 전 클럽맨 S는 에너지 회수에 적극적이지 않아서 잘 나와도 15~16km/l가 한계였는데 지금의 클럽맨 S는 연료를 지능적으로 아껴줍니다.

 

 

미드 모드에서는 섭씨 23도, 그린 모드에서는 섭씨 20도가 적당할 겁니다.
미드 모드에서는 섭씨 23도, 그린 모드에서는 섭씨 20도가 적당할 겁니다.

그린 모드에서 고려할 점은 연료 소비 절감을 위해 에어컨 바람이 약해진다는 점입니다. 현대자동차 혹은 기아차에서 경험하던 에코 모드의 공조 장치보다 바람의 양이 적습니다. 나 혼자 30분에서 한 시간 안팎의 도심 외곽으로 바람을 쐬러 나가는 정도의 운전이라면 실내 온도를 20도로 맞춰 다니면 되는데 동반자석과 뒷좌석까지 사람을 다 태우고 다닐 때는 미드 모드로 타고 다니기 더 좋습니다.

 

 

클럽맨 S의 스포츠 천연가죽 시트는 이렇습니다.
클럽맨 S의 스포츠 천연가죽 시트는 이렇습니다.

클럽맨 S에 들어간 스포츠 시트는 체스터 천연가죽으로 마감됩니다. 1열 통풍은 없고 3단 열선 조절만 되며 시트 위치는 전동식으로 움직입니다. 가죽 표면 질감은 보편화된 나파 가죽과 유사한 정도며 쿠션감은 다소 단단합니다. 성인 남성 기준으로 좌판은 조금 짧은데 수동식으로 연장이 가능합니다. 옆구리를 떠받치는 서포트가 적당히 돌출돼 있어서 운전 자세 유지가 잘됩니다. 더 뉴 아반떼 CN7의 천연가죽 시트보다 푹 잠겨서 안정감이 듭니다.

 

 

클럽맨 S의 1열 시트는 전동식으로 움직이며 운전석 메모리 기능도 됩니다.
클럽맨 S의 1열 시트는 전동식으로 움직이며 운전석 메모리 기능도 됩니다.

운전석 시트 위치 저장(메모리) 기능은 좌판 왼쪽에 마련됩니다. SET 버튼을 누르고 1번 혹은 2번 버튼을 누르면 바로 저장됩니다. 100km 이상의 장거리, 50~60km 안팎의 중거리, 10~20km 이내의 단거리를 모두 다녀보니 전기형 클럽맨 S보다 승차감이 부드러워서 몰기 편안했습니다.

 

 

옆에서 본 클럽맨 S의 운전석은 이렇습니다.
옆에서 본 클럽맨 S의 운전석은 이렇습니다.

시승차를 가져간 첫날은 예나 지금이나 클럽맨 좌판은 단단하다고 느꼈는데요. 이튿날은 몸이 금방 적응해서인지 탄탄하다고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7년 전의 클럽맨 S는 엉덩이를 들었다 놓으며 부산스럽게 움직이던 기억이 선한데 지금의 클럽맨 S는 허리와 엉덩이 배김이 덜 느껴졌습니다. 주행 중 요추 받침대를 건들던 횟수도 현저히 줄었죠. 그만큼 클럽맨 S가 전하는 주행 감각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집중하기 좋았다는 의미입니다.

 

 

미니 클럽맨 S로 다니던 주요 구간을 모았습니다.
미니 클럽맨 S로 다니던 주요 구간을 모았습니다.

상하로 움직이는 거리는 짧은데 댐핑이 저속에서 부드럽고 고속에서 탄탄하게 반응합니다. 사이드 월(타이어 옆면)이 튼튼한 런 플랫 타이어의 영향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빗속에서 야간 운전하던 상황에서는 헤드램프의 색온도가 낮아서 보기에 시원하고 좌우로 광이 넓게 퍼져서 운전 피로가 적은데 깜깜한 고속도로에서 전방을 비추는 거리는 조금 짧습니다. 가로등 불빛이 적은 구간에서는 오토 하이빔 혹은 수동식으로 상향등을 켜 보면서 주위를 잘 살피는 주행법이 필요합니다.

 

주행 중 주변 소음, 바닥에서 들리는 타이어 소음은 흡차음재와 이중 차음 유리를 두른 요즘 차들보다 잘 들립니다. 고르기가 일정한 아스팔트 구간, 공극(빈틈)이 미세한 고속도로의 콘크리트 구간, 터널 진입 전 감속용 그루빙(빨래판) 구간, 교각 내 이음매 등 각 도로의 느낌을 운전자에게 뚜렷하게 전합니다. 좋게 보면 '미니의 경쾌함'을 살리기 위한 구성이고 나쁘게 보면 '시끄럽다'로 느낄지도 모릅니다.

 

 

미니 클럽맨 S는 고갯길로 차를 몰았을 때 재밌어집니다.
미니 클럽맨 S는 고갯길로 차를 몰았을 때 재밌어집니다.

클럽맨 S로 운전의 재미를 느끼고 싶으면 고속도로보다 굽은 길이 곳곳에 도사린 고갯길이 더 낫습니다. 예전보다 길어지고 넓어진 자동차보다 작고 좁아서 속으로 품던 운전의 즐거움을 꺼내기 쉽습니다. 타이어가 노면의 특징을 잘 읽으려고 노력해서 회전 성능이 일정하고 안정적입니다. 노면을 타는 투란자 T005의 그립감은 달리기에 알맞은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보다 못하지만 프리미엄 컴포트 타이어임에도 클럽맨 S의 탄력적 몸놀림을 잘 받아냅니다. 자세를 추스르는 시간도 짧아서 범용적으로 차를 몰기 좋고 주행 부담도 비교적 적습니다.

 

 

미니 클럽맨 S에서 ISG로 시동 대기 상태가 된 모습입니다.
미니 클럽맨 S에서 ISG로 시동 대기 상태가 된 모습입니다.

정차 후 출발 시 이뤄지는 ISG(Idle Stop & Go)의 작동 흐름은 꽤 자연스러웠습니다. 엔진을 잠깐 재우는 시점은 시속 1km 밑으로 떨어지는 시점부터이며 섭씨 20도로 공조 장치를 켠 그린 모드에서는 약 2분을 버팁니다. 미드 모드에서는 1분 안팎으로 짧아지며 시동이 꺼지고 다시 켜지는 순간의 떨림을 잘 잡았더군요. 정지 상태를 지켜주는 오토 홀드는 없습니다.

 

 

미니 클럽맨 S의 2열은 이렇습니다.
미니 클럽맨 S의 2열은 이렇습니다.

 

클럽맨 S의 2열 주요 공간을 살폈습니다.
클럽맨 S의 2열 주요 공간을 살폈습니다.

2열 공간은 경험한 미니 중에 가장 넓습니다. 무릎 공간은 두 주먹, 머리 공간은 한 주먹이 빕니다. 운전석 아래 발밑 공간은 발등에서 막히고 센터 터널이 조금 높아서 좌우가 독립된 느낌을 주는데 천장에 이분할된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1열은 개방형, 2열은 글라스 커버만 열리는 구조)가 달려서 일반 소형 SUV보다 개방감이 좋습니다. 좌판은 1열보다 소폭 짧은데 등받이가 바짝 서 있지 않아서 기대기 좋고 착좌감도 괜찮습니다. 카 시트를 고정하는 ISOFIX(아이소픽스)는 좌우에 하나씩, 1열 센터 콘솔 뒤에는 에어 벤트와 USB-C 포트 두 개로 구성됩니다.

 

 

미니 클럽맨 S의 양문형 테일게이트를 연 모습입니다.
미니 클럽맨 S의 양문형 테일게이트를 연 모습입니다.

2열 뒤 적재 공간은 360리터 수준으로 작은데 공간을 구석구석 잘 나눠서 쓰임새가 좋습니다. 스윙 도어로 불리는 양문형 테일게이트는 오른쪽과 왼쪽 순으로 열면 됩니다. 개방 시 문이 접히는 안쪽 밑에 수축돼 있던 가스 리프트가 팽창하며 문을 힘껏 밀어주기 때문에 손으로 잡아당길 필요가 없습니다.

 

 

클럽맨 S의 수납 공간 구조는 이렇습니다.
클럽맨 S의 수납 공간 구조는 이렇습니다.

테일게이트 좌우 격벽에는 작은 물품을 넣을 공간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수화물을 가리는 러기지 스크린도 설치돼 있었죠. 러기지 보드 아래의 추가 수납공간은 한 뼘 이상으로 깊었습니다. 규격에 맞는 수납장을 채우거나 칸막이를 끼워서 우산과 몇 가지 세차 용품을 가지런히 넣기 좋아 보였습니다. 러기지 보드는 안에서 비스듬히 걸칠 수 있어서 수납공간 확장용으로도 유용하겠습니다. 2열 등받이는 6:4 비율로 접히며 다 접으면 적재 공간이 1,250리터까지 늘어납니다.

 

 

클럽맨 S 말고도 거의 모든 미니는 아이폰을 써야 금방 친해집니다.
클럽맨 S 말고도 거의 모든 미니는 아이폰을 써야 금방 친해집니다.

3박 4일 경험한 클럽맨 S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안드로이드 오토가 안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선 없이 켜지는 애플 카플레이는 되는데 안드로이드 오토는 안 됩니다. 1열 암 레스트에 설치된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는 갤럭시 S21+ 이용자에게 '그림의 떡'입니다. 세로로 16cm를 조금 넘는 S21+가 안 꽂힙니다. 스마트폰을 갤럭시에서 아이폰으로 바꾸면 쉽게(?) 해결되겠지만 갤럭시 생태계에 익숙한 사용자는 구매 결정에 걸림돌이 될지도 모릅니다. 현재 판매 중인 2024 클럽맨 S는 내비게이션이 묶여서 나쁘지 않은데 시승차는 바로 이전 연식이라 아이폰 없이는 견디기 힘듭니다.

 

 

클럽맨 S에서 자꾸 뜨던 비상 상황 경고는 저의 주행 만족도를 떨어뜨렸습니다.
클럽맨 S에서 자꾸 뜨던 비상 상황 경고는 저의 주행 만족도를 떨어뜨렸습니다.

주행 중 계속 뜨던 '비상 상황 경고' 메시지는 저의 주행 만족감을 떨어뜨렸습니다. 9월 1일 인수한 시승차에 일주일도 더 지난 민방위 훈련 경보 해제 메시지가 계속 나왔습니다. 하만카돈 스피커로 음악을 듣다가 흐름이 뚝 끊기며 위 메시지가 뜬다면 운전자는 무슨 생각이 들까요? 차량 설정 메뉴를 살폈지만 이 메시지를 끌 방법이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USB로 새 버전을 옮겨 심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절차가 번거로워서 안 하게 됩니다. 같은 계열인 BMW 일부 모델도 해당 문제를 겪는다고 합니다. 커뮤니티상에서는 비공식적이지만 코딩을 해서 안 뜨게 하는 작업 말고는 힘들다고 하더군요.

 

 

미니 클럽맨 S를 주유하던 모습입니다.
미니 클럽맨 S를 주유하던 모습입니다.

클럽맨 S의 주유구에 적힌 유종 안내는 저를 헷갈리게 만들었습니다. 주유구에는 '옥탄가 95 이상의 무연 휘발유만 주유하세요'라고 적혀 있고 주유구 커버에는 RON 95(MIN 91)만 안내돼 있었습니다. 고급 휘발유를 권장하지만 옥탄가 91 이상의 일반 휘발유를 넣어도 된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시승차 반납 직후 클럽맨 S의 취급 유종을 미니 차량 매니저에게 물었더니 "일반 휘발유로 주유하면 된다"라고 하더군요.

 

 

미니 클럽맨 S의 엔진을 살펴봤습니다.
미니 클럽맨 S의 엔진을 살펴봤습니다.

클럽맨 S에는 쿠퍼 등급보다 넉넉한 힘과 회전력을 갖춘 2리터 직렬 4기통 터보 엔진이 얹힙니다. 192 마력(@ 5,000 rpm)과 28.55 kgf.m 토크(@ 1,350~4,600 rpm)가 나오는 엔진 회전 수, 연료 압축비(11.0), 경쾌하게 반응하는 자동차의 콘셉트를 따지면 고급 휘발유가 이상적인데 일상 주행이 많다면 일반 휘발유로도 상태 유지에 큰 이상은 없을 듯합니다. 기본 조건으로 RON 91이 명시돼 있으니까요. 연료가 최적 시점에 연소되도록 맞춘 클럽맨 JCW ALL4라면 고급 휘발유가 필수입니다.

 

 

클럽맨 S를 반납하기 직전 담아본 계기판 사진입니다.
클럽맨 S를 반납하기 직전 담아본 계기판 사진입니다.

9월 4일 월요일 오전 10시. 클럽맨 S를 반납한 시점에 적힌 누적 주행 거리는 3,841km였습니다. 1일 오후 차를 픽업한 시점이 3,047km였으니까 3박 4일간 794km를 움직였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연료 탱크는 50리터나 돼서 다른 미니보다는 주유소로 들어가는 횟수가 적을 겁니다. 집 근처 자주 이용하던 주유소에서 일반 휘발유 14.5리터를 채워서 연료 잔량을 다섯 칸 정도로 맞추고 올라갔더니 두 칸(약 12.5리터)이 남았습니다. 인증된 복합 연비는 10.6km/l 밖에 안 되지만 가혹 조건이 아닌 일상 주행으로 기록된 연비는 예상보다 잘 뜹니다.

 

 

미니 클럽맨 S는 단종 후 판매가 종료될 모델입니다.
미니 클럽맨 S는 단종 후 판매가 종료될 모델입니다.

지금의 클럽맨은 현행(F54 후기형) 모델을 끝으로 곧 단종됩니다. 7월 말 한국에 온라인으로 선보인 클럽맨 언톨드 에디션은 쿠퍼 S 150대, JCW 50대로 상품을 꾸려서 재출시된 한정판 모델입니다. 가격은 각각 5,320만 원, 6,340만 원입니다. 지난 3월 해외에서 공개된 클럽맨 파이널 에디션이 클럽맨 완결판으로 알려졌죠. 클럽맨 역사가 시작된 1969년을 회상하며 세상에 단 1,969대만 팔고 클럽맨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의도로 기획됐습니다.

 

 

미니 클럽맨 S의 실내입니다.
미니 클럽맨 S의 실내입니다.

시승차는 바로 전 모델인 2023년형 클럽맨 S T2이며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내비게이션이 빠진 모델이었습니다. 당시 판매가는 4,920만 원이었습니다. 2024년형으로 연식이 바뀐 지금의 클럽맨 S 클래식은 5,230만 원에 판매됩니다. 가죽 색깔은 인디고 블루에서 몰트 브라운으로 바뀌고 2열 등받이도 4:2:4 개별로 접히며 정차 및 재출발이 되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달았습니다. HUD에 내비게이션까지 몇몇 편의 장비까지 더했죠. 쿠퍼 등급도 종전의 3,920만 원에서 4,370만 원으로 올랐습니다.

 

 

미니 클럽맨은 쿠퍼 S 등급의 상품성이 더 괜찮았습니다.
미니 클럽맨은 쿠퍼 S 등급의 상품성이 더 괜찮았습니다.

상품성은 클럽맨 S 클래식이 더 괜찮게 보였습니다. 쿠퍼 등급은 강렬한 칠리 레드 외에 무채색 위주로만 고를 수 있는데 쿠퍼 S로 올리면 브리티시 레이싱 그린, 아일랜드 블루, 인디언 서머 레드로 외장 색상 선택 폭이 더 늘어납니다. 인조가죽보다 촉감이 좋은 천연가죽으로 마감되며 편의 장비가 좀 더 풍성해집니다.

 

전자 장비 의존도가 낮은 고객에게는 쿠퍼 등급이 더 합리적인데요. 운전의 재미, 장거리 운전의 쾌적함을 위한 선택이라면 쿠퍼 S 클럽맨이 더 낫습니다. 이미 손에 익은 갤럭시를 당장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한몫합니다. 아이폰으로 바꿀지 말지는 클럽맨 S로 운전 실력을 갈고닦고 난 다음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애플 카플레이는 언제든 연결될 준비가 된 상태로 고객에게 전달될 테니까요.

 

 

미니 클럽맨은 생각보다 넓습니다.
미니 클럽맨은 생각보다 넓습니다.

미니는 작아서 별로, 좁아서 아쉽다고 생각했다면 클럽맨 S를 경험해 보길 바랍니다. 경험하기 전과 후의 생각은 180도 달라져 있을 겁니다. 곧 단종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한 이 시대 마지막 모델이라 해도 말이죠. 기억으로 남길지, 기록하며 품을지는 당신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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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5 - [이 차 저 차] - 폴스타 2 하루 700km 장거리 시승 후기

 

폴스타 2 하루 700km 장거리 시승 후기

4월 1일 토요일 새벽 6시 반. 지하주차장에 잠들던 폴스타 2를 깨웠습니다. 목적지는 스타필드 하남과 고양 킨텍스였습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 전시 행사와 2023 서울모빌리티쇼를 당일치기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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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5 - [이 차 저 차] - 티구안 올스페이스 3박 4일 745km 시승 후기

 

티구안 올스페이스 3박 4일 745km 시승 후기

지난 6월 23일 금요일, 서울에서 티구안 올스페이스를 만났습니다. 폭스바겐코리아 공식 인스타 계정에서 진행된 주말 시승 이벤트로 3박 4일간 티구안 올스페이스를 경험하는 특별한 행운이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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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5 - [이 차 저 차] - 더 뉴 기아 레이 그린카 심야 출퇴근 이용 후기

 

더 뉴 기아 레이 그린카 심야 출퇴근 이용 후기

5개월 만에 그린카로 더 뉴 기아 레이를 빌렸습니다. 버스가 뜸한 심야 시간, 출퇴근용 이동 수단이 필요했거든요. 택시를 부르기엔 거리가 어중간히 멀었습니다. 16시간 대여 쿠폰(7천 원)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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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7 - [이 차 저 차] - 2024 더 뉴 쏘렌토 하이브리드 2WD 시승 후기

 

2024 더 뉴 쏘렌토 하이브리드 2WD 시승 후기

어제(6일) 2024 기아 더 뉴 쏘렌토 하이브리드를 시승했습니다. 기아 북대구 지점에서 짧게 시승한 모델은 시그니처 풀옵션 5인승 앞바퀴 굴림(2WD) 모델입니다. 색상은 외장이 볼캐닉 샌드 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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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1 - [이 차 저 차] - 추석엔 캐스퍼, 밀양의 정겨운 시골 풍경을 찾아서

 

추석엔 캐스퍼, 밀양의 정겨운 시골 풍경을 찾아서

추석 연휴 첫날인 28일 목요일, 그린카로 캐스퍼 터보를 빌렸습니다. 찾아갈 곳은 경남 '밀양 상동터널'입니다. 유튜브에서 자전거 로드 투어 영상을 보던 중 가볼 만한 곳으로 골라낸 지역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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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6 - [이 차 저 차] - 2024 혼다 CR-V 하이브리드 투어링 시승 후기

 

2024 혼다 CR-V 하이브리드 투어링 시승 후기

오늘(25일) 혼다 KCC모터스 대구 전시장에서 CR-V 하이브리드를 시승했습니다. 2리터 가솔린 엔진에 전기 모터 둘, 무단 변속기를 껴 맞춘 하이브리드(HEV) SUV입니다. 힘을 앞바퀴에만 보내던 CR-V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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