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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토레스 EVX, 살 만한 전기차일까? 본문
토레스 EVX의 출시가 올 11월에서 9월로 앞당겨졌습니다. KG 모빌리티가 4월부터 사전계약을 받던 토레스 전기차입니다. 트림은 E5와 E7 두 가지로 나뉘며 세제혜택이 반영된 예상 가격은 각각 4,850~4,950만 원(E5), 5,100~5,200만 원(E7)입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덜어 내면 실 구매가는 3천만 원 후반에서 4천만 원 초반으로 내려갑니다. 코나 일렉트릭, 니로 EV랑 비슷한 값에 넓은 공간을 제안한 토레스 EVX는 살 만한 전기차일까요?
토레스 EVX를 두 달 일찍 시장에 밀어 올린 배경에는 몇 가지 달라진 환경이 꼽힙니다. 7월 중 5,699만 원에 올라온 중국산 모델 Y RWD의 주문량이 급격히 늘어난 점, 레이 EV를 비롯한 새 전기차들이 하반기 출시를 앞둔 상황이었습니다. 보조금 의존도가 높은 토레스 EVX 입장에서는 기존의 11월 출시 결정이 불안했을 겁니다. 출시 직전 보조금 소진으로 소중한 고객을 잃을 수 없으니, 9월 중 출시하는 방향으로 고객 인도를 진행하겠다는 KG 모빌리티의 전략적 판단으로 보입니다.
가격표로 둘러본 상품성은 코란도 이모션보다 나아 보입니다. 기본 트림인 E5에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클러스터)과 인포콘 내비게이션, 에어컨 자동 건조(애프터 블로우)가 되는 양방향 전 자동 에어컨, 1열 통풍 및 열선, 운전석 전동 시트, 스마트 테일게이트가 풍부하게 들어갑니다. 운전자 주행 보조(ADAS) 기능으로 자동차와 보행자를 감지하는 전방 긴급 제동 보조, 능동형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IACC), 중앙 차로 유지 보조(CLKA), 앞차 출발 알림, 스마트 하이빔이 내장됩니다.
E7에서는 전방 긴급 제동 보조의 작동 범위가 넓어집니다. 맞은편 도로와 전방 교차로, 옆에서 접근 중인 자동차를 감지하고 충돌 회피 조향 보조 기능도 추가됩니다. 후석 승객의 안전한 하차를 돕는 경고, 후측방 접근 경고 및 충돌 방지 보조, 차선 변경 경고로 ADAS를 메웠습니다. 바퀴는 18인치에서 20인치로 커지고 시트 재질은 인조 가죽에서 천연 가죽으로 바뀌며 커스터마이징 사양으로 1열 도어 스폿 램프, 1열 LED 도어 실 플레이트(도어스커프), 3D 매트가 채워집니다. 서라운드 뷰 모니터는 E7 트림에만 선택적으로 달립니다.
선택 품목은 코나 일렉트릭, 니로 EV보다 느슨합니다. 코나 일렉트릭의 경우 4,752만 원부터인 프리미엄 트림에서 필요한 기능을 더하고 빼는 선택권이 넓습니다. 시작 가격이 4,855만 원부터인 니로 EV는 화면이 10.25인치 두 장으로 소폭 작지만 HUD(헤드업 디스플레이)나 2열 편의 기능을 취향껏 살리기 좋습니다. 토레스 EVX는 한국 운전자들이 미덕으로 여기는 주요 품목을 흡수해 트림을 한 덩어리로 다졌습니다. 공통 선택 품목은 1열 선루프, 투톤 익스테리어, 휴대용 완속 충전 케이블 단 세 가지만 나옵니다.
트림 별 가격을 범위로 잡아둔 이유는 막바지 품목 조정 가능성을 남겨둔 의미로 보입니다. 4월부터 다섯 달에 걸쳐 사전계약을 길게 받을 동안 갑작스레 생길 가격 변인에 대응하기 좋도록 말이죠. 최초 안내된 사전계약 가격표에서 품목이 빠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 100%와 50% 기준에 애매하게 걸친 모델은 트림과 선택 품목의 컨버전을 거쳐서 가격이 바뀌는 경우가 있지만요. 토레스 EVX처럼 보급형 전기차 성격에 가까운 모델은 그런 경우가 잘 없을 겁니다.
그럼 토레스 EVX와 동행을 결정한 계약 고객은 어떤 요소에 끌렸을까요? 안팎을 토레스로 꾸며둔 디자인도 한몫했겠지만 저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성능, 완성도가 훌륭한 전기차라도 2열 거주성과 트렁크 공간에 엄격한 한국인의 보편적 시각, 거기에 공감각적 심상까지 끌어내야 합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TV는 거거익선(화면이 클수록 몰입감이 좋다는 말)이다'를 신념으로 여기며 살아온 고객이라면 토레스 EVX는 거부하기 힘든 선택지입니다.
트렁크 공간은 코나 일렉트릭보다 넓은 839리터, 2열은 머리가 허전할 만큼 천장이 높습니다. 2열 시트를 접으면 공간이 1,662리터까지 늘어서 차박하며 지내기 좋은 상태가 됩니다. 가족 넷 다 태우고 다닐 때는 러기지 보드를 더 밑에 꽂아서 적재 공간을 더 늘리기도 합니다. 실어둔 짐이 앞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러기지 스크린을 걸 수 있으니 운전자 입장에서도 안심이 됩니다. 뜨거운 여름에 테일게이트 열고 땀 뻘뻘 흘리며 테트리스를 해본 운전자라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될 겁니다. 불과 1년에 한두 번인 경험일지라도 자동차 선택에 의외로 큰 영향을 미칩니다.
여기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냐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냐를 논하는 고객은 흔치 않을 겁니다. 방식에 따라 길러야 할 충전 습관에 일부 차이가 생길 수는 있지만 계절과 온도 변화에 민감도가 높은 전기차의 특성은 대동소이합니다. 한 번 충전으로 움직이는 거리는 상온일 때 433km, 저온일 때 333km로 국내 인증을 마쳤습니다. CATL에서 리튬이온배터리를 받아쓰는 니로 EV(64.8 kWh)의 인증 수치도 상온에서 404km, 저온에서 303km입니다. 사나흘 단위로 충전하며 달리는 라이프스타일을 소화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을 만합니다.
감수할 불편함이라면 전기차 충전 시 후면 주차가 일반화된 한국에서 적응 시간이 길어진다는 점입니다. 볼트 EUV처럼 충전구가 운전석 방향에 나 있어서 주차면 뒤에 설치된 충전기는 전면 주차, 주차면 사이 측면으로 설치된 충전기는 운전석과 가까운 방향으로 후면 주차해야 편해집니다. 카셰어링과 제주도에서 전기차를 빌려본 경험이 풍부한 운전자라면 금방 적응하겠지만 주유소에서 5분 이내로 연료를 채우고 다니던 내연기관 운전자라면 쉽지 않을 겁니다.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 EV도 차 앞에 충전구가 설치돼 있는데 충전기 설치 위치에 따른 애로는 의외로 적습니다.
9월 출시를 앞둔 토레스 EVX는 알아볼 만한 전기차로 평가됩니다. 짚 브랜드의 흔적이 남은 토레스보다 눈매가 정갈하고 미래지향적이며 실내는 원목 장식으로 온화한 분위기를 더해서 내연기관의 토레스보다 실내가 포근해 보였습니다. 4월에 둘러본 토레스 EVX는 완성형 버전에 가까운 전시 모델이라 안팎을 충분히 둘러보지는 못했습니다. 외장 색상은 일곱 빛깔 색 한지 느낌으로 골고루 잘 퍼졌는데 실내 색상 패턴이 차콜 블랙과 그레이 단 두 가지뿐인 점이 아쉽긴 합니다. 관심이 생긴 토레스 EVX 예비 고객이라면 온라인으로 사전계약을 걸어두고 지켜봐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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