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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혼다 파일럿 엘리트 시승 후기

커피스푼 2023. 9. 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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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9일 토요일. 혼다 KCC모터스 대구 전시장을 찾아갔습니다. 화창한 주말 오전 10시 만남을 약속한 자동차는 8월 말 출시된 혼다 파일럿입니다. 4세대 모델로 안팎이 모두 바뀐 대형 SUV입니다. 3.5리터 V6 가솔린 직분사 엔진에 버튼식으로 작동하는 자동 10단 변속기, 고급 주행 안전 기능과 편의 사양을 엘리트(Elite) 트림에 가득 담았습니다. 가격은 6,940만 원입니다.

 

 

2024 혼다 파일럿 시승차입니다.
2024 혼다 파일럿 시승차입니다.

파일럿을 7년 반 만에 다시 만나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포드 익스플로러(3.5 V6 AWD 리미티드, 2015)와 맞비교한 3세대 파일럿은 3열 공간이 인상적인 미국형 SUV였습니다. 당시 SUV의 3열은 성인 남성이 앉기 힘든 좌석이었는데 편견을 깨준 차가 파일럿이었죠. A-필러가 얇고 주행 시선이 높으면서 거울 면적도 넓고 주행감이 균형적이면서 운전대가 부드럽게 잘 돌아서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포드에 강한 신뢰를 쌓던 아버지도 혼다 파일럿은 "인정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파일럿, 익스플로러가 없었다면 이들을 벤치마킹하며 자라던 지금의 팰리세이드는 없었을 겁니다.

 

한국에 출시된 신형 파일럿은 작년(2022년) 11월 중 공개된 모델입니다. 미국 시장의 파일럿은 트림이 LX, 스포츠, EX-L, 트레일 스포츠(오프로드 특화 버전), 투어링, 엘리트 순으로 여섯 등급인데 한국 시장용으로 가져온 파일럿은 최상위 트림 엘리트를 바탕으로 상품화됐습니다. 3세대 모델에서 한차례 부분변경되며 변속기가 전자식 9단(Shift-by-wire, 버튼형)으로 바뀌고 4세대 모델을 꺼내며 엔진과 변속기를 다시 맞췄습니다.

 

 

혼다 파일럿에 들어간 3.5 i-VTEC V6 가솔린 엔진입니다(출처 : 혼다).
혼다 파일럿에 들어간 3.5 i-VTEC V6 가솔린 엔진입니다(출처 : 혼다).

엔진 배기량과 형식은 큰 틀에서 그전 파일럿과 같습니다. 3.5 V6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을 품고 있는데 캠 샤프트 하나로 흡기와 배기 밸브를 여닫던 SOHC 방식에서 캠 샤프트 두 개로 흡배기 제어를 각각 맡기는 DOHC 방식으로 변했습니다. SOHC에 직분사 구조를 결합한 자체 엔진으로는 강화된 환경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는 판단이었을까요? 질소산화물(NOx) 배출을 줄이면서 성능을 지키는 기술적 대안으로 요즘 승용차에 널리 쓰이는 방식을 넣자는 결정이 따랐을 듯합니다.

 

엔진 출력은 소폭 올랐습니다. 수치상 284 마력에서 289 마력으로 나아졌는데 엔진 회전 요구 시점은 조금씩 높아졌습니다. 6,000 rpm에서 6,100 rpm으로, 36.2 kgf.m 토크를 일으키는 시점도 4,700 rpm에서 5,000 rpm으로 미뤄졌습니다. 어코드 10세대로 검증된 전륜형 10단 자동 변속기를 맞물렸습니다.

 

 

혼다 파일럿의 일곱 가지 주행 모드는 사진과 같습니다.
혼다 파일럿의 일곱 가지 주행 모드는 사진과 같습니다.

기어 단수는 패들 시프트로도 조절이 됩니다. 구동력은 상황에 따라 뒤로 70%,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100%를 몰아주는 지능형 사륜구동 시스템(i-VTM4), 거기에 일곱 가지 주행 모드(온 로드용 세 가지, 지형 반응 네 가지)를 껴 맞췄습니다. 과거 '기술의 혼다'로 불리던 브랜드 명성 그대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엔지니어링에 집중한 모델로 보였습니다.

 

 

혼다 파일럿 앞모습입니다.
혼다 파일럿 앞모습입니다.

혼다의 방향성은 파일럿의 겉모습에 온전히 잘 드러납니다. 그물망 패턴으로 듬성듬성 파낸 블랙 그릴 위에 헤드램프를 파고든 크롬 바 장식과 손바닥만 한 혼다 엠블럼을 두르고 범퍼의 공기 흡입구는 벌집 패턴 그릴과 하단의 스키드 플레이트, 휠 에어 커튼에 'ㄱ'자형 크롬 장식을 씌웠습니다. 수더분한 인상의 3세대 파일럿보다 얼굴이 강인하고 웅장한데 최신형 자동차에 두루 쓰이는 섬세한 기교는 부리지 않았습니다.

 

 

혼다 파일럿 옆모습입니다.
혼다 파일럿 옆모습입니다.

옆모습은 티구안 올스페이스처럼 무난하고 안정적이며 익숙합니다. 캐릭터라인은 헤드램프에서 리어램프까지 한 줄로 끝내고 휠 아치는 기존 파일럿처럼 모서리를 완만히 깎아낸 사다리꼴 외곽에 클래딩을 곁들였습니다. 윈도라인은 1, 2세대 파일럿처럼 C-필러를 뚜렷하게 나타냈습니다. 3세대 파일럿은 3열까지 윈도라인이 넓게 쭉 이어진 형태였는데 지금의 파일럿은 도심형 크로스오버 룩보다 SUV답게 만들고자 한 노력이 엿보입니다. 지붕에 곡면형 루프레일이 아닌 반듯한 루프랙을 걸어놓은 구성도 그렇습니다.

 

 

혼다 파일럿에 꽂힌 20인치 바퀴를 담아봤습니다.
혼다 파일럿에 꽂힌 20인치 바퀴를 담아봤습니다.

파일럿에 꽂힌 20인치 바퀴는 평소 눈에 익던 대형 SUV랑 비슷합니다. 일곱 갈래로 뻗은 전면 가공 알로이 휠 안에 큼직한 브레이크 디스크와 대용량 캘리퍼를 달았습니다. 휠에 감긴 타이어는 브리지스톤의 사계절 타이어 알렌자(Alenza) 스포트 A/S, 규격은 255/50 R20 103H입니다. 이름만 들으면 그립 좋고 탄탄한 고성능 타이어처럼 보이지만 운전석에서 바퀴를 잠깐 굴려본 소감은 부드러운 승차감, 저소음, 주행거리(마일리지)에 신경을 쓴 프리미엄 컴포트 타이어로 느껴졌습니다.

 

 

혼다 파일럿 뒷모습입니다.
혼다 파일럿 뒷모습입니다.

 

혼다 파일럿 후측면입니다.
혼다 파일럿 후측면입니다.

뒷모습은 반듯하고 단단한 느낌이 잘 살아납니다. 가늘게 쭉 이어진 선으로 예리함, 날카로움, 세련됨을 표현하는 자동차 업계의 유행과 거리를 둔 모습입니다. 각진 C-자형 LED 리어 콤비 램프에 두꺼운 블랙 바를 매달고 차명 파일럿을 은근히 띄웠습니다. 범퍼에 반사판으로 도려낸 흔적과 사다리꼴 스키드 플레이트, 양쪽에 네모난 장식으로 남긴 머플러 팁은 투박하면서 든든해 보입니다.

 

 

혼다 파일럿 운전석 문을 열어봤습니다.
혼다 파일럿 운전석 문을 열어봤습니다.

 

혼다 파일럿 실내는 이렇습니다.
혼다 파일럿 실내는 이렇습니다.

실내로 들어가 봤습니다. 운전석 높이를 가장 낮게 내려도 위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이 분명합니다. 앞 유리에서 보닛이 차지하는 면적이 좁고 HUD(헤드업 디스플레이)로 전사된 속도계 숫자는 눈에 띄게 굵고 또렷했습니다. 왼쪽 거울은 평면, 오른쪽 거울은 볼록한 형태인데 익스플로러보다 보이는 면적이 넓어서 차 폭, 길이, 거리감을 익히기 좋았습니다. 쪽창이 사라지며 A-필러가 두꺼워졌는데 측방 시야 확보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우측 뒤에서 접근하던 자전거 운전자도 쉽게 보였습니다.

 

 

혼다 파일럿 운전대입니다.
혼다 파일럿 운전대입니다.

운전대는 팰리세이드보다 크고 림 두께가 얇습니다. 왼쪽 스포크에는 볼륨 조절 및 음성 인식, 오른쪽 스포크에는 차로 유지 보조, 차간 거리 조절,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을 제어하는 몇 가지 ADAS 기능을 모았습니다. 운전대 열선은 아래쪽 스포크에 뒀으며 주행 시 기어 단수는 양쪽 패들 시프트로 조절됩니다. 투박한 버튼 모양, 형태에 비해서 조작감은 괜찮았습니다.

 

주행 중 운전대를 감았다 풀어본 느낌은 가볍고 부드러웠습니다. 포장도로와 험로 주행을 고려한 범용적 세팅이라서 운전대를 돌리는 양이 제법 많습니다. 온 로드 위주로 독일계 SUV를 경험한 운전자 입장에서는 응답이 늦고 여유로우며 노면을 붙잡는 느낌이 떨어진다고 말하겠지만 미국형 SUV를 오랜 시간 경험한 운전자의 생각은 다릅니다. 직진성이 좋아서 운전대를 좌우로 비틀지 않아도 되고 운전대를 붙드는 손아귀 힘이 익스플로러보다 덜 들어갑니다. 여성 운전자도 몰기 편하다는 의미입니다.

 

운전석 시트는 성인 남성 기준으로 여유롭고 푹신했습니다. 운전대는 수동식인데 상하로 움직이는 틸트, 앞뒤로 뽑혔다 들어가는 텔레스코프 간격이 넓어서 원하는 운전 자세를 맞추기 쉬웠습니다. 텔레스코프 거리가 짧아서 좌판을 바짝 당겨 앉았던 팰리세이드, 익스플로러보다 편했습니다. 헤드룸(머리 공간)은 두 주먹 가까이 남고 윈드실드와 거리감이 적당하며 룸 미러에 비치는 후방 시야도 훤해서 다른 곳에 시선을 덜 뺏깁니다.

 

 

혼다 파일럿의 바 타입 계기판 화면입니다.
혼다 파일럿의 바 타입 계기판 화면입니다.

 

혼다 파일럿의 클래식 타입 계기판 화면입니다.
혼다 파일럿의 클래식 타입 계기판 화면입니다.

10.2인치 디지털 계기판 화면의 테마는 바 타입과 클래식 타입 두 가지로 나뉩니다. 탑승 시 누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는지 좌석 위치를 그래픽으로 보여주고 정차 중에는 브레이크등이 켜진 뒷모습을 띄우기도 합니다. 반원형 엔진 회전계와 속도계를 나란히 띄운 클래식 타입으로도 전달되는 정보가 많고 명확했습니다. 냉각수 온도, 브레이크 홀드(오토홀드), 연료계 잔량은 별도의 액정에 표시됩니다.

 

 

혼다 파일럿의 9인치 인포테인먼트 화면입니다.
혼다 파일럿의 9인치 인포테인먼트 화면입니다.

대시보드 가운데에 돌출된 9인치 인포테인먼트 화면은 미국형 일본 브랜드 모델의 전형적 특징이기도 합니다. 홈, 뒤로 가기 버튼과 음량 조절 다이얼, 화면을 건들며 나오는 작동음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데 하단의 카테고리 탭과 화면 구성은 오래된 PC 바이오스(BIOS) 설정 화면처럼 느껴졌던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보다 알기 쉽고 접근하기 편했습니다.

 

 

혼다 파일럿에 애플 카플레이로 네이버 지도를 띄운 모습입니다.
혼다 파일럿에 애플 카플레이로 네이버 지도를 띄운 모습입니다.

스마트폰 연결성은 기종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이폰을 연동하는 애플 카플레이는 무선인데 갤럭시를 이어주는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는 USB A to C 케이블로 연결해야 한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기본 설치된 내비게이션이 없는 상품 패키징에서는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아지는 환경을 고려해서 안드로이드 오토까지 무선으로 작동시켜야 형평성에 맞지 않을까요? 공조 장치 밑에 마련된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출력은 최대 15 W)가 쓰임새를 다할 수 있도록 말이죠.

 

 

혼다 파일럿의 어라운드 뷰 화면을 살펴봤습니다.
혼다 파일럿의 어라운드 뷰 화면을 살펴봤습니다.

어라운드 뷰는 화면 왼쪽에 전방 혹은 후방, 우측에 탑뷰(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 이미지로 나눠서 보여줍니다. 좌우 측후방은 한 화면에 출력되며 후방 카메라 화면만 따로 볼 수도 있습니다. 후방 카메라 화각은 현대자동차 혹은 기아보다 넓은데 지상보다는 바닥을 더 많이 보여줍니다. 화질은 인포테인먼트가 최신화된 다른 자동차들보다 탁하고 흐립니다.

 

주차 및 출차 과정에서는 기본화된 안전 장비에 많은 도움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후진 주차 혹은 전진 출차 중 장애물과 가까워져 충돌 위험이 감지되면 차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어서 세웁니다(저속 브레이크 컨트롤, LSBC). 전진 주차 후 후진 출차하는 상황도 후방 교차 충돌 방지 보조(크로스 트래픽 모니터, CTM)가 켜지며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합니다. 혼자서 차를 끌고 대형마트에 다녀오는 상황도 무난하게 소화하기 좋습니다.

 

 

혼다 파일럿의 공조 장치 컨트롤러 구성은 이렇습니다.
혼다 파일럿의 공조 장치 컨트롤러 구성은 이렇습니다.

공조 장치는 앞에서 2열까지 물리 버튼으로 쉽게 제어됩니다. 리어 컨트롤 버튼을 누르고 온도와 풍량을 따로 맞추거나 운전석이랑 똑같은 온도로 연동(Sync) 시켜서 작동하게 만듭니다. 익스플로러 1열에서 2열 공조를 조정하려면 거쳐가는 터치 접근 단계가 많은데 파일럿은 직관적으로 조절하기 쉽게 다 뽑아내서 만지기 쉬웠습니다. 1열 열선과 통풍은 세 단계로 조절되며 2열 열선은 1열 암레스트 뒤쪽에서 따로 켭니다.

 

 

혼다 파일럿의 기어 변속 버튼과 그 주변부를 담았습니다.
혼다 파일럿의 기어 변속 버튼과 그 주변부를 담았습니다.

기어 버튼은 팰리세이드처럼 버튼식으로 작동하는데 형태는 타호랑 비슷합니다. 주차(P) 모드 버튼은 제일 앞에, 후진(R) 모드는 레버, 중립(N) 모드는 레버 뒤쪽 버튼, 주행(D/S) 모드는 비스듬한 버튼으로 만들었습니다. 각각 다른 패턴으로 만들어 놔서 적응이 된 나중에는 시선을 밑으로 떨구지 않아도 될 겁니다. 변속 버튼 뒤에는 주행 모드 레버와 ISG(Idle Stop & Go) OFF, 경사로 저속 주행 모드 버튼,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와 오토 홀드 버튼으로 구성됩니다.

 

 

혼다 파일럿의 대용량 콘솔 박스입니다.
혼다 파일럿의 대용량 콘솔 박스입니다.

 

혼다 파일럿의 동반자석 수납함 구성은 이렇습니다.
혼다 파일럿의 동반자석 수납함 구성은 이렇습니다.

센터 콘솔 박스는 500ml 생수 네 개를 넣어도 될 만큼 넓었습니다. 중간에 트레이를 둬서 공간을 나누는 설계까지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쪽의 얇은 거치대는 스마트폰을 가로로 비스듬히 기대는 용도가 아녔을까 합니다. 플라스틱으로 된 글로브 박스는 사선으로 짧게 열리며 위에도 스마트폰이나 장갑을 놓을 만한 작은 공간이 있었습니다. 1열 도어 포켓에 마련된 컵홀더까지 둘러보니 기능성, 수납성, 조작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형 SUV가 맞구나 싶더군요.

 

 

혼다 파일럿의 2열을 둘러봤습니다.
혼다 파일럿의 2열을 둘러봤습니다.

 

파일럿에서 원 터치 워크인 스위치를 누르면 3열로 쉽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파일럿에서 원 터치 워크인 스위치를 누르면 3열로 쉽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뒷문을 열고 2열을 둘러봤습니다. 도어 트림에서 컵홀더 두 개가 바로 보이고 수동식 햇빛 가리개가 걸려 있었습니다. 멀티미디어 리모컨 홀더는 자연스럽게 태블릿과 스마트폰을 꽂을 만한 시트백 포켓으로 바뀌었습니다. 버튼 한 번에 등받이가 쏠리며 레일을 따라 시트가 앞으로 당겨지던 2열 원 터치 워크인 스위치는 3세대 파일럿에 들어있던 기능입니다. 파일럿 뼈대를 공유한 프리미엄 SUV 3세대 어큐라 MDX(2013)부터 전해 내려온 기능입니다.

 

 

혼다 파일럿의 2열 거주성과 주요 구성을 모았습니다.
혼다 파일럿의 2열 거주성과 주요 구성을 모았습니다.

레그룸(다리 공간)은 시트가 원 위치로 다시 펴지며 걸리는 첫 지점을 기준으로 주먹 두 개가 빕니다. 1열 시트 마운트 위치가 높아서 발밑 공간도 충분하고 등받이를 조금 더 밀어서 편히 앉는 리클라이닝도 됩니다. 바닥은 미니밴처럼 옆자리로 편평하게 이어지며 2열 공조 장치와 시트 열선, 에어 벤트, USB-A 포트는 1열 센터콘솔 뒤에 붙습니다. 모바일 기기 고속 충전 포트는 USB-A가 아닌 USB-C로 채웠다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요?

 

 

혼다 파일럿의 2열 가운데 시트는 분리가 가능한 구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혼다 파일럿의 2열 가운데 시트는 분리가 가능한 구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분리한 2열 가운데 시트는 3열 뒤 언더 플로어 수납함에 넣으면 됩니다.
분리한 2열 가운데 시트는 3열 뒤 언더 플로어 수납함에 넣으면 됩니다.

대신 파일럿의 2열 가운데 시트는 구조가 특별합니다. 혼다 오딧세이처럼 가운데 시트를 똑 떼서 3열 뒤 언더 플로어에 집어넣을 수 있거든요. 4인 가족이 편안히 움직일 때는 시트백이 컵홀더를 겸한 암 레스트가 되었다가 승객을 3열까지 편히 태울 때는 가운데를 통로로 비우기도 합니다. 쏘렌토, 싼타페, 팰리세이드에서 6인승(독립형) 혹은 7인승(벤치형) 선택에 따라 2열 시트 구성이 바뀌는데 지금의 파일럿은 그런 고민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2열을 나란히 만들지, 분리시킬지는 가족을 이끄는 운전자가 결정하면 되니까요.

 

 

혼다 파일럿의 3열 공간을 살피던 모습입니다.
혼다 파일럿의 3열 공간을 살피던 모습입니다.

3열 시트는 뒤에서 시트백을 잡아당겨 펼치는 수동식입니다. 2열이 레일에 걸리는 첫 위치 뒤에 앉아서 둘러본 레그룸과 헤드룸은 주먹 한 개가 빌 만큼 괜찮았습니다. 발밑 공간은 발등이 들어가도 괜찮았고 좌판과 등받이는 EV9보다 편안했습니다. 좌우에는 컵홀더가 두 개씩, 에어 벤트, USB-A 포트는 각각 하나씩 들어갑니다. 캐빈 토크(후석 대화 기능)가 있어서 1열 승객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데 3열을 위한 공조 장치는 따로 없습니다. 등받이는 한 단계 더 눕히기가 됩니다..

 

 

혼다 파일럿의 3열 뒤 적재 공간은 이렇습니다.
혼다 파일럿의 3열 뒤 적재 공간은 이렇습니다.

 

3열을 접고 난 혼다 파일럿의 적재 공간은 이렇습니다.
3열을 접고 난 혼다 파일럿의 적재 공간은 이렇습니다.

 

2열과 3열을 접고난 혼다 파일럿의 공간은 이렇습니다.
2열과 3열을 접고난 혼다 파일럿의 공간은 이렇습니다.

3열 뒤 적재 공간은 팰리세이드, EV9과 비슷했습니다. 제원상 알려진 공간은 527리터, 2열까지 다 접으면 2,464리터까지 늘어납니다. 평탄도가 좋고 시트백이 거칠지 않아서 에어 메트를 놓기만 하면 차박으로 지낼 공간이 쉽게 만들어집니다. 파노라믹 선루프는 1열에서 2열 좌판이 있는 곳까지 열립니다. 보통 뒤에서 짐을 다 내리고 차에서 떠날 때는 테일게이트 입구 왼쪽의 워크 어웨이 락(Walk Away Lock) 버튼을 누르고 차 키를 품은 채 차에서 멀어지면 됩니다. 운전자가 차에서 멀어졌다고 알아차리면 테일게이트가 내려와 닫히며 해치가 잠깁니다.

 

 

혼다 파일럿을 시승하던 순간을 담았습니다. 사진은 운전석 시점입니다.
혼다 파일럿을 시승하던 순간을 담았습니다. 사진은 운전석 시점입니다.

주행감은 단단했던 익스플로러보다 부드럽고 가속이 자연스러웠습니다. 정차 후 다시 출발하는 바퀴의 구름 질감은 살랑살랑 흔드는 정도로 말랑합니다. 해상력과 그립감이 좋다고 볼 수는 없는데 미니밴과 대형 SUV에 손발이 익은 운전자로서 움직임 예측이 쉽고 방향성 유지에 필요한 손동작이 적게 느껴졌습니다. 익스플로러를 몰던 운전자가 파일럿을 경험하면 운전하기 이렇게 편한 차였나 새삼 느끼게 될 겁니다. 거친 도로에서 들리는 소음도 부드럽게 잘 걸러서 전해주거든요.

 

 

혼다 파일럿에서 ISG로 시동이 잠시 꺼진 상태입니다.
혼다 파일럿에서 ISG로 시동이 잠시 꺼진 상태입니다.

오토 홀드로 차를 세우며 엔진을 재웠다가 다시 가속 페달을 지그시 밟아서 엔진을 깨우는 세련미도 좋았습니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HEV)를 채운 승용 세단처럼 조용하고 깔끔합니다. 주말이라 시승 코스가 짧고 체험 시간이 짧았음에도 여기서 느낀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고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이 조용히 사라져 가는 전동화 시대를 앞두고 있음에도 익을 대로 익어버린 3.5리터 V6 엔진의 잔잔한 여운과 그 감성은 칼칼하고 메마른 4기통 터보 엔진으로는 들려주기 힘듭니다.

 

 

혼다 파일럿은 시내 주행보다 더 많은 매력을 품은 SUV입니다.
혼다 파일럿은 시내 주행보다 더 많은 매력을 품은 SUV입니다.

3세대 파일럿의 숨은 매력을 아는 운전자는 가속감이 조금 무뎌졌다고 느낄지도 모릅니다. 7년 전의 파일럿은 일상에서 가족을 위한 참된 미니밴이 됐다가 SOHC VTEC 엔진의 고회전 사운드를 위해 나 혼자 가속 페달을 주무르던 SUV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2톤이 조금 안 됐던 공차중량이 2.1톤을 넘기고 엔진 셋업도 연비 지향형으로 달라졌으니까요. 나 말고 가족 누군가에게 운전을 맡길 대형 SUV로 나아졌다고 보면 됩니다.

 

 

혼다 파일럿의 ADAS는 이전 파일럿보다 더 많고 다양해졌습니다.
혼다 파일럿의 ADAS는 이전 파일럿보다 더 많고 다양해졌습니다.

안전 사양은 더 풍족해졌습니다. 혼다 센싱으로 모두 묶인 저속 추종 시스템(LSF), 트래픽 잼 보조 시스템(TJA)은 교통량 증가에 따른 오른발 피로를 덜어주고 차선 유지 보조, 도로 이탈 경감 시스템(RDM), 운전자 졸음 방지 모니터는 장거리 운전으로 허리와 눈의 부담을 낮춰줄 겁니다. 전방과 후방 카메라는 카메라 와셔(washer)로 깨끗이 잘 씻어주니까 오염에 따른 센서 오작동 걱정은 덜어도 됩니다.

 

 

담당 컨설턴트와 혼다 온라인 플랫폼 화면을 보며 파일럿 견적을 알아봤습니다.
담당 컨설턴트와 혼다 온라인 플랫폼 화면을 보며 파일럿 견적을 알아봤습니다.

가격은 괜찮을까요? 파일럿 시승을 도와준 영업팀 컨설턴트와 마주 앉아 혼다 온라인 플랫폼으로 견적을 알아봤습니다. 외장 색상은 화이트, 블랙, 메탈(짙은 회색) 중 메탈이 가장 보기가 좋았습니다. 실내는 브라운으로 고정됩니다. 탁송비는 전국 어디에서 계약해도 18만 9천 원으로 똑같습니다.

 

구매 방법은 다자녀 3백5십만 원 할인을 끼고 계약하는 방안이 합리적으로 보였습니다. 취득세를 포함한 잡비는 경북 기준으로 145만 원, 대구 기준으로 73만 원, 서울은 118만 원입니다. 할인 프로모션을 끼지 않은 개인 단위로는 경북 기준으로 527만 원, 대구 기준 452만 원, 서울은 499만 원이 듭니다. 기본 가격은 익스플로러 리미티드(6,865만 원)에 딱 걸친 느낌인데 구매 결정으로 옮기기엔 쉽지 않은 가격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3, 4백만 원을 덜어낼 수 있다면 상품성에서 좀 더 좋은 평가가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혼다 KCC모터스 대구 전시장입니다.
혼다 KCC모터스 대구 전시장입니다.

 

혼다 파일럿 시승을 도와준 혼다 KCC모터스 김혜진 사원입니다. 자세한 문의는 연락처를 참고하길 바랍니다.
혼다 파일럿 시승을 도와준 혼다 KCC모터스 김혜진 사원입니다. 자세한 문의는 연락처를 참고하길 바랍니다.

대구 경북 지역에서 혼다 파일럿을 경험할 고객이라면 혼다 KCC모터스 대구 전시장을 찾아가길 바랍니다. 상품 설명이 기대했던 것보다 자세하고 알기 쉽게 보여줘서 어느 부분이 달라지고 더 좋아졌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시승으로 파일럿을 좀 더 길게 만나볼 고객이라면 평일, 교통량이 덜한 시간에 만나겠다면 주말 오전 10시~11시 일정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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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30 - [이 차 저 차] - 신형 트래버스, 더 굳세고 든든해진 SUV

 

신형 트래버스, 더 굳세고 든든해진 SUV

신형 트래버스가 공개됐습니다. 3세대 모델로 안팎이 모두 바뀐 대형 SUV입니다. 겉모습은 정통 SUV스럽게 더 늠름해졌습니다. 우람한 골격에 다부진 얼굴, 각진 트윈 팁 듀얼 머플러도 감추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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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5 - [이 차 저 차] - 티구안 올스페이스 3박 4일 745km 시승 후기

 

티구안 올스페이스 3박 4일 745km 시승 후기

지난 6월 23일 금요일, 서울에서 티구안 올스페이스를 만났습니다. 폭스바겐코리아 공식 인스타 계정에서 진행된 주말 시승 이벤트로 3박 4일간 티구안 올스페이스를 경험하는 특별한 행운이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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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4 - [이 차 저 차] - 팰리세이드에 르블랑? 사실상 끝물일지도

 

팰리세이드에 르블랑? 사실상 끝물일지도

그저께(2일) 2024 팰리세이드가 출시됐습니다. 트림 별 기본 품목을 늘리고 상품 경쟁력을 높인 연식변경 모델입니다. 팰리세이드 가격표에 추가된 '르블랑(Le Blanc)' 트림은 익스클루시브와 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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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1 - [이 차 저 차] - 현대 더 뉴 팰리세이드, 셀프 시승해봤습니다

 

현대 더 뉴 팰리세이드, 셀프 시승해봤습니다

지난 수요일(6일) 현대 드라이빙라운지 대구 서부 지점을 찾아갔습니다. 부분변경된 팰리세이드가 궁금했거든요. 변화 폭은 적지만 팰리세이드를 향한 아빠들의 관심은 여전히 높습니다. 차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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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7 - [이 차 저 차] - 2024 더 뉴 쏘렌토 하이브리드 2WD 시승 후기

 

2024 더 뉴 쏘렌토 하이브리드 2WD 시승 후기

어제(6일) 2024 기아 더 뉴 쏘렌토 하이브리드를 시승했습니다. 기아 북대구 지점에서 짧게 시승한 모델은 시그니처 풀옵션 5인승 앞바퀴 굴림(2WD) 모델입니다. 색상은 외장이 볼캐닉 샌드 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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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6 - [이 차 저 차] - 2024 혼다 CR-V 하이브리드 투어링 시승 후기

 

2024 혼다 CR-V 하이브리드 투어링 시승 후기

오늘(25일) 혼다 KCC모터스 대구 전시장에서 CR-V 하이브리드를 시승했습니다. 2리터 가솔린 엔진에 전기 모터 둘, 무단 변속기를 껴 맞춘 하이브리드(HEV) SUV입니다. 힘을 앞바퀴에만 보내던 CR-V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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