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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트랙스 크로스오버, 강원 인제 741km 주행 후기 본문
지난 3월 말 트랙스 크로스오버로 먼 길을 다녀왔습니다. 경산역에서 강원 인제스피디움까지 쭉 올라갔다 내려가는 1박 2일 운전 여행입니다. 트립에 기록된 주행 거리는 총 741km였습니다. 카셰어링으로 차를 빌린 대가는 상당했지만 값어치는 충분했습니다. 단거리 주행으로 알 수 없던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숨은 특징을 알기 좋았달까요? 장거리 주행 속에서 알게 된 새로운 특징은 무엇이었을까요?
운행 중 가장 만족한 부분은 야간 운전 시야가 넓다는 점이었습니다. 하이빔(상향등)이 안 켜진 상태에서도 LED 불빛이 가로로 넓게 퍼져서 고속 주행 중에도 주변을 살피기 좋았습니다. 체감상 더 뉴 투싼보다 수평 방향으로 더 넓게 비치며 바닥면까지 광도가 균일해서 안심하고 달리기 편했습니다. 운전 시점이 높은 투싼, 스포티지보다 상향등을 덜 쓰게 됩니다.
대신 오토 라이트로 LED 헤드램프가 작동하는 시간은 보통의 현대 기아차보다 늦습니다. 터널 진입 후 2~3초 뒤에 켜지고 탈출 후 2초 뒤에 꺼집니다. 주황색 조명이 비치는 터널에서는 헤드램프가 잘 켜지는데 주백색, 혹은 주광색으로 밝게 빛나는 터널에서는 헤드램프가 안 켜지기도 합니다. 빛을 받아들이는 조도 센서의 설정값이 문제인지, 하드웨어적인 오류인지는 모르겠으나 운전자로서 보완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고속 주행감은 대체로 안정적이었습니다. 운전대로 읽히는 노면의 정보는 적은데 직진성이 좋아서 조향 피로가 적습니다. 횡(가로) 방향으로 센바람이 부는 내리막 교량 구간에서는 일반 SUV보다 차체의 흔들림이 덜합니다. 앞유리와 A-필러, 사이드미러 부근에서 울리는 풍절음은 균형적으로 들립니다. 새시 완성도가 낮거나 바람 저항을 많이 받는 일부 차종은 순간적인 횡풍에 휘청이기도 하고 특정 부위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는데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그런 현상이 없었습니다.
주행 중 주의할 구간은 종(세로) 방향으로 그루빙 시공된 도로였습니다. 액티브 트림의 18인치 출고 타이어(규격은 225/55 R18)인 굿이어 어슈어런스 피네스의 경우 트레드 패턴이 노면의 세로 홈에 맞물리며 좌우로 흔들댑니다. 익스플로러의 출고 타이어인 미쉐린 프라이머시 A/S처럼 특성이 거의 비슷해서 감속 후 속도 유지, 운전대를 조금 더 붙잡는 동작만으로 대응이 되는데 처음 겪는 운전자라면 잠깐의 심리적 불안을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은 목표 속도를 살짝 높여주는 게 좋습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경우 계기판 기준 시속 100km로 달리고 있을 때 내비게이션 GPS로 보여주는 실시간 속도 값은 95~96km/h 수준이었습니다. ACC 추종 속도를 105km/h로 잡아주면 고속도로 제한 최고 속도인 100km/h에 맞출 수 있습니다. 경사율 3~4% 내리막 구간을 타면 설정값에서 1~2km/h 정도 속도가 더 붙기도 합니다.
차로 중앙 유지 보조는 없습니다. 바퀴가 차선을 벗어난다 싶을 때 안으로 다시 넣어주는 차선 이탈 방지 보조만 됩니다. ADAS(첨단 운전자 보조)를 잘 쓰지 않는 운전자에게는 중요도가 낮지만 캐스퍼, 레이, 모닝까지 보편화된 차로 유지 보조를 지원하지 않는 점은 아쉽습니다. 있는데 쓰지 않는 것과 없어서 못 쓰는 것은 운전자 입장에서 느끼는 차이가 큽니다.
ACC를 쓰지 않는 장거리 주행이라도 보완할 점은 더 있었습니다. 왼발을 기대는 풋 레스트의 폭이 좁고 길이가 짧습니다. 다른 SUV의 경우 왼발 상단과 뒤꿈치까지 편히 기댈 수 있는데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3분의 2만 발이 닿아서 안정감이 부족했습니다. 브레이크 페달은 탱탱하고 가속 페달은 다소 서 있는 형태라 가감속 과정에서의 발목 피로가 상당했습니다. 나중에는 오른발을 옆으로 두면서 가속 페달을 밀게 됩니다.
경사율 변화가 큰 중앙고속도로의 경우 오르막 등반 중 기어를 낮추는 과정에서 약간의 변속 충격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5단에서 6단으로 올릴 때는 자연스러운데 6단에서 5단으로 내릴 때는 잠시 덜컹대며 엔진 회전계를 확 띄웁니다. L 모드로 변속 후 토글스위치로 기어 단수 제한을 걸어 감속하는 엔진 브레이크 작동 상황과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100km/h 주행 시 엔진은 2,000rpm 수준으로 회전하며, 앞지르기를 위한 가속감은 1.6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과 비슷했습니다.
연비는 비교적 양호합니다. 1.2리터 3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의 출력, 토크는 수치상 효율적인데 짝을 맞춘 6단 자동 변속기는 평범하게 반응합니다. 경산역에서 인제스피디움까지 369km를 달린 상행 연비는 15.6km/l, 다음날 경산역으로 향하며 누적된 741km 왕복 주행 연비가 15.8km/l였습니다. 4기통 엔진 흉내를 낸 3기통 엔진이라서 푸조 408처럼 8단으로 다단화한다고 해도 극적인 연비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주유 편의성은 다른 브랜드보다 낫습니다. 포드처럼 캡리스(cap-less) 형태로 만들어져서 주유 건을 바로 꽂아 방아쇠를 당기면 됩니다. 주유구 커버에 캡(뚜껑)을 걸어둘 일이 없어 편한데 연료첨가제나 보조 연료 주입 시 봉인용 고무 씰(마개)가 손상되지 않도록 어댑터를 달고 넣어야 합니다. 가득 주유 후 표시된 주행 가능 거리는 726km, 첫 눈금이 사라지는 시점은 주행 가능 거리가 420~430km로 내려가는 지점이었습니다. 제원상 연료 탱크 용량은 50리터입니다.
운전석 좌판은 장거리 주행을 다니기 불편했습니다. 운전 두 시간째가 되면 엉덩이 좌우가 단단한 쿠션에 배겨서 자세를 거듭 고쳐 앉게 됩니다. 서포트가 낮아서 안기는 느낌이 덜한 등받이는 오히려 괜찮았습니다. 좌판 길이를 늘리고 앞쪽을 더 높이 들 수 있다면 발목 피로가 다소 줄겠다는 생각입니다. 시트 표면은 일반 인조가죽보다 달라붙는 특성이 짙어서 금방 더워집니다. 쾌적한 장거리 운전을 원하거든 공기가 잘 통하는 리넨(마) 소재 의류를 추천드립니다.
안에서 느낀 또 다른 아쉬움은 실내등이었습니다. 휴게소 도착 후 점등한 오버헤드 콘솔(앞천장)의 맵 램프, 2열 천장의 룸 램프는 중간 등급의 아반떼에서나 볼 법한 구성이었습니다. 글로브 박스는 조명이 잘 비치지 않아 수납된 물품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최상위 트림으로 상품화된 모델이면 밝고 화사한 LED 실내등 정도는 기본화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AVN 및 편의 기능은 꽤 쓸 만했습니다. 선 없이 연결되는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로 네이버 지도 내비게이션을 띄워 길 안내를 받고 어플레이즈로 실시간 스트리밍 음악을 들으며 장거리 주행의 고독을 달래줍니다. 센터패시아 밑에 깔린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는 위치에 신경 쓸 것 없이 막 집어넣기 좋았습니다. 아이오닉 5와 EV6의 고속 충전 패드만큼 배터리 충전 효율이 괜찮았습니다. 컵홀더 사이에 파낸 스마트폰 거치대도 좋은 아이디어로 보였습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로 700km 이상 다녀온 소감은 위 내용으로 정리가 됩니다. 안에서는 투박함이 일부 남아 있지만 주행감, 승차감, 공간, 편의성은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을 두루 만족시키고 있음이 잘 느껴졌습니다. 배기량 대비 성능 효율이 좋고 고속 주행 환경에서 드러난 주행 안정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몇 가지 결점을 보완하고 가격을 잘 잡아준다면 합리적 SUV를 바라던 소비자들에게는 꾸준한 선택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출시 1년이 지난 지금도 매력적인가?"라는 물음에는 답이 선뜻 나오지 않습니다. 어설픈 연식 변경에 가격 인상으로 판매가 주춤하자, LT의 대안 트림인 레드라인으로 구매력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당분간 신차 출시를 기대하기 어려운 쉐보레 코리아 입장에선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역할이 절실한데 경쟁 모델이 부쩍 늘고 먹을 게 없는 소형 SUV 시장에서 수요가 살아날지는 미지수입니다. 시작가 2,052만 원의 울림, 2,671만 원에 팔던 액티브 트림은 이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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