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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주말 인제 여행 준비, 왜 트랙스 크로스오버인가? 본문
지난 주말 강원 인제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올해 초 현대자동차 고객 소통 채널 '히어(h-ear)'에서 현대의 고성능 브랜드 N에 얽힌 경험을 다루는 게시글 이벤트가 있었는데 '인제스피디움 1박 2일 숙박권'이라는 소중한 선물을 받게 됐습니다. 두 달 전 결정한 여행 일정은 3월 23일과 24일로, 가족 넷이서 인제스피디움 콘도에 묵을 예정이었습니다. 그렇게 더 뉴 투싼의 장거리 주행을 겸한 길들이기를 계획 중이었는데 아쉽게도 저 혼자 만의 장거리 여행으로 일정 계획이 틀어졌습니다.
참고로 제가 사는 경북 경산에서 인제스피디움까지 예상 이동거리는 자그마치 368km나 됩니다. 거리상 서울에서 부산을 찍는 수준과 비슷한데 운전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 구간입니다. 낙타 등처럼 오르막과 내리막이 거듭되고 기후 변화가 커서 더 누덕누덕한 왕복 4차선 중앙고속도로를 끊임없이 달려야 하거든요. 쉬지 않고 달리면 네 시간, 한 번이라도 쉬면 네 시간 반에서 다섯 시간을 잡아야 하는 고된 여정이기도 합니다.
몇 시간 눈 붙이면 닿을 대중교통의 호의는 바랄 수 없습니다. 거미줄처럼 촘촘한 수도권 교통망에 비해 지방권의 교통망은 듬성듬성합니다. 수요가 덜하니 갈아탈 수단도 몇 안 됩니다. 몇 개의 철도, 고속도로를 품은 동대구역이라도 접근성은 지극히 제한적입니다. 운이 좋아야 여덟 시간, 하루의 절반을 고스란히 이동 시간으로 흘리게 됩니다. 집에서 공유 중인 대형 SUV(익스플로러)는 아버지 출퇴근, 더 뉴 투싼은 기숙사에 머무는 막내 여동생이 타고 다녀서 다른 수단을 택했습니다.
제가 고른 이동 전략은 '카셰어링'이었습니다. 보통 400~500km 넘는 장거리 주행은 대기업 렌터카를 이용하는 방법이 더 효율적인데 24시간 대여 쿠폰을 주는 카셰어링 구독 혜택과 주행 요금, 보험료, 접근성을 통틀어 예상 비용을 계산하니 카셰어링이 더 합리적이었습니다. 롯데렌터카로 동대구역에서 쏘나타 디 엣지 LPG 모델을 빌릴까 했는데 굳이 비용을 들여 '환승 부담'을 겪고 싶지 않았습니다. 걸어서 10분 이내의 카셰어링 존에서 바로 인수, 반납하는 과정이 훨씬 속 편합니다.
대여한 차는 가솔린 SUV인 '트랙스 크로스오버'였습니다. 경산역에 전기차가 있었으면 한 번 고민이라도 했을 텐데 동대구역에 있어서 과감히 넘겼습니다. 통행료가 반값이라도 배터리 충전을 위해 최소 한 번은 30분 이상 머물게 되니까 길 위에서 흘리는 이동 시간이 아까워졌습니다. 시간 제약을 안 받으면 1km에 100원씩 주행 요금이 붙는 아이오닉 5, EV6 같은 초고속 충전 대응 전기차를 빌렸겠지만 집 근처에서 바로 빌릴 수 없으면 이용 매력이 확 떨어집니다.
근처의 쏘카 더 뉴 모닝은 '장거리 주행에 안 맞는 도심형 자동차'라는 생각이라 바로 제외했습니다. 그린카에서 운영 중인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상위 트림으로 상품화돼 있어 편의 장비 구성이 가장 괜찮고 누적된 주행거리가 짧아 차 상태가 괜찮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주행 요금은 30km까지 220원, 30km에서 100km까지 210원, 100km 이후 구간부터 200원씩 붙습니다. 24시간 무료 대여 쿠폰을 쓰고 선 결제한 보험료는 2만 4천 원선입니다.
대여 시작 시각은 오후 4시 반, 반납 시각은 오후 5시로 잡았습니다. 인제스피디움 1박 2일 숙박권에 N 서킷 택시 체험권이 묶인 상품이라 주어진 시간과 비용 안에서 효율을 최대로 높이고 싶었습니다. 24시간 무료 대여 쿠폰 이후의 시간분은 비용이 할인되지 않아서 철저한 계산이 필요했습니다(1시간에 2만 원씩 추가). 인제스피디움의 N 서킷 택시는 오전 11시 반부터 운영이 시작되니까 체험 후 낮 12시쯤 곧장 내려간다는 밑그림을 그렸습니다.
계산한 예상 이동 비용은 약 21~22만 원이었습니다. 주행 요금 15~16만 원, 고속도로 왕복 통행료 3만 5천 원, 선 결제한 보험료를 아우른 가격입니다. 전기차를 빌리는 방안은 합리적이지 않았습니다. 24시간 무료 대여 쿠폰은 내연기관차만 가능해서 대여료는 '60% 할인'이 한계였습니다(아이오닉 5 1일 대여료 8만 3천 원). 보험료도 트랙스 크로스오버보다 비싼 3만 3천 원 정도였기에 고속도로 반값 통행료와 주행 요금의 장점이 여기서 희석됩니다. 카셰어링 존 접근 비용을 더하면 집 근처에서 내연기관차를 빌리는 것보다 불리합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한 번 아니면 두 번만 쉰다'라는 전략을 짰습니다. F1(포뮬러 원) 경주로 따지면 하드 타이어를 끼고 피트 스톱을 한 번만 가질지, 소프트와 미디엄 타이어를 적절히 섞으며 피트 스톱을 두 번 가질지 결정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일전에 폴스타 2 싱글 모터로 서울 당일치기를 하던 때는 시간이 넉넉해서 두 번 이상 여유롭게 쉬다 갔지만 이번 일정은 두 시간 주행 후 15~20분을 쉬며 기지개를 켜기로 했습니다.
장거리 주행에 앞서 꼭 챙길 게 있다면 '보급'입니다. 차 안이 건조해서 입과 목이 잘 마르기 때문에 중간에 마실 물이나 음료를 가져갑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깐 쉴 때는 부스러기가 안 생기면서 포만감이 잘 느껴지는 간식을 먹으며 에너지를 채웁니다. 제 경우 따스한 아메리카노, 부드러운 단팥빵이 필수입니다. 미리 준비를 못 했다면 휴게소 편의점에서 초코 에너지 바에 온장고에 저장된 두유나 캔 커피를 사서 먹는 게 가장 효율적입니다. 가능한 소화가 잘 되는 식음료로 조합을 맞춰야 운전 피로에 따른 졸음운전 위험이 적습니다.
1박 2일 운전 여행을 위한 들 짐은 최소로 맞췄습니다. 옷 한두 벌에 간단한 세면도구, 간식류, 에코백 정도면 됩니다. 작업용 노트북, 마우스, 충전기는 그냥 옵션입니다. 콘도에 도착해서 콘텐츠를 짬짬이 정리하려 했는데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는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운전한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경우 집에서 가끔 몰던 포드 익스플로러, 최근 막내 여동생의 운전 연수를 도우며 몰던 더 뉴 투싼보다 피로도가 높아서 숙소 도착, 주변 정리 후 곧장 드러눕게 됩니다. 혼자 여행한다면 괜히 이것저것 많이 싸 들고 가지 않길 바랍니다.
차량 이용 전 둘러본 경산역 공영 주차장의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예상대로 상태가 괜찮았습니다. LCD 계기판에 표시된 누적 주행거리는 16,745km였고 세차 후 며칠이 지난 상태라서 실내가 외장보다 말끔했습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 및 애플 카플레이를 갖춘 모델이라 다른 카셰어링 차들보다 이용하기 편합니다. 운전석 시트는 전동식으로 움직이고 동반자석까지 열선과 통풍이 켜집니다.
폰 프로젝션은 블루투스 연결 시 알아서 됩니다. 안드로이드 오토를 거쳐 띄운 내비게이션은 네이버 지도입니다. 폰으로 인제스피디움을 검색한 흔적이 남아서 자판 화면 누를 것 없이 바로 목적지 설정이 가능했습니다. 쉼 없이 쭉 올라가면 3시간 40분 만에 갈 수 있는 시각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가기는 힘듭니다. 정체 구간은 없어도 길이 거칠고 밤 9시 반 도착이 예상되는 야간 운전이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로 인제스피디움을 왕복한 운전 소감은 어땠을까요? 해당 내용은 며칠 뒤 콘텐츠로 자세히 풀어드리겠습니다. 카셰어링으로 길어야 2~3시간, 도심과 교외 지역을 오가던 지난 경험보다 주행감, 승차감이 진하게 느껴져서 경험 값으로 낸 주행 요금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이래서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좋게 보는구나 싶은 특징도 있고 보완이 필요한 일부 내용도 잘 느껴졌습니다. 인제스피디움을 향한 여정은 다음 콘텐츠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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