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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한 숟갈
나왔다, 캐스퍼 일렉트릭 본문
캐스퍼 일렉트릭이 공개됐습니다. 우리가 알던 경차 캐스퍼보다 길고 넓어진 소형 전기차입니다. 49kWh 용량의 NCM(삼원계 : 니켈, 코발트, 망간) 배터리를 달고서 1회 충전으로 315km를 달립니다. 차 안팎에서 전력을 꺼내쓰는 V2L도 되고 120kW 급속 충전 시 10%에서 80%까지 30분 만에 충전을 끝냅니다. 아홉 가지 외장 색상으로 알록달록 예뻐진 캐스퍼 일렉트릭은 오는 7월 사전 계약이 시작됩니다.
크기는 조금 커졌습니다. 이제는 경차가 아닙니다. 전장은 230mm 더 길어진 3,825mm, 전폭은 15mm 넓어진 1,610mm, 전고는 1,575mm 그대로며, 휠베이스는 180mm 늘어난 2,580mm입니다.
왜 커졌을까요? 레이 EV처럼 한정된 경 전기차 시장에서 싸움을 붙이는 전략은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경차 혜택과 전기차 혜택의 비용적 차이가 거의 없고 1회 충전 주행 거리는 길수록 좋다는 시장의 의견, 이왕이면 국내보다 넓은 세계로 판로를 넓혀서(유럽, 일본 등 54개국 출시 예정) 전기차를 팔자는 판단이 고루 섞인 결정이었으리라 봅니다.
배터리 용량은 49kWh로 더 늘었습니다. 레이 EV가 짊어지던 35.2 kWh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보다 더 많은 양입니다. 전기 파워트레인은 미국 보그워너 사의 iDM 146 통합 구동 모듈(A-세그먼트 전기차용으로 공급)을 공유합니다. 설계상 400V로 모터를 연결해 135kW 출력까지 얻을 수 있는데 주행 거리 확보 차원에서 설정 전압을 낮췄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참고로 축전지 정격 전압이 레이 EV에서 265V, 캐스퍼 일렉트릭은 310V로 설정됩니다. 암페어 아워(Ah)로 적힌 축전지 용량을 곱하면 전기차에서 흔히 불리는 킬로와트 아워(kWh) 단위로 계산됩니다. 레이 EV는 265V X 133.5Ah = 35.3775kWh, 캐스퍼 일렉트릭은 310V X 158.2Ah = 49.042kWh로 나옵니다.
설정된 정격 전압은 모터 출력에도 영향을 줍니다. 꽤 잘 나간다 느끼던 레이 EV의 최고 출력이 64.3kW(마력 환산 시 약 87.5마력), 캐스퍼 일렉트릭의 최고 출력은 84.5kW(마력 환산 시 약 115마력)에 이릅니다. 최대 토크는 레이 EV, 캐스퍼 일렉트릭 둘 다 147Nm(15kgf.m)로 같습니다. 공차 중량은 레이 EV가 1,290~1,295kg, 캐스퍼 일렉트릭이 1,335~1,355kg입니다. 제원상으로는 캐스퍼 일렉트릭이 더 넓은 속도 영역에서 여유롭게 달려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315km로 표시된 1회 충전 주행 거리는 15인치 바퀴를 꽂았을 때의 기준입니다. 가감속으로 속도 변위가 큰 도심 지역에서는 347km, 항속 주행으로 속도 변위가 작은 고속도로 주행 환경에서는 275km로 내려갑니다. 2인치 커진 17인치 타이어를 꽂았다면 1회 충전 주행 거리는 295km로 짧아집니다(도심에서 323km, 고속도로에서 262km). 그렇다 해도 205km 안팎을 가는 레이 EV보다 더 멀리 가고 계절적 특성을 덜 탑니다.
인증된 복합 전비는 15인치 타이어에서 5.6 km/kWh, 17인치 타이어에서 5.2 km/kWh입니다. 타이어 규격은 각각 185/65 R15, 205/45 R17입니다. 15인치 바퀴에는 알로이 휠, 17인치 바퀴에는 블랙 하이그로시를 곁들인 전면 가공 알로이 휠이 꽂힙니다. 스포크를 네 방향으로 연결하고 픽셀 파라메트릭을 상징하는 사각 홀을 파 놨습니다.
한국 경차 틀에서 벗어난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은 현대의 색깔이 조금 더 진해졌습니다. 귀엽고 동글동글해서 사랑받던 캐스퍼에서 네모난 LED 램프를 겹겹이 두르며 로보틱(Robotic) 캐스퍼가 됐습니다. 전구로 빛나던 방향지시등, 헤드램프, 리어램프가 모조리 픽셀형 LED로 바뀌고 뒷문 손잡이 위에 붙던 캐릭터 모양도 네모돌이로 변했습니다.
선택할 외장 색상은 아홉 가지로 늘었습니다. 아틀라스 화이트, 톰보이 카키, 어비스 블랙 펄 하고도 버터그림 옐로우 펄, 언블리치드 아이보리, 시에나 오렌지 메탈릭, 무광 색상으로 비자림 카키 매트에 이어서 에어로 실버 매트, 더스크 블루 매트가 추가됐습니다. 내장 색상은 블랙 원톤, 다크 그레이 원톤, 베이지/카키브라운 투톤으로 나뉩니다.
6월 초 캐스퍼 일렉트릭 티저(teaser)에서 볼 수 없던 실내 변화도 눈에 띕니다. 10.25인치 클러스터(디지털 계기판), 10.25인치 인포테인먼트가 한 쌍을 이루는 5세대 AVN(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을 얹었습니다. 최신형 내연기관차, 전기차에 들어가는 ccNc(커넥티드 카 내비게이션 콕피트)는 아니지만 내연기관 경차 캐스퍼에서 보던 편의 사양보다 확실히 좋아졌습니다.
바로 등 뒤만 화면으로 보여주던 캐스퍼가 아닙니다. 서라운드 뷰 모니터로 전후좌우 사방을 띄워줍니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고개를 홱 돌리지 않아도 측후방 모니터 화면을 계기판에 보여줍니다. 스마트폰의 밥줄 역할을 하던 USB 케이블도 더 이상 연결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자동 4단 기어 박스가 사라진 곳에 무선 충전 패드가 생겼습니다. 오토홀드 딸깍 한 번 눌러두면 신호 대기가 편해지고 주차 브레이크도 전자식으로 잠깁니다.
점 네 개 흔적도 없던 혼 커버에는 LED 네 개가 콩 박혔습니다. 음성 인식 버튼으로 운전자 목소리를 받아주거나 배터리 충전 중일 때 서로 다른 불빛을 내보냅니다. 크래시패드 안에서 파랗게만 비추던 LED 색깔도 64종으로 다양해졌고 내장재로 쓰인 친환경 재료의 비중도 늘었습니다. 도어 장식은 사탕수수에서 뽑아낸 폴리프로필렌, 바닥 매트와 헤드라이닝(천장 마감재)은 재활용 PET를 혼합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가장 만족스러운 실내 변화는 2열 공간과 트렁크 확장으로 꼽힙니다. SUV로 만들어도, 1열 등받이를 몽땅 접어도 바듯한 캐스퍼가 전동화되면서 공간의 쓰임새가 확 좋아졌습니다. 보통의 전기차처럼 2열 바닥이 편평해지고 무릎 공간도 늘어서 어쩌다 두 사람 더 태워도 괜찮고 나 혼자 오롯이 즐기는 차박 생활에도 여유가 생겼습니다. 트렁크가 10cm 길어져서 안 들고 가면 섭섭한 잡동사니까지 싣기 좋아졌습니다. VDA 기준으로 적재 용량은 233리터에서 280리터로 늘었습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7월 중 사전계약이 시작됩니다. 캐스퍼 홈페이지에서 보이는 트림 등급은 인스퍼레이션 하나뿐인데 원하는 선택 사양을 더하는 식으로 가격표가 정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구형으로 남은 몇몇 램프를 LED로 바꿔주는 구성과 실내 및 실외 V2L, 17인치 타이어, 현대 스마트센스, 디지털 키 2 터치를 각각 패키지형으로 묶어서 내보낼지도 모르겠습니다. 계약은 지금의 캐스퍼처럼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곧 부산 모빌리티쇼에서 살필 실물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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