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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 콜레오스 가격, 얼마면 될까? 본문
며칠 더 지나면 그랑 콜레오스의 가격이 공개됩니다. 명목상 쏘렌토, 싼타페와 경쟁할 모델이 맞지만 QM6(콜레오스)가 비비던 스포티지, 투싼까지 책임질 모델이기도 합니다. 기록 중인 국내 시장 점유율은 단 1%대, 2년 전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 코리아 사장이 목표로 설정한 10% 달성을 원한다면 그랑 콜레오스의 가격은 훨씬 과감하고 공격적이어야 합니다. 신차 공개 직후 터진 이슈로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지만 회사의 존폐를 논할 정도는 아닙니다. 오로라 1에 숨기던 그랑 콜레오스의 상품성을 시장에 증명할 차례가 남았을 뿐입니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뚜렷한 모델은 가솔린보다 하이브리드 모델로 보입니다. 한 렌터카 업체가 예상한 가격은 테크노 3,800만 원, 아이코닉 4,150만 원, 에스프리 알핀 4,400만 원입니다. 세제혜택 전인지, 후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세제혜택 후 기준 3,786만 원(프레스티지), 4,112만 원(노블레스), 4,366만 원(시그니처), 4,455만 원(시그니처 그래비티)에 판매 중인 쏘렌토 하이브리드를 정조준한 느낌인데 솔직히 이 가격에 나올지는 의문입니다. 출시 초반 가격으로 휘어잡던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사례처럼 확실한 자극을 줘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애매합니다.
트림 별 기본화 품목은 그랑 콜레오스가 우위에 있긴 합니다. 쏘렌토(시그니처), 싼타페(프레스티지)에서는 트림을 한 등급 올려야 프로젝션 LED 헤드램프를 달아주고 12.3인치 클러스터를 껴안아야 고급형 ADAS(운전자 주행 보조)를 채워주는데 그랑 콜레오스는 테크노 트림부터 기본이고 서라운드 뷰 모니터까지 달아줍니다. 유일 무이한 동반자석 12.3인치 화면은 전자동 주차(풀 오토 파킹), 후방 긴급 제동 보조를 한 묶음 형태의 선택 사양으로 골라냈습니다.
과거 비행기 격납고에서 SM6를 꺼내던 박동훈 사장 시절의 지배력이 이어졌다면 그랑 콜레오스의 가격 경쟁력은 괜찮다 했을지도 모릅니다. 수출에 전력을 다하며 내부 통제력도 잃고 소비자 관심도가 멀어진 르노 코리아 입장에서 위 가격으로는 역부족입니다. 국내 소비자들은 숲속 나무의 가치를 알아내기보다 얼마를 지불해야 숲에 입장할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팔고는 있지만 예전만큼은 안 팔리는 더 뉴 QM6보다는 가격이 높아야 합니다. 부분변경, 연식변경으로 자리만 꿰차던 터줏대감 모델과는 확실히 다른 모델이니까요.
그랑 콜레오스의 가격은 얼마에 잡히면 좋을까요? 수요 기대가 높은 e-테크 하이브리드 위주로 챙겨봤습니다. 세제혜택 후 기준으로 테크노는 3,600만 원 전후, 아이코닉은 3,925만 원 전후, 에스프리 알핀은 4,325만 원 전후가 알맞아 보입니다. 3,786만 원의 쏘렌토 하이브리드, 3,888만 원의 싼타페 하이브리드보다는 접근 가격을 낮게,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노블레스 그래비티(3,480만 원), 투싼 하이브리드 프리미엄(3,469만 원)보다는 높을 필요가 있습니다. 빈틈을 절묘하게 파고든 가격이 아니면 소비자들은 낚싯바늘에 걸린 미끼를 물어주지 않습니다.
해당 가격은 쏘렌토, 싼타페, 스포티지, 투싼 하이브리드 각 트림의 세제혜택 후 가격을 취합한 단순 예상치입니다. 그랑 콜레오스 e-테크 하이브리드 테크노 트림(3,600만 원 전후)은 쏘렌토 하이브리드 프레스티지, 싼타페 하이브리드 익스클루시브,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노블레스 그래비티, 투싼 하이브리드 프리미엄에 대응하도록 맞췄습니다.
아이코닉 트림은 3,925만 원 전후로 잡았습니다. 쏘렌토 하이브리드 노블레스(4,112만 원), 싼타페 하이브리드 프레스티지(4,136만 원),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시그니처 그래비티(3,806만 원), 투싼 인스퍼레이션(3,858만 원)에 대응합니다. 스포티지, 투싼보다는 차급이 높은 모델이지만 쏘렌토, 싼타페에서 가능한 6인승, 7인승 선택지는 없기에 대응할 경쟁 모델의 볼륨이 가능한 넓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에스프리 알핀은 4,325만 원 전후로 예상했습니다. 아이코닉까지는 대중을 위한 마이너 프리미엄 상품이고 알칸타라와 스웨이드를 비롯한 각종 소재로 안팎의 만족감을 확 높였다면 이만큼의 가격 갭은 있어야 합니다. 대응 모델은 쏘렌토 하이브리드 시그니처(4,366만 원)와 시그니처 그래비티(4,455만 원), 싼타페 하이브리드 캘리그래피(4,621만 원)로 압축됩니다.
그랑 콜레오스가 지리자동차 싱유에 L(럭셔리)을 공유했다는 사실은 웬만한 소비자들이라면 압니다. 그런 의미로 "Born in France, Made in Busan"라는 수식어를 괜히 쓰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얼굴과 뒤태를 바꾸고, C-필러에서 넘어가는 유리를 손질하고 내부는 거의 똑같은 그랑 콜레오스가 지속적인 관심을 받으려면 결정적으로 가격을 잘 받아야 합니다. 중국 브랜드 이미지를 지우려는 의도였든, 그렇지 않든 대중 소비자들은 값어치를 하는 상품이라면 언제든 지불할 의사가 있습니다.
부산모빌리티쇼 현장을 둘러본 업계 관계자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르노 코리아가 팔던 예전 차들보다 내장재, 마감재, 기능성이 월등히 좋아졌으나 실제로 르노가 손을 댄 곳은 몇 되지 않아 보였습니다. 초도 물량은 중국제 부품을 가져와 조립하고 차후 200곳이 넘는 국내 협력사들과 협업하며 국산화 비율을 늘리겠다는 계획입니다. 부디 부산공장이 숨만 붙여서 돌아가는 글로벌 수출 기지로 활용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시장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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